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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0

    <420 – 오크노디 개인실의 함정>

     

    타고난 종족적 특징 탓에 물만 마시고 땅에서 양분만 끌어오고 햇볕으로 광합성만 해도 기능이 오르는 초희귀몬스터 만드라고라.

    만드라고라는 <죽음의 비명>으로 악명이 높다.

    성체 만드라고라가 내지르는 비명은 음량증폭, 메아리, 영혼각인, 방어관통 등의 온갖 흉험한 기능이 더해지며 무자비한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하하. 해냈다. 부모가 양지바른 곳에 심어둔 갓 태어난 새끼 만드라고라를 납치해냈어!!”

     

    접근만 해도 주변을 지옥으로 만드는 만드라고라의 흉험함은 몬스터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다.

    그렇기에 토양이 가장 뛰어나고 영맥이 흐르는, 한 숲의 주인이나 머무를법한 위험한 자리를 만드라고라가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100살 이상의 엘더 만드라고라에게 걸리면 그 근방 숲지대의 모든 몬스터가 만드라고라의 <음성전달>을 두려워하며 복종하는 생태계도 만들어진다.

     

    “엘더급은 아니지만 새끼를 키우기 위해 양지바른 곳을 양보하며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니는 성체 만드라고라의 서식지. 힘들었지만 결국 찾아냈지. 흐흐.”

     

    각고의 노력 끝에 죽을 위기를 넘겨가며 구한 새끼 만드라고라를 동아리온실의 가장 깊은 곳에 보관할 때까지만 해도 오르캐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이 녀석 하나만 성장속도를 조절해가며 잘 키워도 4학년 졸업과제도 따놓은 당상이니까!

     

    그런 행복을 도둑맞았다.

     

    아직 3학년이지만 미래까지 제대로 궁리해가며 설계한 자신의 부지런함에 도취되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부실이 털렸다.

    부원들의 식물들은 멀쩡한데 정확히 자신의 만드라고라만 털렸다.

     

    “너희 아니야? 만드라고라를 납치해갈 놈들이 너희 아니면 누가 또 있어.”

    “부장. 우리가 미쳤다고 잘못 키우면 주인 잡는 식물을 키웁니까?”

    “그렇게 귀한 녀석은 어디다 내다 팔려고 해도 살 사람 구하기도 힘든데 훔쳐서 뭐합니까?”

     

    처음엔 부원들을 의심했지만 변명들을 듣고 보니 다들 일리가 있었다.

    만드라고라의 위험성을 인지하는 식물동아리 부원들이 굳이 무리해서 훔쳐갈 이유가 없다.

     

    “1학년이네. 그것도 굉장히 작은 아이.”

     

    거금을 들여 초빙한 4학년은 부실을 한 바퀴 돌아보더니 범인을 짚어내었다.

    오크노디가 범인임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천하제일대도 브론즈 교수는 수제자의 범행을 시치미 뚝 떼었지만 오르캐치는 스승이 제자의 허물을 덮어주려 하는 것을 이미 눈치 챘다.

     

    “아니, 오히려 잘됐어. 팔아치우지만 않는다면 취급하기 위험한 녀석을 대신 키워주겠지.”

     

    오르캐치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만드라고라가 충분히 성장하여 그 과실만 뚝 떼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오크노디를 떼어놓을 찬스도 만들었다.

    2학년과 3학년.

    오크노디에게 원한을 지닌 많은 학생들이 그녀의 발을 붙잡도록 설계까지 했다.

    최소 3시간.

    오크노디는 기숙사에 돌아오지 못한다.

    1학년 전용 여자기숙사에서도 상급반 학생들이 모인 1층의 입주자들도 대거 도비라는 녀석과 결판을 짓고자 빠져나갔다.

    애완돌맹이 엘리자베스를 잃어버린 사감선생도 실의에 빠져 술에 쩔어 지낸다는 첩보도 입수했다.

     

    “오늘이다. 오늘이 결행일이다. 무조건 오늘 만드라고라를 되찾는다!”

     

    부원들을 어르고 달래서 범행에 가담하게 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저게 정말 반년 성장한 만드라고라 맞습니까? 미친 한 9살은 먹은 것처럼 커졌는데요?”

     

    물병이 비좁을 정도로 성장한 만드라고라.

