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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우선 카일의 빈자리 옆에 앉았다.

       목 좋은 자리였다.

       맞은편에 앉은 데론과 블런드의 얼굴이 잘 보였으니까.

       대전의 공기가 서늘함에도, 둘은 땀에 젖어있다.

       갈피를 잃은 눈동자들이 제각기 방황하고 있다.

       눈을 덕지덕지 바른듯 창백해진 얼굴들이 다소 안쓰럽게 보이기도 했지만, 경고와 암시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다했었기에, 알량한 죄의식을 가질 필요도 미안함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후피집 1열 3D 직관.

       

       이 순간을 위해, 후회캐 3인방의 빈축을 사면서까지 자아성찰을 설파했었다.

       빙의자로서 나름대로의 책임을 다했으니, 원탁에 올라있는 저녁 식사가 어떠한 맛일지, 여성향 로판물의 후피집은 어떠한 맛일지 기대하면 될 뿐이다.

       

       ‘이번에도 몬스터 요리일려나.’

       

       얼른 뚜껑을 열어보고 싶네.

       이번엔 어떤 요리를 선보일까.

       두근두근.

       기대된다.

       그나저나.

       

       “카일 공자는 몸져 눕기라도 한 겁니까?”

       

       블런드를 보며 물었다.

       죽이 잘 맞던 둘이었고, 아카데미에서도 늘 붙어다니던 둘이었다.

       카일이 탈주닌자나 병상지기가 되지 않았다면, 분명 블런드와 함께 왔을 터였다.

       한데, 대답 대신 노기 서린 질문이 건네져왔다.

       

       “엘든, 네놈은 알고 있었던 게지?”

       “무엇을 말입니까?”

       “같잖은 시치미 그만 부리게. 제 3대공녀가 에린시아인 걸 눈치채고서 기권 선언을 했던 거 아니냔 말이다!”

       

       또또또.

       엉뚱한 곳에다 화풀이를 하려는 건가.

       나는 그저 안식과 낭만을 쫓는 소시민일 뿐인데 말이다.

       블런드의 날선 기세에, 밑입술을 샐쭉 내밀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오늘 알았습니다만.”

       

       쾅!

       

       듣고 있던 데론이 원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리곤 원망과 원통이 한가득 섞인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알고 있었다면 우리에게도 공유를 해주었어야지 않느냐! 같은 배를 타놓고, 어떻게 동료를 버리고 혼자 하선할 수가 있냔 말이다!”

       

       …흠.

       원작 엘든의 기억 속에 ‘동료’라 부를만한 건덕지는 없는데.

       늘 엘든을 무시하고 이용하기만 했으면서 뻔뻔히 동료를 운운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책보다 남탓부터 할 수 있을까.

       참으로 대단한 녀석들인 듯싶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저 역시 상당히 놀랐습니다.”

       “기만도 적당히 하지. 네놈, 그전부터 에린시아와 붙어먹었던 게지?”

       

       이건 또 무슨 신박한 헛소리일까.

       붙어먹기 싫어서 기권을 선언한 것인데 말이다.

       

       “그래. 네놈을 편애했던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게지. 무엇을 대가로 바치고 붙어먹은 건지 순순히 불란 말이다.”

       

       나는 그저 원탁에 오른 요리가 궁금할 뿐인데.

       붉은 롱거의 뒷다리구이에 이은 후속작을 맛보고 싶을 뿐인데.

       왜 다들 나한테만 그래.

       왜 다들 나만 못 살게 굴어.

       

       “에린시아가 네놈과 무얼 계획하고 있는 건지 순순히 불게. 대체 에린시아가 우리에게 뭘 원하는지 말하란 말일세-!”

       

       귀찮은 설왕설래가 오고 갈 듯해, 마나레코드를 꺼내려했다.

       며칠 지났을 뿐인데 무엇을 책잡혔는지 잊은 듯해, 상기시켜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르미앙 대공녀님께서 입장하십니다.”

       

       본식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서 그녀를 맞이해야 했다.

       

       

       **

       

       

       붉은빛 드레스로 갈아입은, 붉은빛 구두로 갈아신은 르미앙이 대전으로 들어섰다.

       복수의 서막을 알리듯 온통 핏빛이다.

       

       “모두 앉으세요.”

       

       르미앙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

       왜인지 그녀의 눈꺼풀이 살짝 부어오른 것 같지만, 착각이라 여기기로 했다.

       서늘했던 대전의 공기가 그녀의 등장과 함께 싸늘해졌다.

       혹은 섬짓해졌다.

       거센 눈보라가 불어닥치는 듯 했지만, 께름칙할 정도로 고요했다.

