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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딱 똑 딱,
실비아씨가 하나씩 단추를 푸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맨 아래 단추부터 풀기 시작한 그녀의 손이 위로 올라올수록 그녀의 살갗이 점점 드러난다.
자신을 붙잡고 있던 장력을 잃고 중력에 의해 스르르 침대 이불 위로 부드럽게 널브러지는 실크 천 너머.
실크만큼이나 하얗고, 실크보다 훨씬 더 부드러울 게 분명한 그녀의 뽀얀 살결이 고개를 내밀었다.
바깥 공기에 노출되는 것이 어색한 듯 움찔거리는 그녀의 피부.
숨소리에 맞춰서 천천히 부풀었다 줄어드는 그 고운 살갗엔 멋지게 자리 잡은 복근과 오래된 흉터들이 그림처럼 박혀 있었다.
그녀는 일부러 나를 애태우려는 듯 아주 천천히 단추를 풀었으나 이미 단추는 하나만 남아, 그녀의 밑가슴이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에 단추 자체가 많지 않은 옷이었다.
홀로 남은 단추는 커다란 그녀의 가슴이 짓누르는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손만 가져다 대었을 뿐인데 알아서 툭 풀려버렸다.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이 침대 이불 위로 와락 쏟아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척이나 뜨겁고,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달콤한 공기가 그녀와 내 몸 사이의 좁은 틈 사이를 가득 채웠다.
나는 말리지 않았다.
예전처럼 호들갑을 떨지도 않았다.
물론, 흥분한 것 역시도 아니었다.
그저 멍하니 그녀가 무얼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언젠가 그녀가 내 앞에서 자기 잠옷을 풀어헤쳤던 그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실비아씨의 표정에선 짓궂은 미소나 얄궂은 장난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부끄러움이나, 수줍음도 없었고, 무언가 굳은 결의가 드러나 있지도 않았다.
마치 꼭 필요한 일인 것처럼,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자기 상의를 어깨 너머로 풀어헤치고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리 와.”
실비아씨는 그 뜨겁고 달콤한 살결로 천천히 내 머리를 끌어당겼다.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녀의 손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뽀얀 살덩이가 내 시야를 뒤덮는다.
코와 입, 그리고 뺨까지 그녀의 가슴이 덮듯이 짓눌렀다.
코끝에 한가득 들어오는 향기는 아찔할 만큼 달았고, 그녀의 몸은 그 향기만큼이나 뜨거웠다.
어쩐지 마음을 녹이는 그 온기에 이끌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살갗 위로 내 숨을 토해냈다.
“읏,”
실비아씨는 살짝 움찔거리면서도 한손으로 부드럽게 내 등을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고, 남은 한손으로 내 머리를 살짝 누르듯이 안아주며 속삭였다.
“씻기 전에 확인했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
“한 번 더, 몸 살펴볼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내 등을 안아주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허벅지 근처까지 내려온 그녀의 손가락이 한 움큼씩 튜닉의 자락을 잡아당긴다.
온통 피투성이가 된 옷과 속옷은 그녀가 퍼온 강물에 담가 두었기에, 튜닉 아래의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하지만,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수치심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런 걸 느끼기엔, 나는 지금 너무나 지치고 아팠다.
그녀는 천천히 튜닉을 내 배꼽 위치까지 끌어올렸다.
그녀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내 허벅지부터 천천히 쓸어올렸다.
천천히, 느리게,
그녀의 손은 내 엉덩이 바로 아래에서 잠시 멈추었다.
“여기 상처가 남아있었네.”
“…”
“치료해 줄게.”
그녀의 몸이 살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 몇번이나 본 빛이었다.
신성력이 발휘되는 순간 나타나는 하얀 빛.
문득, 내가 목을 뜯어낸 그 남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 나는 몸을 떨던 떨며 그녀의 품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실비아씨는 나의 돌발행동에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 천천히 내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
“…”
괜찮다니,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걸까.
