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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1

       

        

        

        

        

        

        

        

       “하부 리조트까지 클리어. 등대 중앙 구역에 적 없음. 반복한다. 등대 중앙 구역에 적 없음.”

        

       “작전의 밀도가 엄청나…설마 항상 이 정도의 교전을 지속하는 건 아니지?”

        

       “핵심을 잘 짚었군.”

        

       “…너희들 진짜 인간 맞아?”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웃음소리.

        

        그동안 아키타입에게, 그리고 대거 팀에게 배운 대로 총기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사주경계를 이어가던 와중, 집음 모듈이 수집한 소음 정보에 의해 레인의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정보가 자동으로 이름을 떠올렸다 – 마커스, 레이피어, 로건.

        

        이들 전원의 작전수행능력은 레인으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넘어 이해를 포기하게 만들 정도였다. 특히나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기발하고 창의적인 전략과 그것을 시행할만한 대담함과 실력, 그리고 즉석에서 변하는 전술을 맞춰줄 수 있을 정도의 교전수행능력까지.

        

        게다가 대거 팀 중 소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전원이 그러했단 점은 실로 인상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묻는 대신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고, 이어 작전 구역 전체를 확인 가능한 지도를 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체크했다.

        

        아키타입과 스펙터, 서킨스와 체스터, 모건이 로그 캠프를 습격하는 중이었다.

        

        그 순간 레인의 머릿속에 불현듯이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로그 캠프의 어느 부분을 파고들면 되는 거지?”

        

       “같이 지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질문의 수준이 높아졌네. 인상적이야.”

        

       “그, 그래…?”

        

        

        

        로건 특유의 시원한 목소리가 레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숨길 수 없는 뿌듯한 표정과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지어졌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와중 진이 오웬스의 옆으로 다가가 이런저런 제안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휙 돌렸다. 마커스와 레이피어, 로건 역시도 어느새 비슷한 과정에 돌입한 시점. 그리하여 레인 역시도 New라고 쓰여있는 버튼을 눌렀고, 그러자 로그 캠프를 이리저리 뒤집어놓고 있는 아키타입 팀의 공격 진입 방향과 예상 목표 등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아래 여러 색깔의 화살표가 어지럽게 회동했으나, 자세히 확인해보면 이는 각자가 내놓은 공격 루트 제안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하여 레인은 대거 팀의 교전 방법을 그 자리에서 깨닫는다.

        

        

        

       ‘…이 사람들, 거의 모든 작전에서 양동이나 기만, 혹은 다각도 침입 교전을 상정하고 있어.’

        

        

        

        유기적이라는 단어를 넘어선 무언가.

        

        다르게 말하면, 작전팀이 절반으로 쪼개져 동시에 서로 다른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거 팀에게 공격받고 있는 적군은 거의 대부분 반대, 혹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 들어오는 날카로운 공격도 대비해야만 한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고, 설령 그게 가능한 적군이라면 대거 팀은 해당 진지에 들이박을 이유가 없었다. 진즉 다른 곳에서 화력지원을 받아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패겠지.

        

        하지만 놀라운 점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 작전과 작전 사이에는 휴식 시간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해도 작전 능률이 떨어지지 않을 수가 있어?”

        

       “그것도 계산 못하면 다시 훈련소로 돌아가야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한 간단한 답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 혹은 팀원들의 작전지속력을 계산에 넣지 못한다면 태스크포스의 일원으로서, 혹은 통솔자로서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로건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이카루스 기어에 완전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시행착오가 좀 있긴 했지만, 그 시기는 한참 전에 끝났어. 그리고 계속 전투를 하다 보면 싫어도 알 수밖에 없고…내 한계, 아군의 한계, 그리고 대거 팀 전체의 한계를 말이지.”

        

       “…너희들도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었구나.”

        

       “당연한 소리를.”

        

        

        

        수많은 작전을 통해 다듬어지고,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높아진 대거 팀의 작전지속력.

        

        고작해야 밀도 높은 교전 세네 번 정도로 여력이 다 떨어지는 사람은 태스크포스에 존재하지 않았다 – 그런 점에서 보자면 대거 팀은 진정한 의미로서 초인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발현자가 세 명이나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 레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그래서, 아키타입은 이런 곳에 나랑 진을 꽂아넣으려고 하는 거야, 지금?’

        

        

        

        딱히 누구도 그렇게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치채지 못할 리도 없었다.

