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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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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씩 웃으며 검지 끝으로 제 얼굴을 가리켰다. 제 실력에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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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층에서 왔다고 했으니 실력은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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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때 아이리스? 검술 배우러 가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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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아이리스가 입술을 벙긋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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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
    “응? 잘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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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고개를 붕붕 가로로 젓더니 느릿하게 한 단어를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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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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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을 모른다. 검 스승이 없다는 말인가? 싶었지만 계속 캐물어 본 끝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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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너 설마 검을 배워본 적 없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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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리스는 검을 처음 잡은 게 투기장에서 처음이라는 뜻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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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아…! 우리 아이리스 천재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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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이리스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아이리스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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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으으, 역시 내 제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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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가 눈을 반짝거리며 아이리스를 끌어안았다. 아니 안으려 했다. 그녀가 아이리스를 끌어안으려는 순간 아이리스는 고양이처럼 순식간에 비앙카 곁을 떠나 내 왼쪽 자리에서 오른쪽 자리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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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점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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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에게 단단히 빠진 것 같은 비앙카의 모습에 기분 좋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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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스승과 제자는 힘들더라도 좋은 친구는 될 수 있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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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아이리스가 나에게만 매달리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과도 소통하고 즐겁게 웃는 날이 분명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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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선 비앙카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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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아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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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창문 밖으로 함성이 새어 들어왔다. 전에 있던 층보다는 훨씬 소리가 작게 들렸다. 마법적 처리가 된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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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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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가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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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싫다고 하니까 오늘은 이만 가볼게. 만약 생각이 바뀌면 다음에 볼 때 꼭 얘기해줘 종종 내려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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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가 매력적인 웃음을 씩 지어 보이곤 이만 가보겠다면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와 아이리스는 비앙카의 배웅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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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히 가세요. 편하실 때 언제든지 오세요.”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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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가 밝게 웃어 보이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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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람인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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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별 반응 없이 내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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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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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닫히고 복도에는 정적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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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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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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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가벼운 걸음으로 화려한 복도를 걸었다. 얼굴에는 기분 좋은 웃음이 걸려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건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문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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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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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음도 없이 부드럽게 열린 문 너머엔 투기장 최상층에 걸맞은 화려하고 아늑한 시설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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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녀는 커다란 거실을 지나 무기가 보관된 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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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역시 이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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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아이리스가 사용했던 검과 비슷한 검을 들어 올렸다. 스릉 소리가 날 정도로 날 선 검에 얼굴을 비춰보더니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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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다고? 그거 완전 세기의 천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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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신이 난다는 듯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상기된 볼을 부여잡았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가 살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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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지도 않았는데 그 정도라면 배웠을 땐 어느 정도라는 거야? 아아 -,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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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장난스럽게 휘둘렀음에도 최상층 검투사 답게 매혹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한 살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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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키운 다음에 먹는 게 좋겠지? 아니면 그냥 지금 바로 삼켜버릴까?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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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칼춤을 멈추고 검을 대충 거치대에 던져두고 한 손으로 턱을 쥔 채 고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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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다 약한 수준까지만 키워주고 잡아먹는 게 좋겠다. 안전하게 가는 게 최고니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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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말에 그림자가 화답하듯 양쪽으로 쩍하고 갈라졌다. 갈라진 그림자 사이에 성인 남자 팔뚝만 한 뾰족한 가시 같은 게 빼곡하게 자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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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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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였던 것이 점차 바닥을 뚫고 나와 형체를 이루었다. 