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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9

    <419 – 집 지키는 모자씨>

     

    2대모자씨, 아니 엘리스는 오매불망 오크노디가 도착하기만 기다렸다.

     

    -복수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이 네 파파라도 복수할 수 있겠어?

    -…!

    -이제 와서의 이야기야. 누가 지령을 내렸을지는 모를 일이지. 지령을 내린 장본인도 그런 사소한 일은 기억하지 못할 거야. 나야 샤를로테의 성장을 위해 이용당한 말단 중의 말단 장학생이었으니까.

     

    본인 입으로는 누가 자신에게 마지막 지령을 내렸는지 모를 일이라며 복수에 초연한 사람처럼 굴었지만 사람 마음이 쉽게 복수를 단념할 리 없다.

    그녀라고 사람이 좋아서 복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복수대상을 찾을 방법도 없고, 찾더라도 복수를 성공시킬 힘도 부족함을 안다.

     

    -그럼 샤를로테의 뒤를 봐주는 재단인사를 찾아내면 되죠! 샤를로테에게 호의적인 사람이 2대모자씨를 괴롭힌 장본인일 테니까요.

     

    아카데미의 치외법권, 휴학생전용구역.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써서라도 포인트를 벌려는 자들이 모인 아귀소굴이다.

    교장의 충실한 가디언 마하바라타 교수라면 포인트를 벌기 위해서라면 세상에 재앙이 될 휴학생들을 한 곳에 모아 격리조치를 취하겠다는 이유로 모아놓은, 드래곤 교장이라면 재미있으니까 라는 짧고 굵은 이유로 몰아놓은 장소!

     

    ‘무사할까?’

     

    오크노디는 저래 보여도 마음이 여린 아이다.

    자식과 어미를 한 번에 요리하는 오야코동 돈까스덮밥은 너무 불쌍하다며 딱 한 번만 먹고 두 번은 먹지 않는다.

    연어와 연어알로 만든 하라코메시도 연어가 불쌍하다며 딱 한 번만 먹고 두 번은 먹지 않았다.

     

    ‘동정심이 아주 깊은 아이야.’

     

    재료를 몰랐다면 맛있게 먹을 보신탕도 알고 나면 한 번만 먹고 다시는 못 먹겠지.

    아마 그 한 번도 식재료로 쓰인 생물들의 슬픈 사연을 떠올리며 그 맛을 괴로운 감정으로 덧씌우고 다시는 먹지 않겠다는 맹세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치고는 군침까지 주르륵 흘려가며 맛있게 먹을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에이 설마.

    뭔가 잘못 생각한 거겠지.

     

    마음은 여리지만 힘은 센 오크노디라면 무사히 돌아오리라 여기며 엘리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였다.

    벽보다는 자유롭지만 암흑적성평가모자라는 새로운 그릇에 갇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뿌리를 연속으로 내지르면 연속찌르기, 하나로 모아서 내지르면 일점찌르기가 된단다.”

    “응애!”

     

    응애 만드라고라와 놀아주기였다.

    툭하면 헤스티아가 놀러 와서 격투술을 이것저것 알려줘서 그런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자동수복마법이 없었으면 응애펀치에 너덜너덜해진 벽이 진즉에 뚫리고도 남았으리라.

     

    “그 아이가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치?”

    “응애.”

     

    열심히 단련한 응애펀치로 뭘 때려눕히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수련도 참 열심히 한다.

    뿌리가 굵은 식물들은 다 저렇게 남들이 안 보는 때에는 부단히 노력을 하는 걸까.

    기특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했다.

    무생물이 되면 노력 따윈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그저 숨만 붙은 채로 살아있기만 하면 될 텐데.

     

    ‘멍청한 소릴. 그런 건 살아있는 게 아니잖아.’

     

    오크노디에게 구해지기 전까지의 삶은 빈말로도 즐거운 삶이 아니었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다를 바 없는 삶.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삶을 관음 하듯이 그저 지켜볼 뿐인 삶.

    그런 걸 어찌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따금 소녀의 감수성이 튀어나와 지나가던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거나 장난을 걸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도 있기는 했다.

    그것을 실행으로 옮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리광을 부린 건 아가씨입니다.

    -그렇다고 받아주면 어떡해요. 전 제가 죽을 자리를 골랐을 뿐인데.

    -아가씨는 벌을 받을 겁니다. 당신의 어리광 때문에 집사가 어떤 위험을 감수할지 생각하며 괴로워하십시오. 그것이 아가씨에게 내리는 저의 벌입니다.

     

    단 한 번의 어리광이 죽음만도 못한 방관자로서의 여생을 만들었으니까.

    아카데미 내에 퍼진 교내괴담에 편승하여 아무도 없는 빈방 옆에 입주한 사람에게 말을 걸고 단둘이 대화하는 것 외에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면 알아봐주기를 바랐던 건지도 모른다.

    조나라면 자신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알고 있으니까.

     

    -받으십시오. 장학생들의 눈을 피해, 육신을 버리고 의식만이라도 사물에 깃드는 스크롤입니다.

     

    당신의 아가씨는 여기에 있다고.

    최고의 재능을 지닌 그릇을 빼앗아 재단의 눈을 피해 오직 당신만의 아가씨가 되어서 돌아가겠다고.

