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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1

       샤를로트의 조국은 어느 나라인가?

        

       벨부르다.

        

       그렇다면 벨부르는 어느 나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곳인가?

        

       바로 프랑스와 벨기에다.

        

       아, 물론 프랑스 사람이나 벨기에 사람이라고 무조건 초콜릿과 와인에 환장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한국인이라도 김치 싫어하는 사람 있고, 매운 거 안 먹는 사람 있지 않은가. 물론 그 기준이 외국인과 조금 다를 수야 있겠다만.

        

       하지만, 보통 서브컬처 캐릭터는 그 모티브가 된 국적을 가진 사람의 스테레오 타입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더 그 캐릭터의 개성을 나타내기 좋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비하적이지만 않으면 해당 국적의 사람들이 오히려 좋아하는 경우도 많고.

        

       나야 실제로 프랑스에 가본 적도 없고 프랑스인 지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 프랑스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맛있어…….”

        

       아주 뿌듯한 표정으로 샤를로트가 내어준 음식을 먹고,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비록 지난 몇 개월 간 나는 내가 태어난 이 고향에 돌아와 지내고 있긴 했지만, 그 이전 몇 년 동안 먹어온 음식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영국 음식의 스테레오 타입’인 아제르나 제국의 음식들이었다.

        

       아, 먹을 수 없는 그런 음식들이었던 건 아니다. 나의 지위는 황녀였고, 그렇기에 당연히 먹는 음식들도 그 기준에 맞춰서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맛없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음식의 종류도 그렇게 다양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한국인으로서의 입맛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것도 있어 어딘가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그러니 알게 모르게 나의 머릿속에는 ‘이세계 음식은 그다지’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었다.

        

       “샤를로트.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요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나의 말에 샤를로트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사실 저쪽 세계에서 벨부르 요리를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것도 아니고, 이쪽 세상에서 샤를로트의 요리를 먹어본 적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건 ‘각 잡고 준비한’ 요리는 아니었다. 대부분은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는 ‘한국적인 재료들’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밖에서 요리를 먹거나 시켜 먹는 게 빈번하기도 했고. 집 안에 있게 된 건 본격적으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 뒤였으니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가 오전에 그렇게 밖을 돌아다닌 건 집이 그만큼 좁기 때문이었다. 아파트로 이사 온 뒤에는 다섯 사람이 전부 거실에 있어도 여유가 넘치지만, 그 이전 원룸에서는 솔직히 조금 비좁았다.

        

       그러니 이런 ‘각 잡은’ 요리는 먹어보기 힘들 수밖에.

        

       최근 우리가 벌이고 있는 ‘취미 찾기’의 일환으로 샤를로트가 시도한 것이 바로 요리였다.

        

       그동안 우리가 자주 써먹은 내 자취생 시절 요리책에서 탈피해, 진짜로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를 시도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의 언어는 다르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모티브가 있다 보니 ‘고유명사’는 겹치는 부분이 있다. 원작에서도 요리 관련 수집 요소가 있었던 만큼 특히 요리 명칭이 자주 겹쳤다.

        

       ‘뵈프 부르기뇽’이라는, 듣기만 해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 요리는 사실 프랑스에서는 가정식이라는 모양이다.

        

       프랑스의 자랑인 와인—우리가 쓴 건 미국산이었지만—과 소고기를 듬뿍 사용하는 이 요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정식이라는 인터넷의 소개대로 매우 포근한 맛이 났다.

        

       여기서는 구하기 어려운 재료를 팍팍 사다가 넣어 최대한 재현한 음식이니 맛이 없을 수는 없고, 이것보다 더 고급스러운 요리를 안 먹어봤냐고 물어본다면 그것도 아니긴 했지만…….

        

       어째서일까? 왜 이렇게 맛있지?

        

       “아마 포근한 가정의 맛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샤를로트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어렸을 때 먹었던 거랑 맛이 같아?”

        

       “아뇨, 그건 아니네요. 사실, 이걸 자주 먹지도 않았어요.”

        

       하긴 가정식이니까. 왕족은 왕실 요리사가 해준 고급스러운 요리를 자주 먹었겠지. 이 요리에 특별히 추억이 있기는 힘들 것이다.

        

       “어, 어쩌면!”

        

       우리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미아가 얼른 말했다.

        

       “분위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분위기?”

        

       앨리스는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뭔가 깨달았다는 듯, 아, 하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샤를로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추운 바깥, 따뜻한 집.

