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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결말에 대해서는 대충 예상하고 있었다. 힘이 부족해서 형님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이야기. 그러나 저들의 난입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째서? 대체 왜?

       

       

       상식적으로 전황은 반란군이 절대적으로 불리하지 않나? 그런데 대체 왜 끼어든 걸까? 설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 바보일까?

       

       

       필레스의 생각은 당연했다. 상대는 엘리스 그 자체다. 도시 국가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도. 일개 길드가 국가를 상대하는 것은 몇몇을 제외하면 불가능이다.

       

       

       철의 방패의 전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를 상대할 정도의 전력이라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어째서.’

       

       

       저렇게 당당하게 모두의 앞에 서있을 수 있는 것일까. 마치 자신들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와 소피아가 성기사단을 맡지.”

       

       

       “후배들에게 선배의 무서움을 좀 알려줄려고.”

       

       

       “그럼 저희는 자동으로 용병단이 상대겠네요.”

       

       

       “부탁하지.”

       

       

       물론 그들도 그냥 대놓고 뛰어든 것은 아니다. 성기사단을 빠삭하게 파악한 소피아와 한스가 성기사단을 맡았고. 그 외에는 용병단의 제압을 맡게 되었다.

       

       

       “기꺼이, 나의 마스터.”

       

       

       마스터에게 부탁을 받은 지크는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기꺼이 자신의 상체를 숙여보였다. 그것은 복종에 가까운 자세였다. 덕분에 아이작은 좀 당황했다.

       

       

       ‘아니, 굳이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그러나 지크를 선두로 나머지 길드원들은 이미 용병단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었다. 살짝 걱정이 되는 아이작이었지만, 지금은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주저 앉아 있을 생각이지?”

       

       

       “야이 멍청아. 니가 그러고도 마스터냐?”

       

       

       “…….”

       

       

       “좀 더 미래를 봐야지!! 지금 내게 미래가 있을 거 같아?!”

       

       

       필레스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너무 당황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몰랐다. 그저, 빨리 이 멍청이들을 내보내야한다는 생각만 떠올랐다.

       

       

       그러나 감정적인 말을 제외하고 봐도, 필레스의 말은 지극히 정론이었다. 엘리스는 전략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도시 국가였다.

       

       

       심지어 기드온을 다스리는 하데스는 물론, 법국조차 상당한 편의를 봐줄 정도였으니까. 과장 조금 보태서 기드온과 법국은 세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니까. 그런데 그런 그들이 뒤를 봐주는 엘리스를 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세계를 대적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너희가 하는 짓은 세계를 대적하려는 거나 다름 없다고!”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군.”

       

       

       “……뭐?”

       

       

       엘리스에서 소환된 수많은 골렘들이 아이작을 포위했다. 그를 가장 위험한 존재로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이작은 검을 뽑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콰앙!!

       

       

       그저 강하게 발을 굴렀을 뿐. 단지 그것만으로도, 해일처럼 일어난 충격파가 골렘들을 집어삼켰다. 수십 기에 달하는 골렘들이 고작 일격에 소멸했다.

       

       

       “남자라면 응당 세계 정도는 짊어질 수 있어야 하는 법.”

       

       

       “…….”

       

       

       “거기에 멍청이 하나 더 올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나.”

       

       

       “이 무슨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애써 부정하는 목소리가 떨린다. 말로는 부정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형님을 잃어버리고 지금까지 홀로 살아왔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혹시나 그들이 보낸 추격자일까봐.

       

       

       두려움이 옆에 동료들을 밀어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서. 억지로 달려야만 하는 절망감이 그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포기하면 편하지 않을까. 계속 생각했다.

       

       

       그러나 필레스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많은 게 아니었다.

       

       

       그저, 그의 사정을 이해하고. 괜찮다고 손을 잡아줄 사람.

       

       

       덕분에, 현실에 절망했던 왕자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필레스가 다시 전의를 회복한 것을 확인한 아이작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한스와 소피아라고 해도, 둘이서 성기사단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실로 정확했다. 한스와 소피아는 나름대로 분투했었다. 만약 단장 대리 베아크가 난입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큭, 성구인가……!!”

       

       

       “설마 단장 대리에게 성구를 내어주다니.”

       

       

       “직책은 이제 의미가 없겠지. 도망자들이여.”

       

       

       성구. 법국에서 오직 극소수의 기사들에게 내려주는 장비. 신의 기적으로 점칠된 성구는 단지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지게 된다.

       

       

       갑옷이 강렬한 하얀색 섬광을 내뿜었다. 단장 대리 베아크는 도망자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중간에 누군가가 개입하여 주먹을 막지 않았다면.

       

       

       한스의 머리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처럼 뽑혀져 나갔을 것이다. 한스는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주먹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미안하다. 내가 조금 늦었다.”

       

       

       “한스!!!”

       

       

       정말로 애인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소피아가 눈물을 흘리며 한스에게 달려왔다. 아이작은 소피아에게 한스를 맡겨놓고, 주먹을 잡은 손에 힘을 쥐었다.

       

       

       콰직!

       

       

       건틀렛처럼 완전히 감싸고 있었던 성구의 장갑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곧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그 틈을 타서 베아크는 일단 뒤로 한 보 물러났다.

       

       

       “성구를 완력으로 부수다니. 확실히 보통내기는 아니…….”