그 사람은 나 때문에 죽었는데,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었을 텐데.
그 사람들이 왜 이런 숲까지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내가 마차를 폭발시키는 소리를 듣고 내가 있는 곳까지 다가온 것이겠지,
내가 그 사람들을 죽음으로 끌어당긴 거나 마찬가지다
아니, 마찬가지는 무슨,
내가 죽인 거다.
내가 유인하고, 내가 직접 살해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녀의 옷깃을 콱 틀어쥐려고 했다.
“앗,”
아, 그녀는 이미 상의를 벗어버렸지.
나는 그녀의 피부를 꽉 틀어쥐고 있었다.
“애…애쉬?”
“… 실비아씨,”
“으… 응? 왜?”
“…실비아 씨도… 이런 기분이었나요.”
실비아씨는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아마도.”
“아마도…?”
“너랑 나는 상황이나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
“난, 그 이전에도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었어. 물론, 어디까지나 산적들이라던가, 살인자들이었지만…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익숙했지…”
“…”
“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건 다르더라… 특히 갓난아기를 죽이는 건, 정말…”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지,
그녀는 마을 하나를 다 죽게 했다.
아마 나 따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었겠지.
말을 하는가 득 쌓인 시체를 혼자서 옮기고, 빈집을 돌아다니며 죽은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필사적으로 맞춰가며 혼자서 그 비석들을 깎고, 혼자서 그들을 묻고…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가둔 채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에.
…미친 짓이다.
불가능하다.
제정신으로 할 만한 짓이 아니야.
나는 견딜 수 없다.
이미 지금도 죽을 것만 같다.
용사라는 것, 영웅이라는 것,
고작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이름에 불과한 그 단어가 대체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녀야 하는 것이길래,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혼자 견뎌온 걸까.
“많이 힘들었나요…”
“애쉬… 만큼은 아닐지도 모르겠네…”
거짓말이다.
내가 겪은 것보다 몇 배는 더 괴롭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심지어 죽음으로 도망칠 수도 없는 저주이지 않은가.
나는 실비아씨를 꽉 끌어안았다.
실비아씨는 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그땐 애쉬가 없었거든.”
“…아,”
“애쉬가 있었으면 더 견디기 쉬웠을 텐데.”
나는 그제야 내가 얼마나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지 깨달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녀가 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무도 없었다.
아아, 맙소사.
실비아씨.
“어떻게… 어떻게 견뎠어요? 그 오랜 시간을… 혼자…?”
“…모르겠어. 사실 잘 기억 안 나.”
“…?”
“느끼지 않으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실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거든.”
“실비아씨…”
“… 물론, 짧게 느껴졌다는 건 아니야. 길었어.”
“…”
“정말, 정말 길었지… 하루가 일 년 같고, 일 년이 백 년 처럼 느껴졌으니까.”
“…”
“그래서 내가 날짜를 몰라, 세는 게 너무 힘들어서… 세면 정말 시간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느껴져서… 그게 너무 끔찍해서… 일부러 안 셌어.”
“…”
“…그래도, 나는 이제 괜찮아.”
다음 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있으니까.
“애쉬… 너는 내가 예전에 한 말 기억하니?”
“…?”
실비아씨는 부드럽게 내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쪽, 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실비아씨의 붉은 눈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애틋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쩌면, 너는 여신께서 내게 내리신 포상이 아닐까.”
아니야.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용사인 그녀가 고작 나 따위의 곁에서 행복을 얻는다는 게 우스웠다.
정말 질 나쁜 농담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녀의 업적에 주어진 보상이 고작 나 따위라는 건 거친 비유지만, 마치 국가 기관에서 일하고 받은 일 년 치 연봉이 고작 곰 인형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그걸로 좋은 걸까?
고작?
나 따위가?
나는 말없이 실비아씨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이런 고통을 혼자 묵묵히 견디면서… 고작 나 따위를 바란다는 걸까.
그녀의 손이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내 엉덩이를 피해 옆구리를 타고 올라온다.
