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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5

       *** ***

         

       드르르릉!!

         

       피유유우.

         

       흑묘는 코까지 골며 자는 호천안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다시 봐도 기가 막힌 장면이었다.

         

       “진짜 자네.”

         

       호천안의 행태에 분을 참지 못하다 방을 박차고 나간 서문연. 그리고 그런 서문연을 달래기 위해 따라간 일행.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흑묘만이 호천안 옆에 남았다.

         

       흑묘는 코까지 골며 자고 있는 호천안을 보며 첫 만남이 떠올랐다.

         

       전우조 문제로 유사연과 대립하던 호천안.

         

       흑묘가 옆에 있건 말건 벌렁 드러눕더니 다음날부터 그저 배나 벅벅 긁으며 무협지를 봤었지.

         

       흑묘는 그때를 떠올리고는 숨죽여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의뢰인들에게 바지를 벗어주고는 유유히 올라가는 호천안의 뒷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때는 이렇게 연인관계까지 발전할 줄은 몰랐지만.

         

       ‘선배.’

         

       흑묘는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이름조차 없던 이류무사 사천낭인 대신 이 드넓은 천하 어디에서나 별호 하나만 대도 모두가 알아보는 명성 높은 화경 고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사천낭인 시절과 하나 다를 바 없이 벌렁 드러눕는다.

         

       한결같은 그 모습에 흑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벌써 연인이 된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흑묘는 호천안과 연인이 된 달콤함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연인이 된 후로 바뀐 변화로는 그냥 좀 더 망설임없이 어깨를 찰싹 때릴 수 있게 된 정도였으니까.

         

       물론 호천안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했다. 언제 혈교의 영물이 들이닥칠지 모를 상황이니 마음의 여유가 없겠지.

         

       그래도 정말로 연인으로 취급하긴 하는 건가 싶어 서운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근래에는 미안함까지 더해졌다.

         

       제갈세가에서 진법을 만들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흑묘의 구음기 역시 톡톡히 한 몫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에게 서로가 짐이 되는 상황.

         

       어쩌면 내가 진법에서 빠지는 게 선배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까.

         

       가슴 속 한편에 그런 생각이 자리잡고 흑묘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드르릉!

         

       피유우우!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호천안의 고른 숨소리를 따라 사르르 녹아내렸다.

         

       흑묘가 부르는 선배라 부르는 호천안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오막측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해왔고.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그 모습은 조금도 변치 않았으니.

         

       이번에도 언제나와 같이 호천안을 믿고 그 뒤를 따라 함께 걷고 있으면 어느 난관이라도 극복할 수 있겠다.

         

       그런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남녀간의 눈치까지 한결같을 필요는 없는데 말이에요.”

         

       흑묘는 세상 태평한 얼굴로 자고 있는 호천안의 볼을 쿡 찌르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며 일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잘하고 있으려나.’

         

       *** ***

       

       “뭡니까! 저 무도한 작자는!”

         

       서문연이 터트리는 분통에 일행들은 눈치만 보았다. 보통 이럴 때 대표로 나서는 혁기린이 땀을 삐질 흘리면서 서문연을 달랬다.

         

       “호 무사님의 무례에 대해서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걸 소저께서 왜 대신 사과하신단 말입니까! 제가 직접 받아내고야 말 것입니다!”

         

       펄펄 뛰며 화를 내던 서문연은 화가 조금 가라앉자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혁기린의 모습에 화를 꾹 눌러 참았다.

         

       드러누운 것은 호천안인데 엄한 처자에게 분플이를 하는 꼴이었으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서문연이 길게 한숨을 토해내자 혁기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어…그래도 저희에게는 진법이 꼭 필요한 사정이 있습니다.”

         

       서문연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면서 혁기린의 말을 머릿속에 담았다.

         

       사정이라.

         

       다시 곱씹어 보면 참 기이한 이야기였다.

         

       점창파. 당문. 사파. 사천낭인. 그리고 이젠 무소속이라고 해야 할 뇌검낭인까지.

         

       그런 이들이 모여 영물을 잡을 때나 쓰는 합격방진을 형성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서문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듣지 않겠습니다.”

         

       그런 사정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서문연은 누구에게도 진법을 내 줄 생각은 없었다.

         

       특히 남의 집 안방에 드러눕는 무림깡패에게는 더더욱!

         

       서문연은 어떻게든 자신을 달래고자 열심이 혁기린과 그 뒤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일행들. 그리고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당소열을 훑어 보았다.

         

       호천안이 벌렁 드러누웠을 때 일행들이 보인 반응.

         

       그 반응 속에 녹아 있던 당혹스러움은 다시 되새겨 봐도 연기는 아니었다.

         

       서문연은 혁기린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사고는 호천안이 쳤는데 미안함도 혁기린이 느끼고 사과도 혁기린이 대신 하고 있는 상황.

         

       저런 망나니에게 걸려 고생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측은지심이 들어 모질게 대하기가 어려웠다.

         

       “진법은 결코 내주지 않을 것이나 무고한 이들까지 박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방 정도는 내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문연 진법사님.”

         

       그렇게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

         

       한잠 때리고 난 뒤 자리를 이동했다.

         

       ㄷ자 형태의 가옥. 그런 가옥의 정중앙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집 어디를 돌아다니더라도 나를 목격할 수밖에 없는 절묘한 명당 자리.

         

       서문연이 부들부들 떨었지만 안타깝게도 서문연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막말로 어? 내가 이 자리에 똥을 싸더라도 서문연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흑묘야, 무협지 없냐?”

