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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2

    “이야, 마르코! 이렇게 보니 참으로 반갑구나, 이런 곳에서 다 만나게 되다니! 이런 우연이 있나!”

     

    예상치못한 만남은 반가운 법.

     

    “그래, 언제부터 여기서 일하고 있었던 게냐? 아카데미는 어떡하고?”

     

    루크의 묻는 말에 마르코는 여전히 시선을 피하며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어, 그, 우리는 진작에 방학을 해서……. 방학중에 알바라도 하려고……. 그런데 마침 피시방 알바 자리가 있길래…….”

    “하하, 그으래?”

     

    과연, 방학중에 용돈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자리를 구하려고 했단 말이지?

    그러는 와중에 새로 개업해 인력이 필요한 이곳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이고, 자신은 또 그 새로 열었다는 광고문구에 이끌려 이곳을 찾아온 것이니,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루크는 반가운 마음에 마르코의 손을 잡아서 위아래로 크게 흔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또한 운명이로구나. 하하하!”

    “어? 어어! 하하하…….”

     

    그에 마르코는 손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기억과는 너무나 달라진 루크의 모습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게, 마르코의 머리 속 루크의 첫인상은 여전히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10살짜리 귀여운 여자아이였고, 또 중간에 한번 조금 자란 모습을 보기는 했다만, 그 때에도 루크는 여전히 소녀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였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완전히 여자가 다 되어서 나타나가지고는 대뜸 자신의 손을 붙잡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데, 어느 남자가 당황을 하지 않겠는가?

     

     

    ‘이게 정말 10살이라고……?’

     

    아까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는 거지만, 말도 안된다.

    아니, 뭐 처음 본 이후로 1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이렇게 자란단 말인가?

     

    수인의 성장이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

     

     

    루크는 그 후 시루드에게 자신의 계정을 로그인하고 게임을 업데이트해 줄 것을 부탁하고서 다시 카운터의 마르코를 찾았다.

     

    마침 같은 테네간 아카데미를 다니는 서드가 제대로 아카데미생활은 하는지도 물어보고 싶었고, 마르코 본인 또한 오랜만에 만난 인연이기도 하니 그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말이다.

     

    오지랖이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원래 다 그런 게 궁금해지는 법.

     

    “그래, 서드는 별다른 말썽은 피우지 않고 있다고?”

    “어, 응. 그 뒤로 다른 소문이 들려온 적은 없어. 같은 반이 아니라서 자세한 얘기는 잘 모르겠지만…….”

    “으음, 다행이구나. 소식이 없는 게 좋은 소식인 경우도 있는 법이지.”

     

    다행히 서드의 아카데미 생활에 대한 것은 더 이상 자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후후, 제대로 사회에 적응한 듯하여 기쁘구나.”

     

    하지만 마르코는 루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잠깐 흘리는 미소에도 시선을 피해야 했다.

    PC방에 왔으면 친구랑 게임이나 할 것이지, 왜 자꾸 찾아와서 이러는 걸까?

    근데 또 그것이 절대 싫은 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정신차리자, 상대는 10살이야.’

     

    자신은 이제 17살이다.

    17살이 10살짜리 애한테 휘둘려선 안되는 법.

    그래, 아무리 겉보기엔 예뻐도 그 속은 여전히 버스에서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마법의 얘기에 눈을 빛내던 꼬마아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이제 좀 진정이 되는 것 같다.

     

    마르코가 그렇게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근데, 서드랑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어. 무슨 사이야?”

    “으음, 글쎄. 사제지간이라고 할까? 예전엔 일주일에 한두번 만나서 마법을 가르쳐주곤 했지.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야.”

    “아, 그래……?”

     

    루크의 말에 마르코는 잠시 그 광경을 상상해 봤다.

     

    10살에게 마법수업을 받는 험상궂은 15살이라…….

    참 웃기는 광경이구나.

     

    서드라는 애도, 보기보다 귀여운 부분이 있는 듯 하다.

     

    “아, 그러고보니 그대는 요즘 아카데미를 어떻게…….”

