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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2

    <422 – 메타대결>

     

    방어결계에 갇힌 괘씸한 선배들을 어떻게 혼쭐을 내줄지 고민하는데 그중 대장격인 식물동아리 부장 오르캐치가 반기를 들었다.

     

    “우리가 힘이 부족해서 당했지만 저 만드라고라가 네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저라면 자기를 가두고 어떻게 혼쭐을 낼지 고민하는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은 안할 텐데요!”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우리도 순순히 당하지는 않을 거다. 네가 무고한 이의 소중한 보물을 훔쳤다는 소문은 반드시 퍼질 거다.”

     

    오르캐치는 무력중시형 3학년이 아니다.

    탐색 및 보물발굴에 특화된 트레져헌터 클래스, 보물사냥꾼 직업을 지닌 3학년!

    개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고 인기는 적은 식물형 희귀몬스터의 수색 및 채집을 부업으로 삼다가 동아리 부장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이 선배가 졸업하기 전까지는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적당히 키워주면 온갖 식물몬스터는 다 구경해서 몬스터도감의 식물 탭은 꽉 채울 수 있었지!’

     

    하지만 이미 모든 지식을 다 털어낸 이후에는 굳이 오르캐치 선배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았다.

     

    “흥. 그럼 저도 선배가 우리 응애한테 허접하고 잡스러운 기술을 가르쳐서 육아를 망친 쓰레기라는 소문을 퍼뜨릴 거예요!”

     

    오르캐치는 아무 말 없는데 옆에서 손들고 있던 부원들이 발끈했다.

     

    “우리 기술은 허접하고 잡스럽지 않아!”

    “1학년부터 가르치는 실효성 높은 고속성장에 2학년에 올라가면 배우는 디버프 콤보가 뭐가 어때서!”

    “기껏 3학년 기술은 안 쓰고 봐줬더니 뭐가 어째? 우리가 본전 생각 안하고 비싼 재료도 다 털었으면 이렇게 쉽게는 안 졌어!”

    “아무튼 패배했죠?”

    “큭.”

    “꿀밤 마렵네.”

     

    백날 부들부들 떨어봐라.

    갇힌 건 너희야!

    애초에 1학년에게 붙잡힌 시점에서 디스전에 돌입하면 평판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손해를 입는 쪽은 내가 아니라 3학년들이다.

    하지만 오르캐치는 식물동아리의 부장.

    당해도 쉽게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 인정하지. 서로 맞불작전으로 소문을 퍼뜨리면 더 크게 피해를 입을 건 우리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각오한다면 너 역시 무사하지는 못할 거다. 적어도 내게는 그만한 인맥과 자신감이 있어.”

     

    안 그래도 <무서운아이> 페널티로 신규 호감도 상승이 어려운데 남의 응애를 도둑질한 못된 아이라는 소문이 퍼진다면 득이 될 일은 아니었다.

     

    ━━━

    *무서운아이* :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더 이상 누군가의 호감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

    *구원의 인도자* :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를 수차례 구해낸 결과, 당신은 세계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칭호장착효과 : 가호 <무한한 존경심> 활성화

    -칭호보유효과 : 세상만물의 기본호감도 10 증가

    ━━━

     

    물론 카운터효과를 지닌 구원의 인도자 칭호 보유효과 덕분에 기본호감도 10이 존재하기는 하다.

    그래도 10은 정말 작은 수치다.

    이 정도로는 안심할 수 없다.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조아 해병>시절에는 3개월 동안 도감수집 하고 남은 곤충을 선물해도 호감도가 오르기는커녕 마이너스가 된 기억도 있었지.

    호의를 베풀어도 순수하게 받아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악명만 퍼지거든 호감도는 나락으로 박히고 경계도, 적대도만 잔뜩 오르겠지?

     

    “힝. 이제 혼밥하기는 싫어.”

    “부장님. 저 꼬마 예전에는 혼자 밥먹었나봐요.”

    “좀 불쌍한데 봐주는 게 어떨까요?”

