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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마음 같아서는 본인이 저 자를 붙잡아 교육을 해주고 싶지만 저런 녀석은 강자가 나타나면 부리나케 도망치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엔리를 거쳐 저 녀석에게 굴욕을 안겨 주어야 했다.

       

       “그치만 저 저 사람 이길 자신 없어요.”

       “이기게 만들어 주마.”

       

       저 녀석이 엔리 그대보다야 윗선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 놈은 하린보다도 못한 녀석이다.

       

       내 입장에서 본다면 잡초에 기생하는 벌레만도 못한 녀석이란 소리이지.

       

       어떻게 하면 그대가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 하루 종일도 이야기 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해요?”

       “물론이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대 자신을 못 믿겠다면 나를 믿거라.”

       

       패배의 업은 내가 짊어지마.

       

       그대가 패배해 겪을 굴욕도, 슬픔도, 분노도. 모두 내가 가져가마.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거라. 그대는 그저 나를 믿고 승리의 기쁨만을 취하면 족하다.

       

       내 말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엔리는 이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가기를 누르는 대신 재도전을 택했다.

       

       “마조야? 또 개처럼 처맞고 싶어?”

       “이겨드릴게요.”

       “지랄. 골드 지박령이 날 어떻게 이겨.”

       

       가소롭다는 듯 웃어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엔리는 그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 근데 엔리가 쟤를 어떻게 이김?

       – 갈! 천마님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냐!

       – 실력차가 너무 많이 나잖아. 훈수 몇 개 둔다고 뒤집어 질 게 아닌 것 같은데.

       – 그냥 나가는 게 낫지 않았나?

       – 그러게. 괜히 기만 살려줄 것 같은데.

       

       채팅창에도 불신이 가득했다.

       

       내가 직접 나서는 것도 아니고 엔리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만으로는 전황을 바꿀 수 없으리라 여기는 것일 테지.

       

       하아. 포인트 배팅을 여는 법을 배웠어야 했는데.

       

       그래야 내 실패를 믿는 불신자들에게 잃는 것이 생길 것 아니더냐.

       

       [매치가 준비되었습니다.]

       [용사냥꾼 VS 신창]

       

       “엔리. 저 자는 전형적인 창수다.”

       

       창수의 장점도 단점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창수의 단점이란 무엇인가. 그건 자신이 상황을 주도할 때는 강하지만 주도를 빼앗기는 순간 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유리를 이용할 줄은 알지만 불리를 극복할 줄은 모르는 이.

       

       그 때문에 지독할 정도로 불리를 경계하는 이.

       

       그것이 저 창수의 정체였다.

       

       이토록 단점이 명확하니 그걸 이용하는 것은 너무도 간단하다.

       

       “재밌는 경험을 하게 해주마.”

       

       *

       

       아라 씨의 말을 믿고 재도전을 누르긴 했지만 내가 정말 저 자식을 이길 수 있을까.

       

       엔리는 창에 쥔 손에 꾹 힘을 줬다.

       

       분하지만 지금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악질은 그녀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평소의 엔리라면 무슨 수를 쓴다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 그런 적을 앞에 두고 훈수 몇 개를 듣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까.

       

       아라 씨가 자신만만하게 말을 했으니까 뭔가 비책이 있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말조차 꺼내지 않았을 거야.

       

       엔리는 아라를 믿었다. 아라가 가진 실력을 믿었고, 그녀가 엔리를 곤경으로 밀어넣지 않을 거라는 걸 믿었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의심했다.

       

       그건 아라에 대한 의심이라기보다는 엔리 본인에 대한 의심이었다.

       

       아라가 아무리 좋은 조언을 한다 하더라도 내가 그걸 따를 수 있을까. 혹시나 자신이 실수를 해서 모든 걸 망쳐버리지 않을까하는.

       

       엔리의 의심이 옅어진 것은 아라가 말을 꺼내기 시작할 무렵부터였다.

       

       “전투가 시작되면 상대는 공격을 하는 대신 그대를 지켜볼 것이야.”

       “네?”

       “그러니 먼저 앞으로 움직이거라. 그대가 다가서면 상대가 물러날 테니 단 번에 두 걸음을 내딛은 후 다리를 노리고 창을 지르면 된다.”

       

       아라의 말은 조언이라기보단 앞으로 이렇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언에 가까웠다.

       

       엔리의 승리로 향하는 너무나도 정교한 예언 말이다.

       

       상대가 싱글 게임의 AI라도 되는 것 마냥 행동을 단정짓는 아라의 말에 엔리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아라 씨가 굉장한 사람이라지만 상대의 모든 행동을 저렇게 예지하는 게 가능한가?

       

       [3]

       

       “대충 기억 했느냐?”

