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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4

   “그래서 신계로 가시겠다는 거네요.”

     

   신들을 정리하여 모든 스킬을 훔친 뒤.

   크라슈는 앞으로 있을 일들에 관해 비앙카와 아내들 앞에서 줄곧 설명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위험한 일에 몸을 던지는 만큼.

   크라슈의 이야기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네 사람의 눈빛도 살벌해졌다.

     

   “아무래도 그렇게 될 거 같아.”

     

   하지만 크라슈라고 해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신계로는 반드시 가야만 한다.

     

   지금까지 지켜온 이 세계를 앞으로도 유지 시키기 위해.

   크라슈는 기필코 신계로 갈 생각이었다.

     

   “진짜, 내가 힘 되찾을 때부터 당신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아스트리아가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나 다를까, 크라슈는 위험한 곳으로 향하려 했다.

     

   “그냥 힘 잃은 채로 두어야 했었는데. 확 가둬두게.”

     

   아스트리아의 눈빛이 살벌하다.

     

   그러지 마라.

   다음에 힘 잃고 오면 정말로 그럴 것 같잖나.

     

   “크라슈.”

     

   그러는 순간 하링이 크라슈의 옷깃을 당겼다.

     

   “영약 같은 거 들고 갈 수 있어?”

   “아마 문제없을 거 같아.”

     

   하링은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준비해 올게.”

   “하링, 당신.”

     

   아스트리아가 이걸 찬동하면 어쩌자는 눈으로 하링을 돌아봤다.

   그러자 하링은 챙긴 짐과 함께 크라슈를 돌아봤다.

     

   “크라슈라면 어차피 갈 거란 걸 알고 있으니까.”

     

   크라슈는 말려도 간다.

   그 성격은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걸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할 뿐이야.”

     

   하링다운 대답이다.

     

   “안 돌아오면 직접 찾으러 갈 거니까.”

     

   이 또한 하링다운 대답이었다.

     

   “흐으음, 하긴, 이렇게 예쁜 아내 두고 오래 가 있지도 못하겠지.”

     

   시즐리가 잔망 맞은 웃음을 그린 채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딱히 부정 안 했다.

     

   “하으으, 진짜.”

     

   아스트리아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볼을 잔뜩 부풀렸다.

   크라슈를 정말로 보내기 싫은 얼굴이었다.

     

   “아스트리아, 너무 걱정마.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

     

   크라슈가 진정시켜 주자 아스트리아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크라슈의 어깨에 머리를 푹푹 찔렀다.

     

   “안 돌아오기만 해봐. 진짜로. 당신, 내가 신계고 뭐고, 어떻게든 잡아 올 거니까.”

   “그래, 그래. 그때는 부탁할게.”

     

   아스트리아도 결국 크라슈를 더 잡는 걸 포기했다.

   하여튼 걱정 많은 그녀 다웠다.

     

   “그런데 아서 님이랑 둘이서 갈 거잖아요.”

     

   하지만 방금까지 훈훈했던 대화는 한순간에 바뀌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앙카는 계속 날 선 얼굴로 크라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비앙카의 말은 모두가 다시금 크라슈를 돌아보게 했다.

     

   아서가 따라간다.

   그것도 명백히 크라슈에게 마음을 품고 있는 아서가 말이다.

     

   “그게, 그, 렇지.”

     

   다른 아내들 앞에서는 괜찮지만.

   유달리 비앙카 앞에서는 약한 게 크라슈다.

     

   차마 비앙카에게 반박할 수 없었던 만큼.

   크라슈가 뒷목을 누르고 있자 비앙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그대로 걸어와 크라슈의 무릎 위에 앉았다.

     

   “첫 번째는 저예요.”

     

   크라슈가 가장 먼저 아내로 받아들인 것은 비앙카다.

   이는 변함 없는 사실이다.

     

   그러자 비앙카는 크라슈의 손을 당겨 자신의 배 위에 올리게 했다.

     

   “첫 번째는 저예요.”

     

   그리고 이번에는 명백히 다른 의미였다.

     

   다른 아내들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모두 다 비앙카가 그냥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날, 비앙카는 크라슈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으로 다른 아내들을 허락했다.

   그런 비앙카가 크라슈를 돕겠다고 나서는 아서가 곁에 있다는 걸로 투정을 부릴까.

