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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쀼, 쀼웃!”

       “어머! 얘, 도망가지 말구 이리 온!”

       “야, 네가 대뜸 소리 질러서 겁 먹었잖아!”

       “무슨 소리야, 호들갑은 네가 떨어 놓고?”

       “쀼우우우…!”

       

       다행히 아르는 울타리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았었는지, 쀼우 소리를 내며 도도도 달려와 작은 울타리 구멍을 통해 다시 이쪽으로 기어 넘어왔다. 

       

       “쀼우…!”

       

       아르는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나를 애타게 찾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발견하고는 눈물이 조금 맺힌 채 내게 두 팔을 쭉 뻗었다. 

       

       “아르야!”

       “쀼…!”

       

       나는 곧바로 울타리 앞으로 달려가 아르를 안아 들었다.

       아르는 한 이틀 정도는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아이처럼 나에게 안긴 채 내 품을 파고들었다. 

       

       “쀼우우….”

       

       꾸욱, 꾹.

       

       그러고 나서 심신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인지 내 배에 젤리를 대고 꾹꾹이를 했다. 

       

       “뀨우….”

       

       아르는 내 심장 부근에 얼굴을 가까이 댄 채, 고동 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다. 

       

       ‘그러게 왜 말도 안 하고 멋대로 막 다른 데 가 있었느냐고 혼내고 싶지만….’

       

       이렇게 나한테 꼬옥 안겨 있는 아르를 보니 차마 혼을 낼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런 공공장소에서 애를 잘 보고 있지 않았던 나한테도 책임이 있기도 하고….’

       

       아마 아르 딴에는 내가 편안히 돌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쉬고 있으니, 괜히 방해하지 말고 잠깐만 주변을 구경하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이 쏙 들어갈 만한 구멍을 발견하고 혹시 뭔가 더 대단한 곳으로 이어지는가 싶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가 봤겠지. 

       

       드래곤인 아르의 입장에선 온천 입장 시 성별이 구분되고 여기가 남탕이면 저쪽이 여탕일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아마 못 했을 거다. 

       

       ‘나랑 아무리 잘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일단 종 자체가 다르니…. 웬 낯선 여자들이 있는 걸 보고 무서웠겠지.’

       

       인간의 알몸을 본 적이라고는 나랑 같이 여관의 욕실에 들어갔을 때가 전부였으니….

       

       웬 인간들이 옷을 벗고 있는데 지금까지 봤던 내 몸과는 좀 많이 다른, 있어야 할 게 없고 없어야 할 게 있는 몸이라면 저렇게 놀라는 것이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뀨우우…. 뀨우.”

       “그래, 그래. 괜찮아. 나 여기 있어. 어디 안 가. 응?”

       

       나는 아르를 안은 채 엉덩이를 정성스레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아르를 달래 거의 진정시켰을 무렵.

       

       “어, 여긴가 봐.”

       “되게 작은 구멍인데, 여기로 들어왔나 보네.”

       “아쉽다….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

       “되게 애가 말랑해 보이지 않았어? 손 한 번만 잡아 보고 싶다.”

       “나도….”

       

       나무 울타리 바로 건너편에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쀼욱…!”

       

       아르는 목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리자 놀랐는지 눈을 꼭 감으며 내 품으로 더 파고들려고 했고. 

       

       “어? 여기서 방금 쀽 소리 들렸는데?”

       “바로 앞에 있는 거 같은데?”

       “거기 있니, 얘야?”

       

       나는 아르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며 어쩔 수 없이 대신 대답했다. 

       

       “저기, 제가 계약자인데요.”

       

       그러자 반대편에서도 놀란 듯 순간 웅성이는 소리가 났다. 

       

       “방금 그 쪼맹이 계약자신가 봐.”

       “아까 보니까 얼굴 좀 내 스타일이긴 했는데….”

       “목소리도 좋네….”

       “야, 다 들리겠다. 조용히 좀 말해.”

       

       저들끼리 소근거리는 소리를 다 듣고 있던 나는 헛기침을 했다. 

       

       “크흠, 저희 사역마가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호기심이 많아 가지고…. 제가 옆에서 잘 봐 줬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잠시 한눈을 파는 바람에….”

