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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3

    본격적인 플레이에 앞선 루크의 지시는 꽤나 일목요연했다.

     

    “메리, 너는 액티브 아이템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일단은 할라의 불꽃케이프를 사고, 최대한 살아남는 것에 집중해라. 내가 표식을 지정해주는 쪽으로만 움직이고.”

    “으, 으응. 알겠어.”

    “시루드, 너는 평소대로 플레이하되, 상대에 있는 저 ‘매미수확자’라는 자는 조심해야 한다. 전에 한두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감각이 꽤 날카로워. 암살을 당할 수 있을테니, 방어 아이템을 간과하지 말거라.”

    “……알겠어.”

     

    메리의 수준에 맞춰 플레이가이드를 뽑아내어 어떻게든 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시하고, 어느정도 게임에 지식이 있는 시루드에게는 조금 더 운영에 자유도를 보장해 주면서 조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본 게임이 시작된 직후에도 계속하여 정확한 브리핑과 오더를 내려가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으아앙, 또 죽었어! 저 까만 애 너무 세잖아!”

     

    메리의 곡소리, 그러나 루크는 그런 메리를 다독였다.

     

    “괜찮아, 너는 다시 살아나면 이쪽 경로를 통해 와서 여기에 감시토템을 박아두거라. 알겠지?”

    “응, 알겠어…….”

     

    그 순간, 게임에서 울려퍼지는 알림음.

     

    -매미수확자, 더블킬!

     

     

     

    “아니 시루드, 거기에서 네가 잘리면 어떡하나! 집중해! 20초만 더 있다가 죽었어도 상대 용타이밍을 유도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을 텐데!”

     

    “……미안, 좀 긴장해서.”

     

    “후우, 어쩔 수 없지. 내가 조금 무리를 하는 수밖에.”

     

    루크의 캐릭터는 곧 상대의 진영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혹의 초마법사, 트리플 킬!

     

    루크는 데미지가 높고 피할 수 없는 타겟팅 기술을 가진 암살자를 먼저 처치하고, 그 범위에 휩쓸려 체력이 낮아진 적들도 함께 하나씩 잡아내며 다시 흐름을 빼앗아왔다.

    아직은 초반이라 제대로 된 아이템이 없으니 일단은 이 정도가 한계.

    비록 상대는 아직 더 남아있긴 하나, 더 이상은 욕심이었다.

     

    루크의 그 깔끔한 플레이에는 시루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절대 각이 안 보였는데, 거기서 세명을 자른 것도 모자라서 살아서 돌아왔다고?

    비록 졸병이 한대라도 때리면 죽을 체력정도만 남아있었지만, 상대는 이미 멀찌감치 떨어진 루크의 추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휴우, 다행히 도박이 통했구나. 시루드, 앞으로는 조금 더 사리는 게 좋겠다.”

    “응……. 주의할게.”

     

    루크의 목소리에 시루드는 자신의 부주의함을 반성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알다시피, 루크는 향상심이 남다른 만큼, 승부욕 또한 굉장한 편이었다.

     

    뭔가를 하게 되면 반드시 그 끝을 보거나, 승부에서는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한다는 성격.

     

    예전에 운동회를 할 때에도 그랬고, 버스에서 리듬게임을 할 때에도 그랬지.

    티갈로돈 사건으로 흐지부지되기는 했지마는, 낚시 내기를 할 때에도 꽤나 진지했고 말이다.

     

    그렇기에 루크가 이토록 예민하게 구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루크가 랭커가 된 것은 시루드로서도 예상할 수 없었다.

     

    몇 달 전에 같이 게임을 할 때만 해도 루크는 골드와 플래티넘 사이에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처음 로그인을 해 줬을 때엔 시루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원래 루크는 이런저런 일들을 하느라 그렇게 게임을 그렇게 오래 할 수가 없었으니까.

    또, 일반게임과 랭크게임의 차이도 잘 모르고 있기도 했고.

     

    루크가 랭크게임을 시작한 것도 몇 달 전에 ‘다른 사람들 닉네임 앞에 붙는 저 반짝이는 뱃지 같은 건 어떻게 얻을 수 있냐’라는 질문에 답해준 뒤다.

    그런데 갑자기 랭커라니?

    그게 그렇게 쉽게 달 수 있는 거였나?

     

    일반게임에서 소위 말하는 ‘양학’을 하던 걸 보면 실력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그러나 시루드로서도 불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뒤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지켜보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제 실력을 낸단 말인가?

     

    웅성웅성.

     

    “와, 뭐야. 저걸 피한다고?”

    “거기서 사슬 쓰는 걸 어떻게 알고? 그런데 그걸 역으로 잡아내? 진짜 미친 거 아냐?”

