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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4

    <424 – 4학년 선배>

     

    3학년 선배들 중 한 명은 공터 주변에 <공사 중> 표지판을 세우며 저학년의 접근을 막았다.

    괜한 호기심에 접근해서 마법을 퍼붓다가 가시초가 구사하는 마법종류만 늘어날까봐 마력폐기물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문구까지 덧붙였다.

     

    “용케도 그런 발상이 나오네. 우린 그냥 표지판만 세우고 말려고 했는데.”

    “여기서 더 강해지면 4학년도 견적이 못 나올 정도로 흉악한 콤보가 나오잖아요. 그땐 정말 교수님이나 학생회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죠…”

     

    그건 우리 중 누구도 바라지 않는 결과였다.

     

    “오르캐치 부장님은 의료실로 잘 보내주세요. 괜한 소리 못하게 입단속도 잘하시고요!”

    “알았다.”

     

    다른 선배는 부상입은 오르캐치 선배의 뒤처리를 맡았다.

    실전지향적인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부상은 그리 드문 일도 아니기에 사실상 입단속이 주 업무다.

     

    “나는 뭘 하면 되냐?”

     

    마지막으로 남은 식물동아리 3학년 선배가 물었다.

    이 선배가 할 일은 정해져있다.

     

    “4학년 구역까지 같이 가주세요!”

    “제일 끔찍한 일을 맡았군…”

     

    선배는 불평은 해도 거절은 하지 않았다.

    4학년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기에 1학년을 홀로 보내지 않은 것이다.

    응애를 괴롭힌 건 괘씸해도 손대중을 하는 것도 그렇고 핑계를 대며 날 혼자 보내지 않으려는 태도도 그렇고 생각보다 나쁜 선배는 아니었다.

     

    “조심해라. 부장이 말하길 졸업과제를 앞둔 4학년들은 상당히 위험해. 엮였다간 갑자기 유체이탈을 당하거나 다른 차원에 내던져지는 일은 일상다반사랬어.”

    “넹. 근데 선배, 그 앞의 계단은 밟으면 어비스로 날아가니까 밟으면 안돼요!”

    “좀 미리 말하지 그랬냐!! 진심 식겁했네!!”

     

    계단인 척 놓여있던 강제송환마법진을 피한 3학년 선배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슴 큰 여자선배가 저러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야하다는 생각보다 괘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

    왜 그럴까?

     

    “그래서 어떤 선배님을 찾아갈 작정이냐. 4학년은 수가 많지 않다. 특히 후배의 것을 힘으로 빼앗아가지 않고 교섭이 가능한 선배는 더욱 적지.”

     

    식물동아리 선배는 보기보다 아는 정보가 많은 똘똘한 선배였다.

     

    “실력이 좋은 선배는 학생회에 붙었다. 벌금을 지불할 걸 빌미로 입막음료를 요구하면 요구했지, 거래가 되진 않을 거다.”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반대로 실력이 너무 뛰어난 선배도 제외해라. 학생회 눈치를 보지 않고 널 삥 뜯으려 들지도 모르니.”

    “그거야 당연하죠!”

    “뭐 4학년에도 재단장학생은 숨어있을 테니 네가 모를 이야기는 아니겠군.”

     

    근데 생각해보니 재단 이거 좀 아니꼽네.

    고인물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많은 회차에 걸쳐서 힘들게 축적해온 지식을 재단 인맥 빨로 다 알고 있다니, 이거 순 사기 아니야?

     

    “윽. 층 하나 차이로 압력이 엄청나군.”

     

    고수는 막대한 마나를 품고 다닌다.

    영역의 밀도도 하수는 발만 들여도 까무러칠 정도로 높아지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카리스마, 혹은 압박감, 존재감 따위라고들 부른다.

     

    ‘마나에 질식당하듯이 짓눌리는데 그럴 만도 하지.’

     

    가뜩이나 순수마나량 자체는 기사학부나 마법학부보다 많은 생산학부 4학년들이 모인 생산학부 전용건물 4층은 무의식중에 확장된 영역들이 대거 충돌하는 마나과밀집지대.

