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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9

       

        

        

        

        

       “대거 팀은 항상…나를 놀라게 만드는군.”

        

        

        

        뉴욕, 센트럴 파크 HQ.

        

        여전히 인프라도 사람도 묘지도 부족하지만, 에어컨 하나만큼은 실로 빵빵하게 나오는 뉴욕 맨해튼의 한가운데, 요새화된 센트럴 파크 내의 회의실 내부. 보좌관이 전달한 홀로그램 프로젝터에서부터 나오는 슬라이드를 확인한 헨리 브레이튼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현재도 실시간으로 재생 중인 프로젝터 내의 영상에서는 생생하게 살아움직이고 있는 두 안드로이드의 모습이 송출 중이었다. 물론 기시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누군가와 닮아있었고. 특히나 엉덩이에서부터 길게 뻗어나온 은빛의 꼬리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눌러 참은 그가 덧붙였다.

        

        

        

       “그러니까, 저게 사람을 물리적으로 갈아 만들어낸 안드로이드란 말이지…아르테미스에 의한 인명 피해는 집계가 되나?”

        

       “해당 지역을 돌아다니는 무법자들…아론 델라소비치 준장이 이르길 ‘밴딧’이라고 불리우는 자들이 대다수기에 정확한 집계는 어렵습니다만, 대략적으로 550명 이상이라고 추정됩니다.”

        

       “전부 캐나다인인가?”

        

       “아닙니다. 절반 이상이 러시아인이며, 25% 가량은 완전히 떨어져나간 군소 PMC 인력 등으로 추정됩니다.”

        

        

        

         하아.

        

        머리를 긁적이며 탄식 아닌 탄식을 내뱉은 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절반 이상이 러시아인이라는 대목 때문이었다 – 미국을 배신하고 러시아에게 온갖 기밀 정보를 팔아넘기려 들더니, 이제는 미국 내에 아직 잔류하는 러시아군까지 전부 실험 재료로 써버리다니.

        

        실로 기묘하게 돌아가는 비극이었지만, 그는 이내 머리를 휘젓고는 다시금 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 주체는 메카 유진에 대한 것이었다.

        

        영상은 어느덧 두 기체와 사람이 대화하는 것으로 넘어갔고, 그에 따른 예상 역시도 아래에 간략하게 적혀있었다 – 타입 감마는 의사가 명확하며 자신만의 기준이 존재, 좋고 싫음을 비롯한 인간의 감정을 대부분 이해하고 느낄 수 있을 확률이 높음.

        

        물론 엡실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저 기체는 외형만 보정하면 사람이라고 해도 믿겠군.”

        

       “그렇습니다.”

        

        

        

        타입 엡실론, 추정하기로는 강인공지능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존재.

        

        한참이나 이어진 ‘부적절한’ 실험 끝에 아르테미스가 탄생시킨 인간의 뉴런 지도, 그리고 이를 통해 재현된 또 다른 생명…사실상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인공생명체라고 하는 편이 더 올바를지도 몰랐다. 피와 살, 칼슘으로 이뤄진 뼈 대신 금속과 인공 근육과 케이블, 냉각수로 이뤄진.

        

        물론 그 기체가 누가 보아도 유진처럼 보이는 그림자에 앵겨붙고 있는 모습은 헨리를 비롯하여 회의실에 모인 고위급 장성 및 고위 공무원들의 어이를 저편으로 날려버리기에 실로 충분했다.

        

        

        

       “저 친구는 오퍼레이터 유진과 상당히…의존적인 관계로 보이는군.”

        

       “작전 기록에 의하면 바이퍼가 직접 구조해왔다고 합니다. 6번 가량 이어진 교전 동안 전향을 유도했던 기록도 존재합니다.”

        

       “6번이라. 그러고 보니 과거 중국의 역사서에서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만…좌우지간 대단한 노력이군. 저런 괴물과 여섯 번 교전한 후에도 살아남다니.”

        

        

        

        그 말대로.

        

        엡실론 타입의 특징은 무려 35MJ에 달하는 레일건을 작전 중 계속해서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이는 현재 미국이 사용하고 있는 무인 전차에 달린 전열화학포의 두 배에 가까운 위력이었다 – 물론 작전 기록에 따르면, 유진은 조준을 방해한다는 무식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엡실론의 조준을 방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위력을 수반하는 공격이 필요했고, 이는 유진이 한 달 가량 일찍 데려오게 된 감마의 도움이 컸으며, 이 역시도 회의실에 있는 이들에게 상당한 감흥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어드밴스드 플라즈마 캐논. 위력은 사용자의 마음대로 변화했기에 평균치를 구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확실한 것은 해당 무기가 마음먹고 개발하지 않는 이상 쉽사리 따라하기조차 힘든 다양한 기술력의 집합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걸 달고 있는 기체를 아군으로 삼는 것도 모자라 동형기와 교전하는데 도움을 주게끔 개조까지 시켰다라. 실로 인상적이다 못해 어지럽기까지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은 그동안 대거 팀의 기행을 몇 번이나 봐온 사람들이었다.

