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21

   괴존.

   전쟁의 신이 빙의한 그는 지금 성지의 중심, 제단에 앉아 있었다.

     

   “조용하군.”

   “인간 놈들 그 이후로 포기한 건가?”

     

   그런 그의 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쑥덕거렸다.

   신이 분해 되어 만들어진 신의 입자는 성지 내부를 안개로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 그곳에서도 그들은 멀쩡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여기에 있는 모두가 스킬 사용자의 몸에 빙의한 신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천상사강이라는 불리던 이들이 신들을 대량 학살한 이후.

   괴존과의 격전을 벌이다 모습을 감추었다.

     

   그들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괴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괴존과 함께 하는 신들만 수십 명이다.

   그들이 달라붙어 괴존을 치료해 버리니 무황과 전 패황도 별수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그대로 후퇴를 감행했다.

     

   “생각보다 인간들이 거센데.”

   “이래서는 우리 목적도 이루지 못하는 거 아닌가?”

     

   신들은 저마다 난색을 보이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껏 힘을 써서 중간계까지 행차했더니 생각보다 인간의 저항이 너무 거세다.

     

   초장부터 대처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마치, 처음부터 이 일이 있을 것을 예견한 것 같았다.

     

   “어디선가 정보가 샜군.”

   “신 중에 배신자가 있는 건가?”

     

   신들은 쑥덕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한 명 처음부터 우리 편이 아닌 녀석이 있지 않나.”

     

   그러자 신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도둑의 신.”

     

   도둑의 신을 언급하자 신들의 얼굴이 일제히 굳었다.

   그들 모두 다 도둑의 신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었다.

     

   그날을 떠올리면 치를 떠는 신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도둑의 아이가 가장 날뛰고 있었지.”

   “하지만 도둑의 신은 모습을 감추지 않았었나? 나타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워낙 신출귀몰하니 말이지.”

     

   신들 사이에서는 도둑의 신이 어느새 가장 유력한 정보 유출자로 언급되고 있었다.

     

   [ 그렇게 신경 쓰인다면 불러 내면 된다. ]

     

   그러는 순간 괴존의 입이 열리며 언령이 흘러나왔다.

     

   언령, 인간의 언어와는 다른 신이 사용하는 본연의 언어.

   신 사이에서도 계급이 있음을 보여주듯 괴존에 빙의한 전쟁의 신에 언령은 신들조차 몸을 움츠러트리게 했다.

     

   [ 도둑의 신은 자신의 아이를 꽤 아끼는 것 같더군. ]

     

   괴존의 주름진 얼굴이 히죽 웃었다.

     

   [ 그 아이를 죽이면 한 번쯤 모습을 드러내겠지. ]

     

   섬찟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 그는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다시 보아도 꺼림칙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 무엇보다 결국 본래의 소기의 목적은 거의 달성 했잖나. ]

     

   괴존은 그리 말하며 성지 중심에 세워진 제단을 가리켰다.

   제단에는 본 적 없는 유물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문의 현상을 한 유물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 묵시록의 4기사를 불러들이면 세계 침식은 결국 자연적으로 세상을 가득 메우게 되겠지. ]

     

   문이 열리는 것은 앞으로 시간문제다.

   그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그때부터 우리도 더 이상 이 세계에 개입할 필요도 없어질 거다. ]

   “흐흐, 그렇긴 하지.”

   “맞구만 이대로 시간만 보내도 끝이니까.”

   “얼른 중간계 따위 뜨고 싶은 마음이네.”

     

   신들이 히죽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본연의 목적을 마친다면 그들은 중간계 따위에 남아 있어 줄 생각도 없었다.

     

   그때.

   괴존의 고개가 불쑥 들어 올려졌다.

     

   [ 왔다. ]

     

   괴존이 입을 연 순간 광풍이 불어닥쳤다.

   불어닥친 광풍이 그대로 신의 안개를 날려 버리며 그 안에 숨어 있던 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으아아?!”

   “뭔, 놈의 바람이!”

     

   광풍에 휘말린 신들이 수수깡처럼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천하십강에 버금가는 육체를 지닌 이들이 고작해야 광풍 앞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뚜벅-

     

   동시에 그런 폭풍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검푸른 머리카락을 흩날린 남자는 머리카락 아래 드러난 잿빛의 눈동자를 스산히 빛냈다.

     

   “이것들이 뭘 이리 꼭꼭 숨어 있냐.”

     

   신들이 항의하듯 그에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크라슈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괴존에게로 꽂혀 있었다.

     

   ‘저건.’

     

   크라슈의 시선이 조금 올라갔다.

   괴존의 등 뒤에 세워진 문의 형상을 한 유물에 시선이 닿은 것이다.

     

   그러자 괴존이 이를 가리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주위로 스산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흩날리는 바람 사이로 괴존은 기다란 검집에서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괴존의 키보다도 훨씬 더 기다란 검에서 붉은색의 기류를 흘렸다.

     

   “겁대가리 없이.”

   “혼자서 여길 와?”

     

   광풍에 휘말렸던 신들이 성을 내며 괴존의 옆에 따라 섰다.

   그들을 힐끗 본 크라슈는 헛웃음을 흘렸다.

     

   “누가 혼자 왔대?”

     

   그 말을 마친 순간 크라슈의 등 뒤에서 수많은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안개를 뚫고 지나온 천하십강들이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신들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기세를 드러냈다.

     

   “힘을 꽤 모아 왔는데. 괜찮겠군.”

   “신들이랑 붙게 될 줄이야. 꽤 신나는데.”

     

   전왕과 해왕이 거친 웃음소리를 흘렸다.

     

   “나중에 이번 일 지급할 거야.”

     

   금왕이 크라슈를 슬쩍 보며 이야기했다.