    “진짜 개미쳤네. 핵 소리 들을 만 하다.”

     

    루크의 플레이를 뒤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감탄하며 내뱉는 목소리가 뭉쳐서 어느새 하나의 울림이 된다.

    그 웅성거림이 시루드에게는 극도로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잠시 화장실 갔다 온다길래 자신도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

     

    사실 그 반응들은 누군가 보면 호들갑이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슈퍼매직리그를 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어쩌면 당연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시야에 있지도 않던, 적이 미니맵에 살짝 보였던 것으로 곧장 상대의 경로와 심리를 예측하여 상대진영의 한명 한명의 전략과 플레이를 읽어내는 운영과, 머릿속으로 생각한 플레이를 그대로 끄집어낼 수 있는 피지컬이 없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실력이 아닌가.

    그리고 자신도 종종 루크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고 그러긴 하니까.

    그러나 이해를 하는 건 이해를 하는 거고, 부담스러운 건 부담스러운 거다.

     

    ‘이 여자애들은 아무렇지도 않나……?’

     

    메리는 PC방의 문화 자체를 잘 몰라서 이런 분위기가 특이한 것인 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부담감으로 줄어들 만한 실력이 아니기에 실력 감소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 건지 모르겠지만, 평소 ‘유명해지기 싫다’라고 노래를 부르던 루크가 이런 시선에는 신경쓰지 않는 건 모순이 아닌가?

     

    그에 시루드는 헤드셋 마이크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루크, 넌 저 뒤에 형들이 아무렇지도 않아?”

    그에 루크는 무슨 소리냐는 듯 태연하게 반문했다.

    “글쎄? 저들은 이제 내게 딱히 해코지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사진이라면 곤란하지만, 지금은 안 찍히고 있고 말이다. 그러니 그런 건 신경쓰지 말고 게임에나 집중하는 게 어떤가.”

    유명해져서 귀찮아지기 싫은 것과는 별개로, 이 정도의 시선 쯤은 평소 늘 따라다니던 수준이었다.

    이제와서 신경이 쓰일 것도 없지.

    “…….”

     

    그에 시루드는 잠깐 뒤를 돌아, 아무도 휴대폰을 꺼내고 있지 않은 것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화면으로 돌렸다.

     

    아무래도 사진 찍으면 바로 도촬로 신고한다는 협박은 확실했던 모양이다.

    ‘방금 찍은 사진, 내 앞에서 지우지 않으면 아는 경찰에 연락해버린다.’라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겠나.

    게다가, 다 큰 남성들이 10살짜리 여자애를 도촬했다고 하면 사회적으로도 매장될텐데…….

     

    그래, 루크의 말대로 게임이나 집중하자.

     

    그렇게 생각한 시루드는 죽었던 캐릭터의 부활시간 카운터가 조금씩 줄어드는 데에 시선을 고정했다.

     

    —-

     

    그렇게 몇판의 게임이 끝난 후, 한 판을 더 이어가기엔 애매하게 남은 시간.

    시루드와 메리는 각자 짜투리시간에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루크는 마르코를 비롯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 진짜 대단하더라, 진짜 핵쟁이가 아니었구나!”

     

    그에 루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꾸했다.

     

    “응? 나는 핵쟁이가 맞다만?”

    “뭐?”

     

    순간 싸해지는 분위기.

    그에 루크는 당황해 말을 덧붙였다.

     

    “왜 그러지? 핵쟁이는 잘하는 사람이 받는 칭호 같은 같은 거잖아? 아니었나? 시루드가 그랬는데…….”

     

    그러자 시루드가 대꾸했다.

     

    “그러긴 했지만! 그건 남이 하는 말이지, 네 입으로 니가 진짜 핵쟁이라고 하면 안돼! 핵을 쓴 적은 없잖아?”

    “어, 그렇긴 한데…….”

     

    루크가 타박받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뭐야, 그런 거였어?”

    “하하하! 그러네, 그런 의미에선 맞아!”

     

    다시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루크는 여전히 그 분위기의 차이에 적응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마르코는 생각했다.

     

    정말로 그렇게 베일에 꽁꽁 싸여 있던 ‘환혹의 초마법사’의 정체가, 사실은 정말로 10살배기 여자애였다니.

    그것도 내가 아는?

     

    ‘이건 진짜 말도 안돼.’

     

    마르코는 오늘 이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일축하기에는, 눈앞에서 펼쳐졌던 광경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마르코는 허탈한 목소리로 루크에게 물었다.

     

    “……너, 광물티어가 아니라는 게 그런 뜻이었어? 랭커였다고? 대체 어쩌다 랭커가 된 건데?”

