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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정의. 올바른 도리.

       

       과연 무엇이 올바른 도리일까? 인간을 그만두게 된 후,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세월동안 생명들을 가꾸며 지내온 나로서도 감을 잡을 수 없는 개념이었다.

       

       옳다는 것이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그 모든 것이 막연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가늠하기 힘든 개념을…. 이 단순하고 자뻑이 심하며 곤란한 아이가 책임질 수 있을까?

       

       나는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아무튼, 지금의 저는 대단하다구요! 엄마가 칭찬해줘도 괜찮다구요! 작고 나약한 인간들이 어둠을 두려워할때 저의 이름을 부른다구요!」

       

       

       뭐, 빛의 신이라는 칭호는 이해할 수 있긴 하지만…. 저 아이가 빛 그 자체와 다름이 없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으니.

       

       걱정이 되는건 정의와 법의 신이라는 부분이지.

       

       

       “정의라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정의요? 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요!」

       

       

       거 봐. 아무 생각 없잖아.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

       

       「그야 물론, 제가 아름답다는 것이지요!」

       

       

       진짜 얘가 법과 정의의 신으로 괜찮은걸까?

       

       

       「아무튼! 제가 이렇게 대단해졌으니까! 이제 엄마를 대신해서 세계를 다스릴께요!」

       

       

       음?

       

       

       “샤마쉬. 그게 무슨 소리니?”

       

       「엄마는 저희가 나타나기 전부터 세상을 가꾸셨잖아요? 얼마나 긴 세월동안 가꾸셨던건지는 모르겠지만…. 까마득한 시간동안 그러셨을테죠! 하지만 그런건 안 돼요! 엄마에게도 휴식이 필요할거라구요!」

       

       “휴식…?”

       

       

       그런게, 필요한가…?

       

       세상은 넓고, 생명은 많다. 그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데에 큰 문제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을 충분히, 훌륭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나에게…. 휴식…?

       

       농담도 잘 하는구나.

       

       

       

       「아무리 엄마가 대단하다고 해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건 힘든 일이라구요. 그러니까 엄마를 쉬게 해주고 제가 세상을 다스릴게요!」

       

       

       음…. 나를 위해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그저 마냥 머릿속이 새하얀 아이가 아니었구나.

       

       하지만 그럴수야 없지.

       

       

       “네가 세상을 다스리면 어떻게 다스릴 생각이냐?”

       

       「어떻게라…. 음…. 대충 따스한 빛을 뿌려주죠 뭐.」

       

       “그리고?”

       

       「그리고? 어, 흐음…. 대충 규칙 정해주고 지키지 않으면 사형?」

       

       “그 외에는?”

       

       「그 외에는…. 끄응…. 그냥 알아서 잘 살지 않을까요?」

       

       

       샤마쉬의 말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안되는거란다.”

       

       「네? 왜요?! 알아서 다들 잘 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잖아요? 좀 투닥여도 잘못한 애들은 제가 혼내주고! 뭐 그러면 되는거 아니겠어요?」

       

       “세상 일이 그렇게 단순하게 풀린다면 좋겠구나.”

       

       

       그냥 잘못한 녀석의 머리를 깨고 벌을 준다거나 하는 걸로 만사 OK라면 얼마나 편했겠냐만은.

       

       

       “그러면 하나 문제를 내도록 하마. 두 명의 여인이 한 아기를 사이에 두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다투고 있으면 너는 어떤 판결을 내리겠느냐?”

       

       

       널리 알려진 솔로몬의 판결. 아기를 살리려는 어머니의 모성을 이용한 현명한 판결.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이지만, 샤마쉬는 어떤 답을 낼 것인가?

       

       

       「네? 두 여인이 한 아기를 사이에 두고요? 어…. 음…. 엄마가 둘인건가요? 엄마가 둘이라 좋겠네요?」

       

       

       엄마가 둘이라니….

