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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밖에 안 나온지 한 달이 넘었다고? 그 금탑주 멜리나가?”

       “……그렇소.”

       

       올리비아가 어안이 벙벙하다는 얼굴로 세트를 바라봤다.

       

       그녀가 아는 멜리나는 한 달은 커녕 하루도 한 곳에 틀어박혀 있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건 예상 못했는데.’

       

       멜리나는 하루에 한 번씩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시는 버릇이 있었다. 나이가 드니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다고 했던가.

       

       보통은 그게 황궁이었다.

       

       나이가 나이이다보니, 멜리나가 황제와 대작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200살 먹은 할머니가 옛 친구의 손자의 손자놈과 술 좀 마시겠다는데,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진짜로? 다른 마탑이랑 황궁에 코빼기도 안 비쳤다고?”

       “그렇소.”

       

       허어…….

       

       이게 말이 되나?

       

       세트가 혹시나 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금탑주님을 아시오?”

       “알기야 알지. 대륙 최강의 마법사잖아.”

       “그런 뜻으로 물어본게 아니라……. 아니, 신경쓰지 마시오.”

       

       생각에 잠긴 올리비아를 세트가 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사적으로 아는 사이인거 같은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눈 앞의 마녀라면 충분히 멜리나와 면식이 있을 것 같았다. 

       

       세트가 그런 판단을 내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경지에 이른 마법사들은 무조건 나이가 지긋하다. 이건 고정관념이 아니라, 무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젊다. 아무리 많이 쳐줘도 20대 중반 수준이다.

       

       그리고 그건 멜리나도 마찬가지다. 

       

       멜리나가 시간 마법으로 육체의 젊음을 유지하는 것처럼, 올리비아도 모종의 수단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만 살은 아니겠지만, 못해도 백 단위는 되겠지.’

       

       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저 강함은 성립이 안된다.

       

       “멜리나에 대해서 더 아는거 있어?”

       “……여기서부터는 값을 치뤄야 하오.”

       “나도 너희들이 원하는거 다 알려줄게. 그러니까 빨리 말해봐. 기왕이면 최대한 세세하게.”

       

       세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달 전, 금탑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

       

       

       한 달 전.

       

       오랜만에 수도에 들어선 적탑주 갈두르는 회한에 잠긴 얼굴을 했다.

       

       “후우우우우.”

       

       마지막으로 수도에 들어섰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정말 오랜만이로구나.”

       

       그동안은 적탑에 일이 너무 많아, 도무지 방문할 여력이 안 됐다. 

       

       혼란의 시기.

       

       최근 몇 년간 제국 동부는 이례적으로 시끄러웠다. 동부에 자리잡은 왕국들이 연합을 맺고 해상 무역을 주도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선을 넘지는 않았기에 직접적인 분쟁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대륙의 패자로서 무역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었던 제국은 동부 연합에 압박을 주기로 계획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맡은 것이 적탑이었다. 마침 적탑이 위치한 장소도 동부 국경지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탑주인 갈두르가 대마법사이니, 다른 왕국들이 미쳤다고 들이박아도 충분히 방비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실제로 그 계산은 들어맞았다.

       

       ‘그래도 아직은 미봉책일 뿐이야.’

       

       갈두르의 나이도 올해로 아흔이었다. 비록 그의 스승인 멜리나에 비할 수는 없을지라도, 나이를 이 정도 먹었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라는게 생긴다.

       

       대륙 동부는 몇 년 안에 전란에 휩쓸릴 것이다.

       

       “들어가도 되겠나? 금탑주님을 뵈러 왔네만.”

       “다, 당장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미쳤다고 적탑주의 출입을 막는 사람은 없었다. 갈두르가 비록 다른 마탑 소속이기는 했지만, 한때 그가 금탑주의 제자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유일한 제자였지.’

       

       갈두르의 얼굴이 잠깐이지만 자부심이 차올랐다.

       

       금탑주의 까탈스러운 심성은 지금도 유명했다. 멜리나는 여태껏 살면서 제자를 단 한 명밖에 들이지 않았고, 그 제자가 바로 갈두르였다.

       

       갈두르는 길을 안내하는 마법사를 따라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난간을 쓸어내리자 어린 시절, 멜리나와 함께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 너도 안되겠구나. 갈두르.

       

       좋지만은 않은 기억이었다.

       

       – 쯧. 백년에 한 번 나올 인재라더니…….