        

        

        

       “두 기체의 편제는 어떻게 하는 게 제일 괜찮겠습니까?”

        

       “오퍼레이터 유진 및 모리슨은 현재 작전 수행에 어려움이 있으니, 그 자리를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림자 오퍼레이터 역시도 이를 도와주고 있으니 두 기가 추가된다고 해도 그리 큰 부담은 없겠지요.”

        

       “해킹의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변절은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마와 엡실론을 이카루스 기어의 방화벽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큰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겠죠.”

        

        

        

        귀찮거나 골치아픈 문제가 있으면 대거 팀에게 던지거나, 혹은 대거 팀을 시켜라.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번에도 해당 기조를 충실하게 지킬 예정이었고, 아마 대거 팀 역시도 해당 제안에 대해 몇 번 정도 고심해볼지언정 이를 반려하거나 거절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을 터였다.

        

        

        계속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그리고 계산이 오간다.

        

        비교적 덜 까다로운 안건을 편하게 처리했기에, 그보다는 조금 더 많은 논의가 오가야만 하는 아젠다에 대해 토론을 시작한 것이었다 – 가령, 아르테미스의 추후 처우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물론 대통령의 입에서 아르테미스를 세상에서 지워버리겠다는 말이 나와버린 이상 더 할 말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으나, 그 이후를 수습하기 위한 논의까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 자료만 아니라면 그 어떠한 것이든 회수 및 사용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관련 연구는 오로지 대거 팀이 회수한 두 기체를 통해서만 연구할 것을 이 자리에서 못박아두지요.”

        

       “이견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뇌 지도와 관련한 데이터는 폐기합니까?”

        

       “그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550명 가량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빼돌려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실로 명백했다.

        

        헨리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고, 아르테미스가 쌓아올린 데이터를 사용함으로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만한 부분을 단 하나도 용납하지 않을 예정임을 천명하였다 – 그리고 회의실 내부에 그 말을 무시할 사람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르테미스는 지워질 것이었고, 사람의 피를 대가로 쌓아올린 연구 데이터는 소각장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잠시 이어진 정적을 기회 삼아 주변을 둘러본 헨리가 재차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갑시다…이틀 전, 아론 델라소비치 준장이 관리하는 기지로부터 북쪽으로 160km 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아르테미스의 HQ가 발견되었고, 저는 오늘 아침 CAF로부터 해당 지역에 대한 대공세가 실패했다는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직접 설명을 드리지요.”

        

        

        

        그와 동시에 별이 3개가 박힌 모자를 쓴 군인이 일어섰고, 그 자리에서 홀로그램 프로젝터의 조작 권한을 넘겨받았다.

        

        어니스트 펜들턴 중장, 직책은 미합중국 육군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 그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화면이 변했다. 방금 전 미 대통령이 언급했던 아르테미스 HQ를 허공에서 찍은 듯한 사진이 나열된 상태였고, 그 아래에는 영상 하나가 있었다.

        

        재생 버튼을 클릭한 그가 입을 열었다.

        

        

        

       “현재 재생되는 영상은 정보지원활동대(ISA) 소속, 태스크포스 비질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그리고 화면은 아르테미스 HQ를 대략 수 킬로미터 밖에서 촬영한 듯한 모습을 비추었다.

        

        허공에서 일일히 요격되거나 보이지 않는 에너지장에 가로막히는 포격과 폭격. 그 와중 수북하게 자란 풀숲 안에서 여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었다 – 어떻게 가동되는지조차 짐작되지 않는 복잡한 기계를 아르테미스 HQ 쪽으로 겨눈 군인들이 뭔가를 바쁘게 조작 중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해당 기계와 사람의 몸에 덧씌워진 광학미채가 조금씩 일그러지는 모습까지 전부 보이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캠이 확대되며 아르테미스 HQ 위로 하나의 인영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하부에 달린 추력 노즐과 몸보다도 큰 꼬리가 실로 인상적이었다.

        

        메카 유진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갑작스럽게 전방에 레일건을 쏘아대는 순간 회의실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세상에, 빌어먹을. 아주 지랄이 나셨군.”

        

        

        

        엡실론 타입의 꼬리에 달린 것과는 규모도 위력도 천지차이 그 자체인 상황.

        

        이유는 간단했다. 프로토타입 알파는 말 그대로 아르테미스의 남은 모든 여력을 전부 지원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기체의 크기에 비해 꼬리가 과도하게 큰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치 모래가 떨어지듯 꼬리가 급작스럽게 작아진다. 모종의 방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대형 레일건을 만들어낸 뒤, 대상지정포격이 끝나면 방향을 전환하거나 해제하는 것이었다 – 해당 영상에서는 후자였고.

