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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이 염병 육시랄 새끼들아…! 앞차가 빠져나가기 전에 뒤차 좀 쳐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니들 머리통 안에는 뇌 대신 뭐가 들은거냐! 금붕어라도 들었냐?!”

         

         “……다들 잘 보셨습니까? 저래서 꼭 앞 팀 발차를 확인하고 다음 팀 검문을 차근차근 실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잠금 장치의 자력이 간혹 강제로 앞차의 뒷바퀴와 뒤차의 앞바퀴를 붙들려고 하니까요.”

         

         마흔명은 가뿐히 넘어 보이는 수의 경찰들의 잔뜩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껄렁거리는 태도를 내비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이 전부 군기가 바짝 들은 상태로 도열해 있거나 일하고 있었다.

         

         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런 광경을 본다면 설령 기업소속 직원이라 해도 눈치를 봐 가면서 행동할 법하지만… 정작 내부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니 그냥 어질러진 난장판이 따로 없어서 헛웃음만 나온다.

         

         한쪽에서는… 우리 바로 전 근무인 새벽조(Night Shift) 조장, NS3-1 형씨가 속과 목구멍이 터져라 소리를 고래고래 내지르고 있었고.

         반대편에서는 헬레나가 출근하자마자 호출된 불쌍한 조원들에게 이걸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느라 분주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짤그락….

         

         그것뿐일까, 검문소 바닥에 흩어진 사고 잔해와 떨어져 나온 차량 부품들을 질질 끌어서 치우는 경찰들은 끊임없이 전용 통신 채널로 ‘씨발’, ‘좆 됐어’, ‘…집에 가고 싶다’ 같은 속마음을 가감 없이 전달해주셨다.

         

         그리고 일부 인원들은 3번 게이트, 관문 바깥으로 나가서 대기중이던 차량 대기열을 다른 관문으로 유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무슨 사고가 일어났는지 직접 목격한 앞쪽을 제외한 뒤편 방문객들의 표정이 정말 좋지 않았다.

         딱 봐도 열 받은 전투경찰들이 차량을 조각내서 해체해버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런 거 아닙니다. 저희도 수습하느라 난리났어요.

         

         그리고… 내가 이걸 다 어떻게 알고, 보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간단하다.

         

         “이야… 아주 뺑이를 치는구나, 좆뺑이를 쳐! 머리에다 날붙이대서 임플란트 박아 넣고 사이버웨어 공부할 때는 솔직히 존나 피곤했는데… 이런 걸 보면 꽤 보람차단 말이죠!”

         

         “……뭘 좋아해 이 멍청아. 우리한테 청구서는 안 날아와도 근무평가 점수는 똑같이 깎이는데. …상여금은 꿈도 꾸지마라.”

         

         “……시벌, 진짭니까…?”

         

         첫 출근인 나를 보고도 별다른 경계조차 없이 만담을 나누는 엔지니어들.

         앤과 나, 새벽조의 조원인 NS-CE1과 NS-CE2를 포함한 우리 네 명은 기술자 전용 관제실에서 분할 모니터로 감시 카메라 화면을 구경…이 아니라…! 빈틈없이 살피고 있었다.

         

         …물론 현재 상황을 모두 파악한 이후로는 저 둘만 관음에 열중할 뿐, 나는 받은 자료를 더 자세하게 살펴보느라. 앤은 그런 내게 자세하게 가르쳐줄 것이 있는지 기웃거리느라 바빴다.

         

         [ 경찰 근무수칙 제1조6항, 근무 도중 통제 구역에 무단으로 접근할 경우 보안 시스템 인증 명단에서 제외한다. ]

         

         …그러니까 이걸 어기면 곳곳에 설치된 포탑들이 기지개를 키며 일어난다는 뜻이겠고.

         

         [ …제2조1항, 개인의 부주의로 민간 혹은 기업 자산에 보험처리가 불가능한 피해를 입혔다면 그 과실에 따라 지급될 급여에서 보상액을 일부 벌충한다. ]

         

         ……어이구 저런. 사대보험 비스무리한 게 남아 있다고는 들었거늘 책임소재는 칼같이 따지는가 보다.

         그제서야 아까부터 채널에 울려 퍼지는 비통한 탄식과 욕설에 담긴 무게감을 이해했다.

         

         어디, 화물차 두 대 반파에 운전자와 승객들도 곧바로 의료구역으로 실려갔으니까… 추산 피해액이… 음….

         

         “저기… 선배님?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사고면 월급은 괜찮나요?”

         

         “……컵라면은 꽤 훌륭한 완전식품이라고 생각해요…? 기숙사에 산다면 연료비도 아낄 수 있고….”

         

         지어진 규모에 비해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가 압도적으로 많이 늘어서 있던 주차장 풍경을 떠올렸다. …새삼 헬레나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살짝이나마 엿본 것 같다.

         

         “이 새끼들… 청소하는 속도만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데? 벌써 끝났구만…!”

         “그럼… 주간조 1번, 2번 동업자 형씨들? 수고하쇼!”

         

         “아. 네…….”

         

         조용히 자습하는 사이, 벌인 사고를 적당히 수습하고 근무 종료를 선언한 새벽조가 해산한다.

         

         방정맞은 경례와 동시에 정체모를 엔지니어 둘이 방을 나선다.

         만약 곁에 앤이 없었다면 인수인계 개념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궁금해 했겠으나, 태연하게 손을 팔랑이는 그녀를 보니 이게 보통인가보다.

         

         딸깍….

         

         “♪~~ ♬~ ♩ ♪”

         “?!”

         

         관제실 문이 닫히자마자 벌떡 일어난 앤이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서 깜짝 놀랐다.