    “루크, 업데이트 끝났어!”

     

    마르코의 오묘한 표정을 바라보던 루크가 마르코에게 안부를 물으려던 찰나, 시루드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대꾸했다.

     

    “아, 알았다. 지금 가지! 마르코, 그럼 수고하게!”

    “어, 그래. 게임 재밌게 하고.”

     

    그렇게 자리를 향해 몸을 돌렸던 루크는 멈칫 하더니 다시 마르코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 그렇지.”

     

    잡담에 빠져 중요한 것을 잊을 뻔했지 않은가.

     

    “탑 이어 수인용 헤드셋 하나 주겠나?”

     

    청각이라는 감각은 그 어떤 감각보다도 받아들여 반응할 수 있는 속도가 빠르기에 예로부터 아주 중요한 감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헤드셋은 게임을 할때에 꼭 필요한 중요한 장비다.

    헤드셋이 없으면 게임 내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방향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는 패널티를 안고 하게 되는 셈이니까.

     

    그렇게되면 적이 자신의 시야가 닿지 않는 장소에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되니 수풀에 숨어있던 적의 기습에 대한 대처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그러한 정보의 부재는 곧 생존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자신의 생존은 곧 게임의 승률로 이어지고, 승리는 곧 더 나은 기분과 좋은 보상으로 이어지니 헤드셋은 굉장히 중요한 장비라고 할 수 있지.

     

    “아. 알겠어. 헤드셋 말이지? 잠깐만…….”

     

    그렇게 허리를 숙여 헤드셋을 꺼내는 마르코의 모습에 루크는 돌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래, 이번에는 이어폰 말고 헤드셋. 귀가 좀 예민해서 말이야.”

    “너, 그!”

     

    -쿵!

    마르코는 놀라서 고개를 치켜들다가 카운터에 뒤통수를 박아버리고 말았다.

     

    “아야야…….”

     

    그렇게 뒤통수를 문지르며 자신의 손에 헤드셋을 건네오는 마르코의 모습에 루크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아하하. 미안하구나,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 사건, 설마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건가…….

    여러가지 의미로 뒤통수가 아팠지만, 루크가 웃는 모습을 보니 아무려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헤드셋을 건네받은 루크가 묻는다.

     

    “아 참, 마르코. 그대도 슈퍼 매직리그를 하는가?”

    “어? 어. 뭐, 하지?”

     

    게임을 하는 학생들 중에 슈퍼매직리그를 하지 않는 학생은 아마 많이 없을 거다.

    그만큼 유명한 게임이고, 재미있는 게임이니까.

    게다가, 자신은 꽤 잘 하는 게임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이어진 루크의 질문에 마르코는 꽤나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래? 혹시 티어가 어떻게 되지?”

    “음. 이번시즌은 다이아몬드 정도이려나.”

     

    그러자 루크는 대단히 놀랐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오, 대단하구나! 다이아몬드라면 광물로 나뉘는 단위중에 가장 귀하고 경도가 높은 원석 아닌가.”

     

    기대했던 루크의 반응에 마르코는 살짝 콧대가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슈퍼매직리그 랭커들의 방송을 꾸준히 보면서 해온 보람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래도 뭔가 머쓱해지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어, 뭐. 그렇지. 너는 어떤데?”

     

    그의 질문에 루크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하하, 나는 뭐. 이제는 광물로 알려주지도 않더구나. 게임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티어가 사라져버렸어.”

     

    음, 티어가 사라졌다는 말은 언랭크로 떨어졌다는 말인가?

    슈퍼매직리그에는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로 대표되는 광물 그 밑바닥도 있었으니까.

     

    “저런.”

     

    마르코는 안타깝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브론즈보다 못하는 것도 솔직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쉽지 않은 거지만, 그래도 루크라면 게임 정도는 못 해도 전혀 상관없지.

     

    “아무튼, 그래. 다음번에 같이 하자꾸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젠 정말로 가보마!”

    “어, 그래. 다음에 한번 같이 하자!”