        

        그동안 온갖 산전수전을 전부 겪은 ISA 대원들조차 어처구니를 잃게 만드는 파괴력.

        

        그러나 이들이 작동시키고 있던 기계가 이어 몇 가지 결과를 더 산출해내는 순간 대화는 다른 방향으로 이어진다.

        

        

        

       “…저 방어막을 늘상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구만.”

        

       “중거리 탄도탄으로 타격하기엔…캐나다 측이 그닥 좋아할만한 내용은 아니겠는데.”

        

       “아르테미스 코드가 있으면 침입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번에도 결국 이카루스 오퍼레이터인가. 저 불구덩이 속에 귀중한 요원들을 밀어넣고 기도해야 한다니 끔찍하기 그지없군.”

        

        

        

        포격과 폭격 등은 막을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아이러니.

        

        두 기의 메카 유진을 대거 팀의 편제에 배치시키는 것도 사실상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 프로토타입 알파의 여력을 일부 소모시키는 동안 전투력이 우수한 인원들을 침투시켜 내부 구조를 파악하고, 최종적으로는 메카 유진과 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을 소각해버리는 것.

        

        결국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한 명씩 깨닫는 동안, 헨리는 옅게 웃었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또다시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재원들을 사지로 몰아넣어야만 한다니. 실로 끔찍하기 그지없군요.”

        

       “….”

        

       “솔로몬 국장.”

        

       “예.”

        

        

        

        미 대통령, 그리고 이카루스의 국장.

        

        두 명의 시선이 마주쳤다.

        

        

        

       “현재 모든 오퍼레이터가 착용한 이카루스 기어의 에너지 제한이 어느 등급으로 고정되어 있습니까?”

        

       “태스크포스 바이올렛이 델타로 가장 낮고, 태스크포스 대거가 에타로 가장 높습니다.”

        

       “대거 팀의 에너지 제한을 람다 등급까지 해제하십시오.”

        

        

        

        그 순간 너나할 것 없이 입을 닫았으나, 헨리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이카루스 기어가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출력의 절반이자, 자칫하면 사용자에게 심대한 손상을 – 추후 치유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 입힐 수 있지만, 모든 오퍼레이터가 발현자의 절반 정도 되는 신체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양날의 검.

        

        그리하여 슬라이드가 끝났고, 그가 나지막히 덧붙였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몇 번이나 더 바라야만 할지.”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었다.

        

        

        

        

        

        

       

        

        

        

        

       “전 인원 배치 완료. 저격 및 정찰팀 위치 도달…현 시간부로 등대 섬멸 작전을 시작합니다.”

        

       “새로 들어온 막내 두 명의 훈련도 다 안 끝난 마당에 실전까지 뛰게 만들다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인원 모자란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네요.”

        

        

        

        한편, 그러든 말든.

        

        대거 팀은 훈련에 가까운 실전,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통해 진과 레인을 단련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 물론 이번에는 진짜로 실전이었지만.

        

        해야만 하는 작전의 수와 투입 가능한 병력은 언제나 반비례하는 법이었다.

        

        

        

        

        

        

        

        

        

        

        

        

        

        

        

        

        

        

       

        

       “…대거 팀 전원에게 전달. 헬기 캠프 인근에서 오웬스와 뉴비 둘을 확인했다. 화면을 공유할테니 지켜보도록. 현 시간부로 레이피어와 마커스가 해당 구역을 관할할 예정이다.”

        

       “확인.”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새카만 어둠 속, 세 명의 인원과 여러 대의 UAV가 칠흑같은 밤 위에서 유영했다.

        

        어쩐지 지난 번의 벙커가 생각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레인이 합류했다는 점에서 좀 달랐으며, 완전파괴작전이 아니라 잠입 미션이라는 사실 또한 차이점을 부여했다 – 어쨌거나 작전 구역 곳곳에는 아르테미스 병력들이 존재했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방팔방을 파괴하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HQ가 아닌 다른 곳에 적 세력이 남아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핍진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 아르테미스 캠프 옆에 있는 기차역이 그 모든 것을 엮고 있었다.

        

        등대, 해안선, 세관, 벙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기찻길. 이는 당연하게도 지난 번 짤막하게 방문했던 연구소까지 연결된 상태였고 – 물론 박살난 지 오래였다 – , 듣자 하니 등대에 고립된 병력들은 이를 통해 다시 HQ로 복귀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물론 불가능한 소리였고, 오늘 이곳에 도착한 이유도 그러했다.

        

        

        

       “헛된 꿈을 꾸는 친구들을 전부 꿈나라로 보내줘야겠지요.”

        

       “물론이죠.”

        

        

        

        겸사겸사 진과 레인에게 잠입 미션 경험도 쌓게 해줄 겸 말이다.

