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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9

       백우진이 마침내 제 얼굴을 한 나무를 무자비하게 베어 넘기는 데에 성공했을 무렵.

         

       다른 조원들 또한 그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었다.

         

       “하아앗!”

         

       당선영은 자신이 양손으로 쏘아 보낼 수 있는 암기의 수보다 훨씬 많이 흩뿌려지는 나뭇잎을 상대했다.

         

       가히 명장이라고 불릴 만한 도공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듯 날 선 나뭇잎.

         

       거기에 베이고, 찔리고, 꿰뚫기리를 반복한 끝에.

         

       퍼퍼퍼퍽!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녀의 손에서 쏟아져 나온 암기들이 나뭇잎들을 모조리 쳐내고도 남아 나무에 양각된 제 얼굴에 틀어박혔다.

         

       “하아, 하아…!”

         

       만천화우(滿天花雨).

         

       당가의 가주를 제외하면 누구도 대성하지 못한 비기를 대성함으로써.

         

       그녀는 나무가 준 시련을 뛰어넘었다.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핫…!”

         

       제갈연지는 제 몸을 다 가리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나뭇잎을 상대했다.

         

       당선영의 것과 달리, 한없이 유연하고 부드러워 제가 쏘아 보내는 모든 힘을 휘감아 두 배로 되갚는 괘씸하기 짝이 없는 상대.

         

       몇 번이고 날아가 강철보다 단단한 나무에 처박히던 그녀.

         

       이내 상대가 두 배로 되돌린 힘을 다시 한번 되돌려 두 배로 보내는 데에 성공했다.

         

       콰득!

         

       주고받는 사이에 깊이를 알 수 없어진 힘에 짓눌린 얼굴.

         

       그녀는 그리 시련을 뛰어넘었고.

         

       도경은 제 아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흑광사신무를 상대하였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흑풍에 난도질당하기를 수십 차례.

         

       “으아아아아-!”

         

       나무에 각인된 제 얼굴이 문득 재수 없다고 느낀 그녀는 거력을 발휘하여 상대의 흑풍을 갈기갈기 찢고 나아가.

         

       “죽어!”

         

       냅다 주먹을 내질러 또 다른 제 얼굴을 아예 짓뭉개 놓았다.

         

       “으럇!”

         

       구왕수는 자신보다 가문의 연검술을 잘 다루는 나무로부터 승리했고.

         

       “……?”

         

       영계를 넘나드는 그림자 일족의 소녀 송희연은 멍하니 서 있는 제 얼굴이 그려진 나무의 뒤에다 칼을 박아넣고 승리했다.

         

       제아무리 상대의 능력을 모방하는 나무라고 해도 영계를 넘나드는 건 불가능했던 모양.

         

       “어리석은 것.”

         

       혈수마녀는 붉게 변한 나뭇가지를 모조리 부러뜨리며 승리했다.

         

       “본녀의 혈수를 너무나도 쉽게 본 모양이로구나.”

         

       혈수는 손을 단단하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일정량의 화기 또한 품게 만드는 무공.

         

       제아무리 강철보다 단단하다고 해도 나뭇가지는 나뭇가지였다.

         

       유화연과 신예화도 어렵지 않게 시련을 넘어섰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그들에게 남은 것은 원래 그가 걸었어야 할 길을 대신 걸어주는 백우진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뿐.

         

       뒤 따위는 없이 배수의 진을 펼친 채 나아가는 그녀들의 걸음은 신묘한 나무 따위로는 막을 수 없음이라.

         

       장삼 또한 시련으로부터 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영력은 차마 모방하지 못해 조원들 중 가장 하찮은 무공 실력을 모방한 나무를 향해, 장삼은 영술서를 통해 깨달은 새로운 비기를 선보였다.

         

       “강신(降神).”

         

       세상에 머물러 있는 강인한 영혼의 의지를 몸에 받아들여 일정 시간 그 힘을 이용하는 비술.

         

       “크하하핫! 누가 나를 막을쏘냐!”

         

       백여 년 전, 무림에서 크게 활약했던 정파의 고수를 몸에 들인 그는 하찮은 나무 한 그루를 단숨에 쳐부수고 승리한 뒤.

         

       “아이고, 나 죽는다!”

         

       섣불리 강신을 사용한 후유증으로 격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무공 수위가 그리 높지 않은 금여울도 어렵지 않게 시련을 넘어서며 설수연을 제외한 모두가 나무로부터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 사람쯤은 실패하거나, 포기할 수도 있을 만큼 어려운 일.

         

       그럼에도 그들이 실패하지 않은 까닭은 백우진 때문이었다.

         

       ‘이 정도쯤이야…!’

       ‘조장과 무명 선배에게 받은 수련보단 약해.’

       ‘조금만 더 깨지면 되겠는걸?’

         

       매일 같이 사람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훈련은 단순히 비약적인 실력 상승만이 목표가 아니었다.

         

       제 한계를 넘어서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도 강철과도 같은 의지를 품게 만드는 일이었으니.

         

       매일 같이 제 한계를 조금씩 뛰어넘는 그들에게 자신보다 조금 잘난 상대로부터 무참히 깨지고 일어나 짓밟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그들의 연전연승에 따라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굵직한 나무들이 다시금 사라져 간다.

         

       “백 공자!”

       “가가!”

       “조장!”

         

       가장 가운데에 서 있는 백우진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할 즈음.

         

       딱 한 사람만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설 소저는 아직인가?”

         

       설수연.

         

       그녀를 둘러싼 수해만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굳건히 그 입을 닫고 있었다.

         

       이를 빤히 쳐다보던 그가 걸음을 옮겼다.

         

       “안 되면 도와주면 그만이지.”

         

       도중에 난입하지 말라는 말은 없었던 것 같으니까.