       “네. 하긴 했는데.”

       “그럼 됐다.”

       

       [2]

       

       열심히 하라는 말 한 마디를 남기고서 아라는 통신을 끊어버렸다.

       

       아라 씨. 당신은 불안하지도 않아요? 정말 당신이 생각한 그대로 모든 게 이루어 질 것이라 믿는 거에요?

       

       [1]

       

       내가. 내가 실수를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도 괜찮은 거에요?

       

       정말로 내가 당신이 말한 모든 걸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거네요?

       

       그렇다면, 저 열심히 해볼게요. 믿어주셨으니까.

       

       [게임 시작]

       

       아라가 말했던 대로 신창 유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엔리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엔리는 아라가 시킨 대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녀가 한 발을 내딛자마자 상대가 똑같이 뒤로 물러났다.

       

       허나 연이어 엔리가 두 번째 걸음을 내딛을 것이란 건 예상하지 못한 듯 엔리의 공격에 대한 대처가 늦어졌다.

       

       엔리의 창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상대의 허벅지를 파고 들었다.

       

       피해를 입자 신창 유저가 엔리를 떨쳐내기 위해 크게 창을 휘둘렀다.

       

       이 또한 아라가 말을 해둔 그대로였다.

       

       엔리를 허리를 숙여 공격을 피한 후 창대로 허벅지를 내리쳤다.

       

       이상했다.

       

       신창 유저의 행동은 아라 씨가 말한 것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마치 아라씨가 신창 유저의 등 뒤에다 실을 매달아 놓고 조종을 하는 것처럼.

       

       “씨발. 너 뭔데! 대리야? 대리지?! 화령이 하고 있는 거지!”

       “제가 화령 씨였으면 당신 3초도 못 버텼을 걸요?”

       

       데케이도 3초 만에 날아갔는데 당신 같은 쓰레기가 이만큼 시간을 끌 수 있을 리 없잖아.

       

       엔리는 상대를 비웃으면서도 상대의 울분에 공감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겨우 한 판이다.

       

       아라가 신창 유저를 제대로 본 것은 방금 전의 한 판이 끝이었다.

       

       그런데 그 한 판 만에 상대의 모든 걸 파악하고 엔리가 이기는 시나리오를 짜낸다는 게 어디 사람에게 가능한 일일까.

       

       당장 엔리도 남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헛소리 하지 말라 그랬을 것이다.

       

       너무 허황된 이야기잖아.

       

       “씹련이! 그럼 뭔데! 핵이라도 켰어?!”

       “왜요? 골드한테 실력으로 발릴 것 같아서 그래요? 그렇게 변명만 생각하면 살기 편하겠네요.”

       “닥쳐!”

       

       마리오네트는 짜여진 무대 위에서 도망치지 못했다.

       

       신창 유저가 하는 모든 행동은 이미 아라가 정해둔 대로였고,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결국 자신의 파멸을 재촉하는 것밖에 되지 못했다.

       

       [승리]

       

       엔리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두 글자를 보면서도 떨떠름했다.

       

       결국 신창 유저도 엔리도 아라가 짜 둔 극 위에서 움직였을 뿐이니까.

       

       확실히 재밌는 경험이기는 하네. 이런 일을 어디서 겪어 보겠어.

       

       “썅년아. 빨리 한 판 더해. 빨리!”

       

       저 말을 할 거란 것도 아라 씨가 예상한 바라는 걸 들으면 저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하려나.

       

       말해도 안 믿겠지.

       

       “싫은데요. 왜 제가 당신같은 허접의 말을 들어야 하죠?”

       “씹…”

       

       매치에서 빠져나온 엔리는 바로 채팅창을 열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시청자들은 방금 전 아라가 보여준 예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 천마는 예언도 할 수 있음?

       – 천마신교의 신 같은 거잖아. 되지 않을까?

       

       “천마는 신도 아니고 예언의 힘 같은 것도 없다! 내가 한 일은 어디까지나 상대를 파악해서 어찌 움직일 지를 예측한 것 뿐이다.”

       

       –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됨.

       – 차라리 예언이 된다는 쪽이 더 믿음직스러울 듯?

       

       “오히려 내가 묻고 싶구나. 그대들은 어찌 저렇게 뻔한 상대를 어찌 예측하지 못하는 게야.”

       

       왜 싸우고 있지?

       

       아니. 여러분. 이 방송은 제 방송인데요.

       

       제가 이기고 돌아왔는데 아무도 제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 건가요?

       

       그 칭찬이라든가. 뭐라든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기.”

       “아. 엔리. 왔느냐.”

       “무슨 일인가요?”

       “채팅창의 아해들에게 내가 한 일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중이었다.”

