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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5

       

        

        

        

        

        

       “아무도 다친 사람 없죠!?”

        

       “다친 사람은…없어. 다행히 전부 빗나간 것 같아.”

        

        

        

        섬광이 교전 실험실을 가로로 훑었다.

        

        다행인 점과 불행한 점 두 가지가 자동으로 머릿속을 지나갔다. 전자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후자는 앞으로 저딴 형태의 공격이 연달아 날아들 가능성이 실로 높단 점이었다. 갑작스럽게 생각이 몰아치니 관제실에서 기계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히도, 신경써야만 할 게 너무나도 많았을 때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레일건의 최초 공격 지점과 탄환이 빠져나간 장소는 어디죠?”

        

       “교전실험실 우측 벽면, 어, 그러니까…베타 차단문 2번이랑 3번 사이. 거기서 알파 차단문 4번 방향으로 빠져나갔어.”

        

       “그나마 방위 확인은 편하군요.”

        

        

        

        입으로 직접 말하기.

        

        이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별로 없었다.

        

        

        한편, 베타 차단문을 남쪽, 알파 차단문을 북쪽이라 하면…관제실은 서쪽, 나노머신 탑은 동쪽.

        

        각도 상으로만 보았을 때 프로토타입의 레일건은 지금의 교전 구역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스듬하게 훑는 공격만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요컨대 어딘지 모르는 방향에서 날아오는 탄환을 피해내야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소리였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레일건의 탄환을 유도하는 기전을 알아야 하는데…뭐가 제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지?”

        

       “에, 그…저기 허공에 떠있는 동형기가 적당히 유도했겠지, 뭐. 지금 저 밑에서 아군 상대하고 있는 놈들은 제대로 무장도 못 한 놈들이야. 좌표 찍기도 전에 죽을 걸.”

        

       “생각보다 제대로 된 대답이군요.”

        

        

        

        아래에 내려가있던 진이 UI에 제대로 된 레일건 궤적을 업데이트했고, 이를 확인한 후 피해 단위를 살폈다.

        

        적이 예상보다 많이 죽어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시체 주변에 널려있는 벽면 파편들이 그 증거였다. 요컨대 이게 무슨 소린가 하니 레일건이 벽에서 튀어나온 순간 수천 개의 크고 작은 파편들이 함께 터져나왔고, 그 밑에 있는 아르테미스 병력 일부가 후폭풍에 휘말려 산산조각났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작게는 손톱만한 것부터 크게는 사람 주먹보다도 훨씬 큰 파편들이 샷건 탄환에 준하는 속도로 날아들었을 테니까. 말 그대로 무지막지한 크기의 샷건 포화에 정면으로 노출된 거랑 똑같겠지.

        

        하지만 그닥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아군이 피해를 본 건 아니었으니까 – 오히려 흘려듣지 말아야만 하는 내용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볼 수 있었다.

        

        

        

       “흐음…아군 피해는 신경도 안 쓰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나노머신 타워를 지키는 게 최우선일 테니 자잘한 건 신경 안 쓸지도.”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그 와중에도 인컴을 타고 들려오는 수많은 요청들.

        

        그 중에서 필요한 것만을 고르고, 아군의 요청에 맞추어 계속해서 관제실의 이런저런 기기들을 조작한다. 눈 앞에 놓여있는 전장이 교전 실험실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있었다 – 가령 특정 구역을 통째로 이동시키는 것도 그러한 일거리 중 하나였다.

        

        지형을 원하는 대로 조립하는 것도 모자라, 나노머신 타워를 지키는 베타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플라즈마 캐논이 완전히 예열된 순간 바닥 패널을 수직으로 회전시켜 거대한 방어막을 만든다. 그리하여 한층 증강된 위력의 플라즈마 공격이 단번에 막혔다.

        

        섬광이 몰아쳤다.

        

        

        

       ───퍼엉!

        

        

        

       “오우, 세상에.”

        

       “…나도 공격할까? 여기서 나노머신 타워 잘 보이니까 레일건으로 몇 발 쏘면 맞을 것 같은데.”

        

       “괜히 시선 끌려고 시도하지 마세요. 방금 저 위력의 탄이 관제실에 직격하면 저나 그쪽이나 증기가 되어버릴 테니까.”

        

        

        

        얘는 방금 패널이 녹으면서 액체 금속이 사방팔방으로 튀는 것도 못 봤나, 증말.

