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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2

       “화령님도 못 하는 게 있었군요…”

       

       전투 마법사의 튜토리얼 앞에서 멈춰버린 화령의 모습에 데케이가 눈을 끔뻑였다.

       

       지금 그녀가 가로 막힌 것은 전투마법사 튜토리얼의 첫 번째. 화염을 생성해서 과녁에 맞추는 것.

       

       보정 기능을 활용한다면 전투마법사를 처음 하는 사람이라도 넘어설 수 있는 퍼즐이지만 화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째서 고집을 부리는 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보정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염구를 날리려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게 다른 보스들 상대로 양학하던 천마가 맞냐. 진짜 가슴이 옹졸해진다.]

       

       – 보정 없이 마법쓰기가 어려우니까 크게 이상한 건 아닌데 ㅋㅋㅋ

       – 앞에 너무 대단한 걸 보여줘서 더 하찮아 보여.

       – 아 또 실패했다.

       – 내일 치과 예약해야할 듯.

       – 으드득. 으드득.

       – 전마 유저들 고혈압 걸리겠는데 ㅋㅋㅋ

       – 먼 솔? 야한 뉴비냄새에 가버리는 중인데.

       – 으읏. 무보정 전마 꿈나무라닛.

       – 헉. 허억. 넘 야해.

       – 전마 커뮤에 왜 미친 놈들밖에 없냨ㅋㅋㅋ

       – 저거 보고 어케 참으란 거야.

       

       채팅창에 존재하는 여러 미친놈들의 향연에 헛웃음을 흘리던 엔리는 미묘한 어투로 데케이에게 답했다.

       

       “정확히 해야죠. 화령님은 몸을 움직이는 것만 잘하는 거에요.”

       “몸을 움직이는 것만?”

       “네. 워낙 굉장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시다 보니 많이들 착각하시는 부분인데요. 화령님은 몸을 움직이는 것 이외에는 하나 같이 서툴답니다.”

       

       그리 말을 하면서 엔리는 아라가 저질렀던 여러 실패담을 읊어 주었다.

       

       업데이트가 되었을 뿐인데 제멋대로 스마트폰이 움직인다며 엔리에게 찾아왔던 일이라거나.

       

       버스 역을 착각해서 저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왔던 일이라거나.

       

       지하철 역 안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일이라거나.

       

       VR기기를 잘 안다며 나섰다가 오히려 그 기기를 망가트릴 뻔 했던 일이라거나.

       

       “지금 화령님 마이 튜브에 올라와 있을 텐데. 요리 하시는 것도 장난 아니었어요.”

       “아. 그거 봤습니다.”

       “악질적인 건 칼질이랑 웍질은 달인 그 이상이라는 부분이에요. 화령님 특유의 분위기까지 합쳐져서 웍질 할 땐 달인이 따로 없다니까요.”

       “좀 과장된 부분도 있죠?”

       “…한 번 화령님 요리 드셔 보실래요? 자리 만들어 드릴게요.”

       

       농담처럼 말을 꺼낸 데케이였지만 엔리가 순식간에 정색을 하는 걸 보고는 거기에 자그마한 거짓도 없음을 깨달았다.

       

       아니. 진짜로 영상 안에 담긴 절망적인 모습이 다 진짜란 말이야?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죠! 파이스님이 어느새 4번째 튜토리얼을 클리어 했는데 말입니다!”

       “말 돌리시는 거에요?”

       “해설자의 본분에 집중하는 거라고 해주시죠!”

       “말 돌리시는 거잖아요.”

       “지금 파이스냥이가 멀어져가는데 다른 이야기 할 틈이 있으십니까?!”

       “…맞네!? 안 돼! 내 파이스냥이가! 내 눈호강이이이이!”

       

       화령은 여전히 전투 마법사 튜토리얼의 입구에서 가로 막혀 있는 반면 파이스는 이제 5번째 캐릭터를 고르는 중이었다.

       

       여태까지 화령이 보인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그녀가 전투 마법사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기란 요원한 일이니. 엔리가 꼭 보기를 바라던 파이스냥이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파이스님의 다섯 번째 캐릭터는! 투사! 화령님이 이전에 클리어 했던 튜토리얼이죠?”

       “저거 난이도 어렵죠?! 그쵸?! 어렵다고 해주세요! 오래 걸린다고 해줘요! 제발요!”

       “엔리님께서 이렇게 간절히 이야기를 하시니 좋은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저 튜토리얼은 어렵지만 오래 걸리는 튜토리얼은 아닙니다! 파이스 선수라면 분명 빠른 속도로 클리어할 수 있겠죠!”

       “안 돼애애애애! 화령님! 뭐해요! 빨리 그냥 다 박살 내버리란 말이에요! 평소에 하던 것처럼 하라고요!”

       “그러면 반칙패인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일단 이기고 나서 우기면 그만이잖아요!”

       

       해설자의 역할을 자처했다는 것조차 잊고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서 목소리를 드높이는 엔리였지만 그녀도 속으로는 결말을 깨닫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불운.

       

       전투 마법사가 걸렸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화령은 이 대결에서 패하게 될 것이고. 그토록 피하고 싶어 했던 룰렛을 돌리게 될 예정이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렇담 화령님으로 눈호강을 하는 수밖에.”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화령님은 말이죠. 남장해도 멋있을 것 같지 않아요?”

       “엔리님. 너무 욕망이 바깥으로 튀어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치만 이렇게라도 치유를!… 어?”