    뿌리도 얼마나 힘이 좋은지 넝쿨을 뻗는 족족 뿌리도 다 받아친다.

    힘으로 밀리는 거야 이해한다지만 무슨 놈의 반사신경은 또 이렇게 좋단 말인가?

     

    [20. 19. 18]

     

    뇌리에 꽂히는 영문 모를 카운트다운도 불길하다.

    만약에 대비해 열심히 귀에다가 걸고 온 방어마법이 무색하게 비명이 아니라 새끼 만드라고라의 뿌리 휘두르기에 막히고 있다.

     

    “화력을 몰아줘!”

     

    <염동마법>

    <속박넝쿨>

    <고속성장>

     

    부원 셋이 펼친 마법이 단숨에 물병 밖으로 튀어나온 만드라고라의 뿌리를 들어올리고, 넝쿨로 휘어감고, 휘어감은 넝쿨을 성장시켜 조이기에 들어갔다.

     

    <난동부리기>

    <마구때리기>

     

    “커헉! 여, 염동마버이 강제로 풀렸… 으으윽.”

    “으헉!! 넝쿨이 힘으로 풀렸어요!”

    “누가 저 뿌리 좀 멈춰봐. 존나 아파!”

     

    방어를 몰빵한 귀가 섭섭할 정도로 비명은 안 지르고 힘으로 침입자들을 두들겨 패는 만드라고라!

     

    “부장, 이런 말은 없었잖아요. 무슨 만드라고라가 물리력이 이렇게 강하냐고요!”

    “몰라 시팔. 방어 풀고 화력 더 올려!!”

    “그러다 비명 지르면요?”

    “그 전에 맞아죽게 생겼잖아!!”

     

    만드라고라의 비명에 당해 쓰러지면 그럴만했네 소리를 듣겠지만 만드라고라의 뿌리에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다가 쓰러지면 뭐 이런 병신들이 다 있지 소리를 듣고도 남는다.

    만드라고라 탈환이 실패하고 1학년의 애완식물에게 발렸다며 전교에 소문이 쫙 퍼지는 호구 동아리가 되고 싶지 않다면 여기서 뭔가 보여줘야 했다.

     

    <정신방어 해제>

    <관통보호막 해제>

    <방음장막 해제>

    <진동흡수진 해제>

    <정신각성각인 해제>

     

    귀에 걸어두었던 방어들이 대량으로 풀리며 되돌아오는 마나.

    그 여유분의 힘을 주머니에서 갓 꺼낸 식물의 씨앗을 뿌리며 일제히 마법이 전개되었다.

     

    <급속성장 – 기생초>

    <기력흡수>

    <강제쇠약의 저주>

     

    <급속성장 – 가시초>

    <파고들기>

    <가시폭발>

     

    <급속성장 – 뚜벅초>

    <걷어차기>

    <마구 짓밟기>

     

    물병 속에서 온화하게 자라왔을 애완식물 따위는 꿈에도 모를 야생의 난폭한 식물몬스터들의 기술을 씨앗에서부터 순식간에 재현해내는 부원들!

    험난한 아카데미에서 살아남은 고학년들답게 식물을 다루는 그들의 기교는 실로 대단했다.

     

    “기새새생.”

    “가시시싯.”

    “뚜버버벅.”

    “응애애애!”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날뛰던 새끼 만드라고라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뿌리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시들었다.

    잔뿌리들이 가시에 당해 체액을 흘렸다.

    물병을 걷어차는 발길질을 몸체로 막느라 뚜벅초의 커다란 발이 짓밟아도 변변찮은 대항도 못 했다.

    조금 불쌍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난폭한 합공에 무력하게 당하던 새끼 만드라고라.

     

    “아니 이 녀석 왜 쓰러지지를 않아?!”

    “맷집이 너무 강해!”

    “부장, 이러면 어떡합니까?!”

     

    신명나게 두들겨 맞고는 있지만 쓰러지질 않으면 무의미하다.

     

    [10. 9. 8]

     

    심지어 카운트다운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

    오르캐치가 이를 악물고 값비싼 희귀재료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열었다.

     

    “모두 코 막아!”

     

    <마비가루>

    <수면가루>

    <혼란가루>

     

    한손 가득 움켜쥔 가루들을 흩뿌린 오르캐치가 신속하게 연계마법을 펼쳤다.