     

   아니다.

   이건, 전쟁이었다.

     

   크라슈가 신계로 넘어가기 전까지 그를 품은 채 기다릴 수 있는 마지막 전쟁.

     

   “너!”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아스트리아가 벌떡 일어났다.

   저 앙큼한 고양이가 부뚜막을 먼저 선점하고자 수를 썼다.

     

   하지만 비앙카는 아랑곳하지 않고, 크라슈의 무릎을 지켰다.

     

   “저는 뺏길 생각 없어요.”

     

   비앙카는 단호했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 고양이의 손톱을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비앙카는 절대로 내어줄 생각 없었다.

     

   신계에 가서 크라슈가 아서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이상.

   비앙카는 첫째 부인으로서의 권위를 증명했다.

     

   “나도, 나도! 첫 번째가 좋아!”

     

   아스트리아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 허리를 곧추세웠다.

     

   “난 두 번째도 괜찮아.”

     

   그러자 하링은 두 번째를 선점하려 들었다.

     

   “흐음, 이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시즐리가 자기 턱을 쓰다듬으며 크라슈를 힐끗 보았다.

     

   표정이 보아하니 두렵다.

   분명히 또 무슨 수작을 떠올리고 있는 게 확실했다.

     

   “다들 진정해라.”

     

   크라슈는 모두를 진정시키고자 손을 들어 올렸다.

   다들 이 이상 폭주하면 안 된다.

     

   “진정 안 해요.”

     

   비앙카는 손을 들어 크라슈의 얼굴을 양손으로 꽉 감쌌다.

     

   “크라슈 님이 자초한 거예요.”

     

   이번만큼은 모두 물러날 생각 없었다.

   결국 크라슈는 얌전히 손을 내릴 뿐이었다.

     

   받아들이자.

     

     

   * * *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세계의 중심이 어디인가.

     

   그곳은 바로 신성왕국, 프리만이었다.

     

   세상의 중심은 대대로 신들과 통하는 길이라는 말로 유명했다.

   그러니 가장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모여 세운 곳이 바로 신성왕국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신들이 현현하며 난장판을 피운 탓일까.

   신성왕국의 힘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신들에게 가족을 잃은 이들이 신을 비판하며 신비판주의자들이 판을 쳤기 때문이다.

     

   그런 신성왕국의 복도 위.

   푸른 머리카락의 중년 남성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백색의 옷 위에 금색의 자수를 수놓은 의복.

   신성하기까지 한 의복 주인의 이름은 테르사다 베아키스.

   천하십강이자 성왕이라는 불리는 이다.

     

   “교황이 되셨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서 기분이 달갑지 않겠습니다?”

     

   그런 그에게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예전과는 다르게 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사내를 테르사다는 천천히 돌아봤다.

     

   “이제는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군요. 과연, 신성왕국을 구한 영웅이십니다.”

     

   테르사다가 인자한 웃음을 머금은 채 말하였다.

   그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크라슈를 칭찬했다.

     

   신성왕국에서 크라슈를 영웅이라 추대한 인물이 다름 아닌 테르사다다.

   그런 그의 칭찬을 듣고 있자니 크라슈는 살짝 언짢아졌다.

     

   그는 아스트리아를 이용하는 것도 거침없던 인물이었으니까.

     

   시간이 흘러 기존 나이가 든 교황께서 자리에서 물러나신 후.

   테르사다는 결국 교황이라는 자리까지 꿰차 버리고 말았다.

     

   이제 신성왕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인 셈이다.

     

   물론 크라슈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어차피 아스트리아를 버린 신성왕국 프리만 따위 남의 나라니까.

     

   크라슈도 프리만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었다면 찾아오지 않았다.

     

   “이제는 신과 싸우러 가십니까?”

     

   천하십강들은 대부분 상황을 알고 있다.

   질문을 들은 크라슈가 짧게 웃음을 흘렸다.

     

   “교황 된 처지로서 달갑지 않으시겠습니다.”

   “그릇된 선택을 하신 신들을 바로 잡으러 가신다는데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죠.”

     

   테르사다의 얼굴은 여전히 인자한 웃음을 그리고 있었다.

   크라슈는 분명 승계문이 신성왕국에 열린다는 사실을 천하십강에게 알렸다.

