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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1

    <421 – 응애야 나 왔어>

     

    식물동아리 부장 오르캐치와 부원 3인방은 아주 지독한 함정에 빠졌다.

     

    “술식이 어려워도 충분히 긴 시간만 들이면 풀 수 있지 않습니까!”

    “부장. 우리 셋이 힘을 보태겠습니다. 포기하지 맙시다! 까놓고 말해서 당신이 데려왔는데 포기하면 어쩌자는 거야!”

    “오크노디도 다른 3학년들의 기습에 당해서 발이 묶여있을 것 아닙니까.”

     

    부원들은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오르캐치는 아주 슬픈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술식해제하다가 만드라고라 깨어나면?”

    “아.”

    “그, 그건…”

    “다시 재우면 되죠!”

    “상태이상은 한 번 해제하면 저항력이 일정시간 높아지는 거 알지?”

     

    한 번이야 다시 재울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두 번은? 세 번은?

    갈수록 상태이상을 거는 데 들어가는 수고로움은 배가 되고 지속시간도 줄어든다.

    영원히 편리하게 만드라고라를 잠재울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냥 확 담가버리죠?”

    “그럼 오크노디가 우릴 살려두겠냐?”

    “…”

    “오크노디 이전에 나도 용납 못 해. 내가 어떻게 생포해온 만드라고라인데 이걸 죽여?”

    “그렇다고 저희가 죽을 순 없잖아요. 이대로 갇혀있다가 들켜도 오크노디한테 무슨 짓을 당할지 무섭다고요 부장!”

     

    개인실을 둘러싼 술식을 해제하려면 긴 시간을 들여야하는데 그러다가 만드라고라가 깨어나면 찐텐으로 화가 난 만드라고라의 비명에 다 죽을지도 모른다.

    만드라고라를 잠재우는 데 더욱 애를 쓰면 술식을 해제할 시간이 부족하다.

    심지어 또 하나의 비관적인 전망이 드러났다.

     

    꿈틀.

     

    “아니 싯팔 저게 왜 벌써 일어나려고 해?”

     

    부장이 직접 나서서 상태이상을 그렇게 떡칠을 했는데 벌써 일어나려고 한다.

    오르캐치는 그 원인을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상태이상 저항력이 존나 높잖아.”

     

    관조안觀照眼. 피어스아이Pierce Eye.

    생명체의 자연마나에 가려진 실체를 염탐할 때에 쓰이는 견문안의 상위기술이 보여주었다.

    만드라고라의 잔인한 스펙을.

     

    ━━━

    화상저항 45

    마비저항 275

    수면저항 280

    동결저항 177

    혼란저항 95

    쇠약저항 111

    ━━━

     

    자연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스펙.

    이건 명백한 훈련의 증거였다.

     

     

    * * *

     

     

    가짜비명으로 넋을 빼놓아서 카운트다운마저 가짜인 척, 적들을 방에 가둔 앨리스.

    그녀는 지금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응애가 개인실 밖으로 걸어서 탈출하려고 할 때마다 보모 노릇을 하며 상태이상을 건 보람이 있네.’

     

    아무리 밖에 나가서 뛰놀고 싶어도 응애에게 아카데미는 너무 위험하다.

    지나가던 고학년이 몸보신하려고 덥썩 집어가서 머리채로 씹어 먹을 수도 있고, 교수가 고놈 참 신기하게 생겼다며 실험실에 처박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번 <마비>, <수면>, <동결> 따위의 상태이상을 걸어가며 출입문이나 창문으로 나가려고 할 때마다 응애의 탈출시도를 막았다.

     

    ‘덕분에 벽으로 탈출하겠다고 뿌리로 벽을 파헤치는 이상한 버릇이 생기긴 했지만… 그 덕분에 물리력도 강화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그 벽도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복원되는 마법이 걸려있어서 그냥 놔둔 거지만.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응애가 다시 창밖이나 문밖으로 탈출하겠다며 오크노디의 강의시간마다 기를 쓰고 그걸 또 상태이상으로 잠재운다.

    저항력은 쑥쑥 오르지만 상태이상을 날마다 반복해서 거는 앨리스의 솜씨도 올라가기는 마찬가지.

    거는 쪽도 저항하는 쪽도 똑같이 성장하니 결국 응애의 탈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남은 방법은 힘으로 오크노디를 때려눕히고 탈출하는 거라고 판단을 내렸는지 헤스티아에게 배운 격투기 기술을 열심히 연마하는 응애.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 정도 성장속도로는 살아생전에 탈출은 어림도 없겠네.’

     

    응애의 노력은 탈출이라는 본래의 목적으로 보아서는 한없이 무의미했다.

    그러나 식물동아리의 습격을 이겨낸다는 돌발사태에 한해서는 몹시 뛰어난 성과를 발휘했다.

     

    “응애애애!”

     

    끝내 상태이상에서 풀려난 응애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자 식물동아리 일동은 힘으로 제압하고 만드라고라가 더 크게 다쳐서 오크노디의 원한을 사느니, 그냥 힘이 빠질 때까지 방어마법을 치고 버티기로 전략을 바꾸었다.

    그런데 단련의 성과가 너무 좋은 탓에 넝쿨방패도 나무껍질방패도 우드스킨마법도 죄다 연달아 응애의 뿌리에 부서진다.

     

    ‘상대가 강하니까 기능훈련의 성과가 더 크게 달성되고 있나보네.’

     

    맨땅이나 벽에 대고 수련할 때보다 눈에 보이게 급격히 전투기능이 올라가자 응애 만드라고라도 더욱 신이 나서 뿌리를 뻗었다.

