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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2

       

        

        

        

        

        

        

        

        

       “상황 보고하게.”

        

       “프로젝터 작동시키겠습니다.”

        

        

        

        지이잉.

        

        짙은 어둠이 내린 뉴욕의 센트럴 파크 HQ, 등화관제가 이뤄지고 있는 어두컴컴한 맨해튼 지하 내의 방공호이자 회의실 내부. 빔 프로젝터가 켜지며 아르테미스 본부를 중심으로 한 근방의 동심원이 조금씩 소멸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프로젝터가 비추는 화면이 실시간으로 변동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캐나다군의 방어망은 특정 날짜가 되자마자 마치 송곳이 뚫고 지나가기라도 한 것마냥 구멍이 뚫렸다. 해당 일자가 언제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하루, 이틀, 3일이 지났을 때,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캐나다군이 해당 지역에서 아예 발을 뺀 이후 아군 무인 전력 배치가 한결 편해졌군. 먼지만 쌓여가던 낡은 재래식 전력을 이런 형태로 폐기처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실로 그렇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 형성되고 있는 저 동심원이 일종의…버림패라 이건가?”

        

        

        

        그에 브리핑을 진행 중이었던 인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하루가 다르게 견고해져가는 동심원. 게다가 언제든지 아르테미스 HQ에 포격을 날릴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기울인 상태였다 – 그리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실로 간단했다. 대거 팀을 비롯한 아군 전력이 아르테미스의 본부에 침투할 수 있게끔 여유를 벌기 위함이었다.

        

        다시 말해, 대거 팀에게 전달한 3일 간의 준비 기간은 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의 무인 전력 운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의미했다 – 수많은 수송기를 통해 무인기를 배치하고, 언제든지 파괴되어도 괜찮은 병기만을 남겨둔 채 중요 인력의 퇴각 시간을 버는 것.

        

        그 모든 것들이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이었다.

        

        

        

       “본격적인 작전 실행은 언제부터 가능하겠나?”

        

       “최소 3시간, 최대 12시간 이내에 아르테미스 HQ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현재 기지 내에서 ISA 오퍼레이터들이 데이터 정리 및 패스파인딩 준비를 하고 있고, 해당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재차 보고가 들어올 예정입니다.”

        

       “으흠.”

        

       “침투는 스텔스 호크와 도보를 병행하여 이뤄질 것이며, 대거 팀이 기지에서 아르테미스 본부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내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분이라.

        

        눈 앞에 어쩐지 어두침침한 아르테미스 내부 시설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했다. 아마 최대 열두 시간 이내에 – 과거 수십 년도 더 전에 있었던 넵튠 스피어 모니터링 작전 당시의 사진이 생각나는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회의실 내부에서 작전 진행 현황을 살피겠지.

        

        실시간 작전 모니터링. 다크 윈터 사태가 발발하며 손가락은커녕 어지간해서는 세기조차 힘든 숫자의 교전이 치뤄졌고, 그 탓에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시스템이었지만, 어쩐지 갑작스럽게 그러한 생각이 헨리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과연 교전을 직관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지는 알 수 없었으나,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것만큼 효과적인 방안도 없었다.

        

        잠시 입을 다문 그가 덧붙였다.

        

        

        

       “작전이 시작되면 해당 인원들은 회의실로 다시 모여주십시오.”

        

        

        

        주르륵.

        

        태블릿을 들어올린 그가 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주욱 내리그었고, 이어 회의실에 앉아있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의 단말기가 얕게 진동했다 – 합동특수작전부 지원부사령관, 합참의장, 안보수석비서관, 비서실장, 국가정보장,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ICARUS 국장….

        

        이들 전원의 시선이 한 지점으로 모여진 순간 헨리가 입을 열었다.

        

        

        

       “이상의 인원들은 대거 팀의 작전 진행 상황을 저와 같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혹여나 모를 상황을 대비한 추가 전력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아리콘, 바이올렛, 레이저가 예비대로 대기 중입니다.”

        

       “다른 작전팀의 차례가 오는 일이 없기를 바라야만 하겠군요.”

        

        

        

        브리핑이 끝나간다.

        

        그리하여 그는 미확인구역과는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기지와 아르테미스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손바닥 보듯 훤히 파악할 수 있었고, 머잖아 대거 팀이 실질적으로 작전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더 이상 확인할 게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프로젝터가 토해내던 선명한 빛이 잠시 꺼지더니, 여러 명의 인원들이 회의실에서 퇴장을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이 군인들이었다. 대통령이 알아야만 하는 정보, 혹은 당사자의 승인이 필요한 안건에 대한 브리핑이 전부 끝났기에 그런 것이었다.