        

       같은 곳에서 꽤 오래 함께 지낸 사람들.

        

       그리고 아직 때에 걸맞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 장식까지 되어있다. 물론 아제르나에 크리스마스는 없지만, 비슷한 날은 있으니까. 연말연시 축하하는 건 거기도 똑같고.

        

       아마 그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저는 사실, 이렇게 다 같이 둘러앉아서 식사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어서요.”

        

       “…….”

        

       과연 미아였다.

        

       인생이 워낙 다크하니 가끔 이렇게 지뢰를 직접 심어서 바로 터뜨린다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어. 아버지랑 식사한 적은 거의 없으니—”

        

       말을 꺼내던 앨리스가 황급히 입을 닫았다.

        

       아마 나의 시선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왜 그래?”

        

       클레어가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렀다.

        

       “하지 마.”

        

       내가 입을 열지도 않았는데 앨리스가 얼른 말했다.

        

       “무슨 이야기이길래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죠?”

        

       샤를로트도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여기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상상이 흘러가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내가 입을 열어 느긋하게 말하자, 앨리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왜? 왜? 무슨 이야기야? 뭔데 그래?”

        

       클레어가 조바심 난다는 듯 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은 눈치챘던 모양이다.

        

       “아, 알았어. 그럼 조금만 해줘도 돼.”

        

       괜히 한마디 꺼냈다가 이야기가 너무 자기를 향했다는 걸 알고, 앨리스가 엄청나게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만, 이라는 게 어디까지인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만.”

        

       “…….”

        

       앨리스가 나를 흘겨보았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자기 치부가 드러난다는 걸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고, 나는 입을 열었다.

        

       “외로워하는 앨리스를 위해 제가 같이 밥을 먹어준 적이 몇 차례 있습니다.”

        

       “오.”

        

       클레어는 눈을 반짝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일이야?”

        

       “사교성이 없어서 같이 밥 먹어 줄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샤를로트는 그렇게 말했지만, 놀리려는 말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앨리스. 황족은 어떤 일을 하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왕족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겠죠. 저의 아버지도 바쁜 날이 많아서, 저 혼자 식사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맞아. 나도 어릴 때는 종종 레오랑 둘이서 식사하곤 했으니까.”

        

       “…….”

        

       나는 그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더 얼굴을 붉히는 앨리스를 빤히 바라보면서 소고기 한 조각을 찍어 입 안에 넣었다.

        

       “……알았어. 그냥 말해. 말해도 괜찮으니까…….”

        

       그 시선을 견디지 못했는지 앨리스가 결국 항복선언을 했다.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

        

       이를 악물긴 했지만, 어쩔 수 없지.

        

       본인이 얘기해달라니까!

        

       “앨리스는 처음 함께 식사하자고 한 제 얼굴에 음식을 집어 던졌습니다.”

        

       “…….”

        

       식사 자리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샤를로트와 클레어, 미아는 입을 벌린 채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앨리스를 보았다.

        

       “……그땐 내가 생각이 없었어. 미안.”

        

       “그렇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뢰라는 것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앨리스는 어린 시절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시기해왔다. 황제도 앨리스 앞에서 나를 대놓고 편애하는 듯 행동하곤 했으니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앨리스에게 모진 소리를 하지 않고, 앨리스가 하는 행동을 웬만하면 다 받아주었다.

        

       어차피 어린아이다. 게다가 겁도 많았고.

        

       음식을 던져봐야 맞아도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의 빵 종류였고, 뭔가 발라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맞지도 않았다. 내가 시간을 돌려 피해버렸으니까.

        

       앨리스는 그것 때문에 더 약 올라 했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화를 전혀 내지 않았던 것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신뢰가 된 것이다.

        

       물론 나는 한가지 계산이 더 있었다.

        

       주인공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것도 있고, 나중에 앨리스가 성숙해졌을 때 어린 시절의 흑역사로 써먹고 싶었던 점도 있었던 것이다.

        

       몇 년 전의 일이라 나도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떠오르게 될 줄이야.

        

       “그걸 참아준 언니도 참 대단하네…….”

        

       “그렇습니다.”

        

       “아니, 그걸 본인이 인정하는 건.”

        

       뭐 어때. 어차피 내 본성이야 까발려질 만큼 까발려졌는데.

        

       “……앨리스.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 ‘언니’라고 주장하는 건 좀 어폐가 있지 않은가요?”

        

       샤를로트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해서, 앨리스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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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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