     

    <연속찌르기>

    <일점찌르기>

     

    배운 기술을 바로 써먹는 것은 물론이요, 신명나게 때리다가 깨달음이라도 얻었는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해보기에 이르렀다.

     

    <집어던지기>

    <숨통조이기>

     

    “으아악, 이러다 우리 다 죽겠다!”

    “더는 못참겠습니다 부장님!!”

    “오크노디가 화나건 말건 저거 난동은 못 부릴 때까지 패놓지 않으면 그 전에 죽겠다고요!!”

     

    참다못한 부원들이 다시 씨앗을 꺼내어 식물몬스터들을 급속성장 시켰다.

     

    <급속성장 – 기생초>

    <기력흡수>

    <강제쇠약의 저주>

    <급속성장 – 가시초>

    <파고들기>

    <가시폭발>

    <급속성장 – 뚜벅초>

    <걷어차기>

    <마구 짓밟기>

    하지만 응애 만드라고라도 좀 전까지의 무력하게 당하기만 하던 연약한 응애가 아니었다.

     

    <생명약탈>

    <우드스킨>

    <가시세우기>

     

    “기새새생?!”

    “가시시싯!?”

    “뚜버버벅!!”

     

    뿌리에 파고든 기생초의 기운을 역으로 약탈하고 가시초의 가시를 식물동아리 부원들이 펼쳤던 우드스킨 마법을 응용해 방어한다.

    가장 아프게 자신을 짓밟던 뚜벅초는 뿌리에 가시를 세워 따끔한 맛으로 혼내주기까지!

     

    “이런 미친. 만드라고라가 습득력이 좋은 종족값 높은 초희귀몬스터이기는 해도 이 정도는 절대로 아니었는데…?”

     

    혼란에 빠진 오르캐치와 달리, 재단의 조기교육을 받은 앨리스는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조나는 일찍이 자식은 부모나 보호자의 기질과 기능을 본받는다고 했지.’

     

    응애 만드라고라의 부모이자 보호자 노릇을 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오크노디.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수석장학생으로 세계제일의 재능을 앞다투는 기프트 아카데미에서도 981기의 수석을 당당하게 쟁취해낸 인물이다.

    그 재능과 역량은 말할 것도 없이 독보적!

    심지어 24신격이 제 사도 노릇이나 하라고 마구 뽑아대는 사짜 용사가 아니라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가 선정한 당대용사 이슈타르를 능가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보호자의 기질을 본받으니 호부 밑에 견자 없듯이 예사롭지 않은 비범한 응애가 나올 수밖에.

     

    ‘그래서 조나의 가르침은 더욱 특별했어. 오크노디라는 희대의 걸작이 탄생할 정도로.’

     

    같은 보호자를 두고도 현격한 차이가 생긴 자신과 오크노디를 보면 허탈한 마음도 들지만.

    적어도 응애 만드라고라는 자신처럼 슬픔에 빠질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자연마나가 모조리 방어진에 동원되느라 우리가 쓸 마나가 없어…”

    “으윽, 귀에 걸었던 마법을 풀고 체내마나로 환원시켜 강제로 재활용을 해서 전투까지 벌였던 여파가… 마나가 더는 재생이 되질 않아…”

    “저 미친 만드라고라는 대체 왜 마나가 고갈되지를 않는 거야…?”

     

    몇 달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특제배양액을 마시며 무럭무럭 자라난 응애 만드라고라는 3학년들보다 더한 마나량으로 장기전의 우위마저 거두었다.

     

    “억!”

    “윽!”

    “악!”

     

    괜히 저항했다가 더 크게 얻어터지는 부원들과 달리 일찌감치 항복의 의미로 두 손 들고 벌 서는 자세를 취한 오르캐치만이 응애의 폭력으로부터 무사했다.

     

    “부장은 체면도 없습니까!”

    “니들이 챙기는 게 체면이나 피멍이냐?”

    “…”

     

    결국 부장이 현명했음을 깨달은 부원들도 두 손 들고 저항의지를 상실했음을 보였다.

     

    “응애애애!”

     

    응애 만드라고라가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앨리스가 보기엔 뿌리의 경직도와 광택이 더해지는 걸로 보아 이번 승리로 인해 응애 만드라고라의 격투가 자질이 더 커진 것 같았다.

    정말 대단한 성장이기는 했다.

     

    “응애야 나 왔어!”

     

    벌컥 문이 열리며 결계가 해제되자마자 눈을 부릅뜨고 오크노디에게 덤벼들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몸통박치기>

    <팔방찌르기>

    <가시세우기>

     

    “응애애애!”

     

    응애 만드라고라의 돌진에 오크노디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을 뻗었다.

     

    “얍.”

     

    <거미줄 속박>

    <던지기>

     

    마나를 실처럼 짜내어 그물망을 펼치고 그대로 조여서 응애를 한 손에 붙잡고 양옆위아래로 마구 휘둘러서 쿵쿵 들이받는다.

    초당 열 번쯤 벽과 천장에 충돌하며 혼쭐이 나자 눈이 헤롱헤롱해진 응애가 기절했다.

    응애의 난은 불과 3초 만에 끝을 맞이했다…

     

    “응애가 왜 이렇게 난폭해졌지? 이런 못된 기술은 어디서 배웠… 아항.”

     

    방구석에서 무릎 꿇고 손들고 얌전히 나란히 앉아있는 선배들을 발견한 오크노디.

     

    “우리 응애 못된 물이 선배들한테 들었구나?”

     

    애완식물보다 무서운 건 집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식물동아리 일동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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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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