       “아뇨, 전혀 죄송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히려 한 번만 더 한눈을 팔아 주시면 안 될까요?”

       “뭐라는 거야? 아주 귀여운 거에 눈이 멀었구나. 얘 말은 신경쓰지 마세요. 여튼 귀여운 사역마 잘 봤습니다.”

       “혹시 이따 로비로 나오시는 거면 그때 한 번만 더 봐도 될까요?”

       

       나는 물샐 틈 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말에 조금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으음, 저희 아르가 겁먹지 않는 선에서라면 괜찮습니다.”

       “이름이 아르인가요? 이름도 귀엽네요. 겁먹지 않게 조심할 테니 이따가 봬요. 고맙습니다!”

       “아르래, 아르.”

       “너무 잘 어울린다.”

       “아르르르, 까꿍! 한 번 해 줘야지.”

       “너 이따가 그 얼굴 하면 애 운다. 알지? 자중해.”

       

       여자들의 목소리가 차츰 멀어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래도 별일 없이 끝났네.”

       

       혹시라도 저들이 사역마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며 정식으로 따지고 들기라도 했다면, 나는 어렵사리 사역마와 함께 들어온 온천에서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셈이 된다. 

       

       마이어 씨와의 인연 덕분에 사장님 프리패스를 받고 겨우 겨우 입장했는데, 이렇게 문제를 일으켜 버리면 월튼 씨 볼 낯도 없고, 무엇보다 앞으로 동반 입장이 막혀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최악은 여기서 로비랑 사우나 이용도 다 못 해 보고 바로 쫓겨나는 거지.’

       

       이런 온천이나 찜질방은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기 위해 오는 것도 있지만, 막상 몸을 담그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통상 30분 정도 몸을 담근 뒤에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잠깐 나와서 쉬어 주는 것이 좋고, 쉬었다가 다시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보통은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로비 쪽에서 수분도 보충하고 먹을 것도 좀 먹고 느긋하게 사우나도 좀 들렀다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때 뜨거운 물에 몸 한 번 더 담그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즉, 결국 하루 동안 이용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로비와 사우나 쪽이란 말이지.’

       

       그런데 들어와서 몸 좀 담그자마자 물의를 일으켜 쫓겨난다면, 기껏 들어온 온천 서비스의 2할 정도밖에 이용하지 못한 셈이 된다. 

       

       ‘그렇게 되지 않아 다행이야.’

       

       나는 다시 한번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르를 데리고 조금 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가 아르의 몸의 긴장이 완전히 풀어졌을 때쯤 데리고 나왔다. 

       

       “쀼우!”

       “그래, 이제 괜찮아? 아르야, 앞으로는 어디 갈 때 나를 꼭 불러야 돼, 알겠지?”

       “쀼우….”

       

       아르가 잘못했다는 듯 시선을 떨구자, 나는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알아, 아르가 나 고생한 거 알아주고 나 편하게 쉬는 거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 갔다 오려고 했다는 거.”

       “쀼우…!”

       

       그러자 아르는 막 혼날 줄 알았는데 자기 맘을 이해해 줘서 고맙다는 듯 나를 올려다 보았다. 

       살짝 감동까지 한 듯, 아르의 커다란 눈망울에 물기가 살짝 맺혔다.

       

       “그래도 앞으로는 꼭 잠깐이라도 어디 갈 땐 나한테 말하고 가야 해. 알겠지?”

       

       나는 나름대로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아르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었다. 

       

       “쀼, 쀼웃!”

       

       아르는 꼭 그러겠다는 듯 작은 앞발을 쥐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탕에서 나온 나는 수건으로 몸과 머리를 말린 뒤, 쌓여 있는 찜질복 중 내 사이즈에 맞는 것을 골라서 착용했다. 

       

       “자, 이제 몸도 따끈하게 한 번 담그고 나왔으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쀼우웃!”

       

       맛있는 거라는 말에 아르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꼬록.

       

       “쀼…쀼웃!”