         음성 변조 모듈이 그걸 억지로라도 무슨 쇠 긁는 소리로 치환하는 걸 좀 감안해줬으면 좋겠다.

         

         “아! 미안해요 후배님…이 아니라 아나스타샤 양! 제가 혼자 일한지가 너무 오래돼서 그만….”

         

         “…어? 여기서 이름은 분명 위험하다고….”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앤은 쓰고있던 바이저까지 벗어버리고 편하게 머리를 털었다. 키링처럼 좌우로 흔들리는 머리 꽁지에 자동으로 눈이 갔다. …아니, 이 언니는 안경을 쓴 채로 저걸 쓰고 계셨네.

         

         “지휘부에서도 굳이 관제실을 감시하는 카메라는 설치 안 했으니까, 진짜 괜찮아요!”

         

         “…….”

         

         얼른 와서 자신에게 업무부터 배우라는 것처럼 모니터 앞, 빈 회전의자를 팡팡 두들기는 앤을 한 번. 다른 게이트로 방문객 떠넘기기를 멈추고 일을 개시한 본대를 카메라를 통해 한 번 바라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헬레나에게 미안해서 그렇게 느슨하게는 못하겠….

         

         “……레나도 방문자가 뚝 끊기면 여기 들어와서 편히 쉬는 걸?”

         

         “그렇다면야…!”

         

         퐁! 하고 바이저를 벗어버리고 착용한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벌써 뻐근해진 목을 풀어주었다.

         교묘한 면죄부에 감쪽같이 넘어간 것도 같지만… 사실 업무교육은 제쳐 두더라도, 앤과는 이번이 겨우 두번째 만남인만큼 서로 맨 얼굴을 마주보고 얘기하고 싶었다.

         

         권유 받은 대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수줍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그녀를 응시했다.

         

         여태까지 겪은 앤 그리샤의 인상은 뭐랄까… 다양한 표정의 푹신한 뭉게구름 같은 여성…?

         전에 은근하게 내비쳤던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아는 후배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모습에 내가 어찌 반응해줘야 할지 곤란하다.

         

         “이번 채용면접 난이도가 거의 불지옥이었다는 소문이 돌던데…. 아나스타샤 양이 합격해서 다행이에요…! 혹시 저보다 전문가신데 선배라고 일부러 배려해주시는 건 아니겠죠…?”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감과 무모함으로만 살아온 바보입니다. 그리고… 편하게 불러 주셔도 괜찮아요.”

         

         …반응은 무슨, 악감정을 품기 힘들 정도로 무해해 보여서 저절로 긴장이 풀어진다.

         

         어디 조심스럽게 단어 아샤를 입안으로 웅얼거리는 앤에게 업무 좀 배워보실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는 가르침을 구했고.

         

         

         

         

         “아샤…? 뭐라도 좀 더 먹을래요…?”

         

         “……아뇨, 그냥 조금만 쉴게요. 네….”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능력이나 특성 남용으로 인한 탈진?

         복도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초콜릿과 음료수를 대여섯 번은 사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끝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럼 그렇지, 시발…! 기업 돈 타 먹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아예 기초부터 모든 프로세스를 배워서 머리속에 우겨 넣어야 했기에 유달리 체력 낭비가 심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사이버 엔지니어는 안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꽤 많았다.

         

         바이저를 벗은 것도 편한 근무환경 정돈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될 지경이었다.

         그나마 이쪽 관련 재능을 타고 난 덕분에 내일부터는 특성 사용빈도를 줄이고 관제실 자판 조작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똑똑….

         

         관제실 문이 노크된다.

         모니터를 확인하니… 아, 헬레나와 우리 다음 차례인 야간조 엔지니어들이다.

         

         대낮 오후 2시에 퇴근시켜주는 주제에 점심조차 안 챙겨주는 직장에서 도망갈 시간이 되었다. 그 엘리베이터에 식당층이 없던 시점에서 눈치챘어야 했는데… 통한의 불찰이다.

         

         “네~ 나갑니다…!”

         

         얼굴을 다시 감추기 전에, 마치 서로 짠 듯이 오늘 하루 고생 많았다는 의미를 담은 눈인사를 앤과 나는 주고받았다.

         

         그래서 이제는 돌아가서 쉬는 일만 남았나… 싶었으나, 친애하는 우리 조장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내셨다.

         

         “크흠…! 엔지니어 두 분? 오늘 근무가 어떠셨는지 조장으로서 좀 듣고 싶은데… 간단하게 식사와 술 몇 잔 나누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일행을 지나쳐 관제실로 입장하는 야간조 인원들이 감탄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저 정도는 되어야 조장 노릇을 하는구나!

         …당연히 그냥 우리끼리 편하게 밥 먹자는 걸 돌려 말한거다.

         

         “음….”

         

         술이라… 딱히 적극적으로 즐겼던 기억은 없지만 역시 거리감을 좁히는 데는 시대가 변해도 술 만한 게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앤의 붙임성 덕에 이미 괜찮은 관계를 만들었다는 걸 헬레나는 아직 모르겠지.

         

         …어쩔 수 없다. 사양하기도 아쉬운 기회니, 이 참에 경찰문화에 이어 음주문화도 체험해보도록 하자.

         

         이래봬도 술버릇도 모를 정도로 주량에는 굉장히 자신 있는 편이니까, 이렇게 저렇게 잘 잔을 돌리면 진솔한 대화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내 계획은 완벽하다! ……아마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거 아니야…!

    오늘의 무한반복재생음악은 Fall Out Boy – Immortals 였습니다.

    글이 술술 써져서 무려 한시간 밖에 지각을 안 했네요!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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