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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4

    그렇게 PC방에서의 소동이 끝나고 난 뒤, 루크 일행은 예정대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가 끝나자 우르르 상영관에서 빠져나오는 인파.

    그 안에는 루크와 메리, 시루드도 있었다.

    “흑, 영화 너무 재미있었다, 그치?”

    아무래도 영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메리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시루드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으음……. 글쎄, 난 잘 모르겠던데. 그게 그렇게 울 정도였나?”

    “무슨 소리야, 그렇게 감동적인 영화였는데! 넌 피도 눈물도 없니?”

    시루드의 시큰둥한 반응에 메리는 마치 자신이 모욕당한 것처럼 화를 냈다.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에 어떻게 그렇게 담담할 수가 있는지!

    하지만 시루드는 그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스토리는 꽤나 뻔한 내용 아니었나?

    물론 시루드도 주로 웃긴 장면들의 위주로 구성된 초중반은 꽤나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억지로 관객을 울게 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영…….”

    그런 시루드의 이야기에, 메리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루드, 감수성이 부족해!”

    하지만 메리의 매도에도 시루드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할 뿐이었다.

    “서클러인 나한테는 칭찬이네, 고마워.”

    “…….”

    그러네, 생각해보니 시루드는 원래 감정이 많으면 안되는 애였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 왠지 마음 한켠이 덜컥, 하고 만다.

    하긴, 최근 시루드가 무뚝뚝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던 메리는 그 미묘한 분위기를 되돌려놓고자 루크에게 물었다.

    “그럼, 루크는?”

    “음, 나 말이냐?”

    “응! 영화 어땠어? 재미있었어?”

    “뭐어…….”

    메리의 질문에 루크는 잠깐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했다.

    글쎄, 영화가 어땠다고 해야 하나…….

    “재미있었다.”

    그래, 재미있었다.

    적어도 예전에 메리의 기숙사에서 봤던 형편없는 공포영화보다는 훨씬 나았다.

    인물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 지는 확실히 이해가 되니까.

    루크의 대답에 메리는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히히, 그렇지? 진짜 재미있었어. 감동적이었구!”

    그러다 메리는 문득, 루크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가만히 루크와 눈을 맞추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루크. 너도 울었구나? 눈 주위가 빨갛네!”

    “음, 이건…….”

    메리의 말에 허를 찔린 루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메리의 시선을 피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자신이나 세상이야 어찌되든 전혀 상관없다며 한량 같은 삶을 이어가던 주인공이 결국 극의 마지막엔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한다는 판단을 내리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루크에겐 어쩐지 굉장히 몰입이 되더라.

    주인공의 심정이 가슴에 사무칠 정도로 말이다.

    자신도 한때는 레니에를 위해 모든 것들을 희생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전생의 기억에 불과할 뿐이라고는 해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살짝 눈물이 나왔다.

    단지 그 뿐.

    ……하지만, 시루드에게 그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루크. 이제보니 너도 꽤나 감정적이네?”

    “…….”

    루크는 시루드의 놀리는 듯 한 말투에도 뭐라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대는 꽤나 감정적이구나.’, 그건 바로 루크가 시루드를 처음 만나서 심장에 손을 대고 했던 말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제와서 자신이 했던 그 말을 시루드에게 그대로 돌려받게 되니, 무언가 크게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예전보다 더 감정에 훨씬 더 솔직해진 지금은 더욱 더.

    “마법사는 감정을 죽일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물론, 그래야만 하지.”

    “그럼 왜 영화 보고 운 거야? 눈 주위가 빨개질 정도로 운 걸 보면 설마 일부러 울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

    루크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침묵했다.

    할 말이 없다.

    눈물이 나온 걸 어쩌란 말인가?

    물론 감정을 다스리려면 다스릴 수도 있기는 했지만, 그때의 루크는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영화를 보고 있던 그 순간만큼은 레니에와 함께 하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여신을 봉인하고 죽어가던 자신의 마지막 시야에 비쳤던 그 레니에의 표정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떠올라, 마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그러나 그런 이야길 시루드와 메리에게 꺼낼 수야 없는 노릇이 아닌가.

