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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민서호의 현역 스토커 표지우.

       오직 그에게 다가가겠다는 집념 하나로 1년 간 배우 일을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데뷔까지 한 것으로 모자라, 결국 같은 극에 오른 여자.

       

       어찌 됐든 재능이 충만한 신인답게, 이 ‘눈을 감고’에서 민서호가 속한 팀에 섞여 들어가는 것까지 성공한다.

       그 뿐인가? 저돌적인 어필로 끝내 여자친구 자리까지 꿰찬다.

       

       그야말로 한 스토커의 눈물겨운 성공기라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 이후.

       

       민서호의 복잡한 여자 관계가 밝혀지며 발생하게 된다.

       

       ‘민서호가 현재 사귀는 여자의 숫자는 무려 다섯.’

       

       문어발도 이런 문어발이 없다.

       이 정도면 거의 요일 여자친구가 아닐까?

       

       거기에 친구들과 남는 시간에는 클럽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것.

       표지우도 그가 클럽에 다니는 것까지는 알았으나, 설마하니 5중으로 걸친 문어 발일 줄은 상상도 못했고.

       

       그 결과는 전에 말한 그대로, 소드마스터 엔딩으로 끝맺었다.

       

       “……오셨어요?”

       “그, 그래.”

       

       아무튼 나름 찔릴만해서 찔렸다, 라고는 해도 표지우가 한 사람을 담가버린 건 사실.

       당연히 나로선 조금 꺼림직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슬그머니 표지우를 위아래로 훑었다.

       혹시나 무기를 들고 오진 않았나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상쩍은 부분은 없네.’

       

       그러고 보면 표지우는 가방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다.

       청바지에, 평범한 셔츠차림이 대부분.

       

       사실 여성이라기보단 남성적인 패션이다.

       

       “너는 왜, 왜 교복이야?”

       “학교 끝나자마자 왔으니까요.”

       

       무슨 당연한 걸 묻는 거지.

       나는 현역 여고생이니 당연히 교복을 입는 게 당연하잖아.

       

       ‘……그와 별개로, 집에 입을 옷이 한정적이라는 것도 있지만.’

       

       엄마의 취미는 내 외모를 가꾸는 것이다.

       각종 외모 관리는 기본이고.

       당연히 복장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그래서 내 옷장에는 내가 고르지 않은 화사한 옷이 굉장히 많은 편.

       그 탓에 제일 무난히 입을 옷은 교복 정도다.

       

       주서연 17세, 아직도 부모님이 챙겨주는 옷을 입는 나이…….

       

       “전부터 하나 궁금한 게 있어.”

       “네.”

       “너어……, 굉장히 껄끄러운 눈으로 나를 보는 거 알아?”

       “착각이세요.”

       

       아무튼 나는 대략 1미터 정도, 표지우와 거리를 두고 걸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언제든 대처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런 내 말에 표지우는 그 특유의 음습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 왜 하필 여기? ……이런 곳에 올 애로는 안 보이는데….”

       “그건.”

       

       나는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줄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직접 보여주는 쪽이 설명될 테니까.

       괜히 말로 설명했다간 음해라며 내게 덤벼들지도 모르는 일.

       

       “우선 가요.”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강남의 한 유흥 거리.

       우리 주연 배우 민서호 씨가 단골로 드나드는 장소였다.

       

       ***

       

       표지우는 앞서 걸어가는 서연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검고 긴 흑발. 

       표정 변화도 극히 적어, 마치 인형같이 아름다운 외모.

       

       ‘여기에 교복을 입고 오다니.’

       

       그런 서연이 강남의 유흥 거리를 이 시간에 활보하자 당연히 시선이 모였다.

       현재 시간은 오후 열 시 반.

       이 시간대에 유흥 거리에서 여고생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눈에 띌 수밖에.

       

       소녀에서 여인으로 자라나는 외모.

       그 아름다움에, 무심코 걸어가는 서연을 쫓아 남자들의 시선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타고난 아우라.

       모태 배우라는 게 저러할까.

       

       표지우도 어디 가서 꿇리는 외모는 아니다.

       그러니 배우 일도 하는 거지.

       

       독특한 외모를 지닌 배우들도 수요가 있다지만, 결국 뭐든 잘난 게 좋은 법이다.

       못 생김은 분장으로 커버할 수 있으나 반대는 보통 불가능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서연은 표지우에게 영 꺼려지는 상대다.

       그녀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이였으니까.

       

       서연 본인도 자신을 꺼리는 느낌이지만, 표지우로서도 썩 편한 상대는 아니다.

       그렇기에 도리어 서연이 ‘왜’ 자신을 이곳으로 불러냈는지 궁금했다.

       

       ‘어쩐지.’

       

       불안한 느낌.

       그런 생각 속에서 표지우는 서연을 뒤따라갔다.

       

       “쉿.”

