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19

       혈교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으니 그에 대비해야 했으니까.

         

       조용히 혈인과의 대화를 지켜보던 위지천이 입을 열었다.

         

       “자네가 혈존의 외손주였나.”

       

       “…그저 피만 이어졌을 뿐입니다.”

         

       “뭐 익히 짐작이 가네. 혈교의 방식은 자네의 성품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

         

       “혈교에 대해서 잘 아십니까?”

         

       “먼 옛날에는 천마신교와 혈교가 동맹이었던 때가 있었지.”

         

       위지천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꺼냈다.

         

       “흑룡혈의 저주를 풀기 위해 그들의 힘을 빌렸던 시기가 있었네. 뭐 자네도 알다시피 결과적으로 허사로 돌아갔지만 말이야.”

         

       그런 비사가 있었나.

         

       “그들은 진짜 좌도방문이니 자네의 상상을 초월하는 악랄한 수법을 얼마든지 사용할 것이네. 그리고 그 결과 역시 자네의 예상을 한참이나 초월하는 기괴한 것들이 많을 테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게나.”

         

       “조언 감사합니다.”

         

       위지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 위지천의 눈에는 약간의 걱정이 떠올라 있었다.

         

       “서련이가 많이 아쉬워하겠군.”

         

       “살펴 가십시오.”

         

       “부디 보중하게나.”

         

       위지천은 그 말만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위지천이 떠난 뒤 슬금슬금 모여드는 일행들. 당소열이 곰방대에 연초를 채워 넣으면서 입을 열었다.

         

       “결국에는 혈교와 일이 그리 된 것이냐?”

         

       “예. 그들과 적대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이제야 당가로 돌아가지 않아도 될 제대로 된 핑계가 생겼군.”

         

       당소열이 히죽 웃었다.

         

       “결국 혈교가 영물을 부릴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고 혈교가 영물을 부리는 이유 역시 무림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목적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으니 좌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렇습니다. 비천마차가 또 달려야 할 이유가 생겼군요.”

         

       혁기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도움을 드릴 수 있겠군요.”

         

       이미 차고 넘치는 도움을 받았건만 나를 도와줄 생각을 하면서도 웃는 모습이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미 지옥끝까지라도 따라갈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혈교와의 싸움이라…암룡문의 차기 문주로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공적이 되겠군요.”

         

       흑묘가 팔짱을 끼며 쐐기를 박았다.

         

       “이미 전에 함께 하기로 했잖아요. 이제와서 위험이 어쩌구 하면서 궁상을 떨 생각은 아니겠죠?”

         

       솔직히 흑묘의 말에 찔끔했다. 그런 기색이 겉으로 드러났느지 흑묘의 눈길이 가늘어졌기에 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 아니 도움은 고맙게 받을 생각이야!”

         

       정철과의 싸움에 함께 한 일행이고 함께 공연도 하고 정철을 상대로 목숨도 걸었지만 기본적으로 정철과의 싸움은 정철과 나의 일 대 일 구도였다.

         

       그러나 혈교와의 싸움은 다르다.

         

       혈교라는 세력과 한 판 붙게 될 터이니 기본적으로 일행이 짊어져야 할 위험도가 다른 셈이었다.

         

       그러니 일행들이 나와 함께해주는 것은 고맙고 미안하며 동시에 걱정되는 일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도움을 피할 수가 없었다.

         

       정철과 달리 앞으로 상대해야 할 혈교의 영물들은 혼자서 쓰러트릴 수 없는 상대였으니까.

         

       “모두들. 힘을 빌려 주십시오.”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은혜는 언젠가 갚겠노라고.

         

       그런 결심을 마음에 새길 때 당도연이 물었다.

         

       “그래서 어찌하실 계획이십니까?”

         

       “혈교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도 모르고 그 본거지나 세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혈교와 대적한다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지요.”

         

       변이한 분타주, 적혈서와의 일전을 떠올렸다.

         

       꽤나 고생했었지.