    “…….”

    그렇게 루크가 여전히 침묵을 지키자, 시루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루크 선생님, 뭐라고 말 좀 해 보세요. 어째서 저처럼 감정을 다스리지 못 하신 거죠? 네?”

    헌데, 자신이 한 말로 놀림받는 것은 아무래도 부끄러움이 도를 넘는 것 같다.

    “루크, 선생님. 아니, 선생님은 아닌가? 선생님은 적어도 자기가 낸 문제는 풀 줄 아니까. 그럼, 감독님? 음, 그래. 차라리 감독님이 더 낫겠어. 감독은 공을 못 차도 할 수 있으니까.”

    “으으윽……!”

    이어진 시루드의 말에 루크는 잠시 침음성을 흘렸다.

    살짝 어지러웠다.

    시루드가 원래 이런 아이였던가?

    시루드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루크에게 쌓여온 것을 모조리 내뱉으려는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냈다.

    실제로도 그랬다.

    시루드가 서클과 감정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루크의 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또 어떻게 보면 시루드를 가장 시험에 들게 한 것도 다름아닌 루크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루드로서는 여러모로 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루크도 그 속사포와도 같은 입담을 평소라면 그저 신기하다 생각하며 제자의 변화를 흐뭇해했겠지만, 그게 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아니 마냥 기쁘게 바라볼 수가 없다.

    “울었대요, 울었대요-.“

    “시루드, 이제 그만해, 그러다 루크 또 울겠다.”

    “엑, 설마 또 울겠어? 루크가 본인의 입으로 마법사는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는 걸?”

    “너, 진짜아-”

    메리의 만류에도 계속된 시루드의 놀림에, 결국 루크는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만.”

    “응? 감독님, 뭐라고 했어? 작아서 안 들렸어.”

    “그만, 그만하라고 했다!”

    루크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루크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시루드도 순간 놀라 입을 다물고 만다.

    하지만, 지금의 시루드라면 지금 이렇게 발끈한 것을 빌미로 또 놀림을 이어나갈지도 모를 일.

    그러나 안타깝게도 루크에겐 자신은 분명 감정을 다스릴 수 있으며, 이것은 그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감정의 표출일 뿐, 제어에 실패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단이 전무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자면, 조금은 제어에 실패한 것이 맞기도 하다.

    원래라면 어른스럽게 타이를 수도 있었을 테니까.

    따라서 루크는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해석하고 접근하는 것을 포기, 이어서 감성의 영역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입을 열었다.

    “정말, 끝까지 할 셈인거야? 오빠가 되어서 동생을 놀리는 게 그리도 즐겁더냐?”

    그래, 자신은 10살이다.

    행정상으로 시루드와 메리보다 무려 한살이나 어린 존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또한 자신보다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것은 바르지 못한 일이기에, 현재의 시루드의 행동을 바르지 않은 것이 된다.

    “……!”

    그 논리를 이해한 시루드는 결국 경악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시루드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생각했다.

    ‘이, 이럴 때 오빠라고 하는 건 뭐야? 이건 반칙 아냐?’

    이럴 거였으면 진작에 오빠라고 부르라고 할 때 부르던가, 이제와서 몸도 다 커서 저러니까 기분이 이상하잖아!

    —–

    그렇게 아이들과 놀고 난 후, 루크는 집에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왔어? 조금 늦었네?”

    “네, 애들이랑 놀다보니까요.”

    루크가 귀가했을 때 언제나 하는 인사를 읊조리면, 거실에서 루크를 기다리고 있던 예르나가 인사를 받는다.

    “그래, 오늘은 친구들하고 뭐하고 놀았니?”

    “밥도 먹고요, PC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고……. 뭐, 그러고 놀았죠.”

