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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4

       *** ***

         

       사문현의 와룡산은 제갈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일반 마차를 타도 하루이틀 거리.

         

       나는 와룡산을 올려다보았다.

         

       뭐랄까 엄청난 진법사가 숨어 있는 곳이니 기가 풍부한 명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와룡산은 그와 정 반대였다.

         

       보통 산은 산세가 웅장하지 않으면 특별히 이름이 붙지 않는다.

         

       그런데 와룡산은  이름이 붙은 것이 신기하다고 느낄 정도로 작은 산이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들이라도 반 시진이면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

         

       이 와룡산에 진법을 대성한 자가 숨어 있었다라.

         

       그런 대단한 진법사의 정보를 왜 이런 식으로 전해 주었는지도 의문이고 일단은 무림천하의 고인물인 내가 누구인지조차 짐작도 할 수 없는 고절한 진법사가 있다는 사실도 의문이었다.

         

       물론 그런 의문들과 별개로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한데 모여 산을 오르는 우리의 분위기는…사실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법 형성은 우리들의 공통된 목표였다.

         

       열심히 땀흘려 노력했는데 그런 목표를 성취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벽만 느꼈으니 분위기가 좋은 쪽이 이상하겠지.

         

       본래 협동을 요구하는 일이 처참하게 실패하면 유대감에 금이 가기 마련이니까.

         

       평소라면 이런 한가한 시간에 혁기린과 흑묘가 재잘거리고 등산을 한 당소열은 투덜거림 두 배 상태가 되어 이런저런 막말을 내뱉고 여일예와 당도연은 가볍게 경치 이야기를 하며 한담을 나누어야 정상이겠지만 지금 일행들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고 가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입을 꾹 닫고 수색에 집중할 뿐.

         

       나는 손에 든 각문패를 가볍게 쥐었다.

         

       이게 지금 사태의 해결책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건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각문패를 기점으로 주변의 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호 무사님.”

         

       “예. 저도 느껴집니다.”

         

       나만 느낀 것이 아닌지 일행 중 경지가 가장 높은 혁기린이 반응했다. 마치 방향을 알려주듯이 일정 방향으로 흐르는 각문패의 기운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반각도 지나지 않아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온갖 잡풀과 나무가 울창했던 산 대신 잔디밭이 펼쳐졌다.

         

       “으음.”

         

       나는 난감함을 담은 신음성을 흘렸다. 갑작스럽게 변화한 주변 환경 때문이기도 했지만 뭐 이 정도는 진법을 대성한 진법사라면 충분히 부릴 수 있는 재주.

         

       내가 신음성을 흘린 것은 각문패에 흐르던 기가 깨끗하게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마치 여기까지만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듯이.

         

       “각문패에서 반응이 사라졌소.”

         

       “으음…어쩌죠?”

         

       흑묘의 중얼거림에 나는 딱히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일견 안전해 보이는 잔디밭이지만 이곳이 진법 안임을 감안하면 흩어져 수색하기는커녕 함부로 발을 움직이는 것조차 위험하다.

         

       그러니 일단은 변화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문득 독고이설이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갈영명이 저희를 속인 것은 아닐까요?”

         

       여일예가 고개를 저었다.

         

       “딱히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천하의 모든 일이 명쾌한 이유로 돌아가지는 않는 법이지요.”

         

       여일예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제갈영명 소협이 준 단서를 믿고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닙니까? 잠깐 발걸음이 멈추었다고 의심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 싶군요.”

         

       “가능성은 열어 놓아야지요. 무작정 신뢰할 일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독고이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애초에 제갈영명이 왜 뇌검낭인님에게 도움을 주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설 소저께서 느낀 제갈영명의 성정은 그리 음습한 것이었습니까? 성과를 내지 못하여 미안함을 느끼셨으니 가문에게도 비밀로 저희를 도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점이야말로 의심스럽습니다. 대체 저희와의 인연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가문까지 감쪽같이 속이며 도울까요?”

         

       “…그것은.”

         

       “단순한 호의의 발로라기에는 너무 무겁지 않습니까? 게다가 마지막에 다른 제갈세가의 분들을 속인 모습을 보면 저희에게 보였던 모습을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렵군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던 여일예와 독고이설 사이에 혁기린이 끼어들었다.

         

       “너무 언성을 높여 좋을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실례했군요.”

         

       “…저 역시. 잠시 답답함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분위기를 봐서 적당히 사과 인사를 건넨 두 사람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상황을 고려하여 참은 것일 뿐, 딱히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한층 더 싸늘해진 분위기.

