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화. 예? 뭐가 있다고요? ( 2 )
사후 세계, 저승, 연옥!
지옥 탄탈로스와는 별개의 개념을 가진 저승의 등장에 조교 한 명이 쓰러져 버렸다.
“커헉… 끄, 커흐르르륵…!”
불행히도 조교 하나의 희생으로 사태는 멈추지 않았다.
다그닥! 다그닥!
“급보요 급보!”
“사리타 상급 사제님께서 만신전으로 보낸 특급 서편입니다!”
속속 만신전으로 도착하는 편지들!
상급 사제의 직인이 찍힌 편지들은 참으로 슬픈, 그리고 거대한 충격을 담고 있었다.
“사, 사, 사후 세계가……!!”
“탄탈로스랑은 또 다른 개념의 무언가가 존재한다고ㅡㅡㅡ!!”
“커, 크흑…! 이, 이러면 영혼의 본질성과 죽음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은…!”
“내, 내 논문이! 2년 동안 준비한 내 논문이!! 흐아아아!!”
편지 몇 통에 만신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요즘 조교 사제님들이 많이 시끄럽지 않아?”
“몰라. 무슨 사후 세계…? 막 그렇게 중얼거리시면서 논문 고쳐 쓰시던데.”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으려나?”
“몰라. 기도실 청소나 하러 가자.”
허드렛일과 기도를 하며 열심히 기초를 닦는 수습, 하급 사제들은 사태에서 한 발짝 비껴간 구경꾼들이었다.
덕분에 급히 소집된 대사제들이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다들 사태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모를 수가 없지요.”
“전 편지 몇 통을 미리 읽어봤는데… 언급되는 내용이 매우 비슷하더군요.”
각기 다른 지방에서, 다른 시간에 보내진 편지들의 내용이 놀랍도록 일치했다.
그것도 연옥이라 불리는 저승에 관한 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이건……!”
안토니오 대사제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흐르는 듯했다.
“실로 은혜로운 신의 자비!! 그 자체가 아닙니까아아앗!!!”
“끄하아아아악! 신학이, 내 평생을 바친 신학이 통째로 바뀌는 이 쾌감이라니!!”
“허윽, 허악, 시, 신의 말씀을…! 신의 가르침을 새로 배울 수 있어……! 너, 너무 짜릿해!!”
개중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홍조를 띤 채 거친 숨을 토하는 대사제도 있었다.
대사제들은 노인이었지만, 평생을 신앙에 몸 바친 이들.
그런 성직자 중에서 최고봉에 다다른 사람들이 바로 대사제였다.
달리 말하자면, 신학에 한없이 진심이라는 것.
“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군요! 안토니오 대사제님! 미안하지만 뒷정리를 부탁합니다! 저는 어제까지 쓰던 책을 파기하고 다시 쓰러 가야겠습니다!”
“나도! 나도 신학 교수직을 때려치우고! 다시 연구직 사제로 돌아가겠어!”
“끼야아아아앗호오오오! 무수한 배움과 은혜로움이 나를 부르고 있구나!”
연옥의 발견!
기존에 알려진 지옥 탄탈로스와 비슷하지만 상반된 개념에 대사제들이 이성을 놓고 말았다.
언제라도 새로운 지식이 목마른 자들의 기쁨이 만신전에 울려 퍼졌다.
“끄………흐으……. 더, 더는…… 못 하겠어…….”
“……외운 것들이 바뀌고…또 바뀌고…… 새로운 계명이 추가되고…….”
“……이런 조교 생활……. 인제 그만 둘거야…….”
안타깝게도 아직 대사제들만큼 미치지 못한 조교들은 비통한 울음을 흘렸다.
결국 나약한 몇몇이 조교 과정에서 물러나기 위해 담당 대사제들의 문을 두드렸다.
“허허. 그래. 토니안 조교 사제. 조교 사제에서 물러나고 싶다고?”
“예……. 이제 더는…… 이런 생활은 견딜 자신감이 없습니다…….”
축 쳐진 다크써클이 대변하는 그의 마음고생.
허나 대사제들은 쉽사리 조교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한창 시대가 격변하는 때이기에 배우는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이해하네.”
“…….”
“하지만 그거 아는가? 나는 토니안 조교 사제가 무척이나 부럽다는 것을!”
“…?”
수많은 세월로 다져진 대사제의 혓바닥이 현란하게 춤을 췄다.
아직 세상 풍파를 덜 겪은 풋풋한 젊음은 노회한 능구렁이의 감언이설에 정신없이 홀렸다.
“……ㅡㅡㅡㅡ그러니까 내 말 이해하겠나? 작금의 시대는 자네 같은 젊은이들에게 큰 기회란 말이네.”
“예! 이해했습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허허허. 별것도 아닌 것을. 나도 젊은 친구와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네.”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제가 아까 말씀드린, 조교직 사퇴에 관한 것은.”
“나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네.”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개미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련한 영혼들.
조교에서 물러날 마음으로 방에 들어갔으나, 오히려 싱글벙글 웃으며 더 많은 연구 거리를 품에 안고 나왔다.
와중 몇몇 발 빠른 조교들은 연옥에 대해 분석한 나름의 소논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에……. 오늘 제가 발표하게 될 것은 <저승 연옥에 대한 분석과 사회적 파장>입니다…….”
소논문 발표를 맡은 조교가 가련한 새처럼 달달 떨었다.
그럴 수밖에.
발표하는 그의 앞에는 지금 무수한 대사제와 상급 사제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기, 기절할 것 같아…….’