       

       

       “그런게 아니란다. 두 여인 중 한 사람은 아기의 엄마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아기를 욕심낸 도둑이지. 하지만 누가 진짜 엄마이고 누가 도둑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이니, 너라면 어떻게 판결하겠느냐?”

       

       「음…. 둘 중 하나만 진짜 엄마라…. 흐음….」

       

       

       샤마쉬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이런 시덥잖은 일에 신을 부른 두 여인의 목을 자르라고 할래요.」

       

       “진심이니…?”

       

       「아직 이야기 다 안끝났어요. 일단 그런 판결을 내리고, 정말로 목을 칠 것처럼 하면 자기 목숨이 경각에 달한 아기 도둑은 죽고싶지 않을테니 자기가 도둑이라고 자백하지 않겠어요?」

       

       

       어…. 음…. 왜 설득 될 것 같지?

       

       

       「애초에 법과 정의의 신인 제가 불린 시점에서 죄가 무거운 재판일테니까요. 아무튼 아기 도둑은 감옥에 가두고, 아기 엄마는 아기를 데리고 가게 된다. 이러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 아기 엄마가 자기가 아기 도둑이라 말한다면?”

       

       「그러면 아기의 엄마 자격이 없는거 아닐까요? 제 목숨을 살리고자 아기를 포기한 셈이잖아요.」

       

       “그렇다면…. 둘 다 끝까지 아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 말에 샤마쉬는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건 정말로 어렵네요. 음…. 어쩔 수 없죠. 어느쪽이 엄마고 어느쪽이 도둑인지 가릴 수 없으니, 둘 다 목을 치는 수 밖에. 아기는 고아원에 가겠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이겠죠.」

       

       

       우와…. 사이코패스…. 아니, 어릴때 정서 교육 같은건 충분히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매정한 아이가 된거지?

       

       

       「뭐, 인간은 셀 수 없이 많으니까요. 하나 정도 더 죽는다고 티가 나지도 않고. 솔직히 그런 사소한 문제로 법과 정의의 신인 저를 부른 시점에서 둘 다 목숨을 걸 각오를 했다고 생각하지만요.」

       

       

       음…. 인간의 왕과 법과 정의의 신으로써의 위치 차이인건가. 인간과 신의 위치는 아득할 정도로 차이가 나니까. 관점의 차이…. 흐음….

       

       모르겠다. 샤마쉬의 말이 약간은 맞는 것 같으면서도, 그러면 안된다는 느낌도 들고 있었으니.

       

       

       「이게 아니면 아기를 반으로 가른다거나 하는 걸로 협박하는 수 밖에 없는데, 그 상황에서 둘 다 아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아기만 죽는 것이잖아요? 그 상황에서 아기는 또 낳으면 돼! 라는 소리 같은걸 하면 저는 못참을 것 같거든요.」

       

       

       어, 음…. 그게 그렇게 되는건가?

       

       그러고보면 솔로몬의 판결은 철저하게 아기 엄마가 아기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는 가정 하에 내려진 판결이겠지…. 그런 모성애가 없는 엄마였다면,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하구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를 죽이느냐, 아니면 아기 엄마랑 아기 도둑을 죽이느냐. 둘 중 하나 아니겠어요? 게다가 아기를 반으로 가른다는 말로 엄마가 가려지지 않으면 불쌍한 아기만 죽을 뿐이고….」

       

       “그게 그렇게 되는건가?”

       

       「네. 차라리 아기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아기 도둑을 확실하게 죽이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무고한 자를 죽이더라도, 한 명의 죄인을 놓아둘 순 없으니까요.」

       

       

       아니, 마지막 그건 진짜 위험한 발언이잖느냐. 무죄추정의 원칙은 어디로 간거야.

       

       어, 음…. 신의 관점이라 다르게 보는건가? 개미처럼 많은 인간들 중 하나 정도는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건가?

       

       이건 좀 고치게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아차하면 100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이더라도 1명의 죄인을 벌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좋아! 샤마쉬를 두들겨 패서라도 교정하자. 유죄추정의 원칙은 안돼. 애초에 인권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고 해도, 법과 정의의 신이 그래선 안되는게야!

