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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1

   소울 아카데미의 2학년부터는 아카데미 던전이 지니는 가치가 확 줄어든다.

   

   2학년부터는 1학년 때와는 달리 외부의 던전을 공략할 수 있게 되니까.

   

   경험을 쌓는다는 부분에서도 그렇고.

   

   제대로 된 보수와 평판의 증진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

   

   여러 퀘스트를 통해 기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외부의 던전을 공략하는 것에 비해 아카데미 던전을 공략하는 메리트가 크지 않거든.

   

   그나마 차별화된 부분이라면 최초 공략의 보상 정도지만 이것도 외부의 던전을 돌아다니며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부족한 게 현실이라 업적작을 할 게 아니라면 외부 던전으로 가기 위한 최소 요건만 갖추고 버리는 게 정석이었지.

   

   나도 처음에는 게임의 공략법을 따라 갈 생각이었는데 계획을 짜다 보니까 굳이 그래야 하나 싶어지더라.

   

   그도 그럴 게 이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인 걸.

   

   시스템의 제약에 따라 움직일 수 있었던 게임과는 달리 지금은 내가 바란다면 얼마든 움직일 수 있잖아.

   

   막말로 하루 만에 아카데미 던전을 정복해버리면 최초 공략 보상도 챙기고 나중에 외부 던전도 돌 수 있는 거니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나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수업계획서를 작성한 후에 아카데미 던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카데미 던전의 공지라면 저도 확인했어요. 이번에도 열리자마자 바로 도전하실 건가요?”

   “그럴 거야. 어차피 허접 아카데미의 자격미달 교수들이 만든 던전이라고 해봐야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루시. 이번에는 누구랑 같이 갈 거야? 응?”

   

   프레이는 온 몸으로 나와 같이 던전에 들어가고 싶단 티를 냈고 반짝이는 프레이의 눈빛 옆에는 페이비의 은근한 기대감이 따라 붙어왔다.

   

   “글쎄에~ 잘 모르겠지만 말도 안 듣고 사고만 치는 누구는 아닐 것 같은데?”

   “히이잉.”

   “어제 나한테 잔뜩 잔소리를 내뱉었던 누구도 아닐 것 같고.”

   “영애님. 아시잖아요. 그건 딱히 영애님께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뺨을 잔뜩 꼬집은 나쁜 사람도 아닐 걸?”

   “…죄송합니다.”

   “푸하핳.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놀아나는 꼴이라니. 다들 완전 한심하네~ 같이 던전 가줄테니 발을 핥으라 그러면 진짜 핥을 것 같잖아. 응?”

   “핥아?”

   

   진짜 무릎을 꿇으려는 프레이를 간신히 가로 막은 나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아서 쪽으로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쟤 왜 오늘 혼자 사색을 하고 있는 거냐.

   

   사춘기가 온 건가?

   

   나이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이상하지 않긴 한데.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흑역사 쌓기는 쉬울 것 같아.

   

   아서는 ‘지옥의 업화여. 검에 깃들어라!’ 같은 대사를 치면서 싸우는 게 실제로 가능한 녀석이니까.

   

   누군가는 멋지다고 생각하겠지만 훗날 본인은 이불을 차게 될 일을 만들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과거 중2병에 쌔게 걸려서 온갖 지랄을 했던 과거를 떠올린 나는 아서의 어깨를 붙잡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불쌍왕자님. 기술 이름 정할 때는 미리 상담해주세요. 불쌍왕자님의 쓰레기 같은 센스에 웃다가 죽긴 싫으니까요.”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아서는 되레 이상한 사람을 보듯 날 쳐다봤다.

   

   야! 진심을 담아서 진중한 조언을 해줬는데 그런 눈빛을 되돌려주는 게 말이 되냐!

   

   진짜 짜증나네.

   

   두고 보자. 나중에 네가 흑역사가 될 짓거리를 하면 메스가키의 언어로 잔뜩 놀려줄 테다.

   

   얼굴이 붉어져서 터질 때까지 갈궈 줄 테다아아!

   

   “장난 그만하고 던전에 대한 이야기나 해라. 무슨 생각을 해뒀을 거 아니냐.”

   

   마음속에 원망의 서를 작성한 나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친구들에게 내 계획을 이야기해주었다.