       

       데론과 블런드는 시선조차 마주치지 못 한 채, 르미앙이 들어선 이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겐 핏대를 세우며 큰소리치더니, 범을 만난 하룻강아지처럼 꼬리를 내리는 둘의 모습이 참으로 유약하기 그지없다.

       그런 둘을 쳐다보던 르미앙이 정적을 깨부쉈다.

       

       “아버지를 배웅해드리고 오니, 카일 벨라온 공자께서 잠적했더군요. 가문의 식솔들, 짐, 명예 모두 내버려둔 채로요.”

       

       오….

       카일 벨라온 공자께서 충격에 몸져누운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자네 정녕 탈주닌자로 전직했던 건가?

       

       조심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반성과 참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대단한 결단력과 추진력에 찬미를 보내본다.

       물론 그 무지성 탈주는 그가 저지른 과오를 따진다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주동자 데론도 악질이지만, 에린시아의 입에 벌레를 쑤셔넣고,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쓰러진 그녀에게 가래침을 뱉으며 조롱한 카일도 결코 덜하지는 않은 악질이었으니까.

       

       아니.

       에린시아 입장에선 카일이 가장 악질이었을 거다.

       늘 뒤에서 자신의 고통을 즐기던 데론보다, 그 고통을 직접 만들어내는 카일이 더 미운 건 당연한 노릇일 테니까.

       대면식에서 유일하게 졸도를 했을 정도면 오죽하겠는가.

       가문의 희망으로 비상했던 벨라온 백작가의 장남이 그 희망을 내다버린 채 도망칠 정도면 오죽하겠는가.

       

       “다들 안색이 너무 안 좋네요. 데론 공자, 블런드 공자? 카일 공자가 걱정되시는 건가요?”

       

       르미앙이 미소지으며 데론과 블런드에게 물었다.

       그제야 고개를 드는 둘.

       하지만 이어진 르미앙의 섬뜩한 엄포에,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더욱 깊숙히.

       더욱 무겁게.

       

       “걱정 말아요. 제 발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요. 제가 직접 벨라온 백작가의 가주께 서신을 보냈답니다. 내용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해요.”

       

       그 말인즉슨, 벨라온 백작께서 가문의 희망이 저지른 지독한 악행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거군.

       그리고 그것은, 제 아버지인 로건 윈터펠 대공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본격적인 복수를 거행하겠다는 것을 엄포하는 것이었으며.

       자신의 허락 없이 이 대공성을 빠져나갈 수 없음을.

       함부로 탈주를 꿈꿨다간 더 큰 화만 불러올 뿐임을 공표하는 것과 같았다.

       

       만약 내가 기권 선언 직후 탈주를 감행했다면, 다른 방법으로 옭아매려 했겠지.

       부모님의 사망으로 인해 세습이 예정된 자에겐 일러바칠 곳이 없으니까.

       그 방법은 충동적이고 급진적이어 서로에게 고통을 안겼을 게 분명했다.

       몸을 사리며 차근히 탈주 계획을 정립한 것이 뻘짓이 아니었음이 이제야 증명된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들 말아요. 카일 공자처럼 죄악에서 도망만 치지 않는다면, 이 대공성에서 일어날 모든 일들, 그 아카데미에서 벌어졌었던 모든 일들은 뒤안길에 묻힐 테니까요.”

       

       공포를 심어준 뒤, 희망을 보여주는 전략.

       그럼으로써 더 처절하고 잔인하게 짓밟는 전략.

       

       “그러니 다들 포기하지 말아요. 혼약대전의 유구한 전통에 ‘우승자’가 나오지 않은 적은 없으니까요.”

       

       재학 3년간 자신이 당했던 전략이었기에, 누구보다 잘 아는 그 전략을 꺼내든 르미앙이었다.

       

       “그리고 그 ‘우승자’에겐 용서와 더불어 바라는 모든 것들을 드릴 거랍니다. 명예, 돈, 사랑 전부를요.”

       

       지리멸렬한 공포마저 이겨낼 희망찬 미래를 약속함으로써, 참전 의지를 독려한다.

       5분 이내에 잡히지 않는다면 괴롭힘을 멈춰주겠다는 약속으로써 희망을 얻고 죽기 살기로 도망쳤지만, 늘 그 희망을 짓밟혀야 했던, 더 깊은 나락으로 곤두박질쳐야 했던 에린시아가 같은 방법으로 독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큭큭. 에린시아? 3년간 우리가 가르쳐준 ‘인생 공부’ 까먹지 말고 굳세게 살아야 한다~ 알겠지?》

       

       3년의 가르침을 까먹지 말라던 데론 무리의 충고를 잊지 않고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잠시 후.

       

       털썩!

       

       한 쌍의 무릎이 대전의 바닥에 찧어졌다.

       

       “에, 에린…! 아니! 르미앙 대공녀님! 죽을 죄를 졌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잘난 형의 그늘에 가려진 아우.