        

        말 그대로의 총알받이로서 사용하려고 했다면 아마 아르테미스의 본거지가 완전히 나타나고, 침투 방법 등등이 확인되기 전까지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깊숙한 지하실 어딘가에 짱박아놓거나, 혹은 아예 전원을 꺼버리든 팔다리를 잘라놓든 했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는 거 자체가 아키타입이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는 증거였다 – 가령, 자신들을 대거 팀의 도우미 혹은 그쪽으로 집어넣으려는 뭐 그런.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런 레인의 판단은 그 누구보다도 정확했다.

        

        단지 싫지 않을 뿐.

        

        

        그러던 와중, 지도 위로 난립하던 수많은 화살표가 사라진다.

        

        가장 효율적일 것으로 추측되는 침투 루트만이 남았고, 해당 작전 구역 지도 위에서는 아키타입과 로렌티나를 비롯한 다섯 명의 인원이 공세를 펼치는 중이었다.

        

        레인의 전투 회로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결과를 산출했다. 정확한 효율까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로그 캠프에 존재하는 아르테미스 병력들은 찢기다 못해 산산조각나 여름날 밖에 내놓은 아이스크림마냥 녹아내릴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폭음과 수백 미터 넘게 떨어진 곳에서도 보이는 섬광, UAV를 통해 보이는 아군의 움직임과 실시간으로 줄어가는 적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오웬스가 덧붙였다.

        

        

        

       “도착했을 때 적이 남아있을지나 모르겠군.”

        

        

        

        그 말대로였다.

        

        리조트를 끝장낸 대거 팀의 절반이 이동하는 동안에도 폭음은 그치지 않았고, 그리하여 이들이 도착했을 즈음 아키타입 팀은 반물질 탄환과 유탄을 아낌없이 써가며 해당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예비대의 절반을 잿더미로 만든 지 오래였다.

        

        그 날 등대에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HQ를 제외한 그 모든 곳에서 아르테미스의 영향력이 거세되는 순간이었다.

        

        

        

        

        

        

        

        

        

        

        

       “…레이드 열린 줄 알았는데, 왜 우리는 못 들어가?”

        

       “어음, 또 유진 씨 때문이 아닐지?”

        

       “끼야아아아아악-!”

        

        

        

        한편, 다른 쪽.

        

        대거 팀이 등대를 석기시대로 되돌려버리고 있을 때, 카토그래퍼를 위시한 이들 전원은 자신들이 일반적인 레이드에 참가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림 : 해당 유저의 레이드 난이도는 ‘말살’로 고정됩니다.]

        

       -[알림 : 난이도 변경 기능 자동 잠금 완료. 현재 필요 인원이 충족되지 않아 입장할 수 없습니다.]

        

       -[알림 : 해당 난이도의 도전 기회는 단 한 번입니다.]

        

        

        

       “에….”

        

       “왜…왜 나만 비얌 레이드 못 해-!”

        

        

        

        빼애애앵!

        

        그런 괴상한 소리와 함께 카토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본래라면 다이스와 하모니가 적당히 타일러서 제지를 해야만 했지만, 정작 그 두 명도 반쯤 벙찐 표정으로 눈 앞에 떠오른 UI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감조차 안 잡혀 눈을 끔뻑끔뻑 뜨는 블루밍은 덤이었고.

        

        이걸 과연 무어라 표현해야만 할까. 확실한 것은 메카 비얌 레이드가 열린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맛을 본 사람이 없단 점이었다. 

        

        물론 이들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유어스페이스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수두룩하게 퍼지고 있었다.

        

        

        

       “이상하네에…노말, 하드, 챌린지 모드가 여기에 있어야만 하는데…말살 난이도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에….”

        

       “카토가 아이스크림이 되어버렸는데, 이걸 어쩌나.”

        

       “뭐어, 대충 그럴 것 같았어요. 카토 씨도 유진 쌤이랑 같이 다니면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익숙해지게 될 거예요.”

        

       “뱀끼야아아악….”

        

        

        

       -무친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스랑 하모니는 1도 신경 안쓰는wwwww

       -카토 이새1끼 한동안 담당일찐안왔다고 개깝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덩이가 배밖으로 나왔니??????

       -근데 비얌 이 개가튼련 진짜 방송언제다시키냐????? 미션좀그만밀고 스트리밍좀해 제발!!!!!!!!!!!!!!

        

        

        

        난리도 아닌 채팅방, 그리고 그걸 쓴웃음과 함께 바라보는 두 명까지.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만, 유진이 방송을 하지 않는 날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가 사방으로 역류했다. 일종의 불필요한 낙수효과 비슷한 것이었다 – 유진이 방송을 켜지 않은 날이면 하모니의 방으로, 하모니도 없으면 하모니의 지인으로….

