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25

    방송. 

    루크는 그게 처음엔 단순히 TV에 출연하라는 말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루크에겐 네트워크를 통한 개인방송이라는 개념은 아직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방송이란 건 원래 촬영, 배우, 각본 등의 대규모의 인력이 동원되어 이뤄지는 하나의 산업이 아닌가?

    그런데, 네트워크 1인 방송이라니.

    물론 네트워크에는 이미 개인이 올린 수많은 영상이 있었고 그것을 보는 것은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루크였지만, 그 기술을 기껏해야 고양이영상이나, 철 지난 드라마 편집본을 시청하는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도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대충 알았다.

    현대는 각종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환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작업의 허들이 굉장히 낮아져서, 스스로 환상을 촬영하고 편집해 영상으로 만들어 이 ‘플랫폼’이란 곳에 올리는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는 걸.

    루크도 이건 꽤나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대형 자본이 투자된 TV에 편성된 프로그램에 비할 데 없는 조악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뭔가를 만드는 생산적인 취미니까.

    그래, ‘취미’말이다.

    그에 루크는 잠시 PC방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았다.

    ‘방송이란 걸로 게임을 하면 돈이 복사가 된다.’

    이건 참으로 이상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건 단순한 취미의 영역은 아닐 터.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기껏해야 한낱 놀이가 아닌가?

    그런 걸 잘한다고 돈을 준다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왜? 

    아예 내친김에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 또는 소꿉놀이를 잘 하는 아이도 방송이란 걸 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고 하지.

    그런 건 누가 봐도 사기일 게 뻔하지 않나.

    만약 옛날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마땅히 정신이상자라 불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돈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회에서 다수가 그렇다 하는 것을 혼자서 아무리 말로만 부정해 봤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 주장을 부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로지 정보와 진실.

    허나 루크는 대체 그런 걸로 어떻게 돈이 벌리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안 와서,  일단은 현재 방송중인 가장 유명한 사람의 방송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면 뭐라도 알 수 있게 될 테니까.

    루크는 그렇게 실시간으로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하는 방송을 찾았다.

    “음, 이건가.”

    -최신게임 아크 인 로드 실황

    루크는 더 볼 것도 없이 그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는 루크가 처음 보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 자신이 하는 슈퍼 매직 리그보다는 환상이 배로 사실적이었다.

    시점도 캐릭터에 몰입되게끔 화면에 굉장히 크게 나오고 있었으며 전장의 표현이 훨씬 세밀했고, 전투의 묘사 역시 꽤나 현실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실제 사람의 목이 잘려 나가는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슈퍼 매직 리그 외에도 다른 게임이 수없이 많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게임을 보는 건 또 처음인지라 놀랐다.

    그렇게 루크가 게임의 환상 구현 수준에 놀라기도 잠시, 루크의 컴퓨터에선 낯선 남성의 분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악! 저 새끼 뭐야! 미친 거 아냐? 이게 왜 죽는데!!

    -쾅쾅쾅!

    영상 속의 그는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이 조작중이던 수정구를 강하게 내리친다.

    그 모습은 마치 분노 조절 장애라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 아무래도 이건 조금 과격하지 않나?”

    방송을 머리를 빗으며 보고 있던 루크는 살짝 당황해 손을 멈춰버리고 말았다.

    이게 정녕 네트워크 방송의 실체란 말인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아니, 무엇보다.

    저렇게 수정구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건 너무 아깝지 않나?

    심지어 그가 부술 듯 내리치는 수정구의 품질을 보면 값이 싼 것도 아닌 것 같이 보인다. 

    일단은 수정구의 품질이 좋아 어떻게 충격을 버티는 것 처럼 보이긴 하지만, 저러다 작은 흠집이라도 나면 인식률이 떨어지고 그러면 손해를 보는 건 자신밖에 없을 텐데.

    저렇게 험하게 기기를 다루며 낭비를 할 거라면, 차라리 자신에게 주었으면 한다.

    루크의 정신을 쏙 빼놓는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ㅋㅋㅋㅋㅋ저걸 죽네]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ㅄ개못하네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이건 진짜 레전드다]

    [아니 거기서 왜 오른쪽으로 구르는데 형 병신이야? 진짜 개 답답하네 내가 해도 저거보단 잘 할 듯 ㄹㅇ]

    채팅창이라는 것이 게임에서 죽은 그를 놀리는 듯한 이야기로 빼곡하게 올라가고 있다.

    채팅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신이 없을 정도다.

    잠깐 눈을 떼면 아까 읽었던 채팅은 벌써 저만치 사라져서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마치 글자의 해일, 불필요한 정보의 포화다.

    “허어…….”

    여러모로 문화적인 충격을 받은 루크는 빗질을 하던 손도 멈추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봐도 정신만 사납지, 돈이 나올 구석은 없어 보이는데…….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띠링!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화면에 하나의 문장이 출력된 것이다.

    [진짜개못하네님, 1000길 후원]

    [형 제발 레벨업 좀 더 하고 오자 그 실력으론 여기 절대 못깨]

    1000길을 후원했다는 말과 함께 이어지는 한 줄의 조언.

