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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3

    <423 – 물귀신 메타>

     

    순식간에 씨앗 두 개의 성장결과물과 부산물인 정령들까지 싹쓸이 당하자 오르캐치 선배가 뒷목을 잡고 억 소리를 냈다.

     

    “너 이 자식,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대결을 신청했구나!”

    “안전 대비를 게을리 한 선배 잘못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만드라고라도 뺏기고 다니지!

    팩트를 지적했을 뿐인데 오르캐치 선배가 아주 격노하면서 외쳤다.

     

    “아 그래? 그럼 너도 소환해보시지! 나도 똑같이 쓸어갈 테니까!”

     

    여기서 허접한 일반등급 씨앗을 뿌리면 쫄았다고 발뺌하는 거나 다름없지.

    목표가 선배를 피꺼솟 시켜서 고혈압으로 쓰러지게 만들기라면 대성공이겠지만 이번 대결의 목적은 고인물의 실력을 보여주기!

    같은 수법에도 당하지 않는 안전하면서도 악랄한 콤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가랏, 뚠뚠초! 너로 정했다!”

     

    <급속성장 – 뚠뚠초>

    <인벤토리 – 비료소환>

     

    전개의 시작은 비료를 먹는 족족 덩치가 커지는 뚠뚠초.

    뚠뚠초가 지닌 흡수의 성질을 잘 살리면 마법도 흡수하는 천갑옷이나 로브로 만들 수 있어 마법내성장비를 만드는 데 쓰이는 제작재료희귀식물이다.

    청소기를 쓰지 않았어도 눈이 뒤집힐 정도로 탐이 나는 희귀식물의 등장에 오르캐치 선배의 눈에 탐욕이 떠올랐다.

     

    “하. 뺏긴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식물을 내놓다니. 접대라도 하겠다는 건가? 이거 알고 보니 아주 기특한 후배였군 그래.”

    “누구 멋대로 뺏어가려고 그래요? 아직 두 개나 남았다고요.”

     

    이 뚠뚠초는 조합에 따라서 남의 억까에는 안 당하고 내 억까는 위력을 극대화하는 억까빌드의 핵심씨앗으로 쓰인다.

     

    “다음은 거미초! 너로 정했다!”

     

    <급속성장 – 거미초>

    <암흑부여>

    <물리내성강화>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제작재료희귀식물인 거미초.

    거미줄처럼 풀을 뻗는 이 식물몬스터는 풀에 걸린 먹이를 잡아먹으면서 점점 크고 단단해진다.

    심지어 거미초 스스로가 사냥감에게서 습득한 마나사용지식을 응용해서 이런저런 마법을 거는 습성도 있어서 마나전도율도 높다.

    광물계에 마나전도율이 높은 블루메탈이 있다면 식물계에는 거미초가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

     

    “하하하! 뭐냐 이게. 두 배 이벤트냐? 1+1인가? 값비싼 보물만 연달아 소환한다고 뭐가 되지는 않는다고, 이 철없는 아가씨야.”

    “흥. 1+1에는 사은품 별도증정이 기본이거든요? 그렇게 자신이 넘치면 어디 이것부터 보고 판단해보세요. 지금이 누가 웃고 있을 때인지!”

     

    마지막 세 번째 식물은 주머니가 아닌 청소기에서 꺼냈다.

     

    “마지막은 로얄젤리초! 너로 정했다!”

     

    <진공청소기(+5강) – 로얄젤리초 소환>

     

    자기가 빼앗긴 식물이 필드에 소환되자 오르캐치 선배의 얼굴이 격노의 빨간빛이 되었다.

    티토소가가 사다코 교수님한테 빨강조명을 키면 피칠갑을 한 귀신처럼 보여서 식겁하게 만드는데 저 선배는 화가 나도 진짜 허접해보이네!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사실 방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알겠나요? 이 빌드의 지속성을!”

    “이 자식, 내 로얄젤리초의 특성으로 뚠뚠초와 거미초를 동시에 강화했다고…!”

     

    로얄젤리를 먹고 무럭무럭 덩치가 자라는 뚠뚠초와 로얄젤리에 이끌린 정령들을 잡아먹고 몸체가 단단해지는 거미초.

    심지어 뚠뚠초는 마법을 흡수하고 거미초는 정령들에게서 흡수한 마나사용지식을 이용해서 이런저런 마법을 걸기도 한다.

    마법사용은 얼토당토않고 물리력으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자동으로 수복되는 로얄젤리초의 로얄젤리 때문에 비료와 마나수급원도 확보되는 상황.

     

    “아니 미친. 내 것보다 완성도가 높은 무한동력을 만들었잖아?”

    “흐흫흐! 어때요? 비싼 씨앗도 이렇게 쓰니 돈의 위력이 체감되죠?”

    “하. 그래봤자 넌 상대를 잘못 건드렸어. 필드를 갈아엎는 비겁한 술수는 너만의 전용기술이 아니다!”

     

    오르캐치 선배의 자존심을 건 마법이 즉석에서 연달아 펼쳐졌다.