        

        이유는 간단했다. 유진의 행방을 찾기 위함이었다. 특히 하모니는 언제든지 유진과 연락할 수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 물론 남의 방에 와서 유진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오로지 하모니의 방에서는 그러한 행동이 가능했다.

        

        그 또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유진 씨는 도대체 어디로 가신 거야…?’

        

        

        

        본인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남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을 여러 개 품고 살아가는 법이었고, 유진 역시도 그러했으며 – 그녀에 대한 진실의 편린을 알고 있는 하모니와 다이스로서는 궁금해도 입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유진은 대부분이 짐작하던 대로 이름조차 입에 담을 수 없는 미국의 특수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고, 전역한 것처럼 보이는 현재에도 다크 존 내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 물론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비록 하모니와 다이스, 그 외의 여러 인물도 동시에 참여하긴 했지만, 유진에게만 존재하는 특수 시나리오의 전말을 전부 아는 사람은 오로지 당사자 뿐일 테니.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마치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뭔가…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인 것 같단 말이지.’

        

        

        

        아마도 그것이 맞으리라.

        

        그러나 하모니는 그 이상의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궁금증을 품어보았자 해결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했을 뿐더러 – 대개 유진은 온 세상이 그녀의 행방을 궁금해할 즈음에는 무조건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가령-

        

        

        

       “오자마자 바닥을 침대 삼아 누워계시는 분이 보이네요. 또 무슨 역경과 고난이 찾아왔길래.”

        

       “꾸엑.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 말만 안 했어도 그나마 믿었을 것 같은데 아쉽군요.”

        

        

        

        이렇게.

        

        마치 사전에 짜기라도 한 것마냥 스르륵 유진이 나타나게 된다면,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 궁금하더라도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으니.

        

        그러나 요즘 유진은 단독으로 다니지 않았다. 진과 레인이라는 두 명의 메카 비얌이 유진을 따라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하모니를 포함하여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의 표정이 생글생글 웃는 것으로 바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얌이 셋이라니, 이걸 어떻게 참아.

        

        그 와중 카토그래퍼의 허리에 꼬리가 감겨든다. 바닥에 널브러진 당사자를 들어올리기 위함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부럽다는 감정이 스쳐지나갔지만 곧 사라졌다. 유진이 테이블에 단 한 단어만이 쓰여있는 파일을 올려놓았기 때문이었다.

        

        레이드.

        

        올 것이 왔다.

        

        

        

       “보아하니 레이드 자체는 일주일 전부터 열린 것 같은데, 여기 있는 분들 중에서 먼저 해보거나…혹은 내부 기믹 등에 대해서 들어본 사람이 있는지?”

        

       “아유, 일주일 내내 귀랑 눈 닫고 지냈습니다.”

        

       “딱히 정보 수집을 하지 말라고는 한 적 없었는데.”

        

       “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레발조졌죠????? 이상한데서 귀틀막하고있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라안치고 다들 자기빼고 레이드찍먹했어도 1도 신경 안쓸거같긴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돌지 말라고 한적없는데 왜 안돔????

        

        

        

        그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인원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지만, 예정된 수순이었다.

        

        오히려 유진이 펼친 파일 내부에는 일주일 내내 수집해두었던 프로토타입 레이드 관련 데이터들이 즐비한 상태였다 – 물론 아니나 다를까, 유진이 대거 팀과 함께 독자적으로 수집했던 내용과 제대로 들어맞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시 말해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아예 알 수 없단 소리.

        

        그 즈음 유진 역시도 말살 난이도의 존재를 확인하였고, 그녀는 입을 열어 덧붙였다.

        

        

        

       “다들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겠지만…뭐, 저랑 함께 하는 모든 일들이 언제는 쉽게 풀린 적이나 있었나요. 지금까지 알아낸 모든 내용들이 아르테미스 HQ 내에 돌입했을 때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으시길.”

        

       “와, 이게 다 뭐야. 시설 내부에 적들이 수두룩하게 깔렸는데요?”

        

       “…우와, 세상에. 이거 저희들만으로 깰 수 있는 거 맞아요?”

        

       “괜히 말살 난이도가 아닌 거 같은데….”

        

        

        

        복잡하기 그지없는 내부.

        

        제때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많은 기믹들.

        

        계속해서 증원되는 무인기와 적군, 때때로 시설 자체를 관통하여 날아드는 프로토타입의 레일건까지. 그야말로 인류의 한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난이도임은 확실했고, 도전 기회가 단 한 번이라는 것 또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유진은 말살이라는 단어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덧붙였다.

        

        

        

       “글쎄요. 저 단어를 보고 겁을 먹을 이유가 있을까요?”