     

   “재밌겠네.”

     

   샬롯이 특유의 웃음을 지은 순간 곧이어 하늘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내려왔다.

     

   마황과 마신, 크림슨가든.

   마법의 정점인 두 사람이 하늘에 마법진을 그리며 나타났다.

     

   신들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저 마법이 자신들을 이곳에 가둔 것임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

   그들 모두가 크라슈를 따라 성지로 들어왔다.

     

   신들의 얼굴이 굳었다.

     

   이제는 스킬 보유자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전부 신들에게 직접 맞설 수 있는 전사들이 있을 뿐.

     

   “너희 좋을 대로 놀았지.”

     

   크라슈가 목을 두둑하니 풀며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이제 응징당할 시간이다. 이 개자식들아.”

     

   역천이 뭔지 보여주마.

     

     

   * * *

     

     

   마법이 하늘을 수놓는다.

   무장한 이들이 땅을 질주하며 저마다의 비기를 쏟아냈다.

     

   이를 본 신들은 급급히 자신들의 힘을 쏟아내며 인간에게 대응하려 했다.

   분명 인간 한 명, 한 명은 신들의 처지에서 하찮기 그지없는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신들 처지에서는 손을 한 번 휘젓는 것만으로 인간들이 쓸려 나가야 할 테지만.

     

   쿠구구구궁!

     

   신들이 아무리 자기 능력을 한껏 드러내도 인간들은 방어진을 짜고, 회복 기술을 주력으로 사용하며 정면에서 막아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앞 전에 세계 침식을 상대로 연합을 하여 맞선 적이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강자와 싸우는 방법을 철저하게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진짜 강자들이 신들에게 확실한 유효타를 먹이고 있었다.

     

   “으윽!”

   “이것들이!”

     

   성질 급한 신들이 짜증을 부렸다.

     

   신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자신들이 패배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들이 본신의 힘을 다룬다면 혼자서도 인간을 한 줌의 재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중간계.

     

   본신의 힘을 끌어내고 싶었지만.

   그들은 고작해야 빙의체다.

     

   낼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물론 그들은 그럼에도 충분히 강함을 가지고 있다.

     

   진짜 문제는 협력.

   신들에게는 협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개개인의 힘을 제멋대로 다룰 뿐이었다.

   신들은 계속해서 각개격파 당했다.

     

   그렇게 신들이 끊임없이 몰아져 가는 와중.

     

   혼전 속, 움직이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크라슈와 괴존.

   두 사람은 전투가 시작된 시점부터 움직이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라슈와 괴존 사이에는 남들은 보이지 않는 서로의 별빛이 보였다.

   별빛의 섬광이 끊임없이 서로 섞이고, 부딪쳤다.

     

   괴존의 얼굴이 서서히 찌푸려졌다.

   그의 검이 달싹거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성계의 영역에도 급이 있다.

   상대의 별빛을 볼 수 있다 한들 결국 막지 못하면 끝이다.

     

   그러나 지금 크라슈는 괴존과 대등하게 별빛을 맞서 싸우고 있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 성계의 영역에 진입하지 못했던 크라슈였다.

   그런 크라슈가 전쟁의 신이 빙의한 괴존을 상대로 대등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 ……그렇군. 이미 성계에 한 번 진입해 본 적 있었군. ]

     

   괴존은 뒤늦게 크라슈의 경지가 어떻게 된 것인지 눈치챘다.

   크라슈는 이미 성계의 영역에 한 번 진입한 적이 있다.

     

   게다가 크라슈는 누구보다 자신의 별을 만드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내부에 내단을 만들 만큼 아우라를 끊임없이 삼킨 적이 있었으니까.

     

   아우라의 내단을 만드는 법과 별을 만드는 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결과, 크라슈는 스킬을 녹여낸 신기를 끊임없이 별에다가 꾹꾹 담아내어 끝내 괴존과 대적할 별을 완성 시켰다.

   오직 괴존과 싸우기 위해서.

     

   [ 그 단시간에, 터무니없는 집념이군. ]

   “칭찬 고맙다.”

     

   크라슈의 성운검에서 잿빛의 불꽃이 거세게 피어올랐다.

     

   성계의 싸움은 사실상 동급.

   아무리 부딪친다 해도 성계의 싸움으로 결과는 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이 순간 둘 다 직감했다.

     

   쿠웅! 쿵!

     

   난장판이 된 성지에 먼지구름이 휘몰아쳤다.

   크라슈와 괴존의 시야가 아주 잠시 가려진 그 찰나.

     

   두 사람의 별빛이 동시에 뻗어 나왔다.

     

   채에에에에엥!

     

   크라슈의 잿불과 괴존의 붉은 기류가 맞부딪치며 주변 먼지구름을 일제히 소거시켰다.

   두 사람의 부딪침이 얼마나 거셌는지 주위 신들과 사람들이 휘말려 밀려날 지경이었다.

     

   크라슈의 두 눈이 번뜩였다.

   무력하게 당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분명 괴존의 검과 맞설 수 있다.

   괴존도 이 사실을 눈치채고, 주름진 눈썹을 찌푸렸다.

     

   “아까 실컷 떠들던데.”

     

   괴존이 도둑의 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것을 들은 크라슈가 입가에 흉흉한 미소를 그렸다.

     

   “나보다 먼저 그 녀석 좀 보러 가라.”

     

   크라슈의 검에서 잿불이 일제히 빛나기 시작했다.

   괴존은 크라슈가 처음부터 성운검에 몰래 힘을 응축 시켜놨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 이 미친놈이. ]

     

   초장부터 망설임 없는 전심전력.

   초 근거리에서 대폭발이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잿불의 화염이 일대를 휩쓸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