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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3

       가주의 호의 하에 시작된 진법 제작.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의 진법 제작은 제갈영명이 맡았다.

         

       제갈영명은 진법사 치고는 젊은 편이었으나 제갈세가를 대표하는 후기지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자.

         

       실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행들도 제갈영명이 마음에 든 듯 했다.

         

       “괜히 제갈세가의 여식이 붙었다가는…”

         

       “과한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싹은 미리미리 자르는 것이 좋겠지요.”

         

       일행끼리 뭐라 쑥덕거리더니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져왔으니까.

         

       “이분들과 함께 방진을 형성하신다는 겁니까?”

         

       우리들의 방진을 만들어주기 위해 배정된 제갈영명은 내 요구에 일행들을 쭉 둘러보았다.

         

       사실 진법가에게 내가 내민 요구는 별로 유쾌한 조건이 아니다.

         

       보통 방진은 문파 단위로 운영하며 동일한 유형의 기운으로 통일되는 것이 전제이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기운을 하나로 엮어내는 진법을 만들어 달라는 건 진법 제작의 전제를 뒤집는 일.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진상스러운 요구라고도 할 수 있다.

         

       “하하, 재미있겠군요.”

         

       그러나 제갈영명은 싫은 티 하나 내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여러분들의 기운과 움직임을 살펴야하니 기초적인 합격방진을 익히며 상황을 보겠습니다. 일단은 삼재진부터 펼쳐 보실까요?”

         

       우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삼각형의 대형을 이루었다.

         

       진법이란 사람이 그리는 기맥 같은 것이다.

         

       기의 운행경로에 따라 사람의 몸에 내공이 쌓이고 그 내공에 색이 입혀지듯이 진법의 운행경로에 따라 모여들고 기운이 다르고 그 기운의 사용법이 달라진다.

         

       그러니 보통 절진이라고 할 수 있는 진들은 구성자들이 다방면에서 날아오는 기를 받아들이고 동시에 다방면으로 쏘아 내야 했지만 지금 우리가 펼칠 진법은 삼재진.

         

       상황에 따라 왼쪽이나 오른쪽의 사람에게 기를 몰아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진법이다.

         

       “그럼…개진!”

         

       스스스스스!!

         

       당도연까지 포함된 여섯 명의 인원들이 일제히 기를 방출했다. 그리고 그 순간 느꼈다.

         

       이거 쉽지 않겠다고.

         

       진법의 기본은 흐름을 만드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을 만드는 핵심은 내 내공에 다른 사람이 간접할 수 있도록 밀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에게 온 기운을 받아 내 기운을 더해 다음 상대에게 전달한다.

         

       마치 눈덩이를 굴리듯이 그런 흐름을 만들어내며 진법의 기운을 불리는 것이 합격진이라 할 수 있겠지.

         

       나는 그 첫 단계인 타인의 기운을 받는것부터 삐걱였다.

         

       스스스스!

         

       나에게 전해져 오는 흑묘의 구음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다른 이들의 기운과 함께 전해져 온 구음기. 그 구음기는 살금살금 다른 기운을 살라 먹으며 덩치를 불리고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 거지?

         

       안 그래도 어려운 판국인데 뇌륜마저 말썽이었다.

         

       우웅! 우우웅!

         

       진법에 도는 기운과 조금도 섞일 생각이 없다는 듯이 움직이는 뇌륜의 기운. 마치 물 속에 떠 있는 기름처럼 과한 존재감을 지닌 뇌기는 그냥 진법의 운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나 마찬가지.

         

       나에게 기운을 전달받은 여일예의 인상이 찡그려진 것을 보면 상황은 명백했다.

         

       쿠우우웅!!

         

       구음기에 뇌기에 다른 이들의 기운까지 아주 그냥 완전히 따로 노는 기운을 엮어내기 위한 여일예의 선택은 그냥 감싸버리기였다.

         

       구음기고 뇌기고 뭐고 그냥 물량으로 밀어 버린 셈이다.

         

       “읏!”

         

       그리고 독고이설은 그런 거대한 기운을 모두 감당하지 못하고 사방팔방으로 흘렸다.

         

       안 그래도 따로 노는 기운들에 더해 여일예의 거대한 기운까지 합쳐졌으니 여일예가 다음 주자인 독고이설이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그런 상황속에서도 독고이설이 필사적으로 기운을 수습해 당도연에게 넘겼지만 그 기운을 넘겨받은 당도연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음…”

         

       나나 흑묘에 묻혀서 그렇지 독고이설의 기운도 딱히 진법에 적합한 얌전한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그야말로 악순환의 반복.

         

       따로 노는 기운들을 제대로 다룰 수가 없으니 흐름을 타고 점차 거대해져야 할 진법의 기운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냥 일행의 내공을 허공에 뿌리는 상황.

         

       “그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다못한 제갈영명이 진법을 중단시켰다.

         

       계속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던 제갈영명의 입꼬리는 진작에 내려간 상태였다.

         

       “독특한 기운을 지니신 분이 많군요.”

         

       “어려운 의뢰를 드려 죄송스럽군요.”

         

       “하하, 아닙니다. 뇌검낭인님이 뇌기를 다룬다는 것은 천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일. 이 정도 난관은 예상했으니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고 있는 제갈영명의 시선이 잠시 흑묘와 여일예 그리고 독고이설에게 닿았다.

         

       솔직히 나 역시 지금 상황이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인지라 제갈영명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개성이 강한 기운들을 품은 일행이 한데 어우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연한 상상과 현실의 격차는 제법 차이가 컸다.