       

       갈두르의 얼굴이 잠시지만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다행히도 마법사는 눈치채지 못했다.

       

       갈두르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불같이 타오르던 마음이 금세 잠잠해졌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거늘…….’

       

       멜리나는 탑주로서는 최고였지만, 스승으로서는 최악인 인간이었다. 

       

       그녀는 항상 말도 안되는 것을 요구했고, 갈두르로 하여금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닫기를 원했다.

       

       결국 갈두르는 멜리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 결국 너도 그 정도였구나.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으니 사라져라. 

       

       마치 쓰레기를 보는 듯한 그 시선은, 지금까지도 그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그때 갈두르의 나이가 열 일곱이었다. 그날 이후, 갈두르의 스승은 금탑주에서 당대 적탑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갈두르는 멜리나를 일부러 피해다녔다. 매년 탑주들의 정기 모임이 있었지만, 멜리나가 매번 불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랬던 그가 금탑에 돌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나도 이제 어엿한 대마법사다.’

       

       멜리나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때 당신이 내쳤던 소년이, 이제는 어엿한 대마법사가 되어 돌아왔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돌아왔다.

       

       “이곳입니다.”

       

       탑주실로 향하는 문을 마주한 순간, 갈두르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 이 책에 나온 마법을 전부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방에서 나올 생각은 꿈도 꾸지 말거라. 저번처럼 장로들에게 기대지도 못할 것이다. 더 이상 너를 돕지 못하도록 막았으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랐다.

       

       “……적탑주님?”

       “괜찮다. 어서 금탑주께 여쭤봐다오.”

       “알겠습니다.”

       

       똑똑.

       

       청명한 나무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은 없었다. 마법사는 당황하지 않고 다시 정중하게 노크했다.

       

       하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금탑주님.”

       

       마법사가 매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적탑주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갈두르가 얼굴을 찡그렸다. 7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멜리나라는 인간도 조금은 바뀌었을 줄 알았다.

       

       으득.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멜리나는 여전히, 저만 잘난줄 아는 권위주의에 찌든 인간이었다.

       

       “비켜라.”

       “저, 적탑주님. 이러시면…….”

       “비키라고 했다.”

       

       갈두르는 마법사를 무시하고 문고리를 벌컥 열어젖혔다. 

       

       내부는 어두웠다. 빛이라고는 갈두르가 서 있는 복도에서 흘러나오는게 전부였다.

       

       “금탑주가 여기 있는게 맞나?”

       “마, 맞습니다. 분명히 확인했습니…….”

       

       그 순간이었다.

       

       딱. 딱. 딱. 딱.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금탑주?”

       

       안으로 들어가려던 갈두르의 발치에 무언가 걸렸다. 

       

       ‘마도서?’

       

       그제서야 갈두르의 시야에 집무실의 풍경이 들어왔다. 항상 깨끗했던 집무실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마치 늑대 수십마리가 헤집고 간 것 같았다.

       

       “이, 이게 무슨……!”

       “너는 당장 가서 다른 마법사들을 불러와라.”

       “아, 알겠습니다!”

       

       갈두르는 불꽃으로 방 안을 밝혔다. 그러자 더 끔찍한 광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벽에는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몬스터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얕게 파였을리가 없다.

       

       사람의 짓이다.

       

       갈두르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머리 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쳐 지나갔지만 애써 부정했다.

       

       그가 아는 멜리나는 에고가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다. 

       

       혀를 깨물고 죽을지언정, 이런 의미없는 화풀이를 하지 않는다.

       

       – 귀가 썩을 것 같구나. 앞으로 단 둘이 있을 때는 스승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마라.

       

       그가 아는 멜리나는…….

       

       몇 걸음 더 나아간 갈두르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집무실 바닥에 멜리나가 있었다. 그녀는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손톱이 떨어져나간 손가락을 깨물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던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게 헝클어졌고, 또렷하던 눈동자는 폐인의 그것처럼 쉴새없이 떨렸다.

       

       “…….”

       

       갈두르는 침묵했다.

       

       그로서는 도저히 작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자야, 도대체 왜 그랬느냐. 내 제자, 내 사랑하는 제자가……. 왜 그랬느냐, 도대체 왜……?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갈두르의 눈동자에 불꽃이 타올랐다.

       

       “이, 이……!”

       

       당신이 이래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당신만큼은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금탑주! 당장 정신 차리시오!”

