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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함정상자 방으로 향하는 갈림길에 멈춰선 채 소리에만 집중하더니, 갑자기 고블린 팩 인근으로 이동해 캠핑을 시작했던 아따먹, 이예나.

       

        『???』

        『얘 뭐함』

        『숙박형 도적』

        『말년병장임?』

        『???: 야 나 없다고 해라』

        『사냥 안 해?』

       

        어느새 300여명으로 늘어난 시청자들이 일제히 의문을 표하거나 말거나, 자리를 지키던 그녀는 발걸음 소리에 반응하여 은신을 시전했고-

       

       은신이 완료되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레반이 무방비하게 사냥을 시작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의 의문은 감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광전사가 경로를 정하기도 전에, 그가 택할 사냥터에서 함정을 파고 기다렸다.

       

        두 방송을 모두 켜놓고 보고 있던 시청자들조차 방플 의혹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심리를 읽어낸 플레이.

       

        그리고 이어서,

       

        [레바노프스키 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도적) → 레바노프스키(광전사)]

       

       “도적 좋죠?”

       

        『컨 개잘하긴 하네』

        『동선 어케 읽은 건가요?』

        『레반을 지하에서 걍 압살하네』

        『두 번째 공격 안 보이지 않음??』

        『안 보이는 데 어케 패링한거야 ㅋㅋㅋㅋㅋㅋ』

        『방금 뭘 본거지』

        『와 미친』

        『티배깅 돌았네 ㅋㅋㅋㅋㅋㅋ』

        『레반 솔킬 ㄷㄷㄷ』

        『방금 뭐한거??』

        『공격이 있었나?』

        『뭘 패링한거야』

       

        교전 시작 십여초만에 솔로킬을 따내는 모습에, 감탄은 다시 의문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죽이면 됩니다. 이래서 광전사 같은 캐릭터를 하면 안 되고, 할 거여도 방어 특성을 빼면 안 되는 거예요.”

         

        언제나와 같은 나른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약간 커지고, 빨라진 채, 조금은 신난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는 이예나.

       

        그런 그녀의 귀에, 방금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아우성치는 채팅창을 대변한 후원메시지가 들려왔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방금 공격 안 보이지 않았나요? 대체 어떻게 패링함?】

         

        게임 중 채팅을 절대 안 보는 이예나와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도적이란 단어가 안 들어간 질문에도 답변을 얻어내는 유일한 방법.

         

        의도된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방송에서 가장 악랄한 활동비 수금 문화가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아! 좋은 질문이에요.”

         

       라며 반색한 이예나는,

       

          [고블린이 다시 달라붙어 공격하기 전까지 승부를 봐야하는 광전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니 첫 공격을 던질 때 이미 연계기를 선입력하였을 것이고, 그 공격은 일격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상반신- 특히 머리를 노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연히 와야 할 공격이 시야에 보이지 않았으므로, 상대는 사각을 노려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애초에 오른쪽 도끼로 휘두른 첫 공격을 회피할 때, 이걸 노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모션을 사용하여 하단을 시야의 사각으로 만들었으니,

        

          광전사가 왼쪽 도끼로 하단에서 위로 비스듬히 올려치고 있다는 전제 하에 패링을 하면 그만이다.]

        

       라는 의미를 담아,

       

        “공격이 안 보인다는 건, 사각을 패링하면 된다는 뜻이에요.”

         

       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음. 음.”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서비스처럼 얹어진, 어딘가 만족스럽다는 듯한 추임새는 덤이었다.

         

        달리 말해,

         

        후원메시지를 보내서 답을 받아낸다고 해서 딱히 소통이 되지는 않았다.

         

        『아니 맞는 말이긴 하네』

        『끄덕』

        『아 완전 이해했어』

        『안 보인다는 건 안 보인단 뜻이에요』

        『참 쉽죠?』

        『그냥 가슴으로 이해하라고 개돼지들아』

        『가슴이 보여야 가슴으로 이해를 하지』

        『캠 언제 키시나요 32트』

         

        그러나 이예나는, 그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흐흣, 하고 웃을 뿐이었다.

         

        “도적, 좋죠?”

         

        시청자들로서는 몹시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머리에 카메라가 거치되어 있지 않았기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은 없었고-

         

        『도적이랑 대체 뭔 상관인데요』

        『저도도적이좋아요눈나』

        『아니 어디가 어떻게 좋은 건지 설명을 좀 해줘』

        『그냥 도적이 좋은 걸로 합시다』

        『웃음소리 진짜 홀리네』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한 번만 더 웃어주세요』

         

        차츰차츰, 채팅창도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상대방, 레반만 빼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었다.

        

       * * * *

        

       그스그시-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 – 라는 말이 있다.

        

       방송의 분위기는, 결국 스트리머가 만들어가는 것.