끈적한 검은색 늪에서 얼굴을 빼낸 괴물의 모습 같았다. 규칙성 없이 자란 뾰족한 가시에 언뜻 누군가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살점 따위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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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힉,케헤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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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뱉어낸 괴물의 목소리는 누군가 들었다면 구역질할 정도로 불쾌한 소리였지만, 비앙카는 사랑스러운 아기의 옹알이를 들은 것처럼 볼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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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치? 역시 난 똑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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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가 콧노래를 부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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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경기도 무리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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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층의 권력은 오로지 10명에게만 주어진다. 하지만 새로운 노예는 끝없이 들어오고 최상층에 도전하는 이들도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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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게 되는 이곳에서 비앙카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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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 따위 만나본 적 없다는 듯 한계를 모르고 강해지는 데다가, 수십, 수백 가지의 무기를 능숙하게 다뤄 미리 준비하고 대응하기 힘든 존재가 비앙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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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최상층에 도전하는 이들이 감히 도전을 입에 담지도 못하는 하늘 위의 하늘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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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녀는 ‘게으른 천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검을 연습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데다가 항상 늘어지게 놀거나 남자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기 바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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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전부 그녀의 그림자의 능력 덕분이었다. 그녀의 그림자는 먹어 치운 것의 능력까지 전부 흡수해 주인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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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친절한 얼굴로 능력있는 노예와 친해진 후, 상대가 방심했을 때 집어삼켜 능력을 흡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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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그녀가 최강의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는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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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흥, 나중에 여동생이 죽어서 슬퍼하면 첩으로 데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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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이번에 노리고 있는 먹잇감은 아이리스와 리안 두 사람이었다. 아이리스는 자신의 먹잇감이고 리안은 제 첩으로 들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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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어찌 보면 내가 여동생이나 다를 바 없는 거니까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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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를 삼키면 아이리스의 능력이 전부 제 것이 될 테니, 본인이 곧 아이리스나 다를 바 없다. 라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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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앞으로 ‘음식 함부로 먹으면 탈이 난다.’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되겠지만 아직은 마냥 행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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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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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집에 적응한 지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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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쥐수인에게 새로운 경기가 잡혔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아! 맞다!”라고 소리치며 손뼉을 쳤다. 가르간도아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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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수인이 떠나고 아이리스에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욕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 서서 속으로 가르간도아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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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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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등에서 빛무리가 모여들더니 주먹만 한 검붉은 빚덩이가 떠올랐다. 이내 빛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주르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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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덩이 안에서 이젠 단검이 아니라 나이프 수준으로 작아진 가르간도아가 나타났다. 처음 봤을 때보다도 작아진 꼴에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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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려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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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간도아는 정말 다 죽어가는 환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손목을 살짝 베어버렸다. 뭔가 자해하는 꼴처럼 보이긴 했지만 따끔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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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츄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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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핏물이 검에 스며들었다. 1초의 시간이 흐르고 마검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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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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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가에 들이밀어진 진미에 정신을 차렸는지 검이 작게 웅웅 떨렸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피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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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아아앗! 이거,이거야아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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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굶주린 건지 위엄있는 말투까지 집어치운 채 우는 소리를 낸다. 상처를 얕게 만든 탓에 피가 제대로 흡수되지 않았다. 상처 난 곳을 헤집자 푸홧! 하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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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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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에 치솟았던 피들이 순식간에 검에 빨려 들어갔다. 그 덕분에 옷이 더러워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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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읍 -…흐,하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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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정신을 놓은 것 같은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조금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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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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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마검을 애 취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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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구 쏟아져나오는 피는 한 방울도 남김없이 검에게 삼켜졌다. 처음에 상처를 만들었을 때 떨어진 몇 방울의 피를 제외하곤 세면대는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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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많으니까 천천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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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손자를 배불리 먹이는 할머니처럼 반쯤 울고 있는 마검을 달랬다. 마검은 사양할 거 없이 피를 미친 듯이 빨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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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얼추 원래의 크기를 되찾은 마검이 피를 흡수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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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날 방치할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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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마검 눈물 젖은 식사..