       

       아, 애초에 인권이 없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건가….

       

       인권이라는 단어가 탄생하는 시점도…. 한참 미래의 일일테니까.

       

       샤마쉬가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을지도 모르겠구만. 끄응….

       

       그래도 교정은 해야지. 음. 무고한 인간들을 죽게 할 순 없으니.

       

       

       「그렇게 애매한 문제라면 차라리 거짓말과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을 만드는게 더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싶은데, 엄마. 부탁 좀 해도 될까요?」

       

       “음? 부탁?”

       

       「네. 판결을 내리다 보면 거짓말로 저를 속이려 하는 죄인들이 정말로 많거든요. 그런 괘씸한 놈들의 머릿속을 읽고 거짓말을 파악할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머릿속을 읽고 거짓말을 파악한다라…. 음….

       

       생각을 읽어내는거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 이미 법과 정의의 신이라는 자리에 올라버린 이상,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보다 좀 더 수월하게 판결을 내릴 수단을 주는게 좋겠지.

       

       그렇다고 해서 교정을 하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지만!

       

       

       “확실히, 그런게 있으면 판결을 내리기 수월하겠구나.”

       

       「그렇죠? 부탁드려요! 엄마! 그것만 있으면 인간들의 재판은 제 선에서 끝낼 수 있으니까요! 더 이상 세상의 일이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을테니까요!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가릴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 그런 방법이라면 어떻게든 만들어보마.”

       

       

       정신을 읽어서 확인하는 마법 같은걸 만들면 되겠지. 이미 다른 육체와 정신을 연결하는 마법은 만들어 두었으니…. 그걸 일시적으로, 일방통행으로 읽어오는 기능만 살려서 만들면 될테니까.

       

       그건 그렇고.

       

       

       “그 방법을 만드는건 그렇다 치고, 무고한 이들을 희생하더라도 죄인을 벌하는 것은 그냥 두고 볼 수 없구나.”

       

       

       「네? 하지만…. 이 세계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걸핏하면 저를 불러서 재판을 해달라고 한다고요. 그런 일들을 하나 하나 처리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골라내는 것보다, 그냥 확실하면 죽이고 확실하지 않으면 심문하고 자백하면 죽이는게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걸요. 그렇게 좀 더 죽인다고 해서 인간들 숫자에 크게 티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게 안좋다니까. 차라리 지은 죄의 무게를 철저히 구분해서 가벼운 죄는 인간들이 처리하게 하고, 생명이 걸린 무거운 죄만 네가 처리하면 될 일 아니더냐. 그렇게 하면 네가 할 일이 줄어들테니.”

       

       「하지만…. 그러면 제가 구경할 재판의 수가 줄어드는걸요! 재판 구경이 얼마나 재밌는데요!」

       

       

       구…경…?

       

       

       [샤마쉬. 내 앞에 나타나라.]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힘을 담아, 샤마쉬를 소환했다.

       

       그러자 내 앞에 눈부신 빛의 덩어리가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고. 나는 그 형체를 한손에 거머쥐고서 화신을 만들었다.

       

       그러자 눈 앞에 금발의 미소녀가 나타난다. 인간의 모습을 가진 샤마쉬였다.

       

       

       “어, 엄마?!”

       

       

       갑작스럽게 육체를 얻어 당황해하는 샤마쉬의 정수리를 향해, 나는 힘을 듬뿍 담은 주먹을 휘둘렀다.

       

       

       까앙!

       

       

       – – – – – – – – – – – – – – – – – – – –

       

       

       그렇게, 잘못을 저지른 빛의 신을 벌하기 위해 창세신룡은 힘을 휘둘렀고.

       

       잠시동안 세상은 빛을 잃었다.

       

       그렇게, 세상에는 일식이 일어나게 되었다.

       

       

        – 리자드맨이 새긴 낡은 석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이 없다. 평범한 뼛조각인듯 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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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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