         

         

       * * *

         

         

       백우진을 비롯한 조원들을 둘러싼 수해는 모두 설수연이 살린 묘목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리고 수해에 갇힌 지금.

         

       그녀는 여전히 그 묘목의 곁에 있었다.

         

       [그대인가? 죽어가는 나를 살린 것이.]

         

       이제는 너무나도 능숙하게 말을 걸어오는 묘목.

         

       이에 설수연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답을 잊지 않았다.

         

       “네? 네…. 제가 구하긴 했는데….”

         

       그녀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눈앞의 묘목.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진짜 정체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물어보았다.

         

       “당신은 누구시죠?”

         

       그러자 묘목이 답하길.

         

       [초원의 왕…, 아니, 나라는 이미 사라졌으니 초원의 지배자라고 하는 게 좋겠어.]

         

       “엣….”

         

       휘둥그레진 눈으로 놀란 소리를 내뱉는 설수연.

         

       그도 그럴 것이, 저 작은 묘목이 백우진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초원의 왕이라지 않나.

         

       그 말인즉.

         

       ‘그렇다면 이곳이…, 왕의 무덤?’

         

       바얀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때 초원을 지배하고, 나라까지 세웠던 왕의 무덤은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었다.

         

       그것도 철저히 모습을 숨긴 채.

         

       그녀가 생각하는 사이, 묘목의 말이 이어졌다.

         

       [측은지심으로 나를 살렸어. 하나…, 내 보물을 노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

         

       [그래서 시련을 주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단숨에 나자빠질 만한 그런 시련을 말이야.]

         

       “그, 그런…!”

         

       크게 요동치는 감정.

         

       그녀는 백우진을 믿는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목숨을 잃지 않고 시련과 고난을 넘어 강해졌기에.

         

       그러나 걱정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다치실지도 몰라.’

         

       그럴 때마다 그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그것을 치료해주는 것은 언제나 그녀의 몫.

         

       온전히 그와 있는 시간이 있음에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더없이 슬퍼했다.

         

       상처를 치료하는 내내 이를 새기며 아파했을 그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쯤이면 아마 대부분 본인의 능력에 쓰러져 바닥을 기고 있을지도….]

         

       신나게 떠들어대던 묘목은 제 말을 끝맺지 못했다.

         

       초원 아래로 깊게 내려앉은 뿌리.

         

       이와 연결되어 있던 제 능력으로 만들어낸 나무와의 연결이 끊어지기 시작했기 때문.

         

       [이, 이게 무슨…!]

         

       그것도 하나도, 둘도 아닌 여러 개가 우후죽순.

         

       마침내 모든 연결이 끊어지는 것을 확인했을 때.

         

       “찾았다.”

         

       수해로 뛰어든 백우진이 마침내 두 사람이 있는 곳에 당도했다.

         

       [……!]

         

       이에 묘목은 소스라치게 놀라 제 얇은 몸을 떨어댔고.

         

       설수연은.

         

       “용사님…!”

         

       영웅이라는 말보다 입에 붙는 과거의 이름을 흩뿌리며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온몸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음흉한 뜻은 아니었다.

         

       “어,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신 거죠?”

       “아니, 잠깐만…?”

       “스읍…, 자, 잠시만요. 혹시 모르니까 확실하게 확인을…, 헤헤, 흠흠!”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보란 듯이 백우진의 몸을 떡 주무르듯이 주물러댄 그녀.

         

       옆구리와 어깨, 허벅지에서 발견한 상처를 말끔하게 지워낸 뒤, 그녀는 흡족한 표정으로 그의 품에서 멀어졌다.

         

       “이제 괜찮아요!”

       “어…, 어어.”

         

       상당히 가뿐해진 몸.

         

       어딘가 당했다는 느낌에 찝찝하기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몸을 떨어대는 묘목이 중요하지.

         

       “너냐? 우릴 수해 속에 집어 던진 게.”

         

       […그렇다.]

         

       자존심 상한 말투.

         

       [하나, 어린놈이 예의가 없구나. 신분으로나, 배분으로나 이쪽이 훨씬 위거늘.]

         

       상대를 어쭙잖게 눌러보려는 시도.

         

       이는 도리어 상대의 마음에 눌려 있던 반발심을 일깨우는 행위에 불과했으니.

         

       “나무 주제에…, 인간에게 예의를 운운해?”

         

       [어허, 이놈! 내 비록 이런 형태를 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이 초원을 지배한…!]

         

       “됐고.”

         

       주먹을 어루만지며 다가간 그.

         

       냅다 휘두르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설수연에게 물었다.

         

       “이거, 패도 돼?”

         

       [아, 아니, 잠깐…!]

         

       이에 고민하던 설수연이 입을 열었다.

         

       “아마 조금은 되지 않을까요? 과하다 싶으면….”

         

       생긋 웃으며 말을 잇는 그녀.

         

       “제가 다시 치료할게요.”

         

       그녀의 미소에 화답하듯 씨익 웃는 백우진.

         

       “그렇단 말이지.”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어진 그의 주먹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떨어질 즈음.

         

       묘목이 발악하듯 외쳤다.

         

       [보물!!]

         

       이에 멈칫하는 그의 주먹.

         

       이때다 싶은 묘목이 빠르게 말을 쏟아낸다.

         

       [보물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더냐?!]

         

       [나, 초원의 지배자가 지니고 있던 힘의 근원인 목행신주(木行神珠) 말이다!]

         

       목행신주(木行神珠).

         

       천마가 그토록 찾아 헤매고,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자신이 찾아 헤매던 물건의 이름인 듯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루 휴재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집에 일이 좀 생기는 바람에 이리저리 오가느라 글을 쓸 여유가 부족했네요.

    다시 빡세게 힘줘서 연재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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