   

   “내기하자. 허접 아카데미의 던전을 누가 더 빨리 공략하느냐를 가지고서 말야.”

   

   지금의 나는 인원수 제한을 무시한 채 모두를 데리고 던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던전의 이야기.

   

   아카데미에서 만들어낸 인공적인 던전에서는 이 권능이 작용하지 않는지라 다 같이 던전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나 하나와 다른 네 사람으로 파티를 나눠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이러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기도 하고, 이렇게 파티를 나누면 아서와 조이 두 사람이 내가 알려준 걸 얼마나 체화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뭣보다 이렇게 내기를 하면 2학기 때 받았던 굴욕을 되갚아 줄 수 있잖아.

   

   나는 치졸하고 쪼잔한 인간이라 그 때의 굴욕을 아직 잊지 않았다고.

   

   “…아카데미 던전을 가지고 내기를 하자고?”

   “…영애님. 그건 좀.”

   “파티를 나누는 건 그렇다 쳐도 내기는.”

   “루시. 완전 치사하고 치졸해. 허접허접이야.”

   

   당연하게도 친구들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내가 던전 안에서 기행을 펼치는 걸 지겹도록 봐왔던 이들 입장에서 나랑 내기를 하자는 건 그냥 골려주고 싶다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겠지.

   

   실제로 내가 품은 의도가 그렇기도 하고.

   

   “겁 먹었어?♡”

   

   근데 그래서 어쩔건데.

   

   “쫄았구나?♡”

   

   내가 치사하고 치졸한 인간이라 해서 너네가 뭘 할 수 있는데.

   

   “푸흐흫♡ 그래~♡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꼬리를 마는 게 맞지♡ 자기 주제를 잘 아는 걸 보니 참 대견하네♡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까?♡”

   

   메스가키 스킬의 도발 앞에서 너네가 뭘 할 수 있냐고!

   

   친구들이 내 어투에 익숙한 것은 분명 사실이다.

   

   평소 어지간한 어투 정도는 웃어넘겨줄 수 있을 정도로 내 친구들은 메스가키 특유의 어투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졌다.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진심이 담기지 않은 어투일 때의 이야기!

   

   메스가키 스킬에 깃들어 있는 도발 성능을 끌어낸다면 아무리 친구들이라 해도 열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다들 눈빛이 사나워진 거야?♡ 뭘 해보기도 전에 꼬리를 만 패배자들한테 화 낼 자격이 있나?♡”

   

   입술 끝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보이네. 조금만 더 건드리면 되겠어.

   

   “자~♡ 내가 너희들이 해야 할 말을 알려줄게~♡ 허접주제에 나대서 죄송합니다♡ 저희는 고귀한 알른 영애를 위한 깔개들이랍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빨리 따라해 봐♡ 그럼 꼬리말고 도망치는 걸 용서해줄♡…”

   “적당히 해라! 루시 알른!”

   

   책상을 쾅하고 내리치며 일어난 아서를 본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키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좋아아.

   

   이제 도발할 만큼 도발했으니 살살 구슬려볼까.

   

   자연스럽게 내기를 받아들이도록 말야.

   

   대화의 내용은 시종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프레이를 제외한 세 사람이 정치나 사교에 익숙하다고?

   

   그러면 뭐해. 열이 잔뜩 받아서 눈앞 밖에 보지 못하는 상황이면 평정을 유지하는 내 쪽이 더 유리하잖아?

   

   물론 상대를 가지고 놀 수 있다고 해서 나한테만 유리한 조건을 내걸진 않았어.

   

   내기 자체도 억지로 한 것이나 다름 없는데 불공정한 조건까지 내걸기는 좀 그렇잖아.

   

   하루가 지나고 나서 던전에 진입한다거나, 층계를 스킵하지 않겠다거나, 보스를 공략하지 않고 넘어가지 않겠다거나 하는 식으로 여러 제약을 달았지.

   

   물론 도를 넘는 제약은 거부했어. 그 어떤 제약이 달려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 뭐냐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지금 내 친구들의 성장은 내가 감을 잡기 어려울 정도란 말야.

   

   혹시나.

   

   호오오옥시나.