        

       “…네?”

        

       “시설 내에 있는 모든 적군을 사살해버리면 그것도 말살이죠. 그렇지 않나요?”

        

        

        

       -??????????????????

       -이사람은 정신나간 소리를 왜 이렇게 당연하게 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그렇긴 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하! 적이 많으면 적을 다 죽여버리면 되는구나!

       -유진아니었으면 지1랄하지말라고 했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하하 웃으며 그리 덧붙이는 유진에게 반박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순간에 눈 앞에서 복사되어 전원의 앞에 배부된 데이터 파일과 함께, 유진은 여러 개의 3D 지도와 다크 존의 훈련실에 적용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각자의 메시지함에 전송했다. 그 수만 해도 일곱 가지가 넘었고, 단독이 아닌 2인 이상으로 실행 가능한 훈련 시나리오의 수는 그 두 배였다.

        

        그와 동시에 말이 이어졌다.

        

        

        

       “제가 없는 동안 여러분들은 그 누구보다도 잘 연습해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선택했으니까요. 그러니 앞으로 남은 3일 동안 한 번 정도는 해당 시나리오를 다른 유저와 연습해보길 바라겠습니다.”

        

       “헉, 이거 숙제였어요?”

        

       “스케줄이 많아 실행이 불가능하다면…뭐어, 그때는 한 번 미카엘이나 잉크, 갬빗에게 연락을 넣어봐야죠. 그마저도 안 된다고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대처 방안은 많으니까요.”

        

       

        

        당연하겠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분이나 지났을까, 전달해야만 하는 데이터를 전부 주변에 전한 유진은 그 자리에서 일어선 뒤 덧붙였다.

        

        

        

       “외부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먼저 일어나보죠. 어차피 이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골몰해도 뾰족한 답안은 떠오르지 않을 테니, 제가 드린 파일을 최대한 많이 읽고 숙지해주면 좋을 것 같네요.”

        

       “…에, 알겠습니다.”

        

       “무언가 필요한 게 있거나, 혹은 저와 합동으로 시나리오를 클리어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길.”

        

        

        

        드르륵.

        

        그 말을 남긴 뒤 유진은 그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뒤를 무표정의 진과 떨떠름한 얼굴의 레인이 이었다 – 물론 진은 실로 뻔뻔한 표정으로 검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든 뒤, 그것을 눈 옆에 갖다대었다. 실로 훌륭한 팬서비스였다.

        

        물론 모두가 그 어이없는 광경에 정신을 뺏긴 것은 아니었다.

        

        

        

       “아니, 뭐야. 이번에는 또 어디 가세요?”

        

       “폐관수련…은 아니고, 대략 두세 시간 있다가 올 예정이니 걱정은 마시길.”

        

       “다시 온다면야….”

        

        

        

        그렇게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네 명을 남겨둔 채 유진 시스터즈는 방 바깥으로 나갔다.

        

        멍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이스가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요즘 유진 씨 꽤 바빠보이네.”

        

        

        

        물론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내색하지 않았다.

        

        세 명의 인영이 방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하모니와 다이스가 의자에 앉아있는 카토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래서, 이후 딱히 스케줄 없으시죠?”

        

       “유진 씨가 전해준 훈련 시나리오가 뭔지 이제부터 꽤 진득하게 확인해볼 생각인데, 설마 이런 중요한 자리에 우리 카토그래퍼 씨가 참석하지 않을 리는 없을 거고. 그렇죠?”

        

       “아, 그. 저기. 저희집 다육이식물한테 갑자기 전화가 오더라구요. 갑자기 복통이 심해서 급히 병원에가본다는데아니잠깐질질끌고가면어떡해요살려줘어어어-!”

        

       “…흐미.”

        

        

        

        당연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카토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프로토타입 유진 레이드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었다.

        

        

        

        

        

        

        

        

        

        

        

        

        

        

       “정신이 없구만, 우리 막내.”

        

       “…예. 아무래도.”

        

       “며칠 안 남았으니 힘내보죠. 플로리다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던 약속은 아직 안 잊었겠죠?”

        

       “으악, 그런 거 말하면 부정타요!”

        

        

        

        제 49대 대통령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의 이름 하에,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승인됨.

        

        목표 – 아르테미스의 완전한 말살.

        

        작전 결행까지 D-3.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막내는 바빠요

    다음 화부터 이번 외전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

    지난 주처럼 일요일과 월요일 연재가 있을 예정이며 중간에 연참도 한 번 정도 있을 것 같네요

    이실직고하자면 제가 생각했던것보다도 에피소드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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