그녀의 팔목에 튜닉의 옷자락이 살짝 걸리다, 그녀의 손목을 타고 스르르 밀려 올라왔다.
내 가슴께까지 올라오던 그녀의 손은 잠시 멈추고는 이번엔 내 등을 천천히 훓기 시작했다.
작은 상처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넓은 등을 꼼꼼히 매만지는 그녀의 손이 무척 따듯했다.
공기 중에 노출된 맨다리가 추워,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실비아씨는 살짝 놀란 듯한 얼굴로 굳어버렸다.
“애쉬?”
나는 맨몸으로 그녀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당연하겠지만 성욕 같은 음탕한 마음이나 속셈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추웠을 뿐이고, 그저… 무서웠을 뿐이다.
어떻게 그녀가 약 4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텨왔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옆에 있어도 이렇게나 무섭고 두려운데,
오늘은 분명 끔찍한 꿈을 꿀 것만 같은데,
어떻게 그녀는 아무도 없이 버텨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미 더 다가갈 수 없을 만큼 꼭 붙어있지만, 그런데도 더 다가갔다.
꾹꾹, 그녀의 맨몸에 나의 맨몸을 밀어붙인다.
실비아씨의 뜨거운 피부의 온기를 내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실비아씨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나를 끌어안았다.
내 온몸이 꽉 짓눌린다.
내가 힘껏 끌어안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한 힘이 그녀와 나를 단단히 붙여두었다.
그녀의 붉은 눈이 천천히 감겼다 뜨인다.
그때마다 세상의 빛이 사라졌다 생기는 것 같았다.
그녀의 붉은 루비 같은 눈동자만이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빛이었다.
그 빛에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그 빛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이 고통과 두려움을 잊게 해줄 그녀의 온기 속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
“아…”
그녀는 눈을 감았다.
나도 눈을 감았다.
뜨거운 한숨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기이하다.
숨을 뱉는데도, 나를 끌어당기는 것만 같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아, 읍,”
쪽,
가벼운 입맞춤,
실비아씨는 갑자기 커다랗게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정수리로 그녀의 턱을 밀어 올리고는 그녀의 쇄골에 이마를 기대었다.
커다란 가슴이 내 아래턱을 포근하게 감싸줬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아니에요.”
“…뭐가?”
“보상이라던가… 그런 게 아니에요.”
“…”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내가… 실비아씨가 필요해서 하는 거니까.”
나는 다시 얼굴을 들고,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볍게 부딫혔다.
보드라운 감촉이 꾹 짓눌렸다가, 약간의 습기를 남기고 떨어졌다.
“그러니까…”
그 순간, 실비아씨가 내 어깨를 붙잡고는 순식간에 돌려 침대에 짓눌렀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천장이 보이도록 바뀌었다.
이윽고 그 시야에 그녀가 끼어든다.
내 어깨를 짓누른 채로 그녀는 내 위에 올라탔다.
“실비아씨.”
그녀는 말없이 내 가슴께까지 올라온 튜닉 아래로 양손을 집어넣은 후, 천천히 들어 올려 벗겨냈다.
나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팔을 들어 올렸다.
머리를 지나가는 튜닉 때문에 잠시 시야가 가려졌다가 곧 다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고, 그녀 역시 커다란 맨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붉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눈동자뿐 아니라, 그녀의 얼굴과 훤히 드러난 쇄골, 그리고 그 아래 윗가슴까지, 전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입 벌려.”
그녀는 단호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내 양쪽 뺨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녀의 금발이 스르르 흘러 내려와 내 얼굴을 간질였다.
나는 천천히 입술을 벌렸다.
그녀가 다가온다.
아아.
부디, 이 시간이 나를 위로해주기를.
내가 저지른 죄로부터 나를 구해주기를.
나로 인해 죽은 이들이 나를 원망 하는 소리를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가려주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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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 아닙니다.
맨몸 키스입니다.
인사나 다름없죠.
–
선작 1700 돌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