        

        본래라면 중간에 퇴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지만, 현재 미국은 최고사령권자 혹은 실무자가 자리를 조금이라도 비우는 순간 무수히 많은 일거리가 쌓이는 최악의 인력난을 맞이하고 있었다. 헨리의 제안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사람이 있는 이유가 있단 소리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어느 쪽이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이전보다도 비어버린 회의실 내부에서 다음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미국 내의 교통망 재건과 관련된 안건이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군. 이 자리에 있는 절반 이상이 대거 팀의 작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회의실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은 건 내 착각인가?”

        

       “결코 착각은 아닐 겁니다, 각하.”

        

       “몸이 일곱 개 정도만 더 있으면 좋겠군…아무튼 지금부터는 다음 의제에 대해 논해보도록 하지.”

        

        

        

        그와 동시에 운수부 장관이 일어섰다.

        

        멀끔하게 갖춰입은 정장과는 반대로 해당 인원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배어있었다. 대부분의 주정부 교통청이 풍비박산남에 따라, 느닷없이 미국의 교통망을 안정적으로 재건해야만 하는 의무가 생겨버린 운수부는 주어진 권한에 비례하는 거대한 양의 일을 떠안았다.

        

        현 시점의 미국은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 현재 가장 우선적으로 복구되어야만 하는 지점과, 이에 필요한 자재, 그리고 그에 선행되는 비용과 인력에 대해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수한 자원과 인력을 요구하는 일은 어디에나 있다.

        

        미확인구역 뿐만이 아니라, 헨리를 비롯한 수많은 정부 요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산더미같은 업무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대전쟁에는 방점이 찍혔지만, 복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유폭되지 않게 조심해라. 한 발이라도 남겨오는 건 금지한다. 처음부터 반물질 유탄 같은 건 받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하고.”

        

       “그건 안 되죠. 이만큼 매력적인 무기가 또 어디에 있다고.”

        

       “…하여튼 화력 하나는 사족을 못 쓰는 놈들 같으니.”

        

        

        

        물론, 뉴욕에서부터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파괴신들은 일절 신경쓰지 않았다.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의 시작이었다.

        

        

        

        

        

        

        

        

        

        

        

        

        

        

        

        

        

        

        

        

       ───콰아앙!

        

        

        

       “…장관이네요, 정말.”

        

       “밤이라 특히나 더 그럴지도.”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이는 빛이 몇 번이고 반짝였다.

        

        스텔스 헬리콥터가 교전 구역을 크게 우회하여 아르테미스 HQ의 옆구리로부터 접근한 뒤, 패스트로프 하강을 통해 빠르게 우리를 내려주고는 사라진다. 불과 몇 주일 전까지만 해도 두꺼운 나무와 이끼로 뒤덮인 상태였던 숲은 말 그대로 군데군데 구멍이 파인 상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얼마 전 CAF, 그러니까 캐나다군이 원거리에서 아르테미스 본부를 제거하기 위해 수천 톤 가량의 폭약과 포탄을 쏟아부었다가 실패한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었다. 요컨대 유탄 혹은 빗나간 탄환이 숲을 갈아엎었단 소리였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기동은 상당히 편했지만.

        

        

        

       “듣자 하니 지금 아르테미스 HQ를 향해 쏟아지는 공격들이 전부 무인기가 쏘아낸 거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제법 머리를 잘 썼어.”

        

       “어차피 레일건으로 역공당할 걸 알고 있으니 저렇게 하는 거겠죠.”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다.

        

        선두에 선 대거 팀이 주변을 순식간에 정찰하며 HQ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하고 있을 동안, 진과 레인, 하모니와 다이스, 카토와 블루밍은 사주경계를 이으며 우리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었다.

        

        나보다 몇 발자국 더 앞서가던 로렌티나와 로건 – 내가 있는 세계의 – 은 호흡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지형을 성큼성큼 주파했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 사실상 아르테미스 본부는 대략 2km 가량 떨어진 현 지점에서조차 아주 잘 보이는 형태를 띠고 있었기에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튈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마지막이라면 참 좋겠는데.’

        

        

        

        시애틀에서의 교전을 마지막으로 전부 끝난 줄 알았다고 한다면 너무 큰 바람이었을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이번 교전을 끝으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져버릴 아르테미스를 논외로 친다면…그 외에 또 어떤 세력이 나를, 대거 팀을, 혹은 미군을 골치아프게 만들 수 있을까 모르겠다. 실체조차 불분명한 테러리스트들? 카르텔?

        

        그렇다면 언젠가 플로리다를 보러 가자고 말했던 로렌티나의 말은 결코 불길한 복선 같은 게 아니라 진실로 그리 말한 것일지도 몰랐다.

        

        나중에 진이랑 레인을 데리고 갈 수 있으려나-

        

        

        

       ───콰우웅!