     

    <균열생성>

    <수분박탈>

    <들어올리기>

     

    공터의 수분을 박탈하고 지면을 가뭄이 든 논처럼 쩍쩍 갈라지게 만든 뒤, 양분을 잃고 메마른 뿌리를 강제로 들어올린다.

    진공청소기(+5강)의 효과를 마법만으로 재현해내는 순발력은 솔직히 인정할만했다.

    그러나 선배의 빌드와 내 빌드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뚠뚠.”

     

    이미 로얄젤리뿐만 아니라 인벤토리에서 꺼낸 비료까지 먹어댄 뚠뚠초의 무게는 상당해진 상황.

    바람만 불어도 휘청거리는 뿌뿌초와 정령의 연사콤보에 비하면 화력은 약해도 진형의 굳건함, 자리를 지키는 중량감은 급이 달랐다.

     

    “이이익!”

     

    오르캐치 선배가 기를 쓰고 마법에 마나를 더욱 불어넣어 염동마법 들어올리기의 위력을 더해보지만 뚠뚠초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쿨럭!”

    “헉, 부장님이 피를 토했어!”

    “마력역류잖아. 대체 얼마나 힘을 쓴 거야?”

    “이 양반 산 타고 다니면서 몸에 좋다는 건 알아서 다 주워 먹고 다녀서 마나통도 3학년 중급반치고는 엄청나게 많은 편일 텐데…”

     

    대결의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쓰러진 선배에게 다가가 격려의 의미로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기억하세요, 선배. 아무리 유용한 메타가 유행해도 돈이 많으면 더 희귀한 씨앗들로 카운터전략을 짤 수 있다는 걸. 인생은 돈이 전부랍니다!”

    “빌어먹을 과금꼬맹이…”

     

    오르캐치 선배가 풀썩 쓰러졌다.

    근데 대결에 쓴 풀들은 이제 어쩌지?

     

    “뚠뚠.”

    “스파파파.”

    “제르르르.”

     

    성채라도 만들 것처럼 거대해진 뚠뚠초와 대형종도 마법의 힘으로 묵사발을 내게 생긴 거미초, 든든한 두 식물몬스터에게 빌붙기로 작정한 로얄젤리초.

    소울메이트마냥 셋이 힘을 합친 식물들이 세모꼴이 된 눈으로 식물동아리 일동과 나를 바라보며 군침을 흘렸다.

     

    “앗차차. 식물몹은 덩치가 커지면 선공몹이 되는 걸 깜빡했네!”

    “앗차차가 아니잖아, 이 미친 후배야! 저거 어쩔 거야. 식물몹은 대결 후에 급속성장으로 기가 다 고갈되어서 자연소멸 하는 것이 국룰인데 저건 무한동력을 갖춰서 오히려 계속 자라고 있잖아!”

    “저한테 생각이 있어요.”

    “무슨 생각?”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기!”

     

    식물동아리 부원선배들이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저런 악질콤보를 공터에 만들어놓고 그냥 튀자고?”

    “그보다 저거, 엄청 값비싼 녀석들이잖아. 저 정도 크기면 재료로 삼으면 엄청난 것들이 나올 텐데 그냥 버려둬도 되겠어?”

    “씁. 솔직히 좀 탐나는데. 그냥 힘으로 줘패놓고 줄기 꺾어다가 재료채집하면 안 되나?”

     

    3학년 선배 한 명이 객기를 부렸다.

    탐욕은 선배들 사이에서 빠르게 전염되었다.

     

    “포인트로 생각해봐. 생산학부 녀석들한테 재료만 팔아도 줄기 하나당 천 포인트는 그냥 먹겠는데?”

    “헉. 눈에 보이는 줄기만 스무 개가 넘는데?”

    “뚠뚠초랑 거미초 두 개니까 합치면 최소 4만 포인트. 강의시간에 두각을 드러내지 않고도 이런 거액을 벌 기회는 흔치 않다고.”

     

    포인트에 눈이 먼 선배들이 값비싼 주머니를 풀어 수십에서 수백 포인트는 가볍게 들어가는 희귀재료를 연달아 던졌다.

     

    <폭발포자>

    <독소포자>

    <연쇄폭발>

     

    <급속성장 – 칼바람초>

    <윈드커터 – 줄기자르기>

    <강풍 – 풍속성 마법위력강화>

     

    <급속성장 – 갈퀴초>

    <은신부여>

    <가르기 – 뿌리 도려내기>

     

    화려한 폭발로 상태이상을 걸면서 식물몹들의 눈속임을 하는 선배, 칼바람초로 바람을 일으켜 줄기를 난도질하는 선배, 갈퀴초로 지면을 통해 잠복전진하며 뿌리를 도려내는 선배까지.

    식물동아리 선배 3인방의 연계는 만드라고라에게 엉망진창으로 얻어터진 그 선배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역시 응애 상대로는 진심으로 싸우기가 그래서 손대중을 해줬던 것이다.

     

    “뚠뚠.”

    “아닛, 몸으로 폭발을 그냥 견뎠어? 게다가 몸집이 너무 커서 상태이상의 효과가 적어!”