        

        바로 그런 연유로, 타입 알파 레이드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실전을 수행할 기회를 주었다. 그 증거로 오늘 두 명을 인솔하게 될 인원은 대거 팀 중에서도 대체불가능한 자원 중 하나인 안토니 오웬스 작전팀장이었고, 거기에 비상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등대 전체에 정찰팀이 배치되었다.

        

        작정하고 짠 판이니만큼, 저 두 명은 오늘이 지나게 되면 잠입 미션에 대한 대부분의 이론적 지식을 실전으로 체득할 것이었다.

        

        일단 거기까지가 표면상의 이유였다.

        

        

        

       ‘…그것도 그렇고, 레인이 중요한 순간 아르테미스 보병 혹은 타 인원을 죽이는 행위를 1초라도 망설이게 된다면 그것도 곤란하니.’

        

        

        

        그리고 방금의 생각이 두 번째 이유였다.

        

        레인은 오늘 스스로의 선택으로 아르테미스에 반기를 들게 될 것이었고, 들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침묵 속에 관찰이 시작되었다. 프로펠러 달린 UAV가 하늘에서 유유히 유영하는 가운데 아군을 알리는 세 개의 녹색 표식이 산과 들을 헤치고 별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굴곡진 길을 돌아 올라가야 한다는 점을 좀 감안해야 했지만.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곳곳에서 경계 중인 인력이 몇몇 존재했다. 별장 자체는 기억하던 것과 달리 상당히 요새화된 상태였고.

        

        그리고 UAV가 전달한 정찰 데이터와 결합한 오웬스의 맞춤 강의가 시작되었다.

        

        

        

       “…해당 위치에 있는 적은 언뜻 보면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잘못 사격하게 되면 절벽으로 떨어져 소음을 낼 수도 있고, 위쪽의 절벽 인근에 경계 병력을 감시하는 또 다른 병력이 있다.”

        

       “그럼 바로 잡으면 안 되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그것 말고도 확인해야만 하는 게 하나 더 있다.”

        

        

        

        그와 동시에 오웬스가 경계 병력의 지척까지 움직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열을 강제로 차단하는 기능까지 갖춘 광학미채를 뒤집어쓴 상태였기에 열감지 등등에도 걸릴 이유가 없었다.

        

        그리하여 잠시간 기다렸을까, 이내 이카루스 기어가 몇 가지의 새로운 데이터를 UI 위로 갱신했다. 온갖 미사여구를 떼고 결론만 말하자면, 몸에 박힌 외골격이 하트비트 센서 역할도 하기 때문에 죽이는 순간 적들이 알게 된다는 소리였다.

        

        물론 반대로 말하자면 죽지만 않으면 이카루스 기어가 침투할 여력이 존재한다는 뜻이었지만.

        

        

        

       “마커스, 레이피어. 신호에 맞춰 절벽 언저리에 숨은 적들을 기절시키고…두 명은 적을 죽이는 법만 알지 힘조절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모를 테니, 이번에 한 번 익혀보도록. 방법은 무엇을 써도 좋다.”

        

       “…어렵네.”

        

       “하겠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거절도 거부도 없었다.

        

        그리하여 절벽 위와 아래, 양쪽에서부터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 몇 겹이나 쳐져있는 클레이모어와 진동감지 지뢰 등을 마치 아무런 것도 없는 것마냥 슥슥 피해간 레이피어가 절벽 경계조의 엑소스켈레톤을 원격으로 해킹하는 사이, 진과 레인은 어둠을 틈타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레이피어는 구태여 두 명으로 이뤄진 절벽 경계조를 기절시키지 않았고, 대신 경계 모드로 설정되어있는 두 사이보그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는 몇 가지 명령들을 통째로 리셋시켜버렸다.

        

        그 순간 절벽조의 시선에 나타난 진과 레인. 그러나 당연하겠지만 두 명은 거수자를 식별하고도 멍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큭, 끄극…!”

        

       “꺽….”

        

        

        

        목이 아슬아슬하게 졸린 두 명은 그 자리에 그대로 널브러졌다.

        

        물론 아무런 일도 없었다. 이카루스 기어에 의해 변조된 신호는 별장 내의 CCTV실로 전달된 뒤 실시간으로 감지되는 경계 병력의 신체에 아무런 이상도 없음을 표시할 예정이었고, 실로 그렇게 되었다.

        

        몇 초가 지나도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자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오웬스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몇 번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한 레인이 고개를 돌렸다.

        

        통신망 위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는데.”

        

        

        

        그 말에 미소짓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프로토타입 타격 작전에 데리고 갔을 때가 기대되네요.”

        

        

        

        로렌티나의 그 말이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나 역시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은 끝났고, 이제 경험만이 두 명을 단련시킬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습같은 실전과 실전같은 실전으로 단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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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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