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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0

       화령과 파이스가 대결의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졸지에 이 대결의 관계자가 되어버린 엔리는 자신의 포지션을 어떤 것으로 잡아야 할지 고민했다.

       

       도방 하면서 이 소리 저 소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컨텐츠는 되겠지만 이런 세기의 대결을 그 정도로 소비하기엔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엔리는 다급히 자신의 친구 목록을 열었다. 지금 당장 불러낼 수 있는 사람 중 누가 제일 쓸모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

       

       일단 엔리가 생각한 자신의 포지션은 해설이다.

       

       두 사람의 화면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

       

       이와 비슷한 일을 몇 번인가 해 본 적이 있는 엔리는 화면을 보면서 오디오를 채우는 거엔 자신이 있었지만 한 가지 큰 결점이 존재했다.

       

       바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

       

       아라와 만나고서 실력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봐야 다딱이 수문장 정도의 실력을 지닌 게 엔리다.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와 그 프로게이머를 박살낸 괴물의 대결을 중계하기엔 지식이 너무도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 엔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이 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기왕이면 여러 튜토리얼에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고.

       

       또 다양한 캐릭터에 지식이 있었으면 더 좋고.

       

       해설 경험이 있으면 최고야.

       

       나름의 기준을 가진 채 친구목록을 둘러보던 엔리의 시야에 한 이름이 들어왔다.

       

       데케이. 전 프로게이머이자 현직 아피스 유명 마이튜버.

       

       실력과 예능감을 겸비했으며 해설경험이 충분한 인재.

       

       “데케이님!”

       

       그가 VR에 접속해 있는 것을 확인한 엔리는 즉시 오디오를 끄고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엔리님? 방송중이에요?”

       “오디오 꺼 뒀어요.”

       “진짜요? 몰카 아니죠?”

       “하여튼! 지금 시간 되세요?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저 오늘 휴방하는 날이라서요. 좀 느긋하게 휴식을.”

       “화령님하고 파이스님이 대결을 펼칠 건데 그거 해설 도와주실 생각 없으세요?!”

       “…뭐요? 누구랑 누구요?!”

       

       처음에는 거절의 기색을 비치던 데케이였지만 그 내용을 들은 순간 반응이 바뀌었다.

       

       한 쪽은 아피스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프로 게이머. 그리고 다른 한 쪽은 그 프로게이머를 압살하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입증한 괴물.

       

       그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친다니!

       

       “기다려봐요! 지금 갈 테니까!”

       

       그렇게 엔리의 방송에 합류했을 때 데케이는 이미 대략적인 상황을 숙지한 상태였다.

       

       “랜덤 튜토리얼 클리어 대결이라니. 이 두 분이 아니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승부네요.”

       “그쵸. 대부분의 사람은 튜토리얼 하나조차 클리어 하지 못 하는데.”

       “엔리님은 뭐라도 클리어 해 보셨나요?”

       “…시도는 해봤어요.”

       “클리어는 못 했고?”

       

       – 팩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정보. 엔리는 용사냥꾼 튜토리얼에 삼 일을 바치고 결국 더럽게 추하게 도망쳤다.]

       

       – 1413번 죽었던가?

       – 실시간으로 사람 미쳐가는 게 꿀잼이었는데.

       – 저 때 벌칙으로 했었나?

       – ㄴㄴ. 자기가 켠왕한다고 들고 왔다가 멸망한 거임.

       

       “이 사람들 진짜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다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중 엔리가 한 메시지를 받고 그 내용을 읊어주었다.

       

       “화령님에게 걸린 제약은 이렇네요. 파이스님보다 5개 더 많은 튜토리얼 클리어. 기 캐릭터 사용 금지. 그 캐릭터가 지닌 기술로만 적을 상대할 것.”

       “파이스님께서 상대에게 제약을 거셨다고요?”

       “네.”

       “이야. 파이스님께서 상대에게 제약을 거는 광경이라니. 이거 신기하네요.”