배움에 목마른 대사제와 상급 사제들이 조교들의 소논문 발표를 휩쓸고 있던 것이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조교는 어떻게든 논문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따라서 앞으로 변해갈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키레스트 그래프’를 통해 해석할 수 있는데.”
“아. 그 이론은 제 이름을 따서 만든 이론인데, 왜 그렇게 해석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 이론보다는 옆에 계신 젤타지어 사제님의 젤타지어 정의가 조금 더 효율적이었을 것 같은데요.”
“…….”
소논문에 참조한 이론의 창시자들이 질문하는 상황!
조교는 선 채로 잠시 기절했다.
이와 같은 피해는 만신전 곳곳에서 속출했다.
심지어 경전을 편찬하고 있어야 할 대사제가 하급, 조교 사제들과 같이 신학 강의를 듣는 모습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 안토니오 대사제님? 어째서 이쪽에 계신 것인지……? 아! 강의하러 오셨나요? 강단은 저 앞입니다.”
“허허허. 내가 요즘 느끼는 것이 배움에 게으른 것 같아서 말이야. 주책이지만 나도 오늘부터 열심히 배움에 힘 써보려 한다네.”
“…….”
덕분에 강의하러 온 강사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어흠……. 안토니오 대사제님? 제가 감히 어찌 대사제님 앞에서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을지.”
“나는 괜찮으니 편하게 진행하게. 오랜만에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몸이 뜨거워져서 말이야 허허허.”
“……오늘 참고 서적 다섯 권 중 세 권이 안토니오 대사제님께서 저술하신 것들입니다.”
“나는 저기 뒤에 있을 테니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시작하도록 하게. 허허허.”
그리하고는 정말 가장 뒷자리로 가서 공부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강사는 반쯤 울먹이며 어거지로 강의를 시작했다.
“에……. 그래서 거시적인 의미에서 이 사건을 해석하자면.”
“허어.”
“………또한 인간의 본질성에 대한 논의는 두 개의 주제로 나누어지는데.”
“으흠?”
“……….”
사이사이 들려오는 반응에 강사는 심정지로 쓰러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 * * * *
흔적이 길면 들키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위대하신 분이시여어어어어어ㅡㅡ!!”
분노한 케넬름의 사자후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리아가 움찔하고 나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그 잠깐을 못 참으셔서 결국 연옥을 알리신 겁니까? 얼마 전에 연옥에 대해 알리는 것을 보류하겠다 말하셨으면서!”
“음. 아니, 그. 내가 뭘 한 적은 없는데, 좀 억울하네.”
일단 시치미를 떼본다.
“그러면 아주 ‘우연히’ 몇십 명의 사람이 가사 상태에 빠져서 연옥에 왔다 갔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 그런 것 같은데?”
“그게 말이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욧!!”
“음.”
안 먹히네.
씨알도 안 먹힐 것 같기는 했는데.
케넬름의 말대로, 연옥에 대해 알리는 것을 보류하겠다 한 것은 나였기에 딱히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기는 했다.
사실 반쯤은 충동적으로 행동한 거기도 했고.
“뭐어. 조교들이 고생 좀 하겠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할 고생이었잖아?”
“저는 지금 조교들의 고생도 고생이지만… 분명히, 저랑 약조하신 내용이 있음에도 그걸 어기신 것에……!”
케넬름의 장도리가 파르르 떨린다.
“제 앞에서 직접 약속하신 것을 어떻게 이리 쉽게 어기실 수 있는 건가요…! 직접 약속하셨으면서… 저랑 분명 약속했잖아요……. 저는, 저는 위대하신 분을 믿었는데……!”
한참을 씩씩거리던 케넬름의 눈가에 물기가 촉촉하게 차오르더니.
뚝, 뚝.
“…어?”
케넬름이 울기 시작했다.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 뇌가 과부하에 빠진다.
평소 행동도 그렇고, 우는 것과는 거리가 먼 케넬름이 눈물을 보이니 갭에서 오는 당혹감이 장난 아니다.
“우, 울어? 케넬름? 어어? 왜, 왜 울고 그래. 응?”
“…몰라요. 저 별로 말하고 싶은 기분 아니에요.”
“어, 어어어. 잠깐만 울지 말고 좀, 이리 와봐.”
“……싫어요. 훌쩍, 됐어요. 저 혼자 있고 싶어요.”
“내가, 내가 미안해. 그러니까 그만 좀 울고, 응?”
설마 울 줄은 몰랐는데.
당황한 나머지 리아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날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
우우ㅡ 쓰레기.
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리아.
유부녀라서 그런가. 어쩐지 눈빛이 더 차가운 것 같다.
훌쩍거리며 울던 케넬름이 풀썩 쪼그려 앉았다.
우는 여자를 달래본 적이 있어야 어찌 달래는지 알 텐데, 그런 경험이 있을 리가.
결국 케넬름 옆을 서성거리며 달래고 어르기를 한참.
“……우물우물.”
“…맛있어?”
“……네.”
“다행이다….”
딸기 케이크로 극적 타협에 성공했다.
“훌쩍…. 다음부터는 저랑 한 약속 절대 어기시면 안 돼요. 훌쩍.”
“…으응….”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실로 감기 친화적인 기온…!! 다들 감기 조심하세욧…!!!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 저야말로 언제나 봐주심에 감사할 뿐입니다…!! 언제라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고민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입니닷…!! 아직도 많이 모자란 글쟁이지만…!! 굼벵이라도 될 수 있도록, 노력, 또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