        

        아무튼 다시 방금의 생각에 몰두하자면 – 한 번쯤 시도해볼만한 공격이 있긴 했다. 간단했다. 지형을 간단히 무시하며 날아든 프로토타입의 레일건 공격을 저 나노머신 컨트롤 타워에 갖다 박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조준 기전 파악을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그걸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혹은 권한을 가져오면 아직 작동 원리의 반도 해석하지 못한 저 나노머신 타워를 통째로 으깨버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러자니 한 가지 필요한 게 있었다.

        

        

        

       “베타가 한 사람을 콕 집어 위험하다고 여겨지게 만들어야겠죠. 그래야지 표적으로 삼기에 충분할 테니까.”

        

       “…너, 설마. 저 아래에서 싸우는 누군가를 보내겠다는 거야?”

        

       “필요하다면.”

        

        

        

       -필요하다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그래도 뭔가 비얌년이 시키는거면 살아돌아올거같지않냐

       -ㄹㅇㅋㅋ

       -?? : 지금부터 호명하는 사람은 미션임파서블 찍고 돌아오면 된다

       -미친련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을 덤덤하게 바라보았다.

        

        기회는 어쩌면 단 한 번. 실로 다행스럽게도 진 혹은 레인은 살아 움직이는 계산기나 다를 바 없었고, 내가 요청하자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타워에 유효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각도가 푸른 빛의 영역으로 표시되었다.

        

        높이는 지상에서부터 37m, 지름은 5m도 안 되는 좁은 공간.

        

        다행히 해당 지역까지 누군가를 운반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필시 인컴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한 명을 호출했다.

        

        

        

       “듣고 있죠, 로건?”

        

       “참 사람 험하게 부려먹는구만. 그래서 뭘 하면 되지?”

        

       “특정 위치까지 옮겨드릴 테니, 아까 대거 팀한테 받은 폭탄 하나만 집어던지고 오면 끝이예요.”

        

       “말은 참 쉽게 하는구만.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는데?”

        

       “직접 옮겨드릴게요.”

        

        

        

        그리고 – 철커덩.

        

        조작을 할당한 뒤 손가락을 들어올리자, 그 움직임에 반응한 센서가 로건이 서있는 구역을 통째로 위로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요.”

        

       “야이 미친 새끼야아아아-!”

        

        

        

       -????????????

       -아니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지 선임을 미끼로 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들 일복터졌죠www

        

        

        

        물론 푸짐하게 욕을 얻어먹긴 했다.

        

        좌우지간 10mx10m의 블럭이 순식간에 위로 밀려올라가더니, 이내 천장에서 튀어나온 크레인에 의해 붙잡혔다. 블럭 자체는 초속 3m의 적당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고, 로건은 그 와중 파우치에서 반물질 유탄을 주섬주섬 꺼내고 있었다.

        

        아마도 타입 찰리급. 지금 하나를 사용한다면 앞으로 3개가 남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았고, 그 순간 발끝으로부터 진동이 전해졌다. 생각보다 거리가 가깝다. 고개를 돌려 해당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것도 없었다 – 하지만 확실한 건 여러 명의 사람들이 접근하고 있단 사실이었다.

        

        그럼 그렇지.

        

        관제실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려고 들 줄은 몰랐긴 했지만.

        

        

        황급히 레인에게 덧붙였다.

        

        

        

       “저 푸른 구역 보이죠? 거기까지 로건을 옮겨요. 레일건 활성화한 다음 저쪽 벽면 조준하고.”

        

       “뭐? 아니, 왜 갑자기 나한테? 뭔 일 있어?”

        

       “두 개 가량의 적 분대가 접근 중이예요.”

        

        

       

        그 말을 들은 레인이 황급히 내가 시키는 대로 행동을 시작했다.

        

        기이잉. 그런 섬뜩한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이 꼬리 끝에 집약되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또 처음이긴 했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말했듯이 적 분대는 둘이었으니 하나는 내가 직접 가야 했다 – 레인은 아직 CQC가 능숙하지 않기도 했고.

        

        타이머를 작동시킨 후 계단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셋.

        

        둘.

        

        하나.

        

        

        

       “발사.”

        

        

        

       ───콰아아앙!

        

        

        

        관제실이 푸른 섬광으로 물들었다.

        

        나는 진작 아래로 빠져나온 상황이었지만, 관제실 내부 공기가 무차별적으로 휘도는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 좌우지간 인컴에서 흥분한 레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저쪽은 성공적이었나보다.

        

        물론 나는 그 와중 수류탄 세 개의 핀을 뽑아들어 복도로 집어던졌고-

        

        

        

       “환영합니다.”

        

        

        

        콰아앙!