         

       누구 하나 함부로 입을 열기가 어려운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돌연 당소열이 입을 열었다.

         

       “그래, 즐길만큼 즐기셨는가?”

         

       연초를 채워 넣은 곰방대에 불을 붙이며 말하는 당소열은 특정 지점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거문성의 기운을 타고난 당소열.

         

       그런 당소열의 눈에는 무언가 보이는 것일까.

         

       “뭐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시원하게 싸운 것은 아니었으나 싸움 구경까지 했으면 슬슬 모습을 드러내야지.”

         

       당소열이 느긋하게 연초를 한 대 빨아들이는동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니면 담뱃재로 이 풀밭을 모조리 불태워야 모습을 드러낼 생각인가?”

         

       “이런.”

         

       그 말에 드디어 반응이 왔다.

         

       당소열이 바라보고 있던 방향의 공간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여인.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눈 밑에 찍힌 눈물점이었다.

         

       눈물점이 찍힌 얼굴에서 눈을 떼면 다음으로 눈에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세련된 옷차림이었다. 마치 도회지에 사는 옷에 민감한 소저들이나 입을 법한 멋스러운 복장.

         

       속세를 초월한 채 그저 자연을 벗삼아 살아간다는 인식이 강한 진법가의 차림새 치고는 파격적이다.

         

       손에 든 각문봉과 당소열의 확신 어린 시선이 아니었다면 고명한 진법가에게 의뢰를 맡기러 온 어느 가문의 안주인이라 생각할 법한 외형이었다.

         

       “영명 그 아이가 찾아온 줄 알았더니 불청객이었구나.”

         

       “그래도 객은 객이지.”

         

       당소열이 히죽 웃었다.

         

       “어차피 남의 다툼이나 관음할 정도로 시간이 남아도는 처지인데 손님 대접이나 하는 것이 어떻겠소?”

         

       “언니…말을 좀 곱게 하시지요.”

         

       당도연이 타박했지만 당소열은 언제나 그렇듯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진법가는 그런 당소열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의 패를 들고 왔으니 이야기 정도는 들어주마.”

         

       진법사 여인이 각문봉을 휘두르자 마치 물감이 퍼지듯이 파동이 일어나며 가옥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내 눈앞에서 진법사가 펼친 한 수에서 이 진법사가 진짜라는 것을 느꼈다.

         

       보통 진법을 통과할때는 정해진 생로를 안내하여 사람들을 인도하기 마련.

         

       생로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면 진법에 휘말린다는 협박은 덤이다.

         

       진법사들은 왜 그런 불편하고 위험한 방식을 고수하며 사람을 인도할까.

         

       그건 진법사라고 한들 발동된 진법을 수정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몇 사람 쉽게 통행시키겠다고 진법을 흔드느니 진법에 맞춰 사람이 움직이길 강요하는 셈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진법사는 통째로 진을 변화시켰다.

         

       우리에게 생로를 설명하는 것보다 진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쉽게 때문이겠지.

       

        그야말로 평범한 진법사들과는 격이 다른 실력이다.

         

       “들어오도록.”

         

       태연하게 뒤돌아 가옥에 들어가는 진법사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어떻게든 이 사람에게 진법을 받아내야겠다고.

         

       *** ***

         

       “서문연이라 한다.”

         

       진법사는 예상과 달리 제갈세가의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뇌검낭인 호천안이라 합니다.”

         

       “호오.”

         

       서문연이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대가 그 소문의 뇌검낭인이로군.”

         

       “제 소문을 들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물론이다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현재 내 명성은 긍정적인 평판이 다수다.

         

       내 소문을 들어 보았다면 아무래도 나에 대해서는 긍정적이 인식…

         

       “마차에 가득 여인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참으로 흥미롭다 여겼거든.”

         

       …이 아닌 모양이었다.

         

       “예?”

         

       “정철이라는 고수를 적으로 돌리고도 여자까지 후리고 다닌다니 참으로 대단한 난봉꾼이라고 생각했지.”

         

       “…아니.”

         

       “눈만 마주쳐도 여자를 꼬실 수 있는 미남이라 생각했거늘 영 실물은 별로로구나.”

         

       “파하하하하!!”

         

       당소열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어이 거기 당씨, 눈치챙겨.

         

       싸늘한 눈으로 당소열을 쏘아보고 있자 당소열이 끅끅거리며 반문했다.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느냐? 돌이켜보니 참 부지런히도 꼬셨군..큭큭.”

         

       “…”

         

       한숨을 내쉰 뒤 서문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누가 봐도 날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는 게 명확한 태도.

         

       이 여자,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적대적이지?

