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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3

        

         

       그리하여 일본에서도 다케시마로 독도를 정화하기 위해 인원을 파견하였다.

       악귀에 대항하기 위한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무인들,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장비를 지닌 마법사들, 일본이 직접 개발한 개인화기로 무장한 해상자위대원, 악귀를 물리치고 다케시마에 결계를 만들 때 도움을 주려는 음양사들까지.

         

       악귀가 몇이라고 할지라도 두렵지 않은, 너무나 든든한 조합이었다.

         

       그리하여 한국과 일본의 정예가 좁디좁은 섬에 모이기 시작하였다.

         

       암초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 섬으로 말이다.

         

         

         

        * * *

         

         

       처얼썩.

       처얼썩.

         

       바람이 불지 않아도 파도는 친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거세게 친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파도는 부서지며 물기를 쏟아내고, 자신이 비라도 되는 것처럼 구름이 쏟아내는 비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리움에 몸을 맡긴 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니.

         

       그것은 바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섬이라.

         

       “하. 독도가 저렇게 되다니….”

         

       그것이 바로 독도.

         

       외롭고 작은 섬이었다.

         

       하지만 외롭고 작다는 별명과는 다르게 평소의 독도는 나름의 활기가 있는 섬이었다.

       상공에서는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고, 섬에서는 경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거기에 인프라의 부족함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독도에서 지내고 있는 주민들도 소수나마 존재하고 있었으니.

         

       적어도 사람 냄새가 최소한이라도 맡아지는 섬이 바로 독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무슨 공포 영화에서 볼법한 섬처럼….”

         

       사람 냄새?

       없다.

         

       상공에 날아다니던 갈매기?

       없다.

         

       오가던 바닷새들은 불길함을 감지라도 한 것인지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고, 독도에서는 그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독도경비대가 주둔하는 시설이나 소초들은 그대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고, 독도 내부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키우던 개들도 죄다 죽기라도 한 것인지 죽음과 같은 침묵이 감돌 뿐이었다.

         

       게다가 보라.

         

       저 하늘을.

         

       청명하기 짝이 없는 저 하늘을.

         

       너무 맑아 구름 한 점 보이지 않고, 바다의 푸르름보다도 더 푸르른 색채를 보이는 저 하늘을 보라.

         

       저렇게 맑고 깨끗한데도 어찌 이런 느낌을 주는가.

       황량하고, 괴이하고, 불길하고, 꺼림칙하며, 불결하고, 어수선하다.

         

       구름 한 점 없음에도 어수선하다.

       그 어떠한 얼룩이 없음에도 불결하게 느껴진다.

       먹구름이 가져오는 어둠이 없음에도 꺼림칙하고 불길하며, 바다의 습기를 한껏 머금었음에도 사막보다도 황량하게 느껴진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섬의 하늘은 괴이쩍은 느낌마저 풍기고 있으니.

         

       이것이 아니면 무엇이 귀신의 섬이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저 독도에 올라가 있는 저 흉물(凶物)!

         

       사람이 타고 있었을 철선은 하나의 구조물처럼 독도에 올라가 있었고, 피비린내와 시체 냄새를 풍긴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독도를 공포 영화 속의 풍경처럼 만들어내고 있다.

         

       참으로 불경하고, 불길하게도 말이다.

         

       “하이고, 귀기(鬼氣)가 강렬하다 못해 넘쳐나는구나. 아주 넘실거리니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야.”

         

       그리고 이러한 불길함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영능력자였다.

         

       “미치겠구나 미치겠어. 몸주께서 저 섬에 접근하지 말라고 아주 지랄발광하시네. 용맹하던 장군님께서 이럴 지경이니 저 섬은 아주 끔찍한 지옥도나 다름이 없겠어. 정말로 가기가 싫구나, 가기가 싫어….”

         

       “쯧쯔. 박수께서도 그러시오? 나도 그러오. 내 몸주도 과자를 한 보따리를 안겨주겠다는데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소. 보이시오? 몸주께서 내 머리를 이렇게 잡아당기고 있지 않소. 저기가 어지간히 위험한가 보오.”

         

       주술사가 부족했던 대한민국은 그 빈자리를 영능력자로 채우기로 했다.