       

       아피스의 스트리머임과 동시에 아피스 방송인 여럿을 챙겨 보는 데케이는 파이스가 방송에 출현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 모든 방송에서 보통 파이스는 제약이 걸리는 역할이었다. 그가 지닌 무력이 너무도 강대하기에 제약을 걸지 않으면 승부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허나 오늘은 아니었다. 여태까지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최강의 존재. 파이스보다도 더 강대한 이가 옆에 존재했기에 파이스가 제약을 청할 수 있었다.

       

       “데케이님은 제약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좀 강하네요. 화령님의 장기인 무공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도. 꼼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도. 뭣보다 클리어 해야 할 튜토리얼의 개수가 두 배나 차이 나는 게 커요. 튜토리얼은 하나하나 클리어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평범한 사람은 클리어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아피스의 튜토리얼이다.

       

       움직여야하는 캐릭터는 약한데 반해 적으로 출현하는 이들은 도저히 답이 안 나올 정도로 강하다.

       

       아무리 화령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약한 몸으로 적을 쓰러트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니.

       

       두 배라는 수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격차는 필연적으로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화령님께서 이 제약을 먼저 제안하신 걸 보면 이 정도 쯤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 정확한 건 봐야 알겠죠.”

       “아. 두 분. 캐릭터 선택을 시작하시네요! 어떤 캐릭터가 나올까요?!”

       

       엔리의 방송 화면에 비치는 파이스와 화령이 랜덤으로 캐릭터를 고르기 시작한다.

       

       “이거 첫 캐릭터가 제일 중요할 거에요.”

       “그래요?”

       “네. 처음부터 고전하는 것과 가볍게 넘기는 것은 기세가 다를 테니까요.”

       

       데케이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파이스의 캐릭터가 결정 된다.

       

       검방 기사.

       

       파이스가 대회에서도 주력으로 쓸 만큼 자신 있어 하는 캐릭터.

       

       그를 본 순간 엔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 기억이 맞다면 검방기사 튜토리얼은 어려운 축에 속하는 튜토리얼이죠?”

       “네. 그렇습니다. 보스로 등장하는 흑기사가 말도 안 되게 까다롭거든요. 그치만 파이스 선수라면 괜찮을 겁니다. 흑기사를 잡아내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셨으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캐릭터가 잘 뽑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 있어 하는 캐릭터로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기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니까.

       

       “그리고 이제 화령님께서 고르신 캐릭터는… 용사냥꾼이네요?”

       

       용 사냥꾼.

       

       엔리가 주력으로 하는 픽이자 무난한 성능으로 여러 초심자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

       

       그리고 튜토리얼 하나를 클리어 하고 싶다면 저기에 도전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비교적 쉬운 튜토리얼을 지닌 캐릭.

       

       “화령님도 만만찮게 운이 좋으시네요.”

       “사실 화령님 입장에선 이것도 저것도 별 다를 거 없긴 하지만요.”

       

       검방기사 튜토리얼을 시작한 파이스는 이 튜토리얼에 익숙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튜토리얼이 시작되자마자 보스가 있는 지점으로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흑기사를 마주한 파이스는 수많은 유저에게 절망을 선사했던 흑기사를 장난감마냥 가지고 놀며 능숙히 저를 상대해 보였다.

       

       “역시 파이스 선수네요. 방어가 깔끔한 것좀 보세요. 저도 나름 검방기사 프로리그 유저지만 저만큼은 못 합니다. 격이 다르네요.”

       “저기. 데케이님. 지금 감탄스러우신 건 알겠는데 거길 구경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네? 그게 무슨… 어?”

       

       엔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데케이는 용의 시체 위에 서 있는 화령의 모습을 보고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용이 날아왔고. 심장을 꿰뚫려서. 죽었어요.”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데케이의 머릿 속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저 용이 튜토리얼의 보스치고는 약한 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보스다. 어지간한 이들은 상처 하나 내는 것조차 어려운 존재란 말이다.

       

       그런 녀석이 일격에 죽었다고?!

       

       “너무 요약이 많이 된 거 아닙니까?”

       “근데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되는 걸요.”

       

       – 그치.

       – 사실만을 말했음 ㅇㅇ.

       – 아니 근데 저 이상으로 설명할 게 있나?

       – 없지?