         

       “있을 리가 있겠어요?”

         

       그렇게 타박한 흑묘는 쌀튀김 주머니를 건네 주었다.

         

       질리지도 않나 정말 한결같네.

         

       옥수수가 옥수수를 들여오면 흑묘의 쌀튀김 주머니는 팝콘 주머니로 바뀔까 아니면 계속 쌀튀김 주머니로 남아있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쌀튀김을 씹었다.

         

       “제가 돕겠습니다!”

         

       “됐습니다!”

         

       “아닙니다! 이거라도 돕게 해주십시오!”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며 밥을 짓는 서문연. 미안함에 그런 서문연을 어떻게든 도우려는 혁기린.

         

       “괜찮…!”

         

       버럭 성질을 내려던 서문연이 멈칫했다.

         

       그야 혁기린같이 귀여운 소저가 울상을 지으며 올려다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화가 풀리겠지. 길게 한숨을 쉬며 혁기린을 바라본 서문연이 마지못해 중얼거렸다.

         

       “저쪽을 맡아 주시지요.”

         

       “예! 감사합니다!”

         

       “…감사할 게 뭐가 있단 말입니까.”

         

       해맑게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혁기린. 그리고 그런 혁기린을 따라 은근슬쩍 주방에 발을 딛는 여일예와 당도연.

         

       그런 여일예와 당도연을 제지하려다가 실패한 서문연은 한숨을 내쉰 뒤에 나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배를 벅벅 긁었다.

         

       송충이 보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던 서문연이 고개를 팩 돌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한바탕 낄낄거린 뒤에 벌렁 드러누웠다.

         

       “어쩌려고 그래요? 협상을 하기도 전에 너무 미운 털 박히는 거 아니에요?”

       

       흑묘의 걱정 어린 시선이 따라붙었다.

         

       확실히 지금 내 행동은 도를 넘긴 했다. 정말로 서문연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취하는 편이 정답이고 지금 내 행동은 서문연을 설득시키기보다는 거의 깽판에 가까우니까.

         

       아무리 사연이 절절해도 비호감 인물에게는 기회를 주는 이는 별로 없겠지.

         

       그러나 이 역시 계산된 행동이었다.

         

       “다들 잘 해주고 있으니까.”

         

       나는 제갈세가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참으로 창피하지만 암표상에게 속아넘어가 눈이 뒤집혔을 때는 솔직히 그놈들을 일망타진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상쾌하게 복수를 끝마친 뒤에 머리가 맑아졌으니 이제부터 새 수단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런데 내가 암표상을 박살내러 간 행동을 이용해 일행들은 제갈세가로 들어갈 방법을 안배해 두었다.

         

       그때 느꼈다.

         

       지금 나와 함께 움직이는 이들을 충분히 믿을 수 있겠다고.

         

       내가 분노로 인해 눈이 뒤집혀 머릿속에서 제갈세가에 입장해야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했을 때. 일행들은 나를 위해 제갈세가에 들어갈 방법을 강구해 두었고 멋지게 성공시켰다.

         

       그러니 오늘은 일행을 믿고 일을 저질렀다.

         

       이름하여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전략.

         

       나는 서문연의 진상이 되고 일행들은 내 행동을 틈타 서문연의 마음을 연다.

         

       물론 일행들에게는 언질 한 마디 주지 않았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 하는 법.

         

       머리가 비상하고 기감이 민감한 진법사를 속이기 위해서는 일행에게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맞춰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행들은 내가 바라는 대로 행동해 주고 있었으니 나는 열심히 진상짓만 하면 될 일이었다.

         

       “아하.”

         

       흑묘가 실실 웃으며 내 볼을 쿡쿡 찔렀다.

         

       나는 어쩐지 얼굴이 뜨거워져서 고개를 돌렸다.

         

       뭐랄까.

         

       일행들이 지금과 같이, 내 의도처럼 움직여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울 줄은 몰랐다.

         

       “요요, 귀여운 선배 보게~”

         

       내 뺨을 잡고 쭉쭉 늘리는 흑묘.

         

       “그만 해라.”

         

       “에이, 연인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혁기린의 찹쌀떡 같은 볼따구도 아닌데 왜 이리 만지작거리는건지.

         

       한참이나 내 얼굴을 만지작거린 흑묘가 몸을 일으켰다.

         

       “저도 상차림 정도는 도와야겠네요.”

         

       흑묘가 후다닥 달려가 상차림을 도왔다. 나는 일행들과 옥신각신하는 서문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보통 손님이 주인에게 예를 갖추지만, 주인이라고 손님에게 갖춰야 할 예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승낙 여부와 별개로 먼길 온 손님에게 용건을 듣고 여독을 풀게 해 주는 정도가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 수 있지.

         

       남의 안방에 드러누운 불청객.

         

       그런 불청객의 일행들을 내쫓지 않은 것만으로도 서문연은 충분히 예의 바른 사람이자 인격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인격자 서문연은 어째서 나를 보자마자 맹비난을 퍼부었으며 조건조차 듣지 않고 의뢰를 거절했을까.

         

       그 사연을 알아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사연을 알아내고 서문연을 설득해내야겠지.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초면부터 미운 털이 잔뜩 박혀 있던 내가 아니라 다른 일행들이 말이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믿고 있겠다고.

         

       믿고 내 역할에 충실하자고.

         

       그렇기에 나는 팔다리를 대자로 펼치며 눈을 감았다.

         

       지금은 낮잠을 한 숨 때릴 때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행들을 신뢰하는 호천안.

    그리고 신뢰의 결정체, 해줘! 벅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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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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