    영역과 영역이 무의식적으로 충돌하는 공간에서 퍼져나오는 마나파장만으로도 3학년 선배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숨도 조금 헐떡이고 다리도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숫제 힘의 차이를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뒷걸음질 치는 야생동물의 모습이었다.

     

    “이제 어쩔 거냐. 4층 휴게실에 한가하게 뻗어있는 선배라도 찾아볼 셈이냐?”

    “우선은 4층 교관님한테 정보를 사야죠!”

    “교관이 부른다고 바로 나오냐?”

    “말로 부르니까 안 나오죠.”

     

    이미 출입금지구역 푯말을 넘어서고 진입한 4층에서 한층 더 경고문이 붙은 <호문클루스 배양실>의 문짝에 손을 얹자 벽에서 스르륵 사람이 튀어나왔다.

    아기가 콘센트에 젓가락을 들고 돌진하는 모습을 본 부모처럼 깜짝 놀라서라도 나올 짓이었다.

     

    “떨어져라. 그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넹!”

    “이번 981기는 비범한 기수라더니 이 정도의 미치광이까지 있을 줄은 몰랐군. 저것은 네가 함부로 열거나 발을 들여도 좋은 구역이 아니다. 돌아가라.”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요!”

    “네 안전을 대가로 부탁을 들어달라니, 지금 제정신이냐?”

    “관리 소홀은 교관님 책임이잖아요!”

     

    혹여나 겁 없이 4층에 발을 들인 학생이 배양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입구를 지키는 교관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겠지.

     

    “후우. 선을 넘지 않는 부탁이길 바라지.”

    “지금 시간이 남는 4학년 생산학부 선배님들의 이름과 위치 리스트를 알려주세요!”

    “넌 내가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4학년들의 위치정보를 모을 정도로 한가해보이나?”

    “마법시계로 다른 교관님들한테 정보를 모으면 되잖아요!”

    “그냥 널 힘으로 1층으로 날려버리는 게 낫겠다면?”

    “포인트 드릴게요!”

    “얼마부터 생각하고 오셨습니까 고객님.”

     

    통 크게 1만 포인트 드렸다.

    분초를 앞 다투는 시급한 사태에 이 정도는 내어줘야 선배도 여기저기 자기 포인트 뿌려가면서 정보를 모을 수 있겠지.

    덕분에 정보는 금방 모였다.

     

    ━━━

    [시간 남는 한가한 생산학부 4학년 리스트]

     

    *미나토 유우

    -대륙 칠대공방 중 하나인 유우공방의 후계자.

    -졸업과제로 마왕군사천왕 토벌장비 개발 중

    -보너스포인트를 목표로 토벌대에도 참전할 예정

    -공방거리의 전용공방에 가면 마주칠 수 있음

    -현재 드래곤교장의 주간이벤트로 인해 대륙평균온도가 2.5도 상승하고 식물들의 몬스터화가 속출하면서 재료채집에 문제가 발생함

     

    *라인하르트

    -백은성기사단 최연소 부단장.

    -졸업과제로 마왕군사천왕 토벌장비 개발 중

    -비전검술을 담아낸 플라잉소드 제작뿐만 아니라 본인도 직접 토벌대에 참전할 예정

    -마나연공장에 가면 마주칠 수 있음

    -현재 플라잉소드로 제작할 명검수급이 부족해서 토벌준비에 차질이 발생함

     

    *그림리퍼

    -살문의 특급암살자.

    -졸업과제로 사신의 낫 개발 중

    -사신베기 위업에 도전하고 있다.

    -공방거리의 전용공방에 가면 마주칠 수 있음.

    -며칠간 살생을 저지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중.

    ━━━

     

    “휴.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선배가 둘이나 있어서 다행이구나.”

    “그림리퍼 씨를 보러가죠!”

    “노빠꾸로 제일 위험해 보이는 선배를 보러 가겠다고?! 다시 생각하지 그래!”