     

    <꽃씨 날리기>

    <대상지정 : 가루살포>

    <저항약화의 저주>

    <약성강화>

    <강제증폭>

     

    상대가 상태이상에 걸릴 확률을 올리고 한번 걸린 상태이상을 무자비하게 증폭시키는 연계기술!

    1 대 4의 집단폭력 앞에서도 굳건하게 버티던 새끼 만드라고라의 뿌리가 힘없이 늘어졌다.

    해냈다.

    이제 5초 안에 물병을 들고 다 같이 튀자.

    오르캐치가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악!!! 죽음의 비명이다아아!!!”

    “당했어!!! 물리력은 우리의 방어를 해제시키려는 만드라고라의 속임수였어!!!”

    “으허헝!!! 죽기 싫어어!!!”

     

    눈물콧물 다 쏟아내며 절규하는 부원들!

    부원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이 아찔해지며 이건 진짜 큰일 났다며 경악하던 오르캐치는 무언가가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진짜 만드라고라의 비명이라면 저렇게 세상이 다 끝날 것처럼 떠들썩하게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다.

    꽥 하고 쓰러지고 거품 물고 기절하지.

    이건 만드라고라의 비명이 아니다.

    소리도 묘하게 인간소녀의 비명처럼 들리지 않는가.

     

    “정신 차려! 이건 오크노디의 속임수다. 만드라고라의 비명이 아니야!”

    “어? 비명을 듣고도 마비에 걸리지 않았네?”

    “귀에서 피가 흐르지도 않아.”

    “동정이 들으면 죽는 비명소리라고 했는데 왜 살아있지? 헉. 설마 내가 잠든 사이에 누가 내 동정을 떼어간 건가?!”

    “정신 차리라고 미친놈아!”

    “악! 정신 들었어요. 들었으니까 때리지 마요!”

     

    혼란이 너무 심하게 걸렸는지 헛소리를 하는 녀석의 뒤통수를 손으로 때려서 깨운 오르캐치.

    영문은 모르겠지만 진짜 비명이 아니라면 만드라고라만 이대로 납치해가면 그만이다.

    이번에야말로 만드라고라를 향해 손을 뻗던 오르캐치는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오싹함을 느꼈다.

     

    [카운트다운 제로. 잠금장치를 활성화합니다. 결계를 활성화합니다. 다중방어장치를 활성화합니다. 음성메시지를 활성화합니다.]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그와 동시에 기숙사 내부에 빼곡하게 새겨진 술식들이 하나씩 발동하기 시작했다.

     

    [헤스티아! 또 보안술식 까먹고 방에 들어왔어요? 정말 칠칠맞다니깐. 그래도 침입자면 혼쭐을 내야하니까 순순히 용서하지는 않을 거예요.]

    [정말로 헤스티아가 맞다면 우리가 같이 밥 먹은 5월 15일의 점심식사메뉴가 뭔지도 기억하겠죠? 정답을 말하면 용서해줄게요.]

     

    “아니 미친 어제 뭘 먹었는지도 가물가물한데 그렇게 예전의 식당메뉴가 뭔지 어떻게 기억해?!”

    “부장. 이거 어떡합니까?”

    “그래봤자 1학년의 함정인데 그냥 힘으로 뚫고 나가죠 부장. 비명이 가짜였듯이 카운트다운이나 지금 나오는 술식도 다 가짜일 거 아닙니까.”

    “가짜가 아니야.”

    “예?”

     

    오르캐치의 손이 덜덜 떨렸다.

     

    “뭣 모르던 2학년 시절에 딱 한 번 교수님의 연구실에 침입해서 실험재료를 훔치려던 적이 있었어. 그때 본 연구실 보안술식이랑 비슷한 수준이야.”

     

    술식의 정교함은 이미 3학년의 수준도 넘었다.

    이건 4학년의 지식수준이다.

     

    “내 실력으로도 못 푸는 술식이라고.”

     

    술식을 풀지 못한다.

    정답도 모른다.

    이어질 결과는 하나뿐이었다.

     

    “그럼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이미 갇혔어. 방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 있어야해.”

    “헉!”

    “그것도 우리 때문에 약이 바짝 오른 만드라고라랑…”

    “허어억!!!”

     

    부원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 화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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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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