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2

        시간을 조금 돌려, 유진이 이사장한테 하루를 팔아먹고 있을 당시.

        

        대한민국 언론은 뒤집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천화 클랜이 흘린 정보 때문이었다.

        

        

        ‘서유진이 천화랑 계약? 미국 안 가고?!’

        

        

        당장 어제, 미국 대통령이 유진에게 관심을 보인 참 아닌가.

        기자들은 당연히 유진이 미국에 갈 거라 예상했다.

        돈이 몇 배도 아니고, 그야말로 수십 배로 차이 나는데.

        안 가는 게 바보 아닌가.

        

        그런데, 고작 하루 지났는데 계약 소식이?

        여기서 일단 기자들이 1차 흥분.

        

        

        “계약금은요? 차기 S급이니, 전례 없는 액수의 금액이 나왔겠죠?”

        “200억.”

        “캬. 진짜 전대미문이네요. 미국에 비하면 좀 그렇지만, 이것도 충분히 큰….”

        “———그런데 그거, 재단에 전액 기부한대.”

        “…네!?”

        

        

        심지어 계약금을 전부 기부했단다.

        자신이 앞으로 치료할 환자들을 걱정해, 기금 형식으로.

        

        2차 흥분에 휩싸인 기자들이 마구 날뛰었다.

        

        

        ‘국뽕에 영웅담까지. 킬링 포인트가 몇 개야?’

        ‘이건 조회수 복사기다!!’

        

        

        결과, 언론 플레이를 지시한 클랜장 유정철조차 당황할 정도의 기사가 일시에 터져 나왔다.

        

        

        [서유진 ‘막대한 美제안’ 내팽개쳐… 한국 愛 폭발]

        [‘한국의 영광’ 서유진, 200억 기부로 ‘새 전설’ 썼다]

        [기적에 이어 ‘치료비 지원’까지….]

        

        

        조회수에 미친 기자들의 자극적인 기사들.

        

        덕분에 대중들이 뒤집어졌다.

        모처럼 나온, 설하연의 뒤를 이어 한국을 지켜줄 인재를 미국에 뺏길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고작 하루 만에 들려온 낭보였으니. 당연했다.

        

        심지어 기부까지 했다니.

        시기와 질투로 속이 부글부글 끓던 사람들조차 마음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건 깔 수가 없었다.

        

        

        [한국 각성자 마이너 갤러리]

        제목 : 200억 기부니 뭐니 역겹네 ㄹㅇ

        

        어디 했나 봤더니 천화 제단 ㅇㅈㄹ

        보나 마나 슈킹해서 자기들끼리 떠먹여줄 텐데

        이걸 순진하게 기부했다고 좋아하는 개돼지들 수준

        언플 하는 새끼나 당하는 놈들이나 역겹네

        

        ㄴ 제단 아니라 재단 이새1끼야

        ㄴ 쟤 유명한 어그로임 관심 ㄴ

        ㄴㄴ 알지도 못하면서 글 싸는 꼴 개 추해서 그럼

        ㄴㄴ 뭐뭣 이자식방금

        ㄴㄴ (이자식방금개추라고 하는 네모네모멈뭄미 콘)

        ㄴㄴ 어어 이러지 마라

        ㄴㄴ (개추콘)

        ㄴㄴ (콘)

        ㄴㄴ (콘)

        

        

        유일한 인기글에서조차 유진을 욕하는 여론은 0명.

        단어 한 번 잘못 쓴 죄로 천여 명의 벌떼 무리가 추천을 조작했을 뿐인 게시글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국내 여론은 폭발적인 친 유진 성향.

        천사니 뭐니 낯부끄러운 찬양이 한국을 가득 메웠다.

        

        반면, 다른 나라는?

        

        

        [R/awakener – I KNEW IT (그럴 줄 알았지)]

        

        

        당사자인 미국은 별 반응 없었다.

        인류 최강국의 자존심이 있지. 안 오겠다는 사람 억지로 부르겠는가.

        그냥 그러렵다- 하고 만 것.

        

        대부분의 나라도 다 비슷했다.

        200억? 그게 우리나라 돈으로 얼만데? 

        아… 그걸 전부 기부하다니. 건실한 청년.

        대체로 이런 담담한 반응.

        

        하지만 유일하게 난리 법석인 나라가 둘 있었다.

        하나는 베트남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이었다.

        

        

        [Võ Chí Công – Official]

        (유진 기부 기사 베트남어 번역본 캡처)

        

        국밥은 내가 사야겠는걸🤔

        

        #Awakener #S_RANK #Youjin

        

        

        뜬금없는 베트남의 열광은, 바쁜 와중에도 SNS는 놓지 않는 보찌꽁 덕분.

        덕분에 베트남에서 세트로 영웅 취급 당하는 유진이었다.

        

        반면 일본은 조금 경우가 달랐다.

        

        

        [세계 각성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레]

        

        (유진 기부 관련 일본 기사)

        >>31 

        20억 엔 기부? 왜 일본엔 저런 사람이 없는 건가

        >>59

        일본이 아니라 세계에도 보통 없음

        >>59

        저건 유진 군이 대단한 것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호의적인 반응.