     

    식물몹의 스펙이 예상보다 과하게 높다는 사실을 깨달은 선배가 뒤늦게 공격중지를 외쳤지만 칼바람초와 갈퀴초의 공격은 이미 펼쳐진 뒤였다.

     

    “스파파파.”

     

    보통의 줄기라면 윈드커터의 날카로운 절삭력을 지닌 칼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잘려나갔겠지만 정령들을 먹어치워 강해진 거미초에겐 어림도 없었다.

     

    <끈끈이덫>

    <끌어당기기>

     

    “어엇, 내 식물이!”

    “돌아와, 끌려가지마!”

     

    선배들의 애타는 부름에도 거미초의 거미줄은 이제 원거리에서 자신을 습격한 적을 끌어당길 정도로 강해졌다.

    끝내 거미초에 잡아먹힌 식물들이 목이 부러진 시체처럼 줄기를 축 늘어뜨렸다.

     

    <마법흡수 – 윈드커터>

    <마법흡수 – 대지가르기>

     

    흡성대법을 펼친 사악한 마두처럼 게슴츠레 눈을 뜬 거미초.

    녀석이 윈드커터와 대지가르기를 발산하며 자신이 당한 공격을 재현했다.

    우리 응애 만드라고라처럼 레어도가 높은 식물들이 지닌 <공격모방>의 재능이 높은 거미초다웠다.

     

    “보, 보호막!!”

    “미친. 땅에서도 튀어나온다!”

     

    괜히 어설프게 공격을 시도했다가 거미초의 공격수단만 늘려준 선배들이 보호막을 펼치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나마 폭발과 독소포자를 뿌려대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다.

     

    “에휴. 그러게 진즉에 도망치라고 했는데.”

     

    졸지에 공터 한복판에 자라난 희귀식물몹군락지.

    하늘 높이 솟구친 거미줄이 거대한 구체를 그리듯이 본체를 감싸고 영역을 불려나가자 근처의 초목이 시들고 덤불이 뿌리 채 뽑혀 잡아먹힌다.

    영역 안으로 가까이 접근하면 허리춤과 발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윈드커터와 대지가르기 콤보에 시간이 지나면 무한동력처럼 쑥쑥 자라는 성장력까지.

    내가 만들고도 참 흉악한 녀석들이다.

    근데 나 뭔가 잊고 있지 않았나?

     

    “헉. 주의사항을 깜빡했다!”

     

    ━━━

    경고! 위 콤보는 위어드 교수님이 참관하는 대결이 아닐 시 사용하지 마시오.

    무한동력으로 성장하는 식물몹에 의해 악질식물군락지가 세를 넓혀 챕터보스급의 잠재력을 지닌 필드보스가 탄생함.

    만일 아카데미 외부에서 이 콤보를 사용했을 시, 한 달 이내에 반드시 제거하지 않으면 회차진행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됨.

    ━━━

     

    이마에 땀이 삐질삐질 맺힌다.

    아카데미 외부에서 펼치질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위어드 교수님한테 걸리면 어린 것이 싹수가 대단하다며 랩실에 잡혀가기 딱 좋다.

    악질식물군락지를 이용한 사보타지 연구로 5년을 썩었던 기억은 두 번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야, 1학년! 저거 어쩔 거야!”

    “진짜 우리만 도망쳐도 되는 거야?! 다른 학생들이 근처에서 얼쩡거리다간 발목 잘리고 질질 끌려가서 잡아먹히고 막 그러는 거 아니지?”

    “어… 음… 충분히 그렇게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어떡해!”

    “악! 벌금!”

    “교, 교수님을 불러야해. 위어드 교수님이라면 분명 어떻게든 해주실 거야.”

    “학생회에 신고하면 대신 처리해주지 않을까?”

    “잠깐만요! 교수님이나 학생회 말고도 아직 해결책이 남아있어요.”

     

    저런 흉악생명체를 탄생시켜서 물어내야 할 벌금은 나도 무섭다.

    그래도 아직 인명사고가 터지기 전인 지금이기에 취할 수 있는 제 3의 선택지가 남아있다.

     

    “4학년 생산학부 선배님들한테 희귀식물군락지의 위치정보를 팔아치우면 돼요!”

     

    4학년 선배들은 희귀재료를 채집하고 우리는 사고 친 것 뒷수습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잠깐, 우리라니? 이건 니 책임이잖아.”

    “맞아. 니가 부른 괴물을 우리 탓으로 엮지 마!”

    “선배님들이 도망치지 않고 덤벼들었다가 흡수당한 식물들 때문에 흉악한 기술을 새로 배웠잖아요.”

    “앗.”

    “어휴 바보야, 당황하면 어떡해? 끝까지 시치미 뗐어야지.”

     

    이미 늦었다.

     

    “제가 벌금을 내면 선배들이 저지른 사고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술할 거예요. 죽어도 같이 죽는 거야!”

     

    선배님들이 아무리 발을 빼고 싶어도, 시치미를 떼고 싶어도 어림도 없다.

    나 버리고 도망치면 그때는 이판사판 물귀신 메타로 가는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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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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