       

       그 때였다. 해설 두 사람의 앞에 떠 있는 화령의 화면 속에서 기이한 일이 생겨났다.

       

       “화령님이 마법을 펼치셨다?”

       

       화령이 화염구를 만들어낸 것은 물론이고 그 화염구를 쏘아내어 과녁을 맞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우연?”

       

       그 하나 뿐이었다면 무수한 시도 끝에 우연히 성공을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무수한 시도 끝에 간신히 성공을 한 것이라 여길 수도 있었지.

       

       허나 화령의 성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시련도. 그 다음 시련도. 화령은 여태까지 고전을 했던 것이 연기였다는 것처럼 가뿐히 넘어서버렸다.

       

       “뭐에요! 화령님! 마법 실력을 숨기고 계셨던 건가요?! 너무 일방적인 승부라 흥미진진하게 만들려고 그랬던 건가요오오오!”

       

       꺼져버렸다 생각했던 파이스냥이라는 희망이 다시금 찾아와 흥분한 엔리의 외침 너머에서 데케이는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피스 프로게이머로 오랜 기간 활동을 한데다 은퇴를 한 후에도 아피스 크리에이터로 이런저런 컨텐츠를 만들어왔던 그는 마법에도 상당히 익숙했다.

       

       그런 데케이가 보기에 지금 화령이 펼치는 마법은 무언가가 이상했다.

       

       본래라면 저런 식으로 마법이 구성되면 마법이 흩어져야 할 텐데. 성립되어선 안 될 마법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버그? 아니면 마법의 새로운 방식? 제작자가 숨겨둔 이스터에그?

       

       무엇 때문에 저런 일이 일어난 건지 데케이는 알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화령! 다시 속도를 냅니다! 이렇게 승부의 향방은 또 다시 알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가게 됐군요!”

       

       이제는 누가 이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되었다는 것 말이다.

       

       화령이 쾌진격을 이어나가는 동안에 파이스는 튜사 튜토리얼의 마지막.

       

       거인을 마주하고 있었다. 한 번이라도 공격을 허용하는 순간 그대로 즉사하기에 까다로운 보스.

       

       그렇지만 실패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는 쓰러트리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적.

       

       “흐하. 와아. 진짜 경이롭네요.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가 있는 거죠?!”

       

       파이스는 자신이 수많은 대회에 출전해 온 프로게이머라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한 번의 실수로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

       

       승리와 패배가 눈 앞에 있기에 누구라도 급해질 수 밖에 없는 극한의 순간.

       

       그 속에서도 파이스는 자신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그저 승리를 향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초석을 쌓아 나갔다.

       

       자신의 존엄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저런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소한 데케이는 저리 침착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 저기에 있는 것이 자신이었더라면 도박에 가까운 공격을 반복하다가 그대로 자멸해버렸으리라.

       

       

       “놀랍기는 화령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게 방금 전까지 파이어볼 하나 못 날려서 미간을 찌푸리던 사람이 맞나요?! 빠릅니다! 너무 빠릅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화령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승부를 결정지어 놨다 해도 무방한 상황에서 따라잡힌 것이니만큼 조급해질 법도 한데 그녀는 시종 평온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목표로 나아가는 그 모습은 이미 기계라 불러 마땅한 수준에 달했으니.

       

       그녀가 튜토리얼의 마지막 과제에 도달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아니했다.

       

       “하지만 전투마법사 튜토리얼은 저게 시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3분! 3분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저 탈출의 난이도가 너무도 높거든요!”

       

       전투마법사 튜토리얼의 마지막은 시련이 이루어진 방에서의 탈출이다.

       

       수많은 마법으로 구성된 밀실에서 3분 내로 탈출 하라.

       

       그렇지 못하면 죽어서 처음부터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평상시 튜토리얼 클리어를 시도할 때라면 귀찮다는 생각을 하며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대결의 도중.

       

       “과연 화령님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다시금 필사적인 달리기를 반복해야 할까요!”

       

       파이스가 거인을 상대하며 실수할 리 없는 만큼 대결의 승패는 화령에게 달려 있었다.

       

       그녀가 단번에 튜토리얼을 성공한다면 그녀의 승리.

       

       실패해서 처음부터 트라이를 하게 된다면 패배.

       

       해설의 두 사람도. 몇 만에 달하는 시청자들도. 모두가 그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던 그 순간.

       

       화령이 피식 웃음을 짓더니 한 마법진을 구성했다.

       

       그것은 데케이가 알지 못하는 종류의 마법진이었다.

       

       지금 방송을 보는 전투마법사 무수한 마법사 유저들도 알지 못하는 마법진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저 마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화령이 이 세계로 향해 그 곳에 존재하는 대마법사를 상대하며 눈에 새긴 마법진.

       

       세상을 박제하는 마법이 방 안에 펼쳐지며 그 곳에 존재하던 모든 마법진이 움직임을 멈춘다.

       

       마력이 흐르며 생명처럼 움직여야 할 이들이 박제를 당해 그대로 멈춰버린 것이다.

       

       방의 모든 것을 자신의 지배하에 둔 화령은 문 앞까지 걸어가서는 손잡이를 잡고 그대로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승부! 결정 났습니다! 세계 최강의 프로게이머 파이스와! 천마 그 자체라 불리우는 화령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사람으으으으으은! 화령! 화령입니다!”

       

       

       “꺄아아아아! 화령 씨! 하나도 안 믿고 있었어요! 파이스냥이! 파이스냥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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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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