        

       다행스럽게도 평소 진중한 분위기의 실력 방송을 지향했던 레반의 채팅창은, 부캐에서 듣도보도 못한 도적에게 영혼까지 털리는 대참사 앞에서도 비교적 평화로웠다.

        

       『15킬 0데스 하드캐리 ㄷㄷㄷ』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도적 짜증나ㅠㅠ』

       『방플 아님?』

       『이번 판 너무 말렸네요』

       『상대 부캔가요?』

       『도적 무슨 정신병잔가 운 좋게 잘 풀려놓고 도적 좋죠? 이지랄』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칼 같은 채팅 관리도 한 몫 했고.

        

       물론,

        

       그렇다고 짜증이 덜 나는 건 아니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도적 좋죠?】

        

       『너 나가』

       『낄끼빠빠해』

       『나가』

       『ㄴㄴㄱ』

        

       신경을 은근히 긁어대는 시청자가, 하나 둘씩 침투해 들어오고 있었으며,

        

       [간달픗데샷 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도적) → 간달픗데샷(마법사)]

        

       [간달픗데샷(마법사): 아 지하 차이 진짜 못해먹겠네]

       [간달픗데샷(마법사): 그냥 서렌 치죠]

       [last_crusade(성기사): 간달픗데샷 쟤 정상적으로 말하는 거 처음 봄]

       [last_crusade(성기사): 맨날 무슨 데샷데샷 거리기만 하던데]

       [last_crusade(성기사): 업적 달성 축하한다 레반아]

       [last_crusade(성기사): 네가 한국어 1타 강사구나]

        

       게임 자체도, 명확한 지하 차이로 기울어가고 있었으니까.

        

       정신이 나간 것 같은 갑옷 세팅과 빈번한 도발 모션은 방심을 위한 페이크였을까.

        

       첫 킬을 따낸 직후부터, 도적은 칼같이 스노우볼을 굴리며 숨쉴 틈이 없게 압박을 해나가고 있었다.

        

       반복해서 상자와 몬스터 팩 이지선다를 강요하고,

        

       잠시라도 망설이면 바로 지상으로 튀어 올라가 마법사를 물고 늘어진다.

        

       그러는 사이에 어디서 이동속도 증가 신발이라도 하나 줏어 먹었는지,

        

       지상으로 합류해서 포위할라 치면 빠르게 사라져서 다시 지하에서 활개친다.

        

       그리고 이따위로 굴러가는 스노우볼을 어떻게든 멈춰보고자 무리하게 피지컬 싸움을 건 결과가, 1킬 5데스라는 처참한 성적이었다.

        

       [항복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 ■ ■ ■ □ □

        

       결국 올라오는 항복투표에, 레반은 스스로도 조금 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조용히 변명 아닌 변명을 입에 담았다.

        

       “부캐같은데……챌린저에서도 도적 저 정도 하는 사람 없어요.”

        

       『ㄹㅇ 도댓도 저 정돈 아닌데』

       『레반님 이길 챌린저 도적이 있나?』

       『도댓따위를 어디 비벼요』

       『[매니저] 타 스트리머 비하 발언 자제해주세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근데 도적 좋죠?】

        

       저 멘트.

        

       저 빌어먹을-

        

       ‘참자.’

        

       순간적으로 울컥 올라올 뻔했던 분노를 애써 눌러낸 레반이, 나지막히 대답했다.

        

       “……폭주 특화 광전사 상대로는, 도적이 카운터가 될 수 있을 거 같긴 하네요.”

        

       부캐로 빌드를 깎아나가는 과정에서 약점을 알게 되었으니, 분명 좋은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이유는, 어디서 여자 목소리로 녹음까지 해와서 보이스채팅으로 티배깅을 할 정도의 또라이와 만난 탓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리던 레반의 눈에, 한 채팅이 확대된 것처럼 들어왔다.

        

       『저 도적 본캐일걸요? 방송 중이에요』

        

       ‘어그로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방송을 하는 사람이 이런 티배깅을 할 리가 있겠는가.

        

       [항복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 ■ ■ ■ ■ □

        

       =패배!=

        

       비참하게 불타는 깃발의 애니메이션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반은 키를 조작하여 게임을 종료했다.

        

       “아쉽지만,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은 휴방이고, 모레 방송은 내일 게시판에 공지드릴게요. 다들 모레 봐요.”

        

       그리고 인사의 물결을 뒤로 하고,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채팅창 없이 텅 빈 화면이 조금은 반가웠다.

        

       방송을 하면서 이 정도로 감정이 흔들린 건 오랜만이었다.

        

       ‘아까 아이디가……아따먹? 방송하는 분이라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이 사람인가?’

        

       불신하는 마음 반, 호기심 반.