추천과 선작을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그녀가 씩 웃으며 검지 끝으로 제 얼굴을 가리켰다. 제 실력에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다.

최상층에서 왔다고 했으니 실력은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어때 아이리스? 검술 배우러 가볼래?”

그 말에 아이리스가 입술을 벙긋거렸다.

“몰,라.”

“응? 잘 모르겠다고?”

아이리스가 고개를 붕붕 가로로 젓더니 느릿하게 한 단어를 뱉어냈다.

“검.”

검을 모른다. 검 스승이 없다는 말인가? 싶었지만 계속 캐물어 본 끝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리스…너 설마 검을 배워본 적 없는 거야?”

그 말에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리스는 검을 처음 잡은 게 투기장에서 처음이라는 뜻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와아…! 우리 아이리스 천재였구나!”

내가 아이리스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아이리스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크으으, 역시 내 제자하자!”

비앙카가 눈을 반짝거리며 아이리스를 끌어안았다. 아니 안으려 했다. 그녀가 아이리스를 끌어안으려는 순간 아이리스는 고양이처럼 순식간에 비앙카 곁을 떠나 내 왼쪽 자리에서 오른쪽 자리로 옮겼다.

“이런 점도 좋아!”

아이리스에게 단단히 빠진 것 같은 비앙카의 모습에 기분 좋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당장 스승과 제자는 힘들더라도 좋은 친구는 될 수 있을 것 같네.’

지금은 아이리스가 나에게만 매달리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과도 소통하고 즐겁게 웃는 날이 분명 오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선 비앙카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게 좋았다.

와아아아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창문 밖으로 함성이 새어 들어왔다. 전에 있던 층보다는 훨씬 소리가 작게 들렸다. 마법적 처리가 된 게 아닌가 싶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비앙카가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인이 싫다고 하니까 오늘은 이만 가볼게. 만약 생각이 바뀌면 다음에 볼 때 꼭 얘기해줘 종종 내려올 테니까!”

비앙카가 매력적인 웃음을 씩 지어 보이곤 이만 가보겠다면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와 아이리스는 비앙카의 배웅을 해주었다.

“안녕히 가세요. 편하실 때 언제든지 오세요.”

“고마워!”

비앙카가 밝게 웃어 보이곤 떠났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

“…”

아이리스는 별 반응 없이 내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끼익,탁.

문이 닫히고 복도에는 정적만이 남게 되었다.

***

“흐흐흥.”

비앙카는 가벼운 걸음으로 화려한 복도를 걸었다. 얼굴에는 기분 좋은 웃음이 걸려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건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문 앞이었다.

달칵.

소음도 없이 부드럽게 열린 문 너머엔 투기장 최상층에 걸맞은 화려하고 아늑한 시설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앙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녀는 커다란 거실을 지나 무기가 보관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역시 이거겠지?”

그녀는 아이리스가 사용했던 검과 비슷한 검을 들어 올렸다. 스릉 소리가 날 정도로 날 선 검에 얼굴을 비춰보더니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검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다고? 그거 완전 세기의 천재 아니야?”

비앙카는 신이 난다는 듯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상기된 볼을 부여잡았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가 살랑거렸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그 정도라면 배웠을 땐 어느 정도라는 거야? 아아 -, 너무 기대된다.”

비앙카는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장난스럽게 휘둘렀음에도 최상층 검투사 답게 매혹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한 살기가 느껴졌다.

“제대로 키운 다음에 먹는 게 좋겠지? 아니면 그냥 지금 바로 삼켜버릴까? 으음…”

비앙카는 칼춤을 멈추고 검을 대충 거치대에 던져두고 한 손으로 턱을 쥔 채 고민에 잠겼다.

“나보다 약한 수준까지만 키워주고 잡아먹는 게 좋겠다. 안전하게 가는 게 최고니까! 그렇지?”

그녀의 말에 그림자가 화답하듯 양쪽으로 쩍하고 갈라졌다. 갈라진 그림자 사이에 성인 남자 팔뚝만 한 뾰족한 가시 같은 게 빼곡하게 자라있었다.

스르륵.

그림자였던 것이 점차 바닥을 뚫고 나와 형체를 이루었다. 끈적한 검은색 늪에서 얼굴을 빼낸 괴물의 모습 같았다. 규칙성 없이 자란 뾰족한 가시에 언뜻 누군가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살점 따위가 붙어있었다.

크힉,케헤엑.

물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뱉어낸 괴물의 목소리는 누군가 들었다면 구역질할 정도로 불쾌한 소리였지만, 비앙카는 사랑스러운 아기의 옹알이를 들은 것처럼 볼을 붉혔다.

“그치? 역시 난 똑똑해!”

비앙카가 콧노래를 부르며 말했다.