       

       갈두르가 멜리나의 옷섶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당신이 이런 꼴을 보이면 후학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일어나시오!”

       

       멜리나의 눈동자가 천천히 갈두르에게로 향한다. 황금빛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분명 살의였다.

       

       “……네놈.”

       

       갈두르는 하마터면, 손을 놓을 뻔했다.

       

       “당장 내 제자를 데려와라. 데려와서 왜 그랬는지, 내 귀로 직접 들어야겠다.”

       

       갈두르의 어깨가 떨렸다.

       

       “금탑주, 당신은 제자가 없…….”

       “꺼져라.”

       

       콰앙!

       

       멜리나가 순식간에 발두르를 문 밖으로 날려보냈다. 계단을 막 올라오던 마법사들이 갈두르와 부딪혀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졌다.

       

       “으아악!”

       “적탑주님! 괜찮으십…….”

       

       마법사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둠 너머, 멜리나가 고개만 돌린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독한 살기와 직면한 마법사들이 새파랗게 질렸다.

       

       “1장로, 당장 내 제자를 데려오게.”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자라뇨? 탑주님께서는 제자를…….”

       

       콰앙!

       

       1장로의 바로 옆에, 마법으로 만든 칼붙이가 틀어박혔다.

       

       “자네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내 제자, 내 사랑하는 제자 리비 말이네. 내 꼭 들어야겠네. 왜 그랬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 귀로 꼭 들어야겠어. 그러니 당장 찾아서 내 앞으로 끌고 오시게.”

       “어, 어…….”

       “알아먹은 걸로 알겠네.”

       

       콰앙!

       

       문이 닫혔다.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처럼.

       

       

       

       *****

       

       

       “……그렇게 된거요.”

       

       세트는 그때 금탑에 없었다. 하지만 금탑의 장로 중 한 명에게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인만큼 정보의 신빙성만큼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일단 금탑주가 그랬다는 것부터 말이 안된다. 

       

       ‘심지어 제자라니.’

       

       근 오십 년간 금탑주는 제자를 들이지 않았다. 단 한 명도!

       

       그런데 이제 와서, 제자를 데려오라고?

       

       노망이 들었다는 소문이 괜히 퍼지는게 아니다.

       

       “……허.”

       “나도 인정하오. 솔직히 딴지 걸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 하지만 금탑주가 한 달동안 집무실에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는 것과, 식음을 전폐하는 것은 사실이오.”

       “……그걸 저잣거리 애들도 안다고?”

       “그건 과장이오. 우리끼리의 은어인데…….”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일단 밤까마귀들은 다 아오.”

       

       올리비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좆됐다.

       

       이대로 냅뒀다간 멜리나가 훼까닥 돌아버렸다는 걸 온 대륙의 회귀자 놈들이 다 알게 될거다.

       

       “야.”

       “……듣고 있소.”

       “그 정보 틀어막아.”

       “입막음이라는게 하고 싶다고 되는게 아니오. 벌써 한달이나 지난 일이기도 하고, 아는 사람이 꽤나 많아서…….”

       

       올리비아가 벌떡 일어났다.

       

       “너희들 귀족 중에, 대악마랑 계약한 마녀 새끼 있는거 알아? 누군지 궁금하지?”

       “…….”

       

       세트의 눈빛이 바뀌었다.

       

       “알려줄게. 그러니까, 그 정보 일단 틀어막아. 못 막겠으면 구라라도 섞어서 헷갈리게 만들라고. 최소한 국경은 못 넘어가게.”

       

       세트의 얼굴에 웃음기가 피어올랐다.

       

       밤까마귀들이 미쳤다고 금탑주 정도 되는 인물의 일을 국경 바깥까지 퍼트릴까.

       

       물론 한 달이나 지났으니 알 만한 사람들은 전부 알겠지만, 그래도 후작 미만 급들은 건드리지도 못하는 고급 정보다.

       

       금탑의 마법사들이 미쳤다고 추문을 퍼뜨릴리도 없으니.

       

       그렇다면 그 후작 윗급 귀족들만 입단속을 잘 시키면 된다.

       

       “사실 내가 제일 잘 하는게 입막음이요. 안되면 협박을 해서라도 막아두겠소.”

       “그래, 그리고 부탁할게 하나 더 있는데…….”

       

       올리비아가 세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흑미찰보리밥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으아아아아아아!!!!!!
    으아아!!!!!!!!으아아ㅏ!!!!!!!!!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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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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