         

       흑묘와 나 그리고 여일예와 혁기린이 다 달려들었지만 영물인 적혈서와의 전투에서도 우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일예와 혁기린이 직접 쇠사슬을 들고 뛰고 비천마차가 끌고 그것도 모자라 나와 흑묘가 시간을 끌어 간신히 혁기린의 일격이 적혈서를 침묵시켰다.

         

       그 사실을 떠올려 보면 혈교와의 전투에서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명확했다.

         

       “바로 진법입니다.”

         

       만약 적혈서를 상대할 때 우리들이 아주 기초적인 진법만 형성할 수 있었더라면 그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이 가볍게 적혈서를 처리했겠지.

         

       그러니 앞으로 혈교를 사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법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도 가급적이면 우수한 진법으로.

         

       나는 일행을 둘러보았다.

         

       뇌기를 사용하는 나. 구음기를 사용하는 흑묘. 특별히 치우치지 않은 점창파의 신법을 익힌 여일예와 혁기린. 그리고 패도적인 기운을 풍기는 독고이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기운이다.

         

       진법이란 비슷한 종류의 내공심법을 익힌 자들끼리 펼치는 것이 기본.

         

       게임 무림천하를 플레이하며 얻은 지식에는 진법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일행의 기운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진법은 없었다.

         

       그런 진법을 구해 운용할 수야 있어도 효율이 바닥을 치겠지.

         

       일행을 포용할 수 있는 진법이 이 무림천하에 없다면 그 해법 역시 간단하다.

         

       새로 만들면 되지.

         

       “그 진법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호북으로 갑니다.”

         

       이 무림천하에서 알아주는 지낭들의 집합소.

         

       진법을 구하기 위해 비천마차가 향할 곳은 바로 제갈세가였다.

         

       *** ***

       

       “…떠난다고?”

         

       갓 이어진 여일예와 흑묘.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맹 추격하는 혁기린과 독고이설의 구도를 더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고?

         

       그 사실에 충격을 받은 위서련.

         

       “뭐. 그럴 만한 일이 생겼다.”

         

       “으음.”

         

       담담하게 사실을 전하는 당소열을 보면서 위서련은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부산하게 야영지를 정리하는 일행들 사이에는 무형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으니까.

         

       무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마음을 날카롭게 벼린 기색이 역력했다.

         

       위서련은 아쉬움을 달래며 흑묘와 호천안에게 인사를 건넸다.

         

       “무운을 빌지.”

         

       “이렇게 급히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동안 즐거웠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군.”

         

       위서련은 부산하게 움직이는 이들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지던 연애 이야기도 도박 상대들도 한번에 떠나니 벌써부터 쓸쓸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위서련에게 당소열이 다가갔다.

         

       “어이,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딱히.”

         

       누가 봐도 축 처진 위서련의 표정에 당소열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또 신강에 올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 녀석들 사이에 생긴 일을 들려줄 테니까.”

         

       “하.”

         

       위서련이 피식 웃었다. 어설픈 위로를 받을 정도로 내 표정이 형편없었는가.

         

       우스웠다.

         

       당소열의 어설픈 위로도 그리고 그런 어설픈 위로 약간이나마 상심이 달래지는 자신의 마음도 말이다.

         

       “기대하고 있지. 천하를 들쑤시고 다니는 그대들이니 언젠가 또 인연이 닿을 터.”

         

       “그래.”

         

       기약 없는 약속이었지만 위서련은 이 약속이 퍽 마음에 들었다.

         

       일행은 부산하게 야영지를 정리하며 채비를 마쳤고 독고이설은 당혹스러워하는 하수인들에게 일방적으로 호천안 일행에 합류할 것임을 통보했다.

         

       일행을 배웅하는 위서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일행은 비천마차에 탑승했다.

         

       독고이설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비천마차에 탑승했다.

         

       평생을 운남에서 나고 자란 독고이설. 이 먼 신강까지 찾아온 것 역시 독고이설에게는 여행이었지만 정작 독고이설은 그 여행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독고이설은 달랐다.