     

    식물동아리 부원선배가 겁을 먹고 투정을 부렸다.

    하긴 3학년이라고 세상물정을 다 알진 않겠구나.

     

    “선배님. 잘 생각해보세요. 매년 미친 스펙의 졸업생들이 나오는데도 진즉에 망하지 않고 멀쩡히 존속하는 마왕군의 사천왕은 얼마나 강할까요?”

    “어… 졸업생보다는 강하겠지?”

    “그걸 토벌하겠다는 선배들이 얼마나 제 정신이 아닌지도 감이 오시죠?”

    “그, 그렇겠군.”

     

    선배가 떨떠름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듣던 4학년 교관도 잘 생각했다며 흡족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럼 그림리퍼 선배의 공방으로 가죠!”

     

    공방거리는 4층본관의 특수결계를 넘으면 진입할 수 있는 히든스팟이었다.

    도서관보다 접근성은 높지만 대신에 여기는 출입조건이 문제였다.

     

    ━━━

    [공방거리에 출입하려는 자, 걸작을 만들거나 소유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라.]

    ━━━

     

    증명의 방법은 간단하다.

    검사대 위에 올라가서 유물(+10강)등급 이상의 아티팩트를 보여주면 된다.

    물론 배낭배낭이 있는 나에게는 간단히 통과할 수 있는 검사였다.

     

    ━━━

    [자격이 입증되었다.]

    [자격 없는 동행자에게는 금언과 불촉의 저주를 내린다.]

    ━━━

     

    유물 하나 소지하거나 만들지 못한 자는 공방거리에 출입할 수 없고, 동행자를 이용한 편승을 시도하더라도 안에서 말할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수준 떨어지는 이들에게는 공방거리의 장인들의 시간을 빼앗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실용적인 특수결계였다.

     

    ‘이럴 거면 난 왜 데려온 거냐?’

     

    식물동아리 선배가 억울함을 두 눈으로 피력했다.

    뭐 이유야 있긴 하지.

    가끔 결계 내용이 바뀌어서 신용보증인을 철창에 가두고 들어가라, 따위의 결계가 되기도 하는걸.

    선배들이 응애한테 했던 짓이 있으니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철창에 가둘 자신이야 있었다.

    철창에 갇히지 않아서 다행이네 선배!

     

    “오. 이번엔 별난 고객이 왔네. 1학년 주제에 벌써 유물소지허가권을 샀어? 981기 1년생 오크노디. 너 포인트가 정말 많나보구나.”

    “선배님은 누구세요?”

    “공방거리의 전속교관. 여기에 출입한 학생들을 상대로 장인들 대신 호객을 맡고 있지. 어떤 상품을 찾고 있니? 아니면 제작의뢰?”

    “그림리퍼 선배님을 만나러 왔어요!”

    “오…”

     

    교관이 웃는 얼굴로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다.

     

    “이거 줄 테니까 사탕 먹으면서 찬찬히 다시 생각해보렴. 네가 구하는 물건이 꼭 그림리퍼를 만나야만 얻을 수 있는지. 살날도 창창한데 꼭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저질러야만 하는지.”

     

    식물동아리 선배의 눈이 세모꼴로 사납게 변했다.

    역시 그 선배는 이름부터 불길하다는 내 감이 맞잖아, 라는 따가운 시선이다.

    그래도 어림없지!

     

    “충분히 생각했어요. 역으로 저희한테는 그림리퍼 선배님이 아니면 안 돼요!”

    “하아. 난 분명 말렸다. 그림리퍼를 찾아가서 생기는 모든 불상사는 고객의 책임이지 내 책임 아니다?”

     

    안 따라가겠다고 버티는 선배를 힘으로 질질 끌고가며 그림리퍼 선배의 전용공방에 도착했다.

    이 선배님은 어떤 선배님이냐.

    입구의 할인문구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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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선배님,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재분 업로드 미스로 오늘은 다음화가 있습니다.
    근로자의 날의 휴식을 자진반납한 멍청한 테디베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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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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