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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두 사람이 마하나에게 된통 깨지고 패배한 그 날 밤.

       

       병원에서 분노에 차 악을 쓰던 둘에게 다가온 은발 머리는 자신을 ‘표독주’라고 밝혔다.

       

       동시에 클래스 헌터로서 활약하는 뒷세계의 인물이라고 소개하였다.

       

       표독주는 둘에게 제안하였다.

       

       마하나라는 계집을 죽여주겠다고.

       대신, 저 남자를 잡아가는데 협조하라고.

       

       원래라면 단칼에 거절했을 거다.

       

       썩어도 자신들은 헌터.

       

       세상을 어지럽히고 위협하는 마인, 빌런과는 손을 잡지 않는 것이 의무니까.

       

       ‘하지만 이제 아무래도 좋아!’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전후 사정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납치되더라도 미탐사 루트에 잘못 빠져서 당한 거라고 마무리될 거다.

       

       애초에 던전에서의 실종사건은 증거조차 찾기 쉽지 않다.

       

       당연히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될 거다.

       

       ‘…그러니 아무 문제 없어.’

       

       걸리적거리는 털 뭉치를 없애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면 된다.

       

       다시 돈을 모아 시험을 치르면 그만인 이야기다.

       

       “…다시 봐도 믿기가 어렵군.”

       

       고개를 갸웃거린 표독주는 녹색 머리가 건네준 서류 파일을 다시 살펴보았다.

       

       “정말 저 곱디고운 사내가 <검성>이라고?”

       “직원이 보내준 서류에 의하면 틀림없습니다.”

       “흠, 신은 외모로 클래스를 주신다는 말인가. 그것참 편파적이군.”

       “…저기.”

       “뭐지?”

       “…약속은 잊지 않으셨죠?”

       

       그 말에 표독주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끈질기군. 저 묘인족 여자를 반 정도 죽여놓고 마무리는 너희들이, 검성은 내가 제압해서 데려간다 그런 이야기 아닌가?”

       

       “마, 맞죠. 하지만 저 그게…이대로 곱게 보내기에는 저 남자가 아깝지 않습니까?”

       

       “…말하고 싶은 게 뭐냐?”

       

       “…그게 말이죠.”

       

       이어지는 녹색 머리의 추악한 설명.

       

       그녀가 노리는 것은 바로 유세하를 욕보이는 거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무력화된 마하나의 앞에서 ‘니 남자 쩔더라?’를 하고 싶었던 거다.

       

       단순히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정도는 해줘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허.”

       

       너무나도 저질스러운 욕망에 표독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발정 난 암캐도 아니고, 저딴 생각을 품을까.

         

       ‘한심하기 짝이 없군.’

         

       눈살을 찌푸리던 표독주는 계속되는 녹색 머리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건 이 둘의 협력이 있었기에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다.

         

       가능한 부탁은 들어줄 의무가 있었다.

         

       “…좋다. 다만 모든 게 다 끝나고 게이트 밖으로 나가서의 이야기다. 알았나?”

       “헤헤, 물론이죠.”

       

       표독주는 좋아하는 2인조를 보며 혀를 찼다.

       

       역시 이런 쓰레기들이랑 손을 잡는 건 자신의 신조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꿈을 위해서는 참아야 할 줄도 아는 법이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심정으로 망원경을 들어 올렸다.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유세하와 그를 대신하여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언데드들을 쳐내는 마하나.

       

       표독주가 인상 깊게 본 것은 당연히 마하나 쪽이었다.

       

       ‘확실히 이 재활용도 못 할 쓰레기들이 쓰러질 만하군.’

       

       <가디언> 클래스라고 했던가.

       

       탱커 중에서 귀족으로 평가받는 클래스답게 마하나의 탱킹력은 표독주가 보기에도 평균 이상이었다.

       

       도저히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낙오자라 평가받던 인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특히나 놀라운 건 바로 속도.

       

       몸길이만 한 대형 방패를 들고 다님에도 마하나의 움직임은 웬만한 속도 특화 딜러랑 엇비슷하였다.

       

       ‘시야도 넓은 것 같군.’

       

       마하나의 움직임은 군더더기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행동하며, 적의 공격을 차단하고 있었다.

       

       저 모습에 표독주는 내심 아쉬웠다.

       

       ‘…저년도 비싸게 팔릴 것 같은데.’

       

       묘인족이라는 나름 인기가 높은 수인족에 <가디언> 클래스.

       심지어 외견도 반반한 편이다.

       

       옆에 유세하에 비해 모자란 거지 상품 가치는 충분하였다.

       

       하지만 이것까지 욕심을 부리는 건 과욕이다.

       

       옆에 이 두 년은 쓰레기여도, 일단은 양지에서 활동하는 헌터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남길 필요는 없다.’

         

       아까의 부탁을 들어준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었다.

       

       그건 그렇고…

       <검성>의 남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가?

       

       ‘최소 한 번이라도 검을 휘두르는 걸 보고 싶은데.’

       

       아까부터 뭘 하는 것인지 망부석처럼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처음에 스킬을 조금 쓰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그것도 멈추었다.

       

       남자니 뭐니 해도, 검성은 검성이다.

       

       분명 검에 대한 재능과 이해도가 남다를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뭐라도 걸리지 않으려나 하는 심정으로 유심히 살펴보던 그때였다.

       

       힐끗―

       

       “……?!”

       

       찰나, 유세하랑 눈을 마주친다.

       속으로 화들짝 놀라 망원경을 내리는 표독주.

       다시 들어 올려 살펴본다.

       

       그러나 유세하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다가오는 언데드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착각인가?’

       

       그래, 착각일 거다.

       

       아무리 어중간하다고 해도 자신은 정규 헌터로 따지자면 C급은 되는 인물이다.

