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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42. 책 읽지 마세요. 체질이라는게 바뀝니다 (2)

       

       

       환경 보호 운동가.

       이초련.

       도서관의 중심에서 외치다.

       

       “이건 지식이 아니라…! 폭력이에요…!!”

       

       초련이는 책장에 빼꼭하게 꽂혀있는 책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버지…! 이걸 만들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무가 희생된 건가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것보다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초련아. 사람들이 자꾸 우리를 쳐다보고-”

       “이건 용납할 수 없어요…!”

       

       초련이는 내 말을 끊고, 결의에 찬 눈으로 책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책을 한권씩 빼내기 시작했다.

       

       “내가 구해줄게요…! 저희같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우르르르-

       책장에 정리되어 있던 책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나는 깜짝 놀라 초련이의 몸을 잡아 뒤로 당겼다.

       

       “가, 갑자기 뭐 하는 거야! 초련아!”

       “아버지, 이거 놓으세요! 저는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에요!”

       

       초련이는 손을 마구잡이로 흔들며 책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종이로 만든 책을 보더니 이성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초련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사고 치면 화련이가 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얌전하던 초련이가 이럴 줄이야.

       나는 초련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초련이의 눈을 두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저를 말리지 마세요, 아버지…!!”

       “초련아, 잠깐 진정하자. 너무 흥분했어.”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나무들이 이렇게나 학살당했는데요…! 제 친구들이 울고 있어요…!”

       

       초련이는 숲의 정령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일까.

       초록빛 눈에 눈물이 고이려고 했다.

       아무래도 초련이와 서점은 적합하지 않은 장소인가 보다.

       

       “이곳은 나무들의 피 냄새가 가득해요… 참을 수 없어요…”

       “…초련이는 가방에 들어가 있자.”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이네.

       나는 주변을 확인하고, 초련이를 외진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드래곤 모드로 변하고 작아진 초련이를 가방에 넣었다.

       

       “초련이는 돌아와서 쉬고 있어.”

       -…네에, 아버지. 소란 피워서 죄송해요.

       

       저기압의 초련이는 가방에 들어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옷으로 초련이를 덮어주고 원래 장소로 돌아왔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진 책을 정리하고 있던 직원과 눈을 마주쳤다.

       

       “…”

       “…”

       

       직원은 아무말도 없이 나를 노려봤다.

       그 눈빛에서 나는 살기를 읽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 딸이 사고 쳤네요. 제가 정리할게요.”

       

       나는 초련이가 바닥에 떨어뜨린 책을 다시 꽂아 넣었다.

       직원은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래도 마지막에 봤던 표정을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휴, 큰일 날 뻔했네.”

       

       다행이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자, 화련이가 가볍게 질문했다.

       

       “아빠, 나는 잘 모르겠는데. 초련이 걔는 왜 그렇게 나무를 좋아하는 거야? 나무는 내가 크아앙-!하면 불타서 사라지잖아! 엄청 약하잖아!”

       

       화련이는 초련이가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화련이는 공룡같이 강한 걸 좋아하고, 작고 약한 걸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자세를 낮춰 화련이와 눈을 마주하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자기보다 약한 걸 좋아하게 되는 느낌을 알게 될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아직 어리다는 소리지.”

       “나 안 어려!”

       

       화련이는 빼액- 소리를 질렀다.

       나는 급히 화련이의 입을 손가락으로 틀어막았다.

       

       “아무튼 그렇고 그런 거야.”

       “…흥.”

       

       화련이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콧소리를 냈다.

       그래도 대충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겠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책 정리를 모두 끝내고, 화련이의 손을 잡으며 수련이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얘는 대체 무슨 책을 읽고 싶어서 서점에 오자고 했지?”

       “나는 몰라! 나도 걔가 평소에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그건 그렇지.”

       

       눈에 다 보이는 화련이와 달리.

       수련이는 표정이 적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긴 하다.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그럴 때마다 별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별 생각 없이 책을 탐색하고 있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탐색했다.

       그러던 도중, 수련이가 아닌 의외의 인물을 서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뭐야, 한지수 선배잖아.”

       “…이하준?”

       

       가만히 서서 시집을 읽고 있던 한지수.

       확실히 예쁘기는 하구나.

       한폭의 화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읽고 있던 시집을 닫고,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물었다.

       

       “…책이랑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는 아닌데.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치네. 옆에 그 애는 누구야?”

       “아, 얘는 내 사촌 동-“

       

       사촌 동생이라 말하려는 순간.

       화련이가 내 앞으로 튀어나오며 말했다.

       

       “아빠한테 말 걸지마!”

       “…아빠?”

       

       아.