       

       설명이요? 싸움이 아니라?

       

       채팅창을 가만 살피던 엔리는 지금 시청자들이 일부러 아라를 괴롭히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자신이 싸우는 동안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다들 아라의 말 자체는 이해한 지 오래였다.

       

       단지 답답해하는 아라의 모습이 재밌어서 일부러 그녀를 긁고 있을 뿐.

       

       하여간 악질들이라니까.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게 그리 재밌을까.

       

       입술을 삐죽 내민 아라 씨의 모습이 귀엽긴 하네.

       

       역시 나도 악질 중 한 명 인가봐.

       

       “예언한 거 아니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예언이 아니라 예측이다! 엔리 그대까지 그러지 말아다오.”

       “네? 그치만 말이 안 되잖아요. 한 두 동작은 그렇다 쳐도 전투 내용 전체를 예측한다뇨.”

       

       악질 대장의 말에 입술을 곱씹던 아라는 미간을 꾹꾹 누르다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엔리. 일단 곰방대부터 내놓아라.”

       “네!”

       

       이쯤에서 그만둬야겠다. 더 건드리면 뭐가 터질 것 같아.

       

       엔리는 얌전히 아라의 손 위에 곰방대를 진상했다.

       

       몇 번이나 연기를 뿜어 낸 아라는 살짝 힘이 빠진 목소리로 엔리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엔리. 방금 전 그대가 싸운 영상을 다시 재생할 수 있느냐?”

       “가능하죠. 틀까요?”

       “잠시. 영상을 보기 전에 엔리. 그대는 적의 성향이 어찌 된다 생각했느냐?”

       “신중하다?”

       

       이말이 정확했다.

       

       신창 유저는 신중했다.

       

       그는 언제나 엔리가 하는 행동을 보며 다음 수를 선택했다.

       

       그의 선택지는 항상 합리적이었고, 도박에 가까운 수를 두는 경우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맞다. 신중하지. 바꾸어 말하자면 겁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고.”

       

       위험을 짊어질 바에야 이득이 적은 것을 택하는 놈이라고 아라는 설명했다.

       

       “이렇게 말을 해서 미안하다만 엔리 그대와 이 자의 실력차는 확연했다. 만약 상대가 그댈 찍어 누르려 했다면 그대는 아무것도 못 한 채 패했을 것이야.”

       

       엔리는 부정하지 않았다. 상대의 실력이 뛰어났던 건 사실이니까.

       

       “허나 상대는 신중함을 놓지 못했다.”

       

       아라는 먼저 처음 엔리가 패배했던 영상을 틀길 요청했다.

       

       그 영상을 보며 아라는 신창 유저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했다.

       

       처음에 뒤로 물러난 것.

       

       엔리의 어설픈 파고듬에도 반격을 하지 않고 얌전히 물러선 것.

       

       커다란 빈틈을 보였음에도 가벼운 공격만 한 후 다음 행동을 지켜본 것.

       

       “절 농락하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의도도 있겠지만 이 자체가 그의 성향이라 보는 것이 더 옳다.”

       

       극도의 안전주의적 성향. 그것이 신창 유저의 근간이었다.

       

       “실력 있는 무인은 말이다. 자신의 성향에 대해 대충은 안다. 때문에 최대한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으려 하지.”

       

       아라가 생각하기에 저 신창 유저도 자신의 버릇에 관해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아마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자신이 읽혔다 판단한 순간에 버릇을 바꾸려 했겠지.

       

       “허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신창 유저는 엔리를 깔보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발악을 한다 해도 자신을 이기지 못하리라 여겼다.

       

       그렇기에 처음 수를 뺏긴 순간 당황했을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두 번째 수를 빼앗기고 공격을 허용한 순간 동요했겠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자칫하면 질 수 있겠구나.”

       

       자기보다 한참은 하수인 상대에게, 그것도 수천 명의 시청자를 앞에 둔 상황에서, 패배의 굴욕을 맞보게 될지도 모른다?

       

       약자를 괴롭히는 걸 즐기는 졸렬한 자가 이 굴욕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잖느냐.

       

       앞서 몇 개의 수를 빼앗긴 순간 상대는 자기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어 버렸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 어찌 되는지 아느냐?

       

       더 보수적으로 바뀌게 된다.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다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을 고르게 된다.

       

       신창 유저의 경우에는 안전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발현 될 게 분명했다.

       

       “이쯤 되면 어찌 예측을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느냐?”

       

       상대가 쓰는 무기. 실력. 버릇. 이 모든 걸 파악했다면 그가 어떤 수에 어떻게 움직일지 파악하는 것은 너무도 간단한 일이라고 아라는 단언했다.

       

       “…아뇨?”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라에게만 당연한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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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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