     

   실제로 일이 잘못되는 것을 고려해 천상사강 중 몇 명과 천하십강들이 현재 프리만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크라슈는 한 가지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크라슈의 진짜 목적은 중간계에 있을 신들의 개입을 완전히 막는 것이란 걸 말이다.

     

   신성왕국 입장에서는 기막힐 노릇일 것이다.

   신을 믿어 왔던 신성 왕국 입장으로서는 신이 세계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거 귀띔하여 줄까.’

     

   아무리 그래도 교황까지 이 상황을 모르는 건 너무 큰 혼란이 올 것 같았다.

     

   “테르사다 님, 하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만.”

     

   크라슈는 앞으로 있을 일에 관해 귀띔 해주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테르사다는 곧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실성했나.

     

   크라슈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테르사다는 활짝 웃었다.

     

   “크라슈 님, 이 세상에서 신과 접촉한 이들이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거의 없다.

   스킬을 보유한 자조차도 목소리를 들을 뿐이지 신을 직접 마주하는 건 아니다.

     

   크라슈와 같이 신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계약하는 경우가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은 원래도 신이라는 존재를 미약하게 느끼고 있었을 뿐. 신을 직접 마주한 이는 없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죠. 오히려 신의 존재가 멀면 멀수록 더 갈구합니다.”

     

   테르사다의 얼굴에 교황이라고 보기에는 스산한 웃음이 걸렸다.

     

   “신은 가까이 있으면 안 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오히려 가까이 있는 것을 믿지 못하니까요.”

     

   역시 교황이라는 자리는 제정신으로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예전부터 테르사다의 신앙을 향한 욕심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생각 이상인 인간이었다.

     

   “크라슈 님이 무사히 잘 다녀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크라슈는 기막힌 표정을 지었다.

     

   “이게 교황께서 할 소리가 맞습니까.”

   “오히려 교황이기에 할만한 이야기기도 하지요. 이야말로 프리만의 미래를 위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단단히 미쳤군.

   크라슈는 이야기를 여기서 마치기로 하였다.

     

   그러다 문뜩 테르사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평소보다 조금 수척해 보이십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그 질문을 듣고, 크라슈는 멈칫하였다.

   예리하게 파고들기는.

     

   “별거 아닙니다. 잠을 좀 못 자서 그런 거니까요.”

   “저런, 어디 방이라도 빌려줄 테니 눈이라도 붙이시겠습니까?”

   “그러기에는.”

     

   크라슈는 고개를 들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구름이 걷히며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황금색의 광열이 하늘을 뒤덮으며 쏟아져 내렸다.

   프리만에 있던 사람들은 감탄사를 터트리며 신의 뜻이라고 두 손을 모아 기대했다.

     

   하급 신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둑의 신이 처음 계획대로 하계문을 승계문으로 바꾼 것이다.

     

   “그럼, 이만.”

     

   크라슈는 테르사다와 인사를 마치고, 창문을 넘어 밖으로 나왔다.

   도심의 지붕을 밟으며 중앙으로 다가오자,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금발을 휘날리며 다가온 사람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아서였다.

   그녀는 크라슈를 마주 보자 짧게 쓴웃음을 지었다.

     

   “한동안 꽤 고생한 모양이네.”

     

   테르사다와 같이 크라슈의 눈에 드러난 피로를 눈치챈 것이다.

     

   “어지간히 사랑받고 있나 봐.”

   “아무래도.”

   “나도 그 이상으로 사랑해.”

     

   크라슈가 멈칫했다.

     

   이 자식이.

   다짜고짜 고백받은 아서는 부끄러운 웃음을 지었다.

     

   “지금껏 꾹 참았던 말들이니까. 이번 기회에 많이 말해보고 싶어서.”

     

   지금껏 참아왔다고 하니 크라슈도 차마 더 꾸중할 수가 없었다.

   하여튼 누가 10회차 회귀가 아니랄까 봐 할 말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마음대로 해라.”

   “허락한 거다?”

     

   당했군.

     

   크라슈는 승계문을 올려다봤다.

   신계에 가기 위해 중간계에서 준비할 수 있는 건 최대한으로 해왔다.

     

   “간다.”

     

   끝을 보기 위해 신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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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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