     

    그 질문에 대한 루크의 대답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넘어 건조할 따름이었다.

     

    “뭐, 그냥…….”

     

    루크가 어느새 랭커가 되어있던 이유는 사실 꽤나 단순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루크가 ‘한가했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겨울이라 화단의 꽃이 피지 않아 관리할 시간을 낼 필요도 없었고, 세공을 의뢰한 마석들과 주문한 인형들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현재 루크가 할 만한 것은 기껏해야 마나를 모으며 서클을 안정화시키는 정도의 작업 뿐.

     

    그렇다보니 루크가 집에서 할 만한 건 게임밖에 없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심 마음에 들었던 다이아몬드를 넘어서 닉네임 앞에 별 이상한 숫자 뱃지가 달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맘에 안 든다고 일부러 지는 것도 ‘게임 약관 위반’에 해당하는 일이다보니 조금 더 열심히 했을 뿐이고, 그러다가 어느덧 372위의 랭커가 되고 말았던 거다.

     

    그 과정에서 루크는 아는 사람은 아는 ‘유명한 핵쟁이’가 되기는 했지만, 평소 계정설정에 자동차단이 설정되어 있는 탓에 모든 채팅이 보이지 않고, 게임 관련 커뮤니티도 전혀 하지 않으니 당연히 베일에 싸일 수밖에 없었던 것.

     

    “열심히 하다보면 된다. 상대가 구사한 전략을 예측하고, 그것을 파훼할 방법을 설계하면서 상대의 공격은 피하고, 내 공격은 다 맞추면 이길 수밖에 없잖은가.”

     

    그건 당연한 소리다.

    그걸 실천하기가 말도 안되게 어려워서 그렇지.

    왜냐하면, 슈퍼 매직 리그는 절대로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5대5 로 벌어지는 실시간 전략형 공성게임, 그렇다보니 당연히 고의적으로 패배하여 타인의 기분을 나쁘게 하려는 사람은 꾸준히 있어왔다.

    루크 역시 그런 사람들을 만나왔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랭커를 달았단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팀 운이라는 것도 있잖아? 고의로 지려고 하는 사람도 많았을 텐데…….”

    “팀 운? 모르겠군. 뭐 그렇게 의심되는 사람도 있기는 있었지만…….”

     

    이겨가는 판에서 항복투표가 눌리는 경험은 꽤 불쾌한 경험이기는 했지.

    그래도 꾸준히 하다보니 점수는 계속 오르게 되어 있더라.

    결국 열심히 하면 될 수 있는 거다.

     

    “뭐, 그것도 많이 하면 다 해결 되던데.”

    “허허.”

     

    그런 루크의 말에 마르코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간단하게 말하는 거 아닌가.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마르코는 문득 궁금함이 들었다.

    환혹의 초마법사라니, 대체 여자애가 그렇게 틀니냄새 나는 닉네임을 지은 이유가 뭘까.

     

    “그런데 왜 닉네임이 환혹의 초마법사야?”

    “환혹의 대마법사라고 하려고 했는데, ‘대마법사’는 중복이더구나. 그래서 대마법사를 초월한다는 의미로…….”

    “아니 뭐야, 그 센스.”

     

    루크가 사차원인 건 알았지만, 이건 좀 심한데.

     

    그러던 중, 사람들 중 한 명이 제안했다.

     

    “너, 진짜 방송해볼 생각은 없냐? 너라면 무조건 돈 복사 가능할 것 같은데!”

     

    그가 꺼낸 방송이라는 이야기에 갑자기 사람들이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아, 그래! 니가 방송 한다고 하면 나 무조건 본다, 진짜.”

    “맞아, 여자애가 그렇게 게임을 잘하긴 쉽지 않지.”

     

    방송시장에서는 화제성이 곧 인기.

    그들이 보기에도 루크는 충분한 화제성을 갖고 있었다.

    이 정도로 예쁜 외모에 게임실력까지 일류라고 하면, 인기가 없으려고 해도 없을 수가 없다.

     

    게다가 그 유명한 핵쟁이, ‘환혹의 초마법사’의 정체가 이 여자아이라고 하면…….

     

    아마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화제가 되겠지.

     

    그에 루크는 눈썹을 모으며 중얼거렸다.

     

    “방송? 그게 대체 어떻게 돈이 된다는 말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람들이 정말로 여자애가 게임하면서 노는 걸 돈을 주면서 본다고?
    제발 헛소리좀 그만 하거라.

    그나저나, 이제 또 슬슬 700만 조회수 특집 외전을 쓸 때가 된 것 같군요…!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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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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