        

        

        

       “…어우.”

        

       “그러니까, 저런 걸 달고 있는 친구가 우리 적이라 이거죠?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지는데.”

        

        

        

       -ㅁㅊ

       -아니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할때는저런거없었잖아!우리가할때는저런거없었잖아!우리가할때는저런거없었잖아!우리가할때는저런거없었잖아!우리가할때는저런거없었잖아!우리가할때는저런거없었잖아!

       -그럼 있겠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거까지 집어넣으면 천년만년 못깨지 ㅋㅋ

        

        

        

        푸르스름한 섬광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폭발이나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아르테미스 HQ를 둘러싸고 있는 아군 무인기 동심원의 반지름은 100km에 달했다 – 요컨대 프로토타입과 아군 무인기 간의 거리는 100km 가량이라는 소리였다. 요컨대 저 멀리 어딘가에선 무인기가 박살났겠지만 우리가 알아챌 수는 없단 뜻.

        

        좌우지간 그것과는 별개로, 미군 역시도 작정을 하고 왔다. 가령 탄도미사일 같은 걸로는 중간에 요격당할 수 있으니 사거리만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열화학포에 토마호크 미사일 같은 걸 넣어서 쏴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발씩 쏘아 맞출 때마다 저 전자기 방벽이 크게 일렁이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기지까지 대략 500m 가량을 남겨두고 있을 즈음. 첨단에 선 대거 팀이 총기 하부에 장착된 유탄발사기에 심상찮은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인컴 보이스가 이어졌다.

        

        

        

       “다들 바닥에 엎드려. 후폭풍이 장난 아닐 테니까.”

        

        

        

        그리고 몇 명을 제외한 이들은 전부 바닥에 엎드렸고 – 얼마나 지났을까.

        

        공기 자체가 떨려오는 듯한 무시무시한 소음과 함께, 세 방향에서 동시에 날아온 미사일 비스무리한 것이 아르테미스의 전자기 방벽을 말 그대로 시원하게 두드렸다. 그리하여 허공에 떠오른 프로토타입이 목표물을 차분히 고르고 있을 때 퉁 하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려왔다.

        

        아주 익숙한 소리였지만, 그 여파는 그리 가볍지 않았다.

        

        500미터 가량을 가로지른 델타 타입 반물질 유탄이 반 박자 느리게 노크를 시행했다.

        

        

        

       ───!

        

        

        

        쿠웅.

        

        세상이 순간 밝아졌다. 일렁이는 전자기 장벽이 한순간 도려내질 정도의 강대한 위력. 살상 범위 150m에 달하는 델타급 유탄의 위력은 경시할 것이 아니었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군의 공격이 끊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연이어 포격이 이어지나 싶었지만 상황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프로토타입으로 보이는 기체가 황급히 기지 내로 들어왔고, 전자기 장벽의 강도가 이전보다도 강해졌으며, 기지 곳곳에서 요격 장치로 보이는 것들이 작동하여 레이저를 흩뿌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주변에서 폭죽놀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와중, ISA 오퍼레이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 전원이 아르테미스 HQ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작이었다.

        

        

        대거 팀과 본부의 거리가 십수 미터 가량으로 좁혀졌을까, 레인이 여전히 가지고 있었던 아르테미스 액세스 클리어런스가 동작하며 견고하게 닫혀진 상태였던 후방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척 봐도 어지간한 중장비가 아니라면 절대로 뚫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터운 이중 합금 문. 그러나 지금은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내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빠른 방법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10초나 지났을까, 두 개의 팀이 너무나도 손쉽게 본부 내부로 침투했다.

        

        펄스가 가동되며 주변 지형이 3D 지도가 되어 그대로 눈 앞에 펼쳐졌다.

        

        

        

       “주요 시설 확인…관제소, 관제탑, 격납고와 무기 보관소, 발전소, 연구소를 포함해서 총 13동이라. 육안으로 봤을 때 어지간한 소규모 공항만한 크기였다 싶더라니, 그럴 만했구만.”

        

       “그걸로 끝이 아닌 것 같네요. 지하로 이어진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관제소와 격납고에 수직 통로가 여럿 몰려있는 걸로 파악되는데, 아래쪽에서 멋대로 닫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단 말이지요.”

        

       “흐음.”

        

        

        

        그리 생각하던 오웬스가 입을 열었다.

        

        

        

       “혼란은 동시에 발생할수록 수습하기 어려운 법이지.”

        

       “꽤 좋은 생각이라도 난 것처럼 보이는데, 어쩔 예정인가요?”

        

       “불사신 친구들은 격납고와 무기 보관소로. 우리는 관제소를 장악한 뒤 이 빌어먹을 전자기 실드를 끌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지.”