       

       

       “네놈인가.”

       

       

       “……?!”

       

       

       “감히 내 가족을 해치려고 한 녀석이.”

       

       

       정신을 차렸을 때, 베아크는 이미 뒤로 다섯 발자국 이상 물러나 있었다. 상대 얼굴에 짙은 음영이 드리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귀신과도 같았다.

       

       

       짧은 순간이지만.

       

       

       베아크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뒤를 생각해서는 안 돼.

       

       

       바로 전력으로 간다.

       

       

       상체만을 감싸고 있던 하얀색 갑주가 다시 섬광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윽고, 빛이 줄어들자. 갑주는 어느새 전신을 완전히 덮은 전신 갑주가 되어있었다.

       

       

       성구 100% 해방.

       

       

       평소에는 너무 강력해서 봉인해놓은 성구의 봉인을 전부 해제했다. 지속 시간은 기껏해야 10초, 그 뒤에는 평범한 갑옷으로 돌아가지만. 그 10초만큼은.

       

       

       “백기사급의 전력이 된……?!”

       

       

       법국의 최정예 전력인 백기사에게 10초는 천 명의 병사들을 몰살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 강화돤 베아크가 상대의 움직임을 놓쳤다.

       

       

       콰직!!!

       

       

       사각을 노린 것도 아니다. 그저 정면으로 돌진하여 베아크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넣었을 뿐. 그러나 성구의 힘을 빌려 강화된 베아크는 반응하지 못했다.

       

       

       성구는 결국 압도적인 완력을 이기지 못하고 균열이 일어난 끝에 부서지고 말았다. 성구 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베아크는 기절하여 땅바닥을 뒹굴었다.

       

       

       압도.

       

       

       성구를 완전히 해방한 베아크가 이름 모를 영웅에게 완전히 압도되었다. 그 사실은 엘리스측에 거대한 동요를 가져왔다. 그런 그들에게, 아이작이 말했다.

       

       

       “다음.”

       

       

       성기사단의 단장 대리 베아크가 압도되었기 때문일까. 엘리스는 곧바로 다음 카드를 꺼내들었다. 허공에 떠있는 수많은 골렘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뭐야, 저거.”

       

       

       “뭐하는 거지?”

       

       

       “핫! 드디어 전력을 꺼내드는 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저것을 알아본 것은 단 한 명, 붉은 거북 용병단의 안레미카였다. 그녀의 비열한 썩소를 확인한 지크는 발로 그녀의 턱을 걷어차버렸다.

       

       

       “패배해서 포로가 된 주제에. 뭐 그리 당당하지?”

       

       

       “푸흡! 존나 빡대가리인 새끼!”

       

       

       “뭐 이 새끼야?”

       

       

       “물론 네 마스터가 성구를 완전히 해방한 베아크를 이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저건 차원이 다르다고.”

       

       

       단순히 전장에 투입된 골렘뿐만이 아니었다. 엘리스에서 날아오기 시작한 말벌떼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골렘들이 허공에서 전부 하나로 합체되었다.

       

       

       이윽고, 

       

       

       모두의 앞에 나타난 그것은.

       

       

       거인巨人.

       

       

       지금까지 골렘들과 다르게. 칠흑과도 같은 색을 띄고 있었으며, 갑옷에 투구를 걸쳤고. 두 손에는 한 자루씩 검을 들고 있는 그것은 거대해도 너무 거대했다.

       

       

       엘리스의 바로 옆에 있는 산에 두 배에 달하는 크기였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크기에 모두가 압도되었다. 놀란 그들의 표정을 보며 그녀는 기분 좋게 웃었다.

       

       

       “저게 바로 엘리스의 전력. 만에 하나 3대 재앙이 나타날 때를 대비하여 마련해둔 엘리스 최강의 수호자.”

       

       

       Αυγειας

       아우게이아스

       

       

       저것이 나타난 순간, 안레미카는 감히 승리를 단언했다. 단순히 방어력 하나만 놓고 본다면. 무려 그 3대 재앙에게 견줄 수 있는 엘리스 최강의 수호자니까.

       

       

       최선의 방어는 최고의 공격이다.

       

       

       지키는 것에 특화된 아우게이아스가 적들의 모든 공격을 받아내면. 적들은 결국은 지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우게이아스가 공격력이 부족하지도 않다.

       

       

       “너희는 전부 미친 새끼들이냐?! 그런 말도 안 되는 병기를 고작 인간에게 쓰려고 꺼낸다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새끼네! 권력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권력이야! 사람 따위가 아니라!!”

       

       

       “너 진짜……!!!”

       

       

       “너희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그러나, 말을 전부 끝내기도 전에. 순간 전신을 예리한 날붙이로 애무하는 듯한 소름끼치는 감각이 지배했다. 안레미카는 설마하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必殺

       필살

       

       

       一揮掃蕩 血染山河

       일휘소탕 혈염산하

       

       

       천지조차 개벽시킬 수 있는 최강의 참격. 그것은 최강의 방어를 자랑하는 장갑을 뚫고 아우게이아스를 완전히 반으로 갈라버렸다. 모두가 경악하고 말았다.

       

       

       설마 저렇게 거대한 거인을 고작 일격에 베어버리다니. 그러나 아이작은 감흥없다는 듯이 검을 집어넣었다. 침묵의 전장에서, 그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졌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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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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