       

       그리고, 혹시나 자신의 시청자들이 다른 스트리머의 방송에서 깽판을 칠까 걱정되는 마음 약간을 가지고,

       

       레반은 이예나의 방송에 접속했다.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속보) 레반갓 20초컷 솔킬ㄷㄷㄷㄷ]

        [는 베타 물로켓 퇴레기가 마스터 현지인 도적한테 솔킬을 당한 거였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느라 잠 다 깼는데 퇴레기한테 손해배상 청구 가능하냐?]

        –     6시간째 게임 중인데 솔킬 한 번 가지고 호들갑

        –     ㄴ 응~ 티배깅까지 알차게 당했어~

        –     솔킬에 의미부여하는게 딱 실딱이

        –     ㄴ 도적한테 따이는건 딱 어디임?

         

        [작성자: 아따먹따먹]

        [제목: 야 저번엔 가슴만 기다리느라 몰랐는데]

        [가슴 안 나와서 게임화면 보니까 아따먹 존나 잘하는데……?

         

        판단 하나하나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데, 매번 하이 리턴만 가져가

         

        어케 하는 건지 감도 안 잡히네]

        –     ㄹㅇ 아까 교전 뭐가 어케 된 거야?

        –     ㄴ 몰라 고개 들어서 1타 피하더니 갑자기 패링소리나고 광전사가 뒤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ㄴㄴ 1타 피하고 2타 패링 후 카운터 넣고, 광전사 돌진 타이밍 맞춰서 단검 투척으로 돌진 모션 캔슬시킨 거

        –     ㄴㄴ ??? 그게 뭐야

        –     아따먹 은근 실력파임

         

        [작성자: ㅇㅇ]

        [제목: 여자 프로 중에 얘 지하에서 이길 사람 없겠는데?]

        [아따먹 지금 레반이랑 지하에서 붙었는데

         

        동선 심리전, 교전, 합류 타이밍 뭐 하나 밀리는게 없네

         

        왜 이런 사람이 그런 괴악한 컨셉을……]

        –     ‘게임 동기’

        –     아마추어따리 솔킬 한 번 땄다고 프로한테 비비려 드네 ㅋㅋㅋㅋ

        –     ㄴ 마딱이도 하는 여자 프로가 프로냐?

        –     ㅈㄴ 잘하긴 함

        –     아크 저격하던 시절에도 동선은 쩔었어

        –     ㄴ 쩔긴 시발 인성 논란이 쩔었지

        –     ㄴㄴ 하지만 잘하죠?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 목소리 ㄹㅇ 너무 꼴루]

        [본인 ASMR부터 한, 미, 일 동인음성, 유명 성우들 음지 레코딩까지 두루두루 섭렵한 10년차 목소리 페티신데

         

        아따먹 ㄹㅇ S티어 중 S티어다.

         

        방금 도적 좋죠? 하고 흐흣 웃는데

         

        어지간한 음성에는 이제 미동도 없는 본인, ㄹㅇ 바로 풀발.

         

        좆오좆같은거 하지 말고 그냥 ASMR만 했으면 좋겠어

         

        조만간 목소리 편집해서 작품 하나 만들어볼 예정임 ㅎㅎ

         

        빨리 다양한 말로 편집소스 제공해줬으면]

        –     제발 자살해주세요 이렇게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     얜 육수도 하필 이렇게 좆 같은 육수만 골라서 생기냐

        –     ㄴ 듀라한의 숙명임

        –     내가 이럴 줄은 정말 몰랐는데 갑자기 아따먹이 불쌍함

        –     ㄴ 그럴 땐 이 사과글을 다시 봐라 (링크)

        –     ㄴㄴ시발

        –     ㄴㄴ아니 다시 봐도 진짜 미친년이네

        –     근데 목소리 좋긴 해

        –     ㄴ ㄹㅇ 처음엔 성운줄 알았음

       

        [작성자: 갓따먹]

        [제목: 방금 어케 한 건지 알았음]

        [일단 은신하고 몰래 접근하려고 은밀한 발걸음 찍은 거 같고

       

        은신 상태에서 2타 넣으면서 뒷대시 선입력해서 거리 벌렸음.

       

        이 상태에서 단검투척하면 스태미너 추가소모 있으니까,

       

       광전사 공격 마지막 순간까지 눈으로 보면서 스태 채우다가, 1타 회피하고 모션 끝나기 전에 2타 공격 예측한 패링 선입력하면 됨]

        –     어케했냐 시1발련아

       

       

       [작성자: ㅇㅇ]

       [제목: 아따먹 얘 뭐함?]

       [아니 큐 돌리다말고 갑자기 왜 시청자들한테 결투를 신청하고 있어

       

       그냥 캠 켜달라고 했을 뿐이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냥 주7일 연재를 하는 걸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지만, 역시 가끔 찾아오는 기습적인 연참이 더 반갑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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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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