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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0

       

        

       앞서 말했듯이, 이 히가시노리 연구소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연구시설처럼 보였다. 그것도 꽤나 규모가 큰 연구시설로, 이화학, 약학, 마력공학, 이계생물학 등 여러 연구소가 함께 붙어있는 종합 연구소였다.

       

       게다가……

       

       들어서며 슬쩍 본 것이지만, 안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을 보니, 근무 환경 역시 꽤나 좋아 보였다. 연구소는 깨끗했고, 심지어 그 귀한 냉방장치—즉 구식 에어컨이 가동되어 있어 쾌적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여기 사람들은 팔자도 좋네.’

       

       지금 시대에 이런 공기조절장치는 기계가 많은 공장 또는 규모가 큰 영화관에나 드물게 있는 것이고, 일반인들에게는 선풍기도 비싼 시대에 이 무슨 호사란 말인가. 

       

       렌까도 그 모습이 인상깊었는지 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직원들의 근무 조건은 어떻지요? 휴식은 보장되나요?』 

       『흐흐. 물론, 총후(銃後; 후방)을 지키는 사명을 받아 더더욱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모두 후생성(厚生省) 노동국의 근로지침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아니, 일반적인 근로자보다 더더욱 형편이 좋지요.』 

       

       박사는 말을 이었다.

       

       『노동제한과 공휴의 보장은 물론, 아침 8시 출근과 저녁 6시 퇴근이 보장됩니다. 물론, 야간에는 일하지 않습니다. 쉬지 않고 기계를 돌려야만 하는 공장과는 달리, 연구라는 것은 적절한 휴식이 보장되어야 업무의 능률이 오르니까요.』 

       『좋군요.』 

       『흐흣. 저는 맡은 책임이 커서, 종종 철야를 하고는 합니다만…….』 

       

       이야기를 듣던 나는 생각했다.

       

       ‘……좋은 직장이네.’ 

       

       소장인 본인은 밤새 일을 도맡아하면서도 아래 직원들에게는 철저히 복지와 휴식을 보장해주다니. 천국 아닌가……? 사람 목숨을 파리목숨처럼 여기는 대동아공영회 소속 시설주제에 이런 꿈같은 직장이라니. 

       

       물론, 이런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이곳에서 뭘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알고 나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자아, 그럼 따라오시죠. 우선, 이화학 및 약학 연구소부터……』

       

       본격적으로 견학이 시작되었다. 박사는 연구실 하나하나와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여러가지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것은 흉터 치료액제입니다. 진피층의 세포조직을 완전히 복구시켜, 오래되지 않은 흉터라면 말끔하게 제거해 주지요.』 

        

       『이쪽 연구실에서는 소화불량을 위한 위장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정제 와까모또’ 따위보다 효능이 좋지요.』 

       

       『이 소염 습포제는 근육통 등의 질환이 있을 때 피부에 붙이는 것입니다만, 최근 잘 팔리는 ‘로이히’ 제품보다 좋습니다.』

       

       『일시적으로 근력과 체력을 높여주는 약입니다. 몇년 전 도이츠 의학계에서 발견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루몬과 마력용매제를 섞은 마력액제입니다.  아직 임상시험중이지만요.』 

       

       그 외로도 결핵 치료제나 뇌수막염 치료제라든지, 수면제나 마취제라든지, 심지어 변비약 같은 것들까지 박사는 하나하나 자랑스레 설명해 주었다.

       

       확실히,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기는 했다. 물론 내가 렌까랑 친하고, 시마즈 당주의 추천으로 입회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시대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신기한 기술들이 나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진짜 별걸 다 만드네.』 

       『시라바야시 상. 저번에도 제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대동아공영회는 유용한 물건들을 많이 만들거든요.』 

       

       내가 중얼거리자 내 곁에서 함께 걷던 렌까가 웃으며 말했고, 박사도 한마디 얹었다. 

       

       『흐힛. 시마즈 아가씨, 그 말대로입니다. 본 연구소의 목적은 인류의 번영과 보건에 이바지하는 것이니까요.』

       

       뭐, 전에 렌까도 말했던 대로, 대동아공영회는 이런 의학, 약학, 제조업 등의 일반적인 산업에도 손을 뻗쳐서 자금력을 충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었지. 그걸 생각하면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일이었다. 

       

       이게 다 자체개발인가 하면,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아마 전국에 있는 연구소나 제작소로부터 연구 성과물을 넘겨받아, 이곳에서 최후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아니, 이런거 말고 좀 없나?’

       

       이것저것 신기한 것들을 보는 것은 좋다. 하지만 박사는 정작, 비밀스럽거나 군사적인 것보단 일상생활에 밀접한 것들만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인류의 번영과 보건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그 말처럼. 

        

       ‘이런 것만 있지는 않을텐데.’

       

       나는 상처치료제나 동전파스 따위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정작 궁금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진공관 컴퓨터, 영혼 응집 기술, 자동인형, 학교-연구소간 지하철 계획……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이런 것들이었고, 

       

       그래서 이런 것들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아! 이것은 마력공학부의 역작으로, 초소형 축음기입니다. 흐흣.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전용 레코드판을 쓰는데, 보행 중 휴대하며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약 출시된다면 ‘보병’이라는 이름을—』 

       

       박사가 연구소의 성과들을 하나하나 자랑스레 설명해주고 렌까는 눈을 빛내며 귀기울여 듣고 있는데, 내가 그걸 끊고 비밀 정보를 대놓고 물어보면……

       

       박사에게나 렌까에게나 의심스럽거나 성급하게 보일만한 행동이겠지. 뭐, 어차피 언젠가는 설명해줄 테니, 느긋하게 기다려 볼까.