       

       시청자들이 엔리의 말에 호응하는 걸 본 데케이는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 일단 파이스 선수가 튜토리얼을 끝낼 때까진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 화령님 쪽을 집중적으로 보도록 할까.

       

       “화령님의 두 번째 캐릭터는 정령궁수네요.”

       “데케이님. 주력 캐릭터죠? 정령궁수의 튜토리얼 난이도는 어떤가요?”

       “평범한 수준입니다. 그럭저럭 할 만 하죠.”

       

       정령과의 조화에 익숙하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는 튜토리얼이라 데케이가 설명할 즈음에. 화령이 튜토리얼에 들어섰다.

       

       “음?”

       

       그러자 기이한 일이 펼쳐졌다. 본래라면 정령 궁수의 곁을 지켜야 할 정령들이 화령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데케이님. 저건?”

       “…저건 저도 처음 보는데요.”

       

       뭐지? 왜 정령들이 도주하는 거지?

       

       정령 궁수에 관해 수많은 연구를 거듭했던 데케이조차도 처음 보는 풍경에 머리가 멍해졌지만 화령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 근데 큰 일이네요. 정령 궁수 튜토리얼은 정령의 도움 없이는 통과하기 어려울 텐데요.”

       “그런가요?”

       “네. 정령들의 보조를 받지 못하면 상처조차 낼 수가 없…”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이기에 길게 설명을 늘어 놓던 데케이였지만 그의 말은 중간에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령이 보스를 쓰러트린 것이다. 그 방법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그저 활시위를 당겨 보스를 쏘았을 뿐이거늘 정령 궁수 튜토리얼의 보스가 미간이 꿰뚫린 것이다.

       

       “…어야 하는데.”

       “상처 나는데요?”

       “왜 나는 걸까요.”

       “데케이님이 모르는 데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전투의 구도는 일방적이었다.

       

       화령이 쏘아대는 화살은 족족 튜토리얼의 보스에게 치명상을 입혔고,

       

       그를 피하거나 막아내기에 급급하던 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쓰러지고 말았다.

       

       아피스 튜토리얼의 보스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한 최후에 데케이는 물론이고 시청자들마저 경악을 금치 못하던 그 때에 엔리가 웃음을 흘렸다.

       

       “파이스냥이가 코 앞으로 다가온 것 같네요! 저 기대하고 있어요!”

       “엔리님. 파이스 선수의 팬이라고 안 하셨던가요?”

       “넵! 팬이에요! 그래서 더 파이스냥이를 보고 싶어 하는 거구요!”

       

       엔리가 싱글벙글 웃으며 파이스냥이를 외치는 동안에도 화령의 공략은 빠른 속도로 진행 되었다.

       

       번개의 신을 발로 걷어차 쓰러트리고.

       

       산에 도사리는 거인을 가뿐히 무너트리고.

       

       신화 시대에 만들어졌던 골렘을 박살내고.

       

       어느 튜토리얼은 어렵기로 유명하고. 어느 튜토리얼은 비교적 널널한 것이었지만 그 난이도의 차이는 화령에게 별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그 어떤 존재라 할 지언정 화령에게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단 점에서는 완벽히 일치했으니까.

       

       “…예전보다 더 강해지신 것 같은데.”

       

       데케이가 경악을 하며 화령의 쾌진격을 살피던 와중에 파이스 또한 꾸준히 튜토리얼을 클리어해나가고 있었다.

       

       채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3개의 튜토리얼을 클리어 한 그는 분명 아피스 최강의 프로게이머 다운 실력을 뽐냈다 해도 무방하리라.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안돼! 내 알몸 에이프런 화령이!]

       

       – 일단 파이스가 벌칙 받는 건 확정이네.

       – 슬슬 도네 충전해 놓을까.

       – 녹화 대기 중.

       – 이번 건 얼마나 오랫동안 돌려질까.

       

       시청자와 해설자. 모두가 파이스의 패배를 확정 짓고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 때에 화령이 처음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으음. 이건 곤란하게 되었구나.”

       

       튜토리얼 레이스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게 된 캐릭터가 전투마법사.

       

       “마법이 강제 될 줄이야.”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통과할 수 없는 튜토리얼이었기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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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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