         

       혹시 바람둥이 남자한테 차이기라도 한 것일까.

         

       문득 든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서문연의 용모나 능력으로 보았을 때 남자들이 매달렸으면 매달렸지 차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무튼 말을 길게 해 봐야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다는 느낌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이렇게 제갈영명 소협의 소개로 서문연 진법사님을 찾아뵙게 된 이유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일행과 사용할 합격방진을 제작해 주기를 청하기 위해서입니다.”

         

       본론을 꺼내자 서문연의 안색이 다른 의미로 굳었다.

         

       그냥 나를 삐딱하게 바라보며 좋지 않은 안색을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급소라도 찔린 표정.

         

       “…제갈영명이 그 문제 때문에 그대를 이리 보냈다고?”

         

       “그렇습니다. 제갈영명 소협께서 서문연 진법사님이라면 수가 있다 여기신 모양입니다.”

         

       서문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생각이냐. 영명.”

         

       두 사람 사이에는 모종의 사연이 있는 모양인지 입술을 깨문 서문연의 눈에는 온갖 격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감정을 꾹 눌러담은 서문연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거절한다.”

         

       “연유를 여쭈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볼 것도 없다. 뇌기에 한기, 그리고 정통 도가의 기운과, 독을 눌러담는데 특화된 폐쇄된 당가의 기운, 게다가 거친 사파의 기까지 하나로 융화시킬 수 있는 합격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가.

         

       “그러니까 합격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는 충분히 결과를 내실 수 있다는 뜻이로군요.”

         

       서문연이 한 방 먹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나는 분명 진법에는 문외한이다. 가장 기본적인 진법조차 펼치지 못하는 몸이니까.

         

       그러나 내 머릿속에는 무림천하를 플레이하며 쌓인 지식들이 있다.

         

       고명한 진법가와 지식 싸움을 붙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교묘한 말장난 정도는 간파해 낼 수 있단 말이지.

         

       나는 지금 서문연이 보이는 모습에 확신을 얻었다.

         

       답이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는데 왜 교묘하게 말장난을 치려 했을까.

         

       그건 서문연이 지금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갈영명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우리에게 서문연을 소개시켜 주었고.

         

       서문연 역시 그런 제갈영명의 의도를 읽어내고 가벼운 배신감을 느끼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으니 심증은 차고 넘치는 셈이었다.

         

       잡아떼는 건 이미 글렀다고 생각했을까.

         

       “설령 그렇다 한들 그런 진법을 만들어 줄 생각은 없으니 돌아가라.”

         

       서문연은 핑계를 대는 대신 완강한 거부를 택했다.

         

       “그렇습니까.”

         

       서문연이 품고 있는 사연은 무엇인지 서문연과 제갈영명의 관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서문연이 왜 나를 싫어하는지.

         

       뭐 하나 알 수 없는 판국이었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나는 무조건 서문연에게 진법을 받아내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완강한 태도로.

         

       벌렁.

         

       드러누웠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거부를 거부한 것입니다.”

         

       황당하다는 서문연의 시선을 받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조건조차 들어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거부하시니 저 역시 막무가내로 드러눕기로 했습니다.”

         

       서문연의 무공 경지는 절정 초입.

         

       일반적인 무림에서 제 몸 지키기에는 충분한 경지이나 날 집에서 쫓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지였다.

         

       뭐 꼬와도 어쩌겠는가?

         

       꼬우면 무공 열심히 수련했어야지.

         

       이곳은 무림이고 무림에서는 무공이 고강한 자가 깡패다, 이 말이야.

         

       나는 드러누운 채 팔다리를 벌렸다. 몸으로 완벽하게 대자를 그리고 있자니 절로 편안함이 몰려왔다.

         

       남의 안방에서 대자로 드러눕기.

         

       이게 진짜 휴식이지.

         

       내 행동에 어쩔 줄 모르고 씩씩대는 서문연의 기색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한숨 푹 자고 나면 서문연의 머리도 좀 식어 있을 테니 그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될 터였다.

         

       “…선배 정말 자요?”

         

       “이놈이 또 시작했군.”

         

       기가 막히다는 듯한 일행들의 말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남의 집 안방에서 꿀잠자는 무림깡패.

    *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새 생활패턴이 엉망이라 큰일입니다. 어제 어떻게든 되돌리려다가 실패해 버렸네요.

    오늘은 꼭 성공하겠습니다.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6/8일날 코인을 보내주셨는데 챙기질 못했네요! 꾸준한 후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스가님]께서 [3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코인으로 때리신다면야 얼마든지 맞아드릴수 있지요. 깔깔.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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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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