    이건 설마 실제 돈을 후원했다는 뜻인가?

    실제 돈을 주면 이 정신없는 텍스트의 폭발 속에서 남들보다 우선적으로 노출시켜주는 것인가?

    하지만 그는 실제 돈을 받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불편한 훈수를 들은 사람처럼 반응했다.

    -응~ 닥쳐, 무조건 깨~

    그 반응에 루크는 그가 받은 후원이 실제 돈이 아니라 그냥 플랫폼 내에서만 사용하는 가상의 화폐가 ‘길’이라고 불리는 건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그 뒤로 다시 이어진 후원음.

    -띠링! 

    [쿠키러시님, 30000길 후원]

    [여기 오늘 안에 렙업 없이 깨면 100000길]

    이전과는 엄청난 액수의 차이.

    그러자 그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이고—쿠키러시님! 암요, 무조건 가죠! 100000길, 딱 대!

    이제서야 실제 돈을 받은 사람처럼 의욕을 불태우며 다시 이전까지 했던 발악을 반복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똑같은 곳에서의 실수로 몇번의 죽음이 다시금 반복되자 절규하다가, 어떻게 집중력을 발휘했는지 최후에는 결국 그 구역을 클리어하고 이번에는 마치 기적이라도 벌어진 것 마냥 환호하였다.

    -띠링!

    [쿠키러시님, 100000길 후원!]

    [아 이걸 깨네 노잼]

    -와아아아아!! 깼다!! 100000길!! 쿠키러시님! 100000길 후원, 감사합니다아!! 

    “과연…….”

    루크는 드디어 약간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과연, 그런 거였나.

    돈을 주고 임시적인 퀘스트를 부여해 방송인이 발악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의 만족감을 얻는다?

    ‘실제로 뭐가 남거나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그 사람이 뭘 하는 지 보고 싶어서 그냥 돈을 뿌린다는 게냐……?’

    이런 기형적인 수익구조는 대체…….

    루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래도 루크는 아직 방송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방송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설마 그게 전부겠는가?

    아직 자신이 보지 못 한 부분이 있겠지.

    영상 속의 사내는 그에 멈추지 않고 난리법썩을 떨며 방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끼얏호!!

    “…….”

    그것은 루크가 이제껏 본 적 없는 인물상이었다.

    고작 130000길을 받는 정도로 마치 부모의 은인을 만난 것처럼 격한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다.

    확실히, 이런 사람에게 130000길 이상을 건네면 무슨 짓을 할 지 궁금하긴 하겠군.

    그야말로 광대다.

    “……이거, 방송을 하더라도 게임 방송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겠구나.”

    조금 어지러워진 루크는 그 방에서 나왔다.

    저런 방송을 하면, 후원금보다 부숴먹은 기물의 값이 더 나올 게 뻔하다.

    —–

    그 뒤로 루크는 자기 전까지 게임을 제외하고 몇 개의 방송을 더 찾아보았다.

    방송이라는 건 생각보다 분류가 굉장히 다양하더라.

    음악, 뷰티, 음식, 교육 등등…….

    사람의 성격이 개인마다 다른 만큼, 방송에도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있는 거겠지.

    실제로 조금 더 돌아본 결과, 게임방송을 제외한 방송들의 분위기는 그렇게까지 과격하지 않더라.

    게다가, 방송하는 사람이 여성이라면 그 분위기는 훨씬 더 부드러웠다.

    아니, 더 정확히는 방송인의 분위기에 좌우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주로 대화에서 부드러운 성향을 취하는 쪽은 여성이기에 그런 경향이 드러난 거겠지.

    그러니까, 모든 방송의 분위기가 처음 봤던 그 사람의 방송마냥 정신이 없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래도 처음 본 영상의 자극이 너무 세서 그런지, 루크는 여전히 게임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게다가,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건 얼마든지 있으니까.

    루크는 확신이 있었다.

    다른 방송보다 자신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말이다.

    자신은 이미 과거의 오랜 귀족생활로 인해 사교계의 춤에도 깊은 조예가 있었고, 노래 역시 거리공연을 통해 깊이를 다듬어 왔으며, 음식을 만드는 것도 익숙하고, 음식을 먹는 먹방이라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

    게다가 스스로를 가꾸는 일에도 이미 웬만한 여성보다 섬세하다 자부할 수 있고, 교육수준도 웬만한 교수보다는 뛰어나리라는 확신이 든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재능은 너무나 많아 일일히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아마 자신이 방송이란 걸 시작하면 돈을 복사할 수 있다는 건 정말로 거짓이 아닐지도 모르지.

    분명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흠, 고민이 되는 군. 나는 대체 무슨 방송을 해야 되는지.”

    재능이 많아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 아닌가 싶다.

    남들처럼 한가지 분야에만 재능이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루크는 눈을 감았다.

    지친 상태에서 여러 방송을 보느라 굉장히 피곤했던 탓인지 잠은 금세 쏟아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딴게……,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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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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