   

   아서랑 조이가 내가 건네 준 던전 공략에 관한 책을 완벽하게 체화했다면 진짜 질 수도 있는 거잖아.

   

   치졸하다고?

   

   쪼잔하다고?

   

   알아! 그치만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되는 것보다 내가 내기를 걸고 내가 패배하는 게 더 끔찍한 일이란 말야!

   

   난 이길 거야!

   

   이번에 이겨서 지난번에 당했던 굴욕을 갚아줄 거라고!

   

   <지난번에 3왕자를 토끼 차림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은 복수로 안 치는 게냐?>

   ‘그건 정당한 내기였잖아요!’

   <이번 건 정당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구나.>

   ‘…시끄러워요.’

   

   *

   

   아카데미의 던전이 열리는 당일.

   

   파르나 켄트는 던전의 문이 열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던전 중에서 가장 커다란 규모와 훌륭한 구조를 자랑하는 것이 소울 아카데미의 던전이다.

   

   그런 곳을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공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난 파르나는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체스터! 아카데미 던전이 열리려면 얼마나 남았어? 얼마나 남았어?”

   “삼십초 전에 같은 질문을 하신 거 기억 안 나십니까?”

   “기억 나! 그래서 얼마나 남았는데?”

   “그 때로부터 삼십 초가 줄어든 시간이겠죠.”

   “그러니까 그 시간이 뭔데!”

   “…이제 30분 남았습니다.”

   

   파르나의 순진무구한 눈빛에 체념한 체스터는 결국 한숨과 함께 대답을 건네주고 말았다.

   

   오늘따라 이상할 정도로 힘이 넘치시는 군.

   

   이 분이 안 활발한 적이 없기는 했지만 평소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아카데미 던전을 공략하러 간단 사실이 그렇게나 신이 나는 걸까?

   

   아카데미 던전에 들어가기도 전인데 벌써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체스터가 품었을 즈음 느지막히 자칼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2학기 전체를 결석했기에 성적을 볼 필요도 없이 1학년을 다시 한 번 하게 된 그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파르나를 보고서 헛웃음을 흘렸다.

   

   “버로우 공자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카데미 던전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 기대가 되나?”

   “네! 완전요!”

   

   본래 자칼은 아카데미 던전에 큰 관심이 없었다.

   

   성적을 위해서 언젠가 공략을 하긴 하겠지만 지금처럼 기다리다가 바로 달려갈 생각은 아니었지.

   

   헌데 그가 아카데미 던전이 열리는 당일 움직이게 된 것은 체스터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다.

   

   ‘공자님. 저 혼자선 켄트 영애의 활발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파르나를 제어해 줄 사람이 없으면 진짜 기가 다 빨려버릴 것 같다는 체스터의 이야기에 자칼은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동행을 해주겠노라 이야기를 했다.

   

   어쨌든 지금 자칼과 체스터는 동업자니까 말이다.

   

   “버로우 공자님. 버로우 공자님.”

   “뭐 궁금한 게 있나?”

   “네! 혹시 던전 안이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공자님께선 작년에 던전을 공략해보셨을 거잖아요!”

   

   작년이라. 1년 전 아카데미 던전을 공략하다 죽을 뻔 했던 기억을 떠올린 자칼은 쓴웃음을 지으며 폴짝거리는 파르나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거야 어렵잖은 일이다만 아마 작년의 경험은 이번 해에 쓸모가 없을 거다.”

   “왜요?”

   “던전의 방향성 자체가 아예 달라질 것 같거든.”

   

   작년 말. 루시 알른이 만들어낸 기말고사 던전은 소울 아카데미의 교수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아카데미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의 사람들까지도 극찬을 아끼지 않던 그 던전은 아카데미 교수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지경이었지.

   

   덕분에 서열이 낮은 교수에게 자연스레 내려지던 아카데미 던전 제작이라는 일거리에 고참 교수들 전원이 달라붙는 사태가 일어났고.

   

   지금 열릴 아카데미 던전은 소울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많은 공이 들어간 던전일 것이란 소문이 나돌 정도로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게 됐다.

   

   “파르나 영애. 던전이 들어가기 전에 미리 말을 해두자면 지휘가 내려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말게. 이번 아카데미 던전은 상당히 사악할 테니까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수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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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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