        

        이제 막 복도를 가로지르던 아르테미스 분대의 눈 앞이 선명한 섬광으로 물들었다.

        

        교전은 이제 시작이었다.

        

        

        

        

        

        

        

        

        

        

        

        

        

        

        

       “으, 망할, 이런 걸 나한테 시키면 어쩌라는 거야…!”

        

        

        

        콰아앙!

        

        선명하게 달아오른 레일건 파츠를 다시 안으로 수납한 레인이 산산조각난 적 시체를 힐끔 본 뒤, 실로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홀로그램 패널과 바깥을 번갈아 확인했다. 유진이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로건이 탑승한 10mx10m 패널을 조작하는 것은 레인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기이잉. 그런 소리를 내며 패널이 동쪽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한편 제어탑의 정중앙에 둥둥 떠있다시피 한 베타 타입은 실시간으로 다가오고 있는 로건보다는 좀 더 유효한 위협인 유진 – 유진은 없었지만 – 팀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중이었고.

        

        그 증거로, 또다시 꼬리 부분에서 발광하는 플라즈마가 있었다.

        

        

        

       “바, 방패가 어디 있더라…베타 타입 플라즈마 예열 중! A4 패널 들어서 막을 테니까 엄폐해!”

        

       “목표 지점까지 앞으로 30초. 10초 내에 도달한다, 레인.”

        

       “알겠어, 알겠으니까아….”

        

        

        

        병렬 사고.

        

        완전한 인공생명체 그 자체인 레인에게는 그닥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그러한 사고를 통해 내린 결론에 사람의 목숨이 오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을 과도하게 동일하게 자각했기에 논리에 부담감이라는 변수가 섞이는 것이었다.

        

        이런 걸 아키타입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었던 거야 – 그리 생각한 레인이 왼쪽 손가락을 위로 들어올림과 동시에 마치 무언가를 쏘아내듯 오른쪽 팔을 앞으로 밀었다.

        

        그 순간 저 건너편에서 수직으로 세워지는 패널, 그와 동시에 터져나오는 섬광. 플라즈마가 패널을 강타한 순간 위에 놓여있는 모든 것들이 불타오르고 증발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패널을 다시 접은 레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나쁜 뜻은 아니었다.

        

        

        

       ‘…역시, 저 제어탑을 조정하느라 베타의 반응이 무지막지하게 느려!’

        

        

        

        시설 관제 AI가 프로토타입을 비롯한 대부분을 조종하고 있다.

        

        이미 대거 팀을 포함하여 이곳에 온 전원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몸으로 체감한 순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 요컨대 시설 관제 AI는 현재 프로토타입을 조종하느라 제어탑을 관할 중인 베타는 반쯤 자율적 요격 상태로 남겨놓은 상태임을 뜻했다.

        

        그렇다는 것은…생각보다 해볼 만하다.

        

        

        다음 발사까지는 40초.

        

        그녀가 오른손을 거둬들임과 동시에 로건이 타있는 패널의 높이를 조정했다. 37m. 대략 어지간한 아파트 13층에 맞먹는 높이였다.

        

        하부 레일에 유탄을 장전한 로건이 인컴을 통해 신호를 보냈다.

        

        지하에서 자그마한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눈 앞의 모든 것이 증발했다.

        

        그러나 제어탑이 완전히 박살나지는 않았다 – 반쯤 자율적으로 기동하는 줄로만 알았던 베타 타입이 몸을 던져 유탄을 막았고, 아주 느리게 재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건은 그 사실을 이미 반 정도는 예측하고 있었고, 애초부터 이들의 목표는 제어탑을 프로토타입의 레일건으로 완전히 철거해버리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아예 대놓고 공중에서 형성되고 있는 베타에게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인은 베타에게서 뻗어나온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적색 레이저…!’

        

        

        

        그와 동시에 인컴 전체를 울리는 대거 팀의 목소리,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타이머.

        

        프로토타입을 조종하던 시설 관제 AI가 드디어 이쪽을 향해 다시 눈길을 준 것이었다 – 그리하여 숫자가 하나씩 줄어든다. 거리는 1.2km. 다행히도 중간에 있는 장애물은 지층 그 자체였기에 탄속은 빠르게 느려졌고, 그리하여 탄환이 제어탑까지 도달하려면 1.4초가 걸렸다.

        

        그 와중 로건이 붉은 레이저를 쏘아내고 있던 베타를 마저 벌집으로 만들었다. 물론 발사가 취소되지는 않겠지만, 실시간으로 좌표를 추적할 수 없으니 마지막에 설정했던 좌표로 탄환을 쏘아내겠지 – 확실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통해 추측할 수 있었다.