         

       형태야 어찌되었던 용지맹이었던 뇌검낭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야영지라는 한정된 공간을 떠나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호천안과의 거리도 좁혀지고 연심도 싹트게 되겠지.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호천안을 바라보던 독고이설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꽈아악.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안전띠를 점검하며 확실하게 졸라매는 일행들. 혁기린은 서공을 단단히 안기까지 했다.

         

       “이설 소저께서도 안전띠를 착용하시지요. 비천마차는 빠른 속도로 달리니까요.”

         

       호천안의 말에 독고이설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마차를 타는데 뭐가 이리 비장해?

         

       마차가 빠르다고 한들 마차일 뿐이었다. 초절정 고수의 능력을 생각하면 마차가 전복된다 한들 다칠일은 거의 없을 텐데.

         

       진한 의문을 가진 채 일단 안전띠를 착용하는 독고이설의 모습을 보며 일행들은 생각했다.

         

       비천마차는 마차치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달리지만 속도만 따지면 초절정 고수가 경험해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비천마차의 공포는 단순히 속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사두마차가 낼 수 있는 속력을 한참이나 벗어났다는 괴리감. 그리고 마차라는 틀 안에 갇혀 있음에도 계속해서 불안감을 자극하는 덜컹거림. 단숨에 마차를 박살내지 않는 이상 빠져나갈 수가 없는 안전장치.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 그럼 오늘도 달려볼까요!”

         

       속도감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슨 미친짓이라도 태연히 저지를 것 같은 마부의 존재까지.

         

       일행 모두가 손잡이를 꽉 쥐었을 때 독고이설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두두두두두!!

         

       순식간에 가속하는 비천마차.

         

       도무지 마차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감에 독고이설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이, 이거! 괜찮은건가요!”

         

       “적응하시지요.”

         

       이미 달관한 혁기린이 서공을 꼭 안으며 독고이설을 바라보았다.

         

       “괜찮습니다. 그냥 통과의례려니 하십시오.”

         

       “아니! 이건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잖아요! 이 숲길에서 이 속도로 어떻게 나무를 피하려고!”

         

       “하하하하! 괜찮습니다!”

         

       드드드득!!

         

       손잡이로 연신 바퀴의 축을 움직이며 요리조리 나무를 피하는 당도연. 당연히 마차 안에 걸리는 마차 안에는 급격한 관성이 걸렸고.

         

       “꺄아아아악!!”

         

       독고이설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하하하하하!!”

         

       두두두두두두!!

         

       “이게 뭔가요! 꺄아아악!”

         

       위서련은 입을 쩍 벌린 채 순식간에 점으로 사라지는 비천마차를 바라보았다.

         

       거친 말발굽 소리에 아련하게 섞이는 독고이설의 비명은 덤이었다.

         

       “하.”

         

       위서련은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하여간 재미있는 자들이로군.”

         

       위서련의 시선에 검디 검은 자신의 머리카락에 닿았다.

         

       흑룡기에 칠흑같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

         

       흑룡의 저주로 인해 어떤 수를 써서도 감출 수 없는 천마의 기세와 특징.

         

       만약 내가 천마가 아니었다면 저들과 함께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저 일행에 껴서 더 많은 재미를 누릴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담담히 그 가능성을 긍정하는 위서련의 얼굴에는 미련 한 점 떠올라 있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저들을 따라 여행을 다니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을지는 모르나.

         

       위지천은 늘 고독하게 홀로 천마전을 지키고 있어야 했을 테니까.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려 이렇게 천마가 되지 않았던가.

         

       만약 일행을 따라갔을지라도 그 점이 마음에 걸려 금새 신강으로 돌아왔을 터였으니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문득 위지천을 떠올린 위서련은 요새 호천안 일행에 정신이 팔려 위지천과 도박을 한지 꽤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위서련은 품 안에 넣어둔 주사위를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아버님이랑 도박이나 해야겠군.”

         

       모든 미련을 털어버린 위서련의 발걸음이 천마전을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갈세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혈존의 이름에 대한 언급을 없앴스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