    “이것들이 미쳤나.”

     

    오르캐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부원들을 쳐다봤다.

     

    “애가 좀 귀엽고 불쌍하다고 말 몇 마디에 꿈뻑 넘어가면 어떡해? 결국 만드라고라는 뺏긴 상태 그대로에 우리만 두들겨 맞았는데. 만드라고라 살리려고 반격도 안 하고 처맞은 보람도 없이 평판까지 깎이면서 그냥 돌아가고 싶냐?”

     

    근데 좀 호감이네.

    실력이 부족해서 응애한테 얻어터진 게 아니라 반격할 수 있는데도 참았다니.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잘 보니 응애의 뿌리도 전보다 탱글탱글하고 움직임도 민첩한 것이 성장도 꽤 진행한 걸로 보인다.

     

    ‘물병에 얌전히 머무르면서 꽃 피우는데 영양분을 다 쓰면 좋았겠지만!’

     

    굳이 영약으로 복용하는 꽃이 자라지 않더라도 만드라고라가 헤엄치며 자라난 물만 마셔도 영약효과는 충분히 존재한다.

    응애가 건강하게 자라면 더 오랫동안 물에다가 우려먹을 수 있으니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선배들이 제가 없는 동안 우리 응애랑 놀아준 것도 있으니 용서해줄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무슨 꿍꿍이냐.”

    “앞으로도 우리 응애랑 놀아준다는 조건 하에 소문을 퍼뜨리지 않고 풀어드릴 수도 있어요.”

     

    오르캐치의 볼이 씰룩거렸다.

     

    “날 무시하는 거냐?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에야말로 내 만드라고라를 되찾아갈 거다.”

    “흥. 선배 실력엔 어림도 없어요. 풀어준다고 해도 추가조건이 따라붙는다고요.”

    “무슨 조건?”

    “아까도 말했지만 선배들의 잡스럽고 허접스러운 기술은 용서가 되질 않아요. 그러니 응애와 놀아주며 가르칠 기술부터 뜯어고쳐야겠어요.”

    “뭐?”

    “응애와 놀아줄 자격을 가질 때까지 제가 선배들을 가르칠 거예요!”

     

    당당한 내 선언에 오르캐치가 하하 웃음을 흘렸다.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3학년이 우스워 보이냐?”

    “우왓, 부장 화났다. 애 상대로 정색하는 것 봐.”

    “눈에 살기 어리는 것 좀 봐. 진짜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부장님이야.”

    “저렇게 된 부장은 위어드 교수님을 데려오면 막을 수 있어. 데려올까?”

    “이것들이 지금 누구 편을 들고 있는 거야!”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말에 홀딱 넘어와 내 등뒤로 숨어서 부장을 향해 우우 야유를 퍼붓는 부원들.

    하긴 3학년쯤 되면 강해지기 위해 체면 차릴 여유가 없긴 하겠다.

     

    “그럼 내기할래요?”

    “무슨 내기.”

    “자연마법으로만 겨루기. 심판은 여기 부원들. 제 기술이 별로면 부장님이 이기는 거고 배우고 싶으면 제가 이기는 걸로.”

    “내기에 거는 건?”

    “제가 이기면 순순히 기술을 배우고 충분한 실력을 쌓거든 그때부터는 응애와 놀아줘야겠어요.”

    “내가 이기면?”

    “주말에 시간을 들여 응애와 놀아줄 정도로 자상한 선배님이 계시는 식물동아리에 가입하라고 홍보하고 다닐게요.”

    “홍보만으로는 부족해. 10일 안에 네 힘으로 1학년을 식물동아리에 열 명 가입시켜라.”

    “좋아요!”

     

    내기가 결정되자 우리는 비공식대련장으로 자주 쓰이는 공터로 자리를 옮겼다.

    기절에서 풀려난 응애는 자신의 성장이 걸린 대결을 알기나 하는지 아주 부루퉁한 얼굴로 물병 속에서 팔짱을 끼고 남 일처럼 구경했다.