        

        그렇게 타이머가 1초로 수렴한 순간, 레인은 오른팔을 내렸다.

        

        

        아니, 내리려고 했다.

        

        아래층에서 아키타입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시커 마인-!”

        

        

        

        콰아앙!

        

        아르테미스 보병 최후의 발악이 관제실로 도달했고, 레인이 그 자리에서 튕겨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상황이 압축적으로 발생했다 – 유진은 마지막 발악을 시도한 적을 죽였고, 레인은 공중기동을 통해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그대로 튕겨져나간 레인에 의해 로건이 서있던 패널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밑으로 기울어졌고, 그리하여 로건은 마치 썰매를 타는 것마냥 바닥을 긁으며 지면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단지 기울어진 바닥의 각도가 70도 이상이었을 뿐.

        

        

        인컴을 타고 로건의 거친 욕설이 터져나왔다.

        

        

        

       “이런 망할───!”

        

        

        

        그 순간 레인의 뇌가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 왼손 패널의 조작 권한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오른손의 패널을 다시 위로 들어올린다. 그리하여 로건은 패널에 의해 밀어올려져 마치 핀볼의 공마냥 기묘한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부유했고, 그 순간 반대편 바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기울어진 각도로.

        

        속도를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임시방편이었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70도에서 55도의 지면에 착지한 순간 중력에 의해 만들어진 속도는 마찰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고, 그 다음으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패널이었다.

        

        그리하여 패널의 기울기가 30도까지 하락한 순간, 로건은 간신히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투콰앙!

        

        

        

        푸른 섬광이 제어탑을 꿰뚫었다.

        

        말했다시피 로건은 제어탑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었고, 당연하겠지만 높이만 55m에 달하는 거대한 타워가 폭발하며 생겨난 수많은 파편을 달려서 피해야만 했다.

        

        폭발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고, 그녀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쏟아지는 자동차만한 파편 십수 개를 피해 달렸다. 심지어는 충돌의 여파에 의해 바닥을 구성하던 패널이 기울어지거나 바닥으로 무너지는 경우까지 있었기에 더더욱 빠르게 달려야만 했다.

        

        그리하여 로건의 순간 속도는 시속 80km에 달했고, 그녀는 대략 20초 가량이 지나서야 제어탑의 폭발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생전 고인의 개쩌는 순간을 또 하나 쌓는 순간이었다.

        

        

        물론 당사자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이런 망할, 레인이랑 유진 어딨어.”

        

       “참아요, 참아. 그것보다 뒤 한 번만 보시죠.”

        

       “…뒤?”

        

        

        

        스윽.

        

        두 명을 잡아먹을 것처럼 씩씩대던 로건이 슬며시 다가온 로렌티나의 말에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하여 보이는 광경 – 절반쯤 수복된 모습 그대로 필름이 끊긴 듯 지면으로 추락하는 베타, 기분나쁜 검은 색으로 발광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나노머신 제어탑,  그리고 마치 인생이 망한 것처럼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잔존 아르테미스 세력까지.

        

        살아있는 아르테미스 보병 전원의 머리에 하나씩 구멍을 내준 로렌티나가 말을 이었다.

        

        

        

       “덕분에 어떠한 작전 중 손실도 없이 첫 번째 제어탑을 지워버렸군요. 고생 많았어요.”

        

       “…하.”

        

        

        

        큭큭 웃은 로건이 말을 이었다.

        

        

        

       “다음엔 네가 해라.”

        

       “물론이죠. 저나 그쪽 아니면 또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나는 막내 정강이 까러 갈 거니까 막지 말고.”

        

        

        

        슈웅.

        

        그리고 로건은 로렌티나가 미처 가로막기도 전 무지막지한 속도로 관제실을 향해 달려갔다.

        

        두 명의 비명이 인컴을 가득 채우기까지 22초 전의 일이었다.

        

        

        

        

        

        

        

        

        

        

        

        

        

        

       “수복 효율 저하 확인. 갑자기 레일건을 또 갈기나 했더니 자기 무덤을 팠군.”

        

       “그건 그렇다고 쳐도, 첫 번째 제어탑을 이렇게 빨리 박살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나중에 반대편에서 뭔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이나 해봐야겠어.”

        

        

        

        한편, 초대형 교전실험실.

        

        대거 팀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천칭이 조금씩 반대 방향을 향해 기울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적의 무기는 곧 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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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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