       

       고작 F급인 그에게 기척을 들킬 만큼 미숙하지는 않다.

       

       이럴 시간에 작전을 실행하는 게 옳았다.

       

       “전투가 끝나가는군.”

       

       둘에게 신호를 알린 표독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주머니를 뒤지자 나온 것은 다수의 검은색 구슬이었다.

       

       “너희 둘. 이것을 정규루트 길목에 부서트려서 뿌려라.”

       “이게 뭐죠?”

       “긴급 연락망을 교란하는 재밍 아티팩트다.”

       

       보통 던전과는 다르게, <시체 숲>은 혹시 모를 긴급 연락용 아티팩트가 곳곳에 존재하였다.

       

       전자기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곳에 있어 스킬을 제외하고는, 길드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치이다.

       

       “나는 마인이라 길목에 갈 수 없다. 마기를 감지하는 순간 바로 벨이 울릴 테니까.”

       

       “알겠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2인조.

       

       구슬을 품에 안고 재바르게 사라졌다.

       

       표독주는 그것을 보다 품을 뒤져 작은 상자를 꺼내 들었다.

       

       안을 열자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가죽 주머니가 들어있었고. 그 안에는 무언가를 부순 가루 같은 게 잔뜩 뭉쳐있었다.

       

       가루의 정체는 바로 마인들의 힘으로 가공된 [특수 마석].

       

       흔히 ‘악마석’이라고 불리는 마인과 빌런을 제외한, 모든 집단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불법 물품이었다.

       

       소유한 것만으로도 최대 사형까지도 갈 수 있는 이 물건은,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사악한 수를 부릴 수 있었다.

       

       그만큼 만들기도 어렵고, 가치도 귀하기에.

       

       표독주같은 어중간한 <마인>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물품이 아니었다.

       

       ‘…그분께서 직접 보내주신 거다.’

       

       절대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된다.

       

       표독주는 길목 곳곳을 돌아다니며 적당량의 가루를 흘렸다.

       

       잠시 뒤, 가루에서 풍기는 기운에 이끌려 다가오는 언데드 무리.

       

       대다수 E~D급의 좀비나 스켈레톤이지만, 그 수가 상당하였다.

       

       조금 있다 다시 돌아온 2인조는 모여져 있는 언데드 무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겁먹지 마라. 시체도 통할만큼 강력한 주술이다.”

       

       “…아하, 그럼 이걸로 설마?”

       

       “그래, 이 녀석들이 사냥감의 힘을 빼줄 거다.”

       

       가루의 효능은 오래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정도면 충분하다.

       

       틀림없이 녀석들은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언데드 무리에 당황하며 싸우다 도망치는 것을 반복하겠지.

       

       ‘자연스럽게 체력도, 마력도 떨어질 거다.’

       

       자신들은 싸우는 소리를 따라 이동한 다음 중간에 끼어들면 그만인 이야기다.

       

       “그럼 시작하지.”

       

       표독주의 말에 도적 2인조가 비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질투에 눈이 먼 양지의 헌터와 음지의 헌터가 활동을 개시한다.

       

       

       * * *

       

       

       30분.

       

       1시간.

       

       그리고 2시간.

       

       표독주와 2인조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가끔 들려오는 언데드 무리의 소리에 방향을 정하여 깊숙한 숲속을 나아갔다.

       

       “허억, 허억…잠시만요!”

       

       손을 들어 올리는 녹색 머리.

       그 모습에 표독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냐, 고작 이정도 걸었다고 숨이 차나? 휴식은 없다. 어서 추적을-”

       “-그, 그게 아니라!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이지?”

       “원래라면 진작에 사당에 도착해야 합니다.”

       

       녹색 머리의 말에 옆에 있던 주황 머리도 끼어들었다.

       

       “마, 맞아요! 허억, 허억…이, 이렇게 멀지 않다고요. 그리고 싸우는 소리라도 들려야 하는데…지금까지 아무런 소음도 안 났잖아요.”

       

       이어서 마지막 결정타가 표독주의 귓가에 꽂힌다.

       

       “애초에 여기…<미탐사 루트> 아닌가요?”

       “……!”

       

       그 말에 표독주는 흠칫거렸다.

       품에 있던 지도를 꺼내 주변 지리를 확인한다.

       

       ‘…이런.’

       

       그제야 자신들이 정규루트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똑같은 숲속이라 깨닫는 게 너무 늦었다.

       

       ‘……설마.’

       

       이어서 감도는 서늘한 감각.

       감각은 머지않아 최악의 경고로 변화였고.

       경고는 곧 목숨의 위기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크르르륵…”

       “크웨에에.”

       

       확연하게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울음소리에 표독주는 허탈한 목소리를 내었다.

       

       “제기랄, 당했군.”

       “…네?”

       “사냥감에 역으로 사냥당하게 생겼어.”

       “…그게 무슨?!”

       

       녹색 머리는 말을 끝까지 이으지 못했다.

       곳곳에서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녀석들 전원.

       처음 지배하여 보냈던 언데드 무리.

       그것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당황할 시간에 싸울 준비나 해라.”

       “자, 잠시만요! 다시, 다시 지배하면 되잖아요!”

       “정신계 주술이 무슨 만능인지 아나! 한번 통한 녀석에게는 걸리지 않는다. 애초에 남아있는 양도 없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표독주는 다가오는 기척에 서둘러 환도를 붙잡았다.

       

       카앙―!

       

       선명한 금속음 울려 퍼진다.

       

       “달그락!”

       

       ‘…제기랄.’

       

       스켈레톤 워리어의 일격을 막아낸 표독주는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하였다.

       

       대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연참입니다. ‘-^*

    아, 여담이지만 설 연휴라고 쉬는거 없습니다. 꾸준히 성실하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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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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