       

       『흐힛…… 오늘 보여드릴만한 것은 다 보여드린 것 같군요! 아! 마지막으로, 저희 연구소의 걸작……』 

       

       오. 이제서야 보여주려는 건가? 

       

       『거대 게다마입니다! 다들 익히 아시는 소형 하급 마수인 게다마를, 수백 배의 부피로 확대시킨 것이죠. 자아, 그러면 직접 가서 볼까요?』 

       

       뭔시발거대게다마냐고!

       그딴거하나도안궁금하다고!

       

       ……그래도 일단 보긴 봐야겠지. 이계생물학 연구소로 따라가니, 격납고처럼 생긴 창고형 건물에, 대형 풍선만한 게다마가 둥실둥실 떠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공격성도 없고 지능도 낮은 소형 하급마수 게다마가, 크기만 뻥튀기된 채로, 본래 그러하듯 공중을 둥실둥실 떠다닐 뿐의 광경.

       

       오직 그뿐이었다.

       

       ‘하아…… 양복자나 좋아하겠네.’

       

       이건 무슨 비밀병기도 뭣도 아니잖나. 내가 속으로 한숨을 쉬든 말든, 박사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흐힛. 어, 어떻습니까? 이것을 열기구처럼 활용하면 천공이나 지상의 관측이 용이해져, 천문학이나 기상학 등의 자연과학 분야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꽤나 높은 곳까지 바람의 영향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올라갈 수 있거든요.』 

       『흐음. 공중의 마수를 사냥할 때에도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격납고 상부 문이 좀 부실하지 않아요? 조금만 흔들려도 자칫하면 전부 탈출할 것 같은데요.』 

       『아아, 괜찮습니다! 그저 온순하게 공중을 부유할 뿐, 게다마에게 그 정도의 힘과 공격성은 없거든요.』 

       

       염병, 지진이라도 나서 다 탈출해버려라. 

       

       결국 투어가 끝날 때까지 정말 ‘극비’스러운 정보는 구경도 못 했다. 

       

       『후훗. 즐거웠지요, 시라바야시 상?』

       『으응.』

       『저는 특히나, 근력 강화제나 흉터 치료제가 마음에 들었답니다. 아직 개발중이라지만, 저희 시마즈구미 소속 엽사들에게 제공하면……』

       

       아무래도 현장에서 뛰는 엽사에게 적용할만한 기술이 많았던지라, 시마즈구미 경성분조라는 한 엽사조합을 이끄는 렌까는 꽤나 즐겁게 견학했던 것 같지만 말이다. 

       

       기대했던 만큼의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애초부터 비밀 기술 염탐을 목적으로 둔 나뿐이었나. 으음.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품고 로비 쪽으로 돌아오는데……

       

       ‘……뭐지?’

       

       문득 커다란 철문이 보였다. 아니, 튼튼한 철문이야 연구소 곳곳에 있었기에 그리 신경쓸 것은 아니었지만, 방금 본 곳에는 한자나 가나가 아니라 알파벳이 쓰여져 있던 것이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그것도 영어도 아니고, 

       

       [Zutritt Verboten!] 

       

       ‘독일어?’ 

       

       굵고 고풍스러운 활자의 독일어가 쓰여져 있었다. 어떻게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어라는 것과 그 뜻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는데, 한자로 입입금지(立入禁止) 바로 밑에 써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는 뜻의 독일어 문장이겠지. 

       

       나는 박사에게 물어보았다. 

       

       『실례지만, 박사. 저 곳은 못 들어갑니까?』

       『엣…… 저 곳 말인가? 흐힛! 아쉽게도, 저곳으로 들어가려면 최상급의 보안등급이 필요하거든…… 미안하지만, 자네로서는 아직 출입할 수 없어.』

       

       렌까가 말했다. 

       

       『그런가요? 저도 궁금합니다만.』 

       『흐…… 시마즈 아가씨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정도의 극비 보안구역이거든요.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죠.』 

       

       렌까는 쉽게 납득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특별회원 취급을 받는 나도 못 들어가고, 심지어 시마즈가문 당주의 딸인 렌까도 못 들어간다니. 그야말로 수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독일어 경고문구라니……

       

       ‘저기다.’

       

       나는 직감했다. 진공관 컴퓨터, 영혼 응집 기술, 자동인형, 학교-연구소간 지하철 계획같은, 진짜 비밀 기술은 저곳에 있겠구나.

       

       ‘저곳에 잠입한다면……’

       

       나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까부터 보니 연구소 초입에서부터 이곳까지는 경비 병력도 거의 없다시피했고, 마력 보안 장치도 이 부근에는 없었으며, 

       

       게다가 야간에는 모두 퇴근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으니, 잠입 정도야 그리 문제될만한 것이 없었다.

       

       ‘가능해.’

       

       나는, 당장 오늘 밤이라도 이곳을 잠입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여기까지!!!!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맛난 저녁 드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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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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