        그도 그럴 게, 유교 국가 아닌가. 한국보다 더한.

        그 와중에 환자를 위한 전액 기부를 선보였으니.

        유진의 일본에서의 위상은 순간 급상승.

        다들 입을 모아 그의 시혜를 칭찬했다.

        

        …다만, 이것만으로 큰 화제가 될 일은 없었다.

        아무리 칭찬해 봤자 유진은 어차피 한국인.

        이건 외국인을 향한, 며칠 지나면 사그라들 일시적인 관심에 불과했으니까.

        

        분명 그랬을 터인데.

        

        

        [아이카쨩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레]

        

        유진 군 아이카쨩이랑 좀 어울릴지도?

        >>31 

        하?

        

        

        문득 나온 말 하나가 여론을 뒤집었다.

        

        니노미야 아이카.

        일본의 자랑스러운 S급 1위이자…

        32살 먹을 때까지 남자랑 연 한 번 없는 여자.

        

        처음엔 ‘아이카쨩 지켜!!’ 하며 연애도 결사 반대하던 팬들조차 이젠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 말라곤 했지만, 진짜 안 하게? 너 이제 아라사(30대 전후, 계란 한 판과 비슷한 말)다?

        알게 모르게 다들 이리 생각했던 것.

        

        그 와중, 유진이 나타났다.

        

        능력? 차기 S급. 최면 치료 가능.

        인성? 200억 기부. 천사.

        외모? 두말할 필요 없음. 합격.

        

        가장 중요한, 아이카와 어울릴지 여부?

        

        

        [아이카쨩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레]

        

        >>31 

        그러고 보니 유진 군, 카타나 쓰지? 아이카쨩을 동경하거나 그런 걸까?

        >>31

        확실히 어울릴지도

        

        

        ———마침, 유진은 카타나를 쓴다!

        그 아이카의 상징과도 같은 무기를, 한국 청년이!

        

        날카로운 우결각에 일본이 들썩였다.

        

        

        [아이카쨩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레]

        

        >>31

        아이카쨩이 결혼하면 유진 일본 오는 거야?

        >>31

        이건 아이카쨩이 책임 지고 결혼할 수밖에 없네

        >>31

        강하기에 고독한 소녀와, 그녀를 동경하는 건실한 청년이라니. 만화냐고

        >>76

        만화 그려왔어~ (링크)

        >>81

        신 만화 tskr (tskr: 고맙다는 뜻의 일본 인터넷 용어)

        

        

        유진과 아이카의 사랑이란 맛있는 소재에 만화까지 나올 정도.

        

        쓸데없이 잘 그린 만화는 이내 실시간 검색에까지 올랐다.

        아이카 유진 결혼 만화니 뭐니 하며.

        

        그게 점차 퍼지고, 퍼져선…

        어쩌다 보니 바다 건너 한국까지 전파.

        동거 중이던 둘에게 닿았다.

        

        

        [1. 니노미야 아이카 유진 결혼]

        

        “검색해 보니 만화 얘기라고 하는구나.”

        “벌써 한국어 번역도 됐네요. 이게 참….”

        “바보 같구나. 하아.”

        

        

        빠르게 진상을 알아내고 한숨 쉬는 아이카.

        자신을 창작물 소재로 삼는 건, 19금이 아니라면 금하지 않긴 했지만. 이런 것마저 나와버리다니.

        새삼스럽게 통탄스러웠다.

        

        툴툴대는 말투와 달리, 심장은 주책맞게 콩콩 뛰었지만.

        

        

        ‘겨, 겨, 결혼이라니. 내가 제자와? 나이 차이가 12살인데… 의외로, 사람들 보기엔 괜찮은 건가?’

        

        

        그녀의 나이 만 서른 둘. 반면, 유진은 갓 스물.

        자신이 스무 살 때 유진은 초등학생 아니었나.

        

        범죄적인 나이 차이.

        결혼 따위 언감생심 꿈도 꿔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한데. 그녀가 유진이랑 결혼하고, S급 1위가 아닌 한 명의 여인으로서 웃는 만화가 나와?

        심지어 다들 둘이 잘 어울린다고 호평 일색이야?

        …그런가?

        

        이런 생각에 내심 들뜬 아이카였다.

        주책에도 정도가 있었다.

        

        

        ‘확실히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이 신부긴 했지. 남편이 없는 동안 집안일 하고, 내조해 주며 귀여움 받는… 어라?’

        

        -멈칫.

        

        ‘…내가 제자한테 하는 일이잖아?’

        

        

        추가로, 뒤늦은 깨달음이 하나.

        

        남편이 없는 동안 집 집안일 하고, 돌아오면 손수 따듯한 된장국을 끓여주는 등.

        남편 내조에 전력하는 아내?

        

        그녀와 유진의 관계가 딱 이렇지 않은가.

        지금까진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이카는 최근 며칠간 아내 노릇을 해왔다.

        초등학생 시절 꿈꾸던 그대로.

        

        충격에 그녀의 사고가 멈췄다.