        

       “확인. 아래 친구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손을 쭉 편 뒤 손바닥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당연하겠지만 뭐라도 내놓으란 뜻이었다. 그제야 그는 웃으며 로건을 호출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십수 개 가량의 반물질 유탄이 내 전술 가방과 수류탄 파우치 등으로 담겼고, 그제야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신호만 주시죠. 격납고를 크레이터로 만들어버릴 테니.”

        

       “그것 참 믿음직스럽구만.”

        

        

        

        큭큭 웃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 팀이 얼마나 사방팔방을 싸돌아다니며 죽을 고비를 넘겨야만 하는지에 대한 감이 잡혔다.

        

        불구덩이 속으로 전력질주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광학미채를 켠 덕에 순식간에 허공으로 녹아들듯 사라져 반대편으로 향하는 대거 팀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격납고와 무기 보관소를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아예 어느 정도 전면 전투까지 상정해놨는지 대량의 병기들이 가득했다. 처음 보는 비행기도 있을 지경이었고.

        

        그 와중 누가 보아도 대형 스텔스 수송기 비스무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유달리 많이 보였기에, 나는 저것이 이들의 주요한 전력 중 하나라는 것을 짐작하고 – 꽤나 재미있을 것만 같은 방안을 하나 떠올렸다.

        

        마침 연료 급유도 끝난 것처럼 보였기도 하고.

        

        

        

       “지난 번에 미국 서부에서 아군 측 AC-130 한 대가 적 지휘소에 들이박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걸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음대로 해라. 괜히 들키지나 말고.”

        

       “물론이죠.”

        

        

        

        이곳에 있는 아르테미스 병력들에게 화끈한 인사를 건네줄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빠르게 격납고 뒷문을 연 뒤 내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적재를 기다리고 있는 탱크 몇 대가 있었지만 아무도 운용하지 않고 있었기에 신경쓰지 않았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최종 점검을 시행하고 있는 친구들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바닥에 널브러졌다.

        

        픽픽 하는 맥빠지는 소리와 함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널브러진 적 항공 엔지니어들을 무시한 채 적재칸으로 돌입했다. 내부에는 두 대 가량의 탱크가 실려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 안에도 엔지니어 몇 명이 존재했다.

        

        물론,

        

        

        

       “어…우와아악-!”

        

       “좋은 밤이로군요.”

        

        

        

        으직!

        

        개머리판을 맞아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건너편에 있는 친구는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지만 내 발걸음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목적지는 조종실이었다.

        

        그렇게 몇 초나 지났을까, 내부에서 초현실적인 계기판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던 조종사 친구들과 완벽하게 아이 컨택. 물론 그 다음 순간 목을 때려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다음 창 앞부분에 소지하고 있는 마지막 델타급 반물질 유탄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의식이 없는 친구들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준 다음 패널에 손을 대었다.

        

        목적지는…지상에 있는 관제탑이었다.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되는 건 유감이네요. 대신 지상을 마음껏 질주하시길.”

        

        

        

       -아니 예??????????????????

       -또또 지1룰하네 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그냥 미친사람이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

       -왜 얘는 이딴 광기 넘치는 짓거리를 태연하게 저지르는가

        

        

        

        브레이크 해제.

        

        목적지 설정.

        

        엔진 출력 최대, 측면 부스터RATO 작동.

        

        쓰로틀 최대 전진.

        

        

        느릿하게 가속하는가 싶더니 점점 속도가 붙는다.

        

        그러나 나는 수송기의 코가 열려있는 격납고를 막 비집고 나올 즈음 밖으로 빠져나온 상태였고, 30톤 가량의 비행기가 백수십 킬로미터로 가속했을 즈음에는 열려있는 격납고 뒷문으로 다시 돌아들어간 시점이었다.

        

        순식간에 200km를 넘어 300km 가까이 속도를 붙이는 수송기의 궤적을 보던 와중 머리에 떠오르는 한 가지 단어.

        

        

        

       “스트라이크.”

        

        

        

        그리고 섬광이 일었다.

        

        아르테미스를 향해 던져진 출사표였다.

        

        

        

       

        

        

        

        

        

        

        

        

        

        

        

       ───투콰앙!

        

        

        

        

       “…어이구.”

        

       “벌써부터 심상찮은데.”

        

        

        

        부우웅!

        

        그런 굉음과 함께 측면 부스터에서 힘차게 불꽃을 뿜어내며 시속 300km 가량으로 가속한 수송기는 누군가 조치할 새조차 없이 아르테미스 본부의 정면에 놓인 활주로를 가로질렀고, 이어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관제탑을 들이받았다.

        

        누가 보아도 반물질 유탄의 폭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화구가 피어올랐다.

        

        아르테미스 기지 섬멸전이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지성?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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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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