       하여 영능력자 중에서도 특별히 평이 좋은 사람들을 골라 배에 태웠는데….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배에 탄 이들은 독도에 가까워질수록 표정이 안 좋게 변해가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능력이 발하는 경고 때문에 속이 뒤집히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느낌을 받고 있었고, 몸주라 불리는 귀신을 부리는 무당들은 그들이 저곳에는 죽어도 가지 못하겠다고 뻗대며 온갖 난리를 치자 거기에 말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영능력자들의 반응을 본 다른 사람들의 표정 역시 덩달아서 악화하여갔다.

         

       그들을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이 섬에 발을 디디기 전부터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그나마 그들이 당장 회항하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담담하게 있는 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흐으, 죽겠구나 죽겠어. 거기 주술사 도령께서는 이 귀기가 느껴지지도 않으시오? 어찌 그리 속 편하게 무표정하게 거기 앉아 있나 몰라?”

         

       최근 방송에 출연하며 명성을 얻은 토종 주술사.

         

       박진성.

         

       “하하. 충분히 느껴집니다. 분명 낮이라서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귀기가 너무 강렬하군요. 솜털이 삐죽삐죽 솟고 닭살이 돋는 느낌이 드는 것이, 범상치 않은 녀석들이 가득한 모양입니다.”

         

       “허어. 그 정도면 능력 있으시네. 어디 다른 감각은 안 느껴지시나?”

         

       “다른 감각이라….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마는, 코로는 맡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다 냄새와는 확연히 다른 물비린내에 썩은 내가 풍기는 것이, 물귀신 비슷한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고, 도령은 주술사가 안 되었으면 무당일을 했겠어. 그것도 꽤 실력 있는 무당말이야.”

         

       “하하,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아니야. 나도 귀기 때문에 속이 좀 울렁거리는데 도령은 아무렇지도 않잖아? 내 그것만 보더라도 도령이 나이를 훨씬 뛰어넘는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가 있어. 하니 악귀에 애먼 사람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싶어.”

         

       진성은 영능력자들의 안색이 창백해지거나 시퍼렇게 변해가는 와중에도 멀쩡했다.

       그들과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감각이 둔해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 듯 보였는데, 그런데도 그는 멀쩡하게 안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지 평온하게 독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최전방에서 왔다는 군종 장교들과 비슷한 태도로 보였다.

         

       이러한 진성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와닿게 하는 것이 있었다.

         

       특히나 진성이 이곳에 있는 사람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이란 걸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말이다.

         

       게다가 저 담대한 태도에 더해, 다른 영능력자들의 보증이 더해지기까지 했다.

         

       나이와 앳되어 보이는 얼굴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될, 실력자라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걱정을 품에 안으면서도, 과한 두려움은 품지 않을 수가 있었다.

         

       악귀가 위험할지언정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충분히 자신 선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품은 채, 독도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리고 같은 시각.

         

       일본에서 출발한 배 역시 독도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흐음….”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배와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한국은 나름 긴장하고 있으면서도 투지를 불태우는 느낌이라면, 일본은 착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긴장 때문에 한데 뭉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던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의 배는 끼리끼리 몰려있는 느낌이 강했다.

         

       마법사들은 자기들끼리 몰려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고, 음양사들은 다른 이들과 섞이고 싶지 않다는 듯 선실에 콕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무인들과 신관 한 명이 모여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

         

       “옛말에 이르기를 살불살조(殺佛殺祖)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베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베어야 하는 것이 바로 파격이라. 내 그 말을 금과옥조로 삼고 살았으나, 실제로 부처를 벨 기회는 없었지요. 하지만 오늘 부처 대신에 귀신이라도 벨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소.”

         

       물론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 정상적인 대화는 아니었다.

         

       “쯧. 당신네 유파는 뭐만 하면 벤다고 그러지. 어찌 보면 시현류(示現流)의 족속들보다 이상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소. 그치들은 내려치기에 미쳤지만, 댁들은 뭐만 보면 베고 싶어 안달이 났으니 말이야.”

         

       “하하하. 자네도 똑같은 생각으로 자원한 것이 아닌가?”

         

       “무슨 소릴. 우리는 애국충정을 다하기 위해 자원을 한 것이오. 그냥 귀신을 베고 싶다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이유로 자원한 댁들과는 다르게, 대의를 품고 이 배에 타고 있단 말이지.”

