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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2

       *** ***

         

       대화는 다 들었다.

         

       결국 이놈들은 경솔하게 제 입으로 범죄사실을 실토했고 어제 나에게 암표를 팔았던 그 암표상까지 이 자리에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알면 알수록 너무 하룻강아지잖아!

         

       이녀석들은 그냥 정철이 내건 명분에 따라 사천에 들어와서 한탕 하려던 놈들이었고 기껏 사천까지 발걸음했는데 맨손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 돌아가는 길에 있던 호북에서 이런 잡배들이나 모아 푼돈이나 그러모아 보겠다는 놈들이었다.

         

       제갈세가에서 건드려도 도망치면 그만이라는 진짜 생각없이 막사는 인간들.

         

       그런데 뭐?

         

       이런 놈들이 나한테 호구? 뭐 도박판에 불러서 돈을 우려내?

         

       “이놈! 뭐하는 짓이냐!”

         

       “감히 흑산삼흉이 벌이는 연회에 난입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군!”

         

       “하…”

         

       입으로는 기세등등하게 외치고 있었지만 두 녀석의 얼굴은 이미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두 사람의 경지는 초절정.

         

       내 경으로 내가 자신들보다 윗길임을 파악했을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오늘이 너희들 제삿날이란다.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는 녀석들을 상대로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독안에 저 기세…호, 혹시 홍죽군협 여일예?”

         

       잡배들 중에서 여일예를 알아본 자가 나타났다.

         

       “홍죽군협 여일예다!”

         

       “그, 그렇다면 저자는…?”

         

       “큰 대검을 쓰는 고수…! 홍죽군협 여일예와 같이 움직이는…!”

         

       “뇌검낭인!”

         

       잡배들이 얼굴이 순식간에 희게 질렸다. 특히 나에게 사기를 친 암표상은 당장이라도 눈을 까뒤집고 기절이라도 할 기세였다.

         

       그런 잡배들의 반응에 두 눈을 부릅뜨고 나와 여일예를 번갈아 바라보는 구인청과 마가림.

         

       “하하하하하!!”

         

       그런데 돌연 마가림이 웃음을 터트리며 날 손가락질했다.

         

       …이 자식이 돌았나?

         

       당황스러운건 나 뿐만이 아닌지 구인청 역시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아, 아우님?”

         

       “하하하하하! 깜빡 속을 뻔했군!”

         

       속긴 뭘 속아.

         

       잡배부터 여일예까지 모두 뭔가 싶어 마가림을 바라보았다. 마가림은 자신만만한 어조로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하하! 사칭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네놈은 가짜다!”

         

       “…뭐?”

         

       하도 어이가 없어서 반문해 버리고 말았다.

         

       “정철과 일전을 벌인 뇌검낭인이 신강 쪽으로 떠났다는 건 무림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자라면 모두 아는 사실! 그런데 어찌 뇌검낭인이 벌써 만리도 넘게 떨어진 이 호북에 와 있단 말이냐!”

         

       “그, 그런가?”

       “무엇보다 뇌검낭인은 문파도 본거지도 없는 자! 암표까지 구하며 제갈세가에 급히 진법을 의뢰할 일이 뭐가 있단 말이냐!”

         

       긴가민가한 반응을 보이던 구인청과 잡배들의 얼굴에 납득의 빛이 떠올랐다.

         

       “하하하! 속이려면 제대로 속여야지! 형님들 뇌검낭인과 여일예를 흉내 내는 사칭범 자식들이니 겁먹을 것 없습니다! 사기꾼 자식들이니 지금의 기세 역시 허장성세겠지요!”

         

       “와…”

         

       나는 마가림의 주장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게 그 거울치료라는 것일까.

         

       제갈세가의 정문에서 위조 번호표를 파는 정신나간 녀석들이 있을 리 없다고 단정 지으며 비싼 돈을 주고 암표를 구매한 나.

         

       그리고 소문이 퍼진 때와 상식적인 이동속도를 고려해 내가 호북에 와 있을 수가 없다 판단하고, 낭인인 나에게는 진법이 전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추론을 펼친 마가림은 완벽하게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었으니 나는 내 실책을 사무치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며 범상치 사연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걸 내 잣대만으로 잘라 판단한 것이다.

         

       그래 인정하자.

         

       나는 세상을 너무 좁게만 보았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았거늘 나는 설마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그 가능성들을 다 잘라내었다.

         

       내가 눈앞에 실존하고 있음에도 그 가능성을 부정하며 사칭범이라 단정짓는 마가림처럼 말이다.

         

       “단칼에 베어 버립시다!”

         

       “그러지!”

         

       나는 나에게 기세를 올리며 달려드는 두 사람을 보며 주먹을 꾹 쥐었다.