     

    루크가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에 손을 흔들어주던 마르코는 잠깐 생각했다.

     

    ‘이따가 음료수라도 갖다줘볼까.’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으니까.

     

    —–

     

    그렇게 마르코가 루크의 자리에 놓아줄 음료수를 가지고 자리를 돌아보던 때였다.

     

    ‘루크는 어디있지? 잠깐 화장실이라도 갔나?’

     

    아무리 자리를 돌아봐도 루크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자리를 어디 앉았는 지나 물어볼 걸, 쓸데없는 얘기나 하느라고 까먹고 말았다.

    그래도 루크는 눈에 띄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안 그래도 음식 주문 들어온 게 있어서 이거 빨리 주고 가고 싶은데…….

     

    “저기요, 저 라면 시켰는데 언제 나와요?”

    “아,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에라, 모르겠다. 이따가 다시 와서 보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걸음을 되돌리려던 찰나, 마르코는 어느 자리의 화면에 홀연히 띄워진 계정정보를 보고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티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찬란하게 빛나는 숫자 372.

     

    이렇게 티어가 아닌 랭킹이 드러나는 것은 1000위 안쪽의 랭커 플레이어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며, 따라서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당연히 랭킹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이 계정의 주인은 그만큼 엄청난 수준의 게임실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

     

    그러나 마르코가 놀란 포인트는 그게 아니었다.

     

    바로, 그 계정의 닉네임.

     

    환혹의 초마법사.

     

     

    랭커 중에서도 ‘환혹의 초마법사’라는 닉네임은 꽤나 유명했다.

     

    그는 게임을 하면서 단 한번도 채팅을 치지 않았으며, 네트워크상에 자신을 드러낸 적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계정을 핵 사용자로 신고를 하지만, 매번 있는 밴 웨이브사이에서도 이 계정은 단 한번도 정지를 당한 적이 없었고, 문의를 해도 운영 측에서는 ‘불법적인 프로그램을 감지하지 못해 제재할 수 없다’는 식의 답변만이 돌아왔다고 하지.

     

    그러면서도 항상 랭커들의 방송에 출연하여 꾸준히 핵으로 의심될 법한 말도 안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그 불합리한 플레이에 화가 난 어떤 랭커는 채팅으로 심한 욕설을 했다가 오히려 영구정지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 정체를 궁금해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플레이어로 항상 게임 관련 네트워크를 달구는 화제의 인물.

     

     

    그런데 설마 그 사람이 지금, 이 PC방에 있다는 건가?

     

    어쩌면 오늘 그 정체를 알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르코는 괜히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자신의 손은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찍고 있었지만.

     

    -찰칵, 찰칵.

     

    그 때였다.

     

    “아니, 아까부터 불렀는데 제 라면은 대체 언제 주시는 거에요.”

     

    아까 그를 불렀던 수인 남성이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으로 귀를 뾰족 세우며 마르코를 찾아온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그에 마르코는 고개를 조아리며 휴대폰을 정리하며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그 남성도 컴퓨터의 화면을 보고 말았다.

     

    “어? 잠깐만. 이 계정……. 환혹의 초마법사? 뭐야, 이 사람 여기 PC방에 있어요? 쩐다! 372위, 이거 본계정인가?”

     

    그는 잠시 휴대폰으로 전적검색을 시작하더니, 이내 흥분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진짜다! 와, 진짜 환혹의 초마법사가 여기에 있다니!”

     

    그의 목청이 꽤나 컸던지라, PC방에 있던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 환혹의 초마법사가 여기에 왔다고?”

    “뭐야, 그게 누군데?”

    “있어, 좀 유명한 핵쟁이 새끼.”

    “그래? 근데 PC방에서 핵을 써?”

    “그건 나도 모르지.”

    “음, 구경가볼까?”

     

    그렇게 궁금증으로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던 순간…….

     

    “다들 여기서 뭐하고 있지?”

     

    PC방에서 듣기 어려운 여성의 목소리에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거긴 내 자리인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기, 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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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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