       

       안 그래도 입장하기 전에 카운터에서 눈물 한 번 쫘악 쏟았겠다, 들어와서는 온통 처음 보는 것들 사이에서 열심히 뛰어 다니고 헤엄까지 쳤으니 배가 고플 만도 했다.

       

       ‘게다가 따끈한 물에 몸 담그고만 있어도 은근 칼로리가 많이 빠진다고 하니까.’

       

       아르는 자신의 배에서 난 꼬륵 소리가 부끄러웠는지 앞발로 자기 배를 가리며 뺨을 붉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뒤, 아르를 번쩍 안아 들고 로비로 향했다. 

       

       “어, 저기 쪼맹이다!”

       “쪼맹이가 아니라 아르라잖아.”

       “안녕하세요! 기다렸어요!”

       

       로비에서는 아까 반대편에 있던 여자들이 찜질복을 입은 채로 우리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쀼우…!”

       

       아르도 조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오른쪽 앞발을 들어 마주 인사했다. 

       

       “꺄악! 나한테 손 들어서 인사해 줬어!”

       “얘야, 하이파이브 한 번만 해 봐도 되니?”

       

       아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 그들은 번갈아 가며 아르의 말랑한 손을 잡고 감탄을 했다. 

       

       나는 아르가 그들과 인사를 하는 동안, 맥반석 달걀 몇 개와 시원한 우유를 주문해 아르에게 가져다 주었고. 

       

       “쀼웃! 쀼!”

       

       아르는 내가 까 준 맥반석 달걀을 양손으로 꼬옥 잡고 행복한 표정으로 베어 먹었다. 

       

       “먹는 것도 너무 귀여워….”

       “자기 팔만 한 우유병 쥐고 마시는 거 봐….”

       “입가에 우유 묻은 거 진짜 미쳤어….”

       

       여자들은 결국 내가 아르 입에 묻은 우유 자국을 닦아 줄 때까지 흐뭇한 얼굴로 구경을 하다가 감사 인사를 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 

       

       “쀼우!”

       “잘 먹었어? 우리 여기 있는 거 다 맘껏 먹을 수 있으니까, 조금 이따가 출출해지면 또 오자.”

       “쀼우웃!”

       

       아르가 달걀을 먹는 동안 나도 옆에서 달걀을 두 개나 추가 주문해서 까 먹었기에, 잠깐 쉴 겸 우리는 저온 사우나에 들어가 있기로 했다. 

       

       “오, 여기 사람 없다.”

       

       우리는 수많은 사우나 방 중 구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렇게 적당히 배부를 때 사람 없는 조용한 곳에서 아르랑 단둘이 있으니까 그냥 행복하네. 그냥 행복해.’

       

       정말 ‘그냥 행복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극상의 만족감.

       

       이렇게 조금 쉬다가 나가서 옐로베리 빙수나 시켜 먹을까, 아니면 딸기 빙수? 하고 고민하고 있을 무렵.

       

       끼익.

       

       나의 행복한 상상을 깨고 누군가가 사우나 방에 들어왔다. 

       

       ‘쳇, 아무도 없어서 좋아했는데…. 누가 눈치 없이 들어온….’

       

       하지만 나는 곧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까먹은 채, 입을 떡 벌리고 방금 들어온 사람을, 아니 여인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길게 늘어뜨린, 부드럽게 빛나는 금발.

       에메랄드처럼 깊은 녹빛의 눈동자.

       그리고 티끌 하나 없어 보이는 새하얀 피부.

       거기에 유려하면서도 절제되어 있고, 또렷하면서도 조화로운 이목구비까지.

       

       

       ‘같은 사람을 보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돈데…?’

       

       

       찜질복조차 완벽하게 소화할 정도의 외모를 가진 그녀는, 그대로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꿀꺽.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음에도 왜인지 모르게 조금 경직된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일부러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한손으로 아르를 조금 더 내 쪽으로 당겨 왔다. 

       

       “뀨우.”

       

       아르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나에게 기대며 뀨우 소리를 냈고.

       

       그녀는 곧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귀여운 드래곤이네요.”

       “하하, 그, 그렇죠? 다들 귀엽다고….”

       

       긴장한 채 바로 대답을 한 나는, 그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멈추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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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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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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