         

       어찌 사람이 받기만 할 수 있을까.

         

       교훈을 받았으면 교훈을 돌려 주어야 하는 법.

         

       탁한 황색 강기가 휘감긴 구인청의 도가 나를 향해 휘둘러졌다. 나는 그런 구인청의 공격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츠즈즈즈!!

         

       딱히 익힌 권법은 없었지만 그래도 화경의 경지에 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신체의 이해도와 무공의 기본기라는 것이 있기 마련.

         

       아무리 주 무기가 아니라고는 해도 고작해야 초절정 초입의 어중이떠중이를 상대하기에는 차고 넘쳤다.

         

       까아아앙!!

         

       내 주먹과 정면충돌한 구인청의 도가 짖쳐든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튕겨져 나갔다. 완전히 상체가 빈틈투성이가 된 구인청이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유명인사 사칭범이니 당연히 실력이 바닥을 치리라 예상했는데 필살의 공격이 너무 손쉽게 튕겨져 나왔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

         

       나는 그런 구인청의 턱에 친절하게 교훈을 새겨 주기로 했다.

         

       바로 인생은 실전이라는 교훈 말이다.

         

       빠악!

         

       “케엑!”

         

       내 친절한 교훈에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는지 턱이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눈동자도 돌아간 구인청이 허공에서 몸을 두 바퀴 회전시키다 바닥에 떨어졌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마가림의 발이 멈추고.

         

       나름 기대감을 품고 이쪽을 바라보던 잡배들의 얼굴이 싹 굳었다.

         

       마가림이 한번에 뻗어버린 구인청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마, 말도 안돼.”

         

       “돼.”

         

       나는 칠뢰방위보를 밟으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마가림 저 친구는 쉽게 교훈을 깨우칠 것 같지 않으니 오늘 안에 교훈을 깨우치게 해 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고.

         

       뻐억!

         

       “켁!”

         

       마가림의 턱이 돌아가며 긴 훈육 시간이 시작되었다.

         

       *** ***

         

       흥얼거림이 절로 나왔다.

         

       오래간만에 자아성찰도 하고 시원하게 몸도 움직이고 나에게 거울치료를 베풀어준 두 친구들에게 신세도 갚고.

         

       두 손 묵직하게 떡이 된 두 사람들 들고 귀환하고 있으니 뭔가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았으니까.

         

       결코 날 호구 취급하던 두 사람을 떡으로 만들 때까지 두들겨 패 주었다던가.

         

       아무리 강요가 있었다고는 하나 결국 이 두 사람과 함께 악행을 저질러 온 잡배들을 그냥 풀어줄 수는 없었으니 순수하게 주사위를 굴려 이길 때까지 딱밤을 때려 주었기 때문이라던가.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독 암상인만큼은 다른 잡배들의 두 배쯤 되는 딱밤을 맞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끄으응..”

         

       “끄으윽..”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떡이 된 두 사람이 신음성을 흘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본래 인생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는 혹독한 법이니까.

         

       무엇보다 그냥 조금 손 봐주고 풀어주기에는 구인청과 마가림의 경지가 너무 높았다.

         

       잡배들이야 그냥 딱밤 몇 대 때리고 풀어주었지만, 이 녀석들의 경지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방생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짓이었다.

         

       그렇게 두 녀석들 들고 객잔으로 귀환했더니.

         

       “뇌검낭인님을 뵙습니다. 본인은 제갈영명이라고 합니다.”

         

       …제갈세가에서 사람이 나와 있었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상황 파악이 안 되어 일행 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싱글벙글 웃고 있는 혁기린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일행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이자들이 바로 그들이로군요. 과연 뇌검낭인님의 협명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나를 향해 감탄의 눈빛을 쏘아내는 제갈영명.

         

       뭔데 무슨 상황인데. 누가 나한테 전음 좀 보내줘.

       

       눈빛으로 일행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일행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만을 끄덕여 줄 뿐이었다.

         

       상황을 살펴보니 일행들끼리 뭘 한 것 같긴 한데.

         

       날 골탕 먹일 때 특유의 표정을 짓고 있는 흑묘와 뜻모를 미소를 진하게 짓고 있는 당소열을 보고 있자니 두 사람이 뭔가 꾸민 것일까.

         

       “위조 대기표를 만든 이들의 일당에 대한 정보와 증거 일체를 모두 제공해 주시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렇게 직접 범인까지 추포하시다니 제갈세가에서 적지 않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음.”

         

       구체적인 상황 파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눈앞의 청년, 제갈영명에게 집중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나에게 호의 가득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제갈영명.

         

       잘만 하면 제갈세가에 곧바로 진법 의뢰를 넣을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어쩌다 나서게 되었을 뿐입니다. 엄연히 제갈세가의 영역인데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닌지….”