“이번 경기도 무리 없겠어!”

최상층의 권력은 오로지 10명에게만 주어진다. 하지만 새로운 노예는 끝없이 들어오고 최상층에 도전하는 이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오로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게 되는 이곳에서 비앙카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살아남았다.

벽 따위 만나본 적 없다는 듯 한계를 모르고 강해지는 데다가, 수십, 수백 가지의 무기를 능숙하게 다뤄 미리 준비하고 대응하기 힘든 존재가 비앙카였다.

비앙카는 최상층에 도전하는 이들이 감히 도전을 입에 담지도 못하는 하늘 위의 하늘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게으른 천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검을 연습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데다가 항상 늘어지게 놀거나 남자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기 바빴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전부 그녀의 그림자의 능력 덕분이었다. 그녀의 그림자는 먹어 치운 것의 능력까지 전부 흡수해 주인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친절한 얼굴로 능력있는 노예와 친해진 후, 상대가 방심했을 때 집어삼켜 능력을 흡수해왔다.

그게 그녀가 최강의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는 비결이었다.

“흐흥, 나중에 여동생이 죽어서 슬퍼하면 첩으로 데려올까?”

그녀가 이번에 노리고 있는 먹잇감은 아이리스와 리안 두 사람이었다. 아이리스는 자신의 먹잇감이고 리안은 제 첩으로 들일 생각이었다.

“뭐, 어찌 보면 내가 여동생이나 다를 바 없는 거니까 상관없겠지?”

아이리스를 삼키면 아이리스의 능력이 전부 제 것이 될 테니, 본인이 곧 아이리스나 다를 바 없다. 라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앞으로 ‘음식 함부로 먹으면 탈이 난다.’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되겠지만 아직은 마냥 행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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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집에 적응한 지 일주일.

나는 쥐수인에게 새로운 경기가 잡혔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아! 맞다!”라고 소리치며 손뼉을 쳤다. 가르간도아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쥐수인이 떠나고 아이리스에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욕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 서서 속으로 가르간도아를 불렀다.

슈웅.

손등에서 빛무리가 모여들더니 주먹만 한 검붉은 빚덩이가 떠올랐다. 이내 빛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주르륵 흘러내렸다.

빚덩이 안에서 이젠 단검이 아니라 나이프 수준으로 작아진 가르간도아가 나타났다. 처음 봤을 때보다도 작아진 꼴에 당황스러웠다.

[ 살…려줘… ]

가르간도아는 정말 다 죽어가는 환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손목을 살짝 베어버렸다. 뭔가 자해하는 꼴처럼 보이긴 했지만 따끔하지도 않았다.

츄읍 -.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핏물이 검에 스며들었다. 1초의 시간이 흐르고 마검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맛…있어? ]

입가에 들이밀어진 진미에 정신을 차렸는지 검이 작게 웅웅 떨렸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피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 흐아아앗! 이거,이거야아앗..!! ]

얼마나 굶주린 건지 위엄있는 말투까지 집어치운 채 우는 소리를 낸다. 상처를 얕게 만든 탓에 피가 제대로 흡수되지 않았다. 상처 난 곳을 헤집자 푸홧! 하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우웅 -.

허공에 치솟았던 피들이 순식간에 검에 빨려 들어갔다. 그 덕분에 옷이 더러워지는 일은 없었다.

[ 헤읍 -…흐,하아악! ]

완전히 정신을 놓은 것 같은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조금 미안해졌다.

‘애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바보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마검을 애 취급하게 되었다.

마구 쏟아져나오는 피는 한 방울도 남김없이 검에게 삼켜졌다. 처음에 상처를 만들었을 때 떨어진 몇 방울의 피를 제외하곤 세면대는 깔끔했다.

“아이고 많으니까 천천히 먹어.”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손자를 배불리 먹이는 할머니처럼 반쯤 울고 있는 마검을 달랬다. 마검은 사양할 거 없이 피를 미친 듯이 빨아먹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얼추 원래의 크기를 되찾은 마검이 피를 흡수하며 말했다.

[ 어떻게 날 방치할 수 있어?! ]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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