       

       서연은 잠시 기다리는 손을 들어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쪽으로 와요.”

       

       서연이 안내한 것은 어떤 클럽의 근처의 골목이었다.

       줄을 서서 입장하는 것을 보니, 아마 꽤 유명한 곳인 모양.

       

       ‘이런 곳은 왜?’

       

       그런 의문이 들면서도 잠자코 기다렸다.

       불온하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그리고.

       그 불안감을 증명하듯, 한 무리가 나타났다.

       

       남자 둘에, 여자 셋.

       클럽의 입구를 지키는 직원과는 안면이 있는 듯, 손을 들어 인사까지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다.

       복장도 평소 그가 즐겨 입는 옷도 아니었고,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까.

       

       “……!!”

       

       하지만, 그 남자가 입구의 직원을 보며 마스크를 내리는 순간.

       표지우는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름 아닌 민서호였기 때문이다.

       

       그는 한 여성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웃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여성 하나도 민서호에게 달라 붙어있었다.

       딱 봐도 평범한 관계론 보이지 않는 모습.

       

       찰칵.

       

       머릿속이 백지가 된 표지우를 일깨운 건, 작은 카메라 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서연이 민서호를 찍고 있는 게 보였다.

       

       “너, 너너너……. 아, 아알고 있었어?”

       “네.”

       “어, 떻게?”

       

       민서호의 생활 패턴은 대부분 꿰고 있는 표지우다.

       그런 표지우조차 알지 못한 민서호의 은밀한 사생활을 서연이 어찌 안단 말인가.

       

       “으음, 우연히?”

       

       전생 때문에 알았다고는 말 못 한다.

       바로 저 클럽이 민서호가 단골로 드나드는 클럽이며, 표지우가 날뛴 장소라는 걸 어찌 말하겠는가.

       

       “이, 이이이익!!!”

       

       잠시 멍하니 있던 표지우가 골목에서 뛰쳐나갔다.

       아니 나가려 했다.

       서연이 표지우의 허리를 잡고 당기지 않았다면 말이다.

       

       ‘무슨 히, 힘이!’

       

       전에도 느꼈지만, 아무리 떨쳐내고 가려 해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결국 포기한 표지우가 소리쳤다.

       

       “이, 이런 걸 굳이 나한테 왜 보여준 거야!! 왜, 왜 그러는 건데. 나한테!”

       

       그냥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민서호의 모습이 보였다.

       

       그 분노를 서연에게 향……하고 싶지만, 허리를 붙든 힘에 차마 뭐라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서연이 휙, 던지면 공중으로 붕 날아갈 느낌이다.

       그러니 표지우는 애써 반항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왜, 왜 나한테 왜 그래.”

       

       그래서 표지우는 또 펑펑 흘러나오는 눈물을 느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민서호가 클럽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

       

       서연이 낮은 한숨을 쉬었다.

       

       “……민서호 배우가 목적이셨잖아요.”

       “그, 그럼 뭐가 나빠?”

       “나쁘지 않지만, 저걸 보고도 그렇게 생각해요?”

       “…….”

       

       서연은 이렇게 말하는 거다.

       나중에 설령 잘되었을 때 이 사실을 알면, 네가 가만히 있을 것 같냐고.

       거기다 애초에 표지우가 배우 일을 한 건 민서호 때문이다.

       

       만약 모른다면 계속해서 헛되게 시간을 낭비하겠지.

       적어도 그녀의 연기 목적이 민서호가 되어선 안 된다.

       

       ‘그 사건도 그렇고.’

       

       사실 소드마스터 사건만 아니어도, 굳이 이렇게 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이건 민서호를 위해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재능 있는 배우, 표지우를 위해서지.

       

       “으허어엉!”

       

       곡소리를 내며 표지우가 눈물을 흘리던 그때.

       

       “이봐요.”

       

       딱 봐도 덩치가 있어 보이는 남성이 둘을 향해 다가왔다.

       그는 울고 있는 표지우와, 손에 스마트폰을 든 서연을 번갈아 보고는 말했다.

       

       “학생, 아까 뭐 찍었죠? 내가 다 봤어. 잠깐 폰 좀 보여줘 봐요.”

       

       그런 남자의 말에 서연은 잠시 주변을 훑었다.

       아직 딱히 시선이 모인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주변에 이런 일이 빈번하기에 클럽 가드가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

       

       “지우 언니.”

       “으, 으흐으??”

       “제가 신호 주면 뛰어요.”

       

       신호? 그게 무슨 소리지?

       그런 생각을 하던 때. 클럽 가드로 보이는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클럽 가드는, 뒤늦게 서연의 외모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연예인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외모였다.

       만약 교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돈을 내지 않아도 좋으니, 입장을 부탁 드린다고 말을 했을 정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방금 입구를 찍은 건 분명했기에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그렇게 얌전히 폰을…….”

       

       그 말에 손을 내미는 서연의 모습에, 당연히 폰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던 순간.