    옆에는 식물동아리 부원들은 물론이고 앨리스도 있으니까 응애도 구경 정도는 시켜줘도 괜찮겠지?

     

    “기본은 되어있네. 씨앗주머니와 촉매주머니를 챙겨오다니.”

     

    오르캐치는 공터에 올라선 내 준비물을 보고 얼굴 가득 솟아났던 분노가 조금 누그러졌다.

    새벽에 일어나서 같이 10km씩 조깅만 해도 호감도가 쑥쑥 오르는 돌핀팬츠 언니들처럼 쉬운 남자다.

     

    “선배야말로 희귀재료를 아껴서 졌다는 핑계나 대지 말아요. 이왕 하는 거, 작정하고 갈 거니까!”

     

    전투에서 희귀재료를 쓰는 건 돈과 시간을 물 쓰듯이 펑펑 쓰는 것과 다름없다.

    뛰어난 탐색능력을 지닌 사람이나 조직의 장처럼 자원이 수급되는 사람이 아니면 씨앗메타 식물자연계 전투는 아무나 못할 금수저 메타!

     

    “하. 그래봐야 재단의 위세를 빌어 돈만 바른 값비싼 재료만 마구잡이로 내놓겠지. 내 오늘 가격을 떠나서 시너지효과를 지닌 조합의 진가를 가르쳐주마.”

     

    오르캐치는 의기양양하게 씨앗을 뿌렸다.

     

    <급속성장 – 로얄젤리초>

    <미혹의 향기>

    <정령의 부름>

     

    오르캐치의 전략은 정령들과 곰탱이들이 먹으면 꿈뻑 죽는다는 로얄젤리를 이용한 정령증식메타!

    씨앗 하나로 적게는 수 마리부터 많게는 수십 마리의 정령들을 부려먹는 이 메타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씨앗메타 내에서 10위권 안에 손꼽히는 나름 준수한 물량메타였다.

     

    “맡았다. 로얄젤리의 냄새!”

    “어디야?”

    “나도 한입만.”

     

    뿅뿅 공간에 작은 틈이 열리면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정령들!

     

    “그게 다예요?”

     

    도발하듯이 팔짱을 끼며 기다리자 오르캐치가 이를 악물더니 희귀씨앗을 연이어 뿌렸다.

     

    <급속성장 – 뿌뿌초>

    <형태변환>

    <보호장막>

     

    뿌뿌 소리를 내며 씨앗을 기관총처럼 쏘아대는 뿌뿌초가 로얄젤리초 앞으로 펼쳐졌다.

     

    [저놈이 너희의 로얄젤리를 먹어치우려고 해. 어서 조종석에 탑승해서 무찔러!]

     

    오르캐치 선배의 정령어에 눈이 돌아간 정령들이 뿌뿌초의 조종석에 앉아 미니씨앗의 사출구를 내게로 겨누었다.

     

    “그게 다예요?”

    “널 우리 부원들처럼 피멍투성이로 만들기엔 두 개면 충분하지. 딱 당한 만큼만 갚아주마.”

    “그럼 이번엔 제 차례네요!”

    “흥. 무슨 씨앗을 꺼내더라도 소용없다. 정령은 계속 보충되고 뿌뿌초가 손상을 입어도 로얄젤리의 회복효과로 순식간에 복원될 테니까.”

    “흐응~ 부족할 텐데요?”

    “시끄럽다. 잔말 말고 씨앗을 뿌려라. 딱 세 번까지는 전개를 펼칠 여유를 허락하지.”

    “힝. 세 개는 낚고 싶었는데. 덤으로 정령이 얹혔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죠 머.”

     

    그 말에 나는 씨앗주머니를 푸는 대신 배낭에서 길쭉한 막대기를 하나 꺼내들었다.

     

    <진공청소기(+5강)>

     

    테트라포스 선배가 세 번 연속 억까를 당하고 좋아죽게 만든 바로 그 진공청소기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명대와 청소기가 치트키인 세계관.
    테디베어의 눈에는 전자레인지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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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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