        

        

        ‘나 설마, 무의식적으로 제자를 남편처럼 생각하고…?’

        “…….”

        ‘쓰읍. 분위기 뻘쭘하게. 진짜.’

        

        

        한편, 아이카의 침묵에 표정이 찌푸려진 유진.

        

        그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목욕탕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곤란한데.

        이젠 인생 스포일러까지 당한 거 아닌가.

        아직 둘은 건전한 사제지간일 뿐인데.

        

        달갑지 않았다.

        이걸 보고 괜히 스승님이 의식하신다면? 그래서 단란하던 사제 관계에 금이라도 간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 뿐이었으니까.

        

        면피성 발언이 침묵을 깨트렸다.

        

        

        “사람들도 참, 무례하게 뭐 하는 짓인지.”

        “…음?”

        “이거 그린 사람은 생각도 안 해본 걸까요? 스승님이 이걸 보고 얼마나 기가 차실지.”

        

        

        난 잘못 없다, 이 만화 그린 놈이 죽일 놈이다.

        물 흐르는 듯한 책임 전가.

        

        나아가,

        

        

        “이 만화, 꼭 스승님을 결혼에 미쳐 한국까지 절 찾아온 것처럼 써놨잖아요. 실제론 모자란 절 지도하러 와주신 건데.”

        “그, 그건… 그렇지….”

        “은혜도 몰라보고, 진짜.”

        

        

        캐릭터 설정이 이게 뭐냐.

        

        잔혹한 평가에 아이카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남들이 보기엔 그리 보인 건가? 결혼에 미쳐 12살이나 어린 제자 집에 눌러붙은 여자로!?’

        

        -바들바들.

        

        ‘나, 난 그저 내제자를 들인 것뿐인데…!!’

        

        

        어쩐지 제자 친구들이 다들 입에 거품을 물더라니만.

        내가 제자랑 같이 사는 거, 남들한텐 이렇게밖에 안 보였겠구나.

       ​

        강제로 먹여진 빨간약에 진실을 깨달은 아이카였다.

        

        

        “…말 잘 했구나. 난 그저 네 검을 보고.”

        “하아. 이건 제가 SNS로 말해둘게요. 이런 건 스승님께 누가 되니 하지 말라고.”

        “——그, 그럴 필요까진 없다. 아니. 그러지 말거라!”

        “음? 왜요?”

        “강한 힘을 가진 자는 마땅히 그에 걸맞은 너그러움을 보여야 한단다. 이런 거에 일일이 반응하는 건 내 제자답지 못하구나.”

        “뭐, 스승님께서 그러시다면야.”

        

        

        막상 싫지는 않았는지, 추가 2차 창작의 씨앗을 짓밟진 않았지만.

        

        그 자비로운 모습에 유진이 안심했다.

        아, 스승님이 이제 나더러 뻘쭘해할 일은 없겠구나.

        만화는 만화로 봐주시는구나- 하고.

        

        

        “그럼 제자는 이만 들어가 자볼게요. 아직 온 몸이 쑤셔서, 빨리 쉬어야겠습니다.”

        “그러려무나.”

        

        

        더 사고가 터지기 전, 수면을 취하러 가는 유진.

        

        뜬금없는 결혼 어쩌고의 마무리는, 그리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그, 그런데 제자야.”

        “예?”

        “네가 싫다면, 저기. 내가 금지시켜줄 수도 있다만?”

        “에이. 저야 당연히 영광이죠~!”

        ‘만화로 그려지는 건 의외로 처음이거든.’

        

        

        마무리하는 척, 자기도 모르게 폭탄을 터트려버렸지만.

        

        

        “…? ……!!!!!?”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흐암.”

        

        

        그러나 이 눈치 없는 청년은, 제가 뭔 소리를 했는지도 눈치 못 챘기에.

        아이카는 덕분에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고민했다.

        

       

       ‘결혼하는 만화를 그려주셔서 영광이라니… 무슨 뜻이지? 나랑 결혼하는 게 영광이란 건가? 진짜 그런 뜻인가?’

        

        

        동이 틀 때까지 그러는 꼴이, 주접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 * *

        

        

        다사다난했던 주말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 아침.

        

        

        -와구와구.

        

        “역시 스승님이 해주시는 요리는 최고네요! 특히 이 일본식 된장국은 매일 먹고 싶을 정도예요!”

        “…설마 일부러 그러는 거니?”

        “네?”

        “……아무것도 아니다. 많이 먹거라.”

        

        

        어젯밤 일의 여파가 남은 건지, 스승님의 얼굴이 영 뻣뻣했다.

        이 쪽으로 눈도 안 맞춰주실 정도로.

        

        시간만이 답일 것 같아, 냅다 아카데미로 도주했다.

        

        

        “후우… 아, 앨리스. 좋은 아침.”

        “———유진, 저희 같이 티비에 나가요!! 아이돌이 되는 거예요!!”

        “……뭐?”

        

        

        아내가 아이돌이 되자는 제안을 건넸다.

        뭐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갸루피스를 웨이~

    + 아이카 잠옷으로 뭐 입힐지 1시간은 고민한 듯…
    만족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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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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