         

       그러니 일단 호감작을 하자.

         

       누구에게나 호감 사기 쉬운 겸손한 청년의 모습을 연기하자 제갈영명의 얼굴에 한층 더 호의가 서렸다.

         

       “아닙니다. 인원 공백으로 인해 세가 코앞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 손님을 번거롭게 해 드렸으니 이는 저희 제갈세가의 잘못이니 뇌검낭인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 말씀해 주시지 마음이 놓이는군요.”

         

       “하하하! 별 말씀을요.”

         

       “하하하하!”

         

       한바탕 웃음을 주고 받은 뒤 제갈영명이 떡이 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외람되지만 혹시 이 두 사람은 어찌 처우하실 생각이십니까?”

         

       “처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일의 크기에 비해 배후라 할 수 있는 이자들의 무위가 너무 높은지라…”

         

       나는 넌지시 운을 띄웠다.

         

       그냥 평범한 객잔에 있는 투숙객들이 초절정 고수 두 명을 관리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었으니까.

         

       “괜찮으시다면 저 두 사람은 저희 제갈세가의 뇌옥에 가두시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편의를 봐주신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뇌검낭인님과 일행분들을 정식으로 제갈세가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듣자 하니 저희 제갈 세가에 용무가 있다 들었습니다만…”

         

       “허어,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제갈영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인분을 박하게 대하는 것이야말로 제갈세가의 수치지요.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염치불고하고 신세 지겠습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이 잘 풀렸다.

         

       *** ***

         

       새로 일행에 합류한 독고이설 때문에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제갈세가에는 어렵지 않게 들어올 수 있었다.

         

       큰 틀에서 정파와 사파가 대립한다고 한들 직접적인 원한관계가 없으면 보통 소 닭 보듯 하는 것이 정상이니 직접적인 은원관계가 없는 암룡문과 제갈세가 역시 굳이 날선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을 테니까.

         

       우리는 곧장 가주전으로 안내되었다.

         

       “반갑소. 본인은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전이라고 하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뇌검낭인이라는 별호를 쓰고 있는 호천안이라고 합니다.”

         

       “이리 무림의 영웅을 보니 참으로 기쁘구려.”

         

       그런 말을 하는 제갈전의 눈빛에는 나를 향한 호의가 가득했다.

         

       제갈영명도 그렇고 왜 다들 이렇게 날 좋아할까.

         

       무림의 소문난 뇌검낭인의 일대기에 이들이 호감을 가질 만한 요소가 있었을까.

         

       딱히 생각해보아도 짚이는 점이 없는데 호의를 받으니 영 찜찜했다.

         

       암표상을 잡았다고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물론 그 암표상 뒤에 초절정 고수가 둘이나 도사리고 있었던 건 제법 큰일이긴 했지만 제갈세가의 가주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호의를 표현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런 내 의문을 깨달았는지 제갈전이 돌연 입을 열었다.

         

       “허허, 근래 제갈세가의 사정에 대하여 혹시 들어보셨소?”

         

       “송구하지만 무림의 소식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되지 않아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철 그 작자가 무림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뒤로 제갈세가는 그야말로 홍역을 앓았소. 사천에서 새로이 진법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또 사천 인근의 사파가 준동하며 분위기가 흉흉해지니 당연히 진법 관련 요청들이 급증했지.”

         

       “본래 무림에서 큰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 근방이나 소란이 일 뿐 무림 전체로 따지면 별일이 아니기 십상이오. 그런데 이 정철이라는 작자가 벌인 일은 사천을 뒤집어 놓는 것은 물론이고 무림 전체의 사파들을 술렁이게 했으니 그야말로 제갈세가의 진법사들을 찾는 이들이 폭증했지.”

         

       “아….”

         

       “제갈세가는 정철 그 작자가 나타난 이후로 늘 진법사들이 총동원되고 있는 상태요. 어디 출장을 갈 때 진법사만 덜렁 보낼 수 있는가? 당연히 무인들도 딸려 보내야 하고 먼 길을 떠나기 부쩍 위험한 상태가 되었으니 자잘한 사건사고까지…후우.”

         

       어쩐지 위조 대기표 같은 것을 만드는 이들을 내버려 두었다는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나.

         

       쏟아지는 각지의 의뢰를 쳐내기 위해 가문의 역량을 총동원한 결과가 본가가 텅 비어버린 것이다.

         

       이제야 제갈세가 사람들이 보이는 호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내가 정철을 꺾으며 사파의 준동이 끝났으니 위험지역 무한출장의 굴레에 빠져 있던 제갈세가는 그 사태를 종결지은 나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그런 내 생각에 확신을 주려는 듯이 제갈전이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씀하시게.”

         

       아무래도 제갈세가에서의 볼일은 어렵지 않게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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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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