       아버지에게 인정이란 걸 받아본 적 없는 둘째 아들.

       우승으로써 제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공작가 차남.

       데론 켈리드였다.

       

       늘 뒤에 서서 상황을 관전하기만 하던 주동자께서 누구보다 발 빠르게 상황에 난입한 것이다.

       물론 그것이 여주인공께서 던진 미끼를 누구보다 빠르게 물어버린 것이지만 말이다.

       

       또각또각.

       

       자리에서 일어선 르미앙이 데론의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곤 데론의 자리에 놓여있던 식기의 뚜껑을 열었다.

       베일에 감춰진 요리가 드러났다.

       

       ‘오!’

       

       2차 평가전을 위해 레이첼과 함께 마차로 이동하며 읽었던 몬스터 요리 대백과사전에서 꽤나 맛있어 보이는 요리 하나를 발췌했었다.

       레이첼에게 그 맛이 어떠한지 물어도 봤던 요리.

       

       바로.

       

       ‘드레이크 꼬리 무침?’

       

       꼬릿살에 나있는 비눗방울 거품과 같은 무작위적인 구멍들 탓에 식재료로써 보기에 좋진 않지만, 그 식감 하나는 일품이라던 드레이크의 꼬리 무침이 등장한 것이다.

       

       한데.

       

       군침이 절로 넘어가려던 순간.

       

       르미앙이 그 요리가 담긴 접시를 냅다 바닥에 엎어버렸다.

       데론의 바로 앞에 말이다.

       

       철퍽!

       

       붉은색 양념이 바닥에 넓게 퍼진다.

       그것이 꼭 핏물과 같은 건 착각일 터였다.

       그나저나.

       저 아까운걸 왜 버린대.

       멀쩡한 음식 버리면 천벌 받는다고 했는데.

       

       “…?”

       

       제 앞에 엎어진 요리를 내려다보던 데론이 고개를 들어 르미앙을 올려다본다.

       선처를 갈구하는, 그 옛날 에린시아가 지었을 애처로운 눈빛으로써.

       르미앙이 섬짓한 미소를 지었다.

       

       

       “데론 공자보다 이 대전의 바닥이 더 깨끗하답니다. 그러니 남김없이 바닥까지 핥아드셔요. 만약 깨끗이 드신다면, 용서를 해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곧, 데론의 눈빛에 경악과 함께 헛된 희망이 차오른다.

       그 눈빛마저도 에린시아의 것과 똑닮아있었다.

       

       

       **

       

       

       참으로 눈물겨운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불과 몇분 전만 해도 나를 잡아먹으려 들던 데론과 블런드가 바닥에 엎어진 음식을 손으로 주워먹고 핥아대는 모습은.

       제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가문에 보탬이 되기 위해.

       그리고.

       에린시아에게 용서 받기 위해.

       각자의 이상을 위해 자존심과 권위의식을 버린 채, 헛구역질을 해가며 몬스터 요리를 핥아먹는 둘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또한.

       

       원작 엘든의 기억 속에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레를 주워먹던 에린시아의 모습이 선명히 그려지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엘든 라펠리온의 기억 속에 에린시아를 괴롭히며 즐기던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그 광경을 떠올릴 때마다 왠지 모를 역한 감정이 피어오르곤 했다.

       

       남성향 후피집물에선 여캐릭터의 죄질의 무게에 따라 일명 ‘세탁기’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세탁기에 들어간 순간부터 히로인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설마.

       

       원작에서 엘든 라펠리온이 그 역할을 맡아 지독한 후피집 끝에 여주인공과 혼약을 맺게 되는, 그런 결말이 예정되었던 건 아니겠지?

       

       엘든에게 과도한 집착을 하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합리적 의심이 가는 부분이지만, 그 역시 과도한 억측이리라 여기기로 했다.

       그렇든, 그렇지 아니하든 나의 식도락 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일은 없을 테니까.

       

       “우욱…!”

       “웩….”

       

       와중에도, 데론과 블런드의 구역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구토를 토해내면서도 선처를 위해 몬스터 요리를 삼켜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로건 윈터펠 대공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부터 제동 장치를 박살내고 폭주를 시작할 줄이야.

       후피집의 묘미는 자고로 무지성 [사이다]이며, 원작 작가께서 그것을 위해, 주인공이 복수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게끔 만들기 위해 제동 장치였던 로건 대공을 멀리 보내버린 거겠지만, 원작의 전개가 틀어지고, 여주인공의 심리에 큰 변동이 생긴 만큼, 제동 장치의 부재가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알 수 없는 법이다.

       

       ‘느낌상…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만.’

       

       또각또각.

       

       이윽고, 르미앙이 내게로 다가왔다.