         

       “쯧. 언제까지 그렇게 겉치레에 집착할 것인가? 본디 무사라는 것은 죽고 죽이고, 베고 찌르는 것에 미쳐있는 족속들인 것을. 사람을 한 풀 벗겨보면 똑같듯, 무사 역시 전부 똑같은 본능을 가지고 있어. 자네는 그 본능을 피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는 높은 경지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네.”

         

       “하하하. 별 이상한 소릴. 우리 유파가 댁 유파보다 크고 더 강한데, 높은 경지 타령은.”

         

       “끌끌. 풍선이 크게 부푼다고 해서 두려워하는 이는 없지. 본디 힘이라는 것은 실전을 통해서 단련되는 것이라네. 댁들처럼 어중이떠중이 다 받아들이고 겉으로 보이는 살만 뒤룩뒤룩 찌워서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그들은 칼을 손질하면서도 서로에게 날이 선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말들은 귀신들이 들어차 있는 섬으로 가서 싸울 전우들끼리 나눌 대화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배에 자원해서 탑승한 이들은 부와 명예에 집착하는 무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케시마에 창궐하는 악귀를 검으로 모조리 베어 넘긴, 다케시마 정화의 일등 공신.’이라는 명예.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정부가 잘했다면서 줄 포상.

         

       그 두 가지를 원해서 탄 이들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당연히 서로를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더 큰 파이를 먹어 치우기 위해서.

       더 많은 활약을 하고, 더 큰 명예와 돈을 얻기 위해서.

         

       “하하. 그래. 댁네 유파랑 우리 유파. 누가 더 많이 악귀를 베나 경쟁해보자고.”

         

       그렇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무인들은 동료가 아니었다.

         

       경쟁자였다.

         

       한정된 파이를 뺏고 빼앗는 경쟁자 말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날이 선 신경전이 이어질 수밖에.

         

       하지만 참으로 다행히도, 이들의 신경전은 칼부림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둘 사이를 중재하는 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그렇다면 저는 미약하게나마 재주를 발휘해서, 무인분들이 무사히 경쟁을 마칠 수 있도록 해야겠군요.”

         

       여우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신관의 옷을 입고, 화려한 주물을 몸에 휘감고 있는 남자.

         

       자신을 ‘사이고’라고 불러달라고 한 신관 덕분이었다.

         

       그는 무인들의 신경전이 과열될 즈음에 끼어들어 분위기를 냉각시켰으며, 두 유파가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했다. 거기에 더해 과하게 공을 탐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무인 모두에게 호감을 얻기까지 했다.

         

       게다가 저 겸손하기 짝이 없는 태도를 보라.

         

       젊은 목소리를 보니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은 듯 보이는데, 그렇게 젊은 나이임에도 겸손함을 알고 있는 저 태도라니.

       이 배에 타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능력이 부족한 이는 아닌데,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능력을 뽐내지도 않고 있다. 게다가 무인들이 악귀에 쉽게 당하지 않도록 직접 만든 부적을 안겨주는가 하면, 칼에다가 귀신을 쉽게 죽일 수 있도록 신력까지 담아주기까지 했다.

         

       “이런. 사이고 신관께 신세를 좀 지겠군.”

         

       “신관, 본토로 돌아가면 나와 술이나 마시지. 내 휘황찬란한 자리를 준비하겠소. 무용담을 떠들면서 밤새워 놀아봅시다.”

         

       그렇게 일본의 배도 순항하여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위태위태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묘하게 균형이 맞은 채로.

         

       그렇게 섬으로.

         

       섬으로 나아간다.

         

         

         

        * * *

         

         

         

       다리가 있음에도 다리로 기어 다니지 않으니 이는 다리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요.

       손이 있음에도 손으로 무언가를 집을 수 없으니 이는 육신이 없어 벌어지는 일이라.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정신을 품은 채 형상을 간신히 빚었으니 귀신이라.

         

       이 균형이 깨진 채로 존재하는 기묘한 것을 보며 질문을 던지나니.

         

       과연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그 질문은 이어지고 또 이어져 왔다.

         

       하여 이 질문을 탐구하고 답을 얻기를 탐구하니.

         

       그들을 일컫기를 죽음의 탐구자요, 귀신을 연구하는 이들이라.

         

       강령술사(降靈術師)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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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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