         

       제갈영명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려운 난제를 마주하면 그 난제를 풀었을 때의 성취감도 큰 법이지요.”

         

       멋들어진 말을 내뱉으며 도전 의욕을 내비친 제갈영명.

         

       “…아무래도 혼자만이 힘으로는 어렵겠군요.”

         

       그런 제갈영명은 일주일 뒤 눈 아래가 잔뜩 검어진 채 백기를 올렸다.

         

       그러나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잔뜩 피폐해진 제갈영명의 뒤로 지긋한 중년의 세 사람이 도열해 있었으니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연륜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경험이 많다면 아무래도 우리 일행처럼 특수한 경우에 대한 대처가 훨씬 매끄럽겠지. 연륜 있는 진법가 셋이 붙는다면 충분히 해법을 찾아줄 수 있겠지.

         

       “허허, 내 진법만 삼십 년을 다루어 왔거늘 이런 의뢰는 또 처음이야.”

         

       “그래도 꽃다운 처자들이랑 일하니 의욕이 나는군! 저런 딸내미 하나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

         

       “자네 덕분에 이렇게 세가에서 발 뻗고 쉴 수 있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해봄세!”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신규 인력 투입에 나 역시 힘이 났고 일행들도 마찬가지로 의욕을 불태웠다.

         

       나는 새로이 투입된 세 사람의 진법가들과 협업하며 이번엔 된다고 생각했다.

         

       딱 일이 잘 풀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니까.

         

       우리는 열정적으로 진법 수련에 임했고 제갈세가의 네 사람은 우리와 교류하며 동시에 저들끼리 합심하여 진법을 고안했다.

         

       그렇게 서로 으쌰으쌰해가면서 진법 개발에 매진하길 2주.

         

       2주간의 성과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완벽하게 제자리 걸음!

         

       2주전의 열정은 차게 식었고 진법가들과 내 일행은 서로를 서먹하게 바라보는 사이가 되었다.

         

       “미안하구만. 우리들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무리인 듯 싶으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지요.”

         

       나는 터져나오는 한숨을 억누르며 네 사람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이미 눈 밑이 퀭해진 네 사람은 충분히 노력해 주었다.

         

       제갈세가에서 실력 있는 진법가들을 넷이나 붙여주었는데도 안 되는 일이라면 애초에 안 되는 일이었겠지.

         

       이들이 해결하지 못한 우리 일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라면 진법을 대성한 진법사들 정도다.

         

       그러나 진법기술을 대성한 진법사들은 만나기가 극히 어렵다.

         

       절진 속에 숨은 진법사를 어떻게 쉽게 만날 수 있을까.

         

       진법사를 찾는 목적은 부탁을 하기 위함인데 그런 절진을 힘으로 부수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런 진법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운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게임 무림천하에서는 그런 진법가들을 만날 수 있는 시기와 이벤트들이 정해져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이벤트라고 해 봐야 내년인 상황. 게다가 이미 내가 알고 있던 무림천하의 흐름과 완전히 달라진 지금 그 이벤트가 그대로 펼쳐질 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혈교가 부릴 영물의 대응책은 다른 방식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나.

         

       그런 생각을 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달래고 있을 때였다.

         

       “대협.”

         

       제갈영명이 다가왔다.

         

       “제갈영명님께서도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수고라니요…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어찌 수고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귀한 시간만 빼앗고 도움이 되지 않아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잡는 제갈영명.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런 제갈영명의 행동에 나는 순간적으로 안색을 굳혔다. 남정네가 징그럽게 내 손을 잡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제갈영명의 손이 내 소매를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제갈영명이 내 소매에 무언가를 넣었다.

         

       의뢰에는 실패했지만 후기지수인 우리끼리 우애를 쌓은 모습이 보기 좋다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세 진법사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각도였다.

         

       “부디 대업을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평범한 말이었지만 소매에 무언가를 넣은 뒤 건네는 말치고는 꽤 의미심장하다.

         

       방금 소매에 넣은 것을 활용하면 내 목적인 합격방진을 제작할 수 있다는 뜻일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갈영명이 제갈세가에서는 금기시되는 무슨 수를 나에게 제안한 모양이다.

         

       “큰 빚을 졌습니다.”

         

       진짜 빚을 졌네.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신세를 졌지요.”

         

       제갈영명은 나에게 그런 수를 제안한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웃으며 사라졌다.

         

       만약 제갈영명의 행동을 목격한 이가 있더라도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표정연기였다.

         

       …이게 바로 계략으로 유명한 제갈세가의 수준?

         

       호의를 사서 다행이지 진짜 적이었으면 소름 돋았겠네.

         

       전문 도박사들도 뺨을 때릴 수 있을 명연기를 펼친 제갈영명이 사라지고 나는 타인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내 소매에 든 것을 꺼냈다.

         

       제갈영명이 내 소매에 넣은 것은 손바닥에 쏙 들어올 크기의 각문패와 한 장의 쪽지였다.

         

       쪽지의 내용은 짧았다.

         

       -사문현 와룡산.

         

       쪽지에 적인 내용은 간단했으나 그 의미를 전달받기에는 충분했다.

         

       사문현 와룡산에는 제갈영명과 인연이 있는 고절한 진법사가 있고 이 각문패는 그곳을 드나들 수 있는 출입증이라는 뜻이겠지.

         

       아니 그냥 예의상 한 말이었는데 진짜로 신세를 졌네.

         

       일이 다 끝나면 몸에 좋은 영약이라도 무더기라도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사문현 와룡산.

         

       새 목적지가 생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늦어 죄송합니다!

    내일은 정시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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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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