       아주 살짝 열려있던 연애의 가능성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련이가 결국 내 연애 사업마저 폭파시키는 구나.

       한지수는 내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하준 후배는… 벌써 애가 있네. 그것도 꽤 자란.”

       “뭐, 그렇게 됐어.”

       “…엄마가 꽤 고생했겠네.”

       “엄마는 없어. 나 혼자 키워.”

       “…미안. 내가 말실수했네. 진심으로 사과할게.”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는데.

       한지수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내게 사과했다.

       

       “…이하준 후배는 생각보다 고생을 많이 했겠어.”

       “그렇기는 한데…”

       “협회는 알고 있어?”

       “아니.”

       “…그럼 비밀로 할게.”

       

       세심한 배려까지 해주다니.

       이렇게 부담스럽게 대하니.

       오히려 내 쪽이 더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너무 큰 오해인데.’

       

       화련이는 속이 타들어 가는 내 마음을 모르는지.

       한지수를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

       

       “너 뭐야! 누군데 아빠한테 말 걸어! 저리가!”

       “미안, 선배. 우리 애가 좀 사나워.”

       “아빠, 사과하지마!”

       

       한지수는 화련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자리를 피하며 말했다.

       

       “…둘이 많이 닮았네. 방해해서 미안. 나 갈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승급 시험때 보자.”

       

       쌩-

       한지수는 A급 영웅의 신체를 이용해 재빨리 도망쳤다.

       뭔가 큰 오해가 생겨버린 것 같았다.

       

       “…완전 오해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비밀로 해준다고 하니 다행인가?”

       

       뭔가 복잡하게 됐네.

       이상한 마음에 머리를 긁고 있자, 화련이가 내 몸을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아빠! 저 암컷 뭐야!”

       “암컷이 아니라. 아빠 직장 동료. A급 영웅 한지수라고 있어.”

       “나 저 암컷 싫어! 아빠한테 친한 척 말이나 걸고! 기분 나빠! 아빠 출근하면 저 암컷 만나?!”

       “출근하면 일정이 없으면 만나기는 하지. 그리고, 암컷이 아니라 여자야.”

       “아빠, 직장 그만둬! 나 싫어!”

       

       흥-

       화련이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한지수의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화련이가 저런 타입과는 상성이 잘 맞지 않은 편이긴 하다.

       

       “어떻게 얻은 일자리인데. 아빠 백수 되면 큰일 난다.”

       “나 싫다구! 싫어!”

       “조용히 해. 곧 30분도 지나니까. 빨리 책 고르고 돌아가자.”

       

       한지수를 만나서 시간이 좀 끌렸네.

       수련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나는 수련이를 찾기 위해, 삐진 화련이를 데리고 주변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저기에 있다.”

       

       수련이는 고전 소설이 가득한 코너에 있었다.

       녀석은 손에 2권의 책을 들고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이름을 불렀다.

       

       “수련아.”

       “아빠.”

       “책 다 골랐어?”

       “응.”

       

       수련이는 짧게 대답하며 내게 2권의 책을 보여줬다.

       하나는 동화책, 하나는 고전 소설이었다.

       

       “어린 왕자? 이방인? 어린 왕자는 알고 있는데. 이방인은 무슨 책이야?”

       “드래곤에 관한 책 같아서.”

       “그래?”

       

       나는 가방끈이 짧아서 책과 연관이 깊지 않다.

       그래도 고전이라 붙은 책들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책을 내민 수련이에게 물었다.

       

       “이거 어렵지 않아? 괜찮겠어?”

       “응, 괜찮아. 나 드래곤이야.”

       “…그리 신뢰 가지 않는 말이긴 한데. 믿어볼게.”

       

       나는 수련이가 건넨 책을 장바구니에 넣고 계산대로 향했다.

       조금 전에 봤던 직원이 무신경하게 말했다.

       

       “10만원입니다.”

       “…”

       

       더럽게 비싸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는 조심스레 직원에게 영웅 자격증을 건네며 말했다.

       

       “저 영웅인데요.”

       “…8만원입니다.”

       

       후줄근한 운동복을 입어서 그런가.

       직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2만원이나 할인받아 다행이다.

       나는 카드로 결제하고 서점을 나왔다.

       

       “비싸긴 해도 잘 사긴 했네. 수련아 만족했어?”

       

       수련이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응, 좋아. 만족했어. 집가서 다 읽을 거야.”

       “그럼 다행이야.”

       

       집으로 돌아가자.

       나는 녀석들을 가방에 넣고서 지하철에 올라탔다.

       가방에 들어간 수련이는 책 2권을 앞발로 꼬옥 안고서 잠들어 있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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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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