    무고한 학생의 몸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겠다는 악독한 마음마저 먹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그조차도 해내지 못했다.

    헤스티아는 외롭지만 강한 사람이었다.

    오크노디는 외로움을 모르는 강한 아이였다.

    너무 강하기에 고독해진 두 사람은 그녀가 손대어 망가뜨리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다운 원석이었다.

    보석에 자신이 손을 대어 때가 타도록 만드는 것조차 미안해질 정도의 아름다움.

    헤스티아 한 명이었다면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헤스티아는 마음이 약했지. 천하제일의 인재들이 모여든 아카데미에서조차 혼자라는 사실에 세상 그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영원토록 고독하게 홀로 살아가리라 여겼을 테니까.’

     

    그 마음의 빈틈을 자신이 사로잡는다면 몸을 빼앗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오크노디가 있었다.

    벽속에서 백 마디의 대화를 주고받아도 편견 없이 그녀를 대하는 오크노디의 한 마디에 마음이 녹은 헤스티아가 기숙사에 돌아와서 들려주는 이야기란.

    참 자신이 하는 짓이 부질없고 좀스럽다는 자각만 느끼게 했다.

    한마디 대화가 고픈 사람을 고독으로 밀어넣는 짓이 재단과 무엇이 다른가.

    그 사실을 깨달은 날부터 엘리스는 헤스티아의 몸을 빼앗는 것을 단념했다.

    그리고는 반쯤은 호기심으로, 나머지 반은 원망의 마음을 담아 오크노디의 곁을 맴돌았다.

     

    ‘재단의 수석장학생…?’

     

    처음에는 재단이 드디어 미친 줄 알았다.

    애먼 아이 하나를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온 세상에 적을 둔 재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재단의 아가씨가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게 가능했다.

    낭중지추라는 동방의 격언처럼 뛰어난 재능은 감추어도 드러나게 되어있다.

    차라리 그 재능을 온 세상에 드러내니 누구도 재단의 것을 함부로 탐내지 못했다.

    싹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그 재능의 적이 되기를 두려워했다.

    아카데미에서는 명호스님을 따로 붙여 경호하며 암중에서 적을 물리치기까지 했다.

     

    그것이 부러웠다.

     

    조나 한 사람의 인정을 받고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조차도 목숨을 걸어야했던 자신과 달리, 오크노디는 시작부터 모두의 인정을 받았다.

    샤를로테를 상대로 느꼈던 질투의 몇 만 배가 단숨에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쌍하지?’

     

    아이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은 무기교체 기능을 단련한다고 아무도 없는 기숙사에서 혼자 무기를 뽑았다가 넣기만 3시간씩 반복하며 응애 만드라고라를 공포에 빠뜨린다.

    또 어느 날은 웅덩이마다 다른 속성의 마법현상이 고인다는 말에 전기웅덩이를 찾아가 손가락을 푹 쑤셔 넣고 전기고문저항훈련을 하고 돌아왔다.

     

    ‘훈련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 이 아이는 진짜 놀이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해.’

     

    관념이 망가졌다.

    상식이 혼재되었다.

    재단에 의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아이.

    어찌 동정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퉁명스러운 시선에 차츰 걱정이 섞이더니 어느새 반쯤 보호자의 마음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 이 마음에 더는 오크노디를 향한 원한과 질시의 감정 따위는 없어.’

     

    오직 연민과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기숙사에 침투한 고학년들이 은밀히 오크노디의 방으로 접근했을 때, 엘리스는 모자를 움직여 달아나는 대신 격퇴를 준비했다.

     

    “저기다.”

    “미친. 만드라고라를 물병에 꽂아 넣고 키우고 있어? 이 자식, 죽으려고 환장한 건가?!”

    “오르캐치 부장.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이 멍청아. 만드라고라는 양분을 먹을수록 급속도로 성장한다고. 성장속도가 주인의 강함을 능가하면 <죽음의 절규>를 내질러 자다가 즉사할지도 몰라!”

    “헉!!”

    “오크노디는 그런 위험한 식물몬스터를 24시간 성장시키고 있단 말입니까?”

    “이거 평범한 물도 아닙니다. 배양액인데요?”

     

    오크노디에게는 그저 귀여운 응애일 뿐인 만드라고라를 죽음의 전령이자 몬스터로만 바라보는 자들.

    앨리스는 저 괘씸한 침입자들의 머릿속에 <텔레파시>를 날렸다.

     

    [보안술식을 입력하지 않은 침입자가 감지되었습니다. 카운트다운 30. 29. 38.]

     

    식물동아리 부장 오르캐치 및 동아리부원 일동이 사색이 되었다.

     

    “폭탄인가?!”

    “부장, 어떡합니까?!”

    “서치아이에 걸리는 보안술식이 없습니다! 어디에 뭘 입력해야할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부장 오르캐치는 앨리스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갔다.

     

    “뜸 들이지 말고 만드라고라만 빼돌린다.”

     

    발치에서부터 넝쿨을 불러내어서 물병을 휘어 감으려 시도하는 오르캐치.

     

    찰싹!

     

    오르캐치의 눈에 당혹스러움이 일어났다.

    뻗어냈던 넝쿨이 만드라고라의 뿌리에 맞아 뚝 부러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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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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