       서연의 손바닥이 자신의 가슴에 닿은 걸 느꼈다.

       

       “어?”

       

       그러자, 풍경이 순식간에 변했다.

       클럽 가드는 순간 자신의 몸이 뒤로 밀려 넘어졌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서연이 손바닥으로 그를 강하게 밀어버린 것이다.

       고작, 그런 행위로 190cm에 가까운 그가 수 미터를 밀려 넘어진 것이다.

       

       비록 방심 했다지만, 소녀에게선 있을 수 없는 힘.

       마치 자신과 비슷한 체급의 남성에게 그대로 강하게 밀쳐진 느낌이었다.

       

       “지금.”

       

       그리고 서연은 곧바로 표지우의 손을 끌며 뛰었다.

       사실 표지우는 질질 끌려가는 것에 가까웠다.

       

       클럽 가드가 당황하여 몸을 일으키는 사이.

       서연과 표지우는 이미 거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졸지에 울다가 땀을 뺀 표지우는 헐떡이며 근처 벤치에 앉았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서연의 모습에, 표지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얘 대체 뭐야?’

       

       요즘 여고생은 다 이런가?

       설마 그럴 리 없겠지.

       

       방금 있었던 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멍했다.

       

       “나, ……이제 뭐해?”

       

       비록 불순한 의도였지만, 1년이란 시간을 희생해가며 배우 일을 해왔다.

       대부분 잘하는 게 없던 그녀지만, 의외로 배우는 소질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민서호와 잘 되었다면 계속 이 일을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런 의욕도 나지 않았다.

       

       “왜, 나한테 이런 걸 보여줬어?”

       

       그녀는 재차 그렇게 물었다.

       굳이 자신에게 민서호의 진실을 알려준 이유를.

       

       서연은 넋을 놓은 표지우를 힐끗 보았다.

       본래 의도는 표지우가 과거와 같은 일을 벌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면.

       

       “……아깝잖아요.”

       “응?”

       “1년, 하셨다고 했죠.”

       

       표지우는 재능이 넘치는 배우다.

       그녀가 민서호와 같이 연극을 하기 위해 들인 시간은 1년.

       그래, 고작 1년이다.

       

       “굉장한 재능을 지니셨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놀랍게도 그녀가 영화에 캐스팅 되기까지 불과 1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거다.

       그 정도로 대단한 재능을 지닌 배우였다.

       

       “겨우 이런 일로, 그만두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

       “그으, 저런 사람의 일 때문에 혹시 뭔가 나쁜 일이 있으면 안 되니까요.”

       

       그런 서연의 말에 표지우는 말없이 서연을 보았다.

       뭔가 어색한 얼굴이다.

       잘 보면 이런 말을 하면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평소 워낙 무표정하고, 감정 표현이 옅기에 더더욱 그런 부분이 드러났다.

       

       “그냥, 그 뿐이에요.”

       

       서연은 그 말을 끝으로 떠났다.

       표지우는 그런 서연의 뒷모습을 마지막까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저, 말없이.

       

       ***

       

       “그래서.”

       

       이지연은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그래서 민서호 배우는 어떻게 됐어?”

       “하차했지.”

       

       물론 서연이 따로 경찰에 신고를 넣은 건 아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 서연에게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 다음, 조도율과 만나는 자리에서 그때 있었던 일을 슬쩍 꺼냈던 거다.

       

       “……이, 사진. 진짜예요?”

       “네. 제가 아는 그, 언니가 찍어서 보여줬어요.”

       “하…….”

       

       조도율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일반적으로 연극은 같은 배역이어도 둘에서 셋을 두는 편이다.

       

       하루에 잡힌 공연은 보통 두 번에서 세 번, 그것을 전부 같은 배우가 연기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건 ‘눈을 감고’도 마찬가지여서 ‘배성학’ 역의 배우는 셋.

       

       참고로 이번 오디션은 민서호가 주연을 맡은 파트의 ‘홍정희’ 역을 구하는 자리였다.

       앞선 두 팀은 초연에 참여했던 이들 중 남은 이들로 진행하게 되었으니까.

       

       한 팀이 부족했기에 기존에 배성학 역을 맡은 민서호를 주연에 두고, 나머지를 모집하던 오디션이다.

       

       “배성학 역도, 새로 구해야 겠네…….”

       

       한숨이 나왔다.

       사실 배우의 사생활까지는 크게 터치하지 않지만, 곧 연극의 개봉을 앞둔 시기.

       이런 시기에 괜히 구설수에 오르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심지어, 여자를 둘이나 끼고 있으니…….

       

       ‘그걸 또 왜 애한테 걸려서.’

       

       주서연.

       그녀가 가진 이름의 파급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조도율은 아파 오는 머리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잠 자서 늦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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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to Be a VTu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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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I definitely just wanted to be a VTube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had become an 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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