       자리에서 일어서 예의를 갖췄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어기고 싶지는 않았다.

       서로 억울한 상황일 뿐이다.

       느닷없는 가해자의 인격 교체로 복수에 차질을 빚고 있는 여주인공도, 느닷없이 악질 캐릭터에 빙의 당한 나도, 서로 동등한 피해자일 뿐이니까.

       

       그저.

       바닥에 엎어질 내 요리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

       하지만, 르미앙은 식기 뚜껑을 잡지 않았다.

       대뜸 말을 걸어올 뿐이었다.

       

       “제게 물었었죠? 편지로 전한 고백이 진심이었냐고요.”

       

       …잠깐.

       데론과 블런드가 듣는 자리에서, 고백 이야기를 꺼낸다고?

       이제야 대면식이 치뤄진, 이제야 본격적인 후피집이 시작될 시점에서?

       

       “진심이에요.”

       “예?”

       “진심이라고요. 당신을 응원했던 거,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 진심이었어요.”

       

       아니.

       잠깐만.

       당신…이라고?

       늘 엘든 공자라 부르던 르미앙이 나를 당신이라 불렀다고?

       먹어야 할 약을 먹지 못 한 거야.

       먹으면 안 될 약을 먹어버린 거야.

       갑자기 나한테 왜이래?

       

       예상치 못 한 급발진에 상황을 파악하고자 대답을 미루었고 곧, 급발진으로 시작한 폭주가 기어코 선로를 이탈하기 시작한다.

       르미앙이 가녀린 손을 내게 내밀었다.

       

       

       “그러니까 나와, 결혼해 줄래요?”

       

       

       ……뭐?

       갑자기 청혼을 한다고?

       분명 방금 전만 해도 데론과 블런드에게 우승의 가능성을 희망으로 주어놓고, 그럼으로써 후피집을 장려해놓고, 그들이 듣는 자리에서 청혼을 해 희망을 뺏어버리겠다는 건가?

       

       시선을 옮겨 데론과 블런드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구역질 탓에 눈물이 일렁이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그 눈이 희망을 빼앗긴 충격에 진동하고 있었고, 절망을 핥아대던 입 주변은 붉은 양념으로 인해 그들의 과거만큼이나 더러워져 있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얻었던 둘.

       구제의 희망, 더 나아가 꿈과 이상을 이룩하리란 희망이 가차없이 날아갔고, 이어질 절망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절망이 둘을 덮친다.

       그리고 르미앙은 그런 둘에게 쐐기를 박아버리며, 나락의 구렁텅이로 밀어버린다.

       자신이 빠졌었던, 눈물과 핏물의 철가시가 가득한 그 구렁텅이로.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준다고 약속할게요. 가문의 부흥, 명예, 권력, 용서, 사랑, 그 어떤 것이든 약속해요. 윈터펠의 이름을 걸고서.” 

       

       

       지금의 청혼이 데론과 블런드에게 희망을 빼앗기는 절망을 알려주기 위함인지, 나를 잡아다 죽이겠단 예고장인지, 그것도 아니면 비뚤어진 집착이 빚어낸 치정인지는 모르겠으나.

       

       낭만과 자유를 찾아 떠날, 오로지 그것의 준비를 위해 대공성에 억류되어있었던 내겐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 하는 심심한 제안일 뿐이었다.

       

       더욱이.

       로건 대공이란 제동 장치의 부재는 그녀에게만 묘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것으로써 기권의 의사는 결단코 굽혀지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죄송합니다. 대공녀님.”

       

       

       고개를 들었다.

       굵은 눈물을 흘리는 르미앙이 보임과 동시에, 고개가 크게 돌아갔다.

       따귀를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짜아악-!

       

       

       궁금했었다.

       

       여성향 로판 후피집의 맛은 어떠한지.

       

       그 궁금증을 풀고자 원작을 읽었고, 무료편수에서 빙의당했었다.

       

       애석하게도 후피집 캐릭터로 빙의당해 그 맛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겠지만, 이로써 하나는 알 것 같았다.

       

       여성향 로판 후피집물의 여주인공의 손맛은 아주 나이스… 아니, 얼얼하고 매콤한 맛이란 걸 말이다.

       

       흠.

       

       손이 상당히 매웠구나?

       

       조금 빗겨 맞을 걸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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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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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후피집물의 후회캐가 되었습니다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curious about what a female-oriented tragic romantic fantasy was like, so I skimmed through only the free chapters. And then… “…Ha.” I found myself transmigrated into one of the main male characters, destined for tears of regret, exhaustion, and obsession. So, the first thing that had to be done was… “I, Elden Raphelion, hereby declare my withdrawal from the competition for the betrothal of the Third Northern Duchess.” To escape this trag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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