    “정말? 재미있었겠네.”

    재미있기도 했고, 피곤하기도 했다.

    시루드, 이제는 아주 마법사가 다 되었더라.

    “그러면, 저녁밥도 먹고 왔니?”

    “네.”

    루크의 대답에 예르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학식이라고 루크도 나름대로 알차게 놀았구나.

    아예 친구들과 놀면서 저녁밥까지 먹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면 나갔다 왔으니까 목욕을 해야지? 바로 들어가, 목욕물은 받아 놨으니까.”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엄마.”

    루크는 감사인사와 함께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 몸이 아무리 자랐어도, 루크의 이 표정과 미소는 여전히 달라진 것 없이 귀엽기만 하다.

    루크는 미소가 참 잘 어울리는 아이다.

    예르나는 그런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피곤하겠다, 얼른 씻고 자렴.”

    “네, 알겠어요. 엄마.”

    “후후, 얘도 참.”

    이제는 꼬박꼬박 엄마라고 불러주는 루크의 말이 너무나 고마워서, 예르나는 루크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잘 자, 좋은 꿈 꾸고.”

    “네, 엄마도요.”

    그렇게 루크는 기분좋게 목욕을 마치고 상쾌하게 자신의 방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루크에겐 목욕을 하고 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 남아있었다.

    그것은 루크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아무리 피곤해도 단 한번을 거른 적이 없는 일.

    바로, 머리의 빗질이다.

    머리를 말리고 나면 항상 제멋대로 날아가고 있는 머리카락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음과 동시에, 관리를 위한 포션을 바르는 일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전생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을 합해 도합 100년이 넘는 세월을 머리를 빗어온 루크에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작업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아무래도 유전자에 수인이 섞인 탓인지 전생보다 더 머리가 더 곱슬거리고 숱이 많아진 지금의 루크는 머리를 빗는 데 걸리는 시간도 굉장히 길어진 것이다.

    그래서 루크는 항상 빗질을 하기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재미난 영상을 틀어놓고 빗질을 시작하는 버릇이 들었다.

    최근 가만히 빗질만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고 있어 시작한 건데, 해보니 나름대로 빗질시간이 지루하지도 않고 시간을 더욱 알뜰하게 쓸 수 있어 나쁘지 않더라.

    게다가, 오늘같이 피곤한 날에는 머리를 빗으며 꾸벅꾸벅 졸다가 빗에 머리카락이 엉켜버릴지도 모를 일.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졸음을 깨워줄 재미있는 영상은 필요했다.

    그렇게 오늘도 루크는 컴퓨터 앞에 앉아 빗질을 하는 동안 볼 만한 영상들을 넘기고 있었다.

    “흐음, 오늘은 무슨 영상을 볼까…….”

    루크는 뭔가 재미있고 유익한 영상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지만, 화면을 가득 메운 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그것은 루크가 자신의 ‘고양이적인 본능’ 해소를 목적으로 컴퓨터로 오직 고양이 영상밖에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뭐, 그래도 평소라면 굳이 다른 영상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재생을 시켰을 테지만, 몸이 자란 탓인가 최근에는 그렇게까지 본능의 영향이 강하지 않아서 고양이 영상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덜했다.

    지금은 고양이 말고 다른 걸 보고 싶은데 대체 뭘 봐야 하나…….

    “아.”

    루크는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렸다.

    PC방에서 얘기했던 그 방송인지 뭔지를 좀 찾아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말싸움(?)요약본.
    야 우냐? 야 ㅋㅋ 얘 운다 ㅋㅋㅋㅋ
    아 씨, 놀리지 마라고!

    이렇게 된 거, 단발성으로 인방 에피소드를 좀 생각해 봤는데요, 떠오르는 게 너무 많아서 고민입니다.
    그리고 원래는 적당히 조회수 특집 외전으로 퉁칠 생각이었는데요, 정사에 포함되어도 전혀 문제없는 방법이 하나 떠올랐어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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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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