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25

       “…도움이요?”

       “그래. 이래 뵈도 본인은 가진 것이 많은 인간이거든.”

       

       막 현대로 건너왔을 무렵의 본인이라면 무언가를 박살내는 것밖에 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의 본인은 한 사람의 무인이자 외톨이였으니까.

       

       허나 지금은 다르다. 본인 스스로가 지닌 능력은 이미 무인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섰으며 또한 이를 지원해 줄 여러 이들을 옆에 두고 있지.

       

       “마음먹고 이 세계를 돕고자 한다면 많은 것을 베풀 수 있을 터.”

       

       내 이리 말을 하고서 옆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베니가 날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 파이스냥이의 영상을 볼 때와는 다른 의미로 진중한 위정자의 눈빛.

       

       본인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규격 외의 존재인지 아는 베니다.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꺼낸 순간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파이스 그대의 존엄을 팔아넘긴 게 무의미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받아들이겠다면 내 기꺼이 여러 도움을 줄 터이다만.”

       “파이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니가 파이스의 이름을 부른다.

       

       부드러움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엄격한 어투에 파이스의 표정도 빠르게 바뀌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한 때 수많은 위기를 함께했던 이들이다. 장난을 칠 때와 진중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데에도 익숙한 것이겠지.

       

       “베니. 당신께서 이야기를 나눠 주세요. 전 이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파이스. 당신께 진 빚을 아직 다 갚지도 못했는데 또 다시 빚이 생겨나는군요.”

       “아닙니다. 제가 무슨 빚을 만들었습니까. 화령님께서 모든 일을 해결해 주셨을 뿐인데.”

       “아니지. 파이스. 그대가 빚을 만든 게 맞다. 그대가 몸을 팔아 본인의 도움을 구했는데 어찌 그대의 위업이 아닐 수 있을까.”

       “…몸을 팔았다는 표현은 좀 너무 하지 않습니까?”

       “어쨌든 맞는 말이지 않은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맞는 말이지만. 더 좋은 표현이 얼마든 있지 않습니까!”

       

       조금 놀려 보았더니 파이스 저 녀석이 울려하기에 등을 툭툭 두드려주었다.

       

       아직 마음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래도 빨리 적응해야 하지 않겠느냐? 앞으로도 많은 놀림을 마주해야 할 터인데 말이다.

       

       “뭐어. 어찌되었든 내 입장에선 정당한 대가의 지불이라는 게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필요한 것을 말해 보거라.”

       “뭐든… 말인가요?”

       “본인이 가능한 한도내에서는.”

       

       본인이 능력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설화에 나오는 신처럼 전지하고도 전능한 것은 아니거든.

       

       그러니 일단은 그대가 필요한 것을 말하라. 그래야 그 중에서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알 수 있을 테니.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입니다.”

       

       파이스가 나타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멸망한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이 세계다.

       

       용사의 등장에 의해 희망을 얻고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런다고 그 때까지 잃어버린 많은 것들이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외신의 마력에 의해 감염된 토지는 황폐화 되었고. 농사의 기술을 전수해주어야 할 이들이 대부분 죽었으며.

       

       일을 하기 위한 여러 도구와 씨앗도 불타 없어진 지 오래였던데다가.

       

       심지어는 농사를 지을 인구조차 소실되어 버린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으니.

       

       식량의 생산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리가 없었다.

       

       그래도 당시의 사람들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못하다 하더라도 어쨌든 세상을 구원하는 데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그 시절을 보내던 이들은 무너진 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된다 외치며 무너졌던 세상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했다.

       

       허나 그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던 그 순간에 외신이 다시금 부활해버렸으니까.

       

       “작금의 식량 상황은 최악입니다. 바깥에서 축제랍시고 웃고 떠드는 이들에게도 제대로 된 식사를 베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죠.”

       “식량인가.”

       

       베니가 이야기하는 것의 심각성 자체는 이해했다.

       

       무림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 온 본인은 식량의 부족이라는 게 얼마나 끔찍한 상황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다만 본인 개인의 능력으로는 도움을 주기 어려울 듯 하구나.

       

       결국에 본인은 개인이다. 최선을 다해 식량을 수급한다 하더라도 대륙의 사람 모두의 주린 배를 채울 수는 없지.

       

       다른 곳의 도움을 구한다면 이야기야 다르겠지만. 일단 그것은 나중의 이야기이니.

       

       “그 다음은 망가진 대지의 회복일 겁니다. 최소한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수준만 된다면 저희가 식량을 자급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쪽은 어렵잖게 도와줄 수 있겠구나. 일단 돌아가는 길에 토지의 상황을 보겟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바라는 도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대륙 각지에 남아 있는 외신의 부하들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서…”

       

       *

       

       베니 그 녀석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든 생각은 이 대륙에 남은 위기가 생각보다 커다랗다는 것이다.

       

       한 때 바지로나마 단체의 장을 맡았던 사람이자 한 단체를 멸망으로 이끌려 했던 본인이다.

       

       지금 그녀의 나라가 맞이한 상황이 얼마나 극악한지 이야기만 들어도 짐작이 간다.

       

       당장에야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지만 결국 저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커다란 혼란이 찾아올 것이고 그 때에 대륙은 다시 한 번 멸망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겠지.

       

       아마 그 때에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검은 것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살아남기 위하여 서로를 죽이는 날이 찾아올 터.

       

       어찌 되었든 도움을 주기로 약속을 했으니만큼 본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만 아무래도 혼자서는 견적이 잡히지 않는구나.

       

       잡것들을 처리해달라는 부탁이야 본인이 홀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처리하면 그만이지만 이외의 문제는 본인 혼자 해결하기엔 벅차니 말이다.

       

       “그래서 그대의 의견을 구하고 싶다마는.”

       

       파이스를 남겨둔 채 현대의 세상으로 돌아온 나는 방 안에서 VR게임을 즐기던 바루를 일으켜 그녀에게 조언을 구했다.

       

       대지의 회복이라거나 하는 부분에선 그녀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으니까.

       

       “대충 상황은 이해했다. 그건 본인이나 백주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긴 하구나.”

       “그렇지?”

       “근데 말이다. 그대가 이야기하는 대륙이라는 것은 대체 얼마나 거대한 규모를 지닌 것이냐?”

       “글쎄다. 베니 그 녀석에게 이야기들은 것으로는 대충…”

       

       어림짐작하여 규모를 이야기해 주었더니 바루가 미간을 찌푸렸다.

       

       “단언하마. 나와 백주 둘이서는 무리다. 대지에 어느 정도 생기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규모가 너무도 커.”

       

       마을 몇 개 정도야 어찌저찌 가능하겠지만 단기간에 그 많은 대지를 회복시킬 수는 없단 바루의 말에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혈교주 그 놈팽이에게 생기를 모두 다 집어 삼켜진 것보다야 상황이 낫지만 그래도 규모가 규모이니 말이다. 

       

       이를 추측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음을 던진 까닭은 다른 것을 묻기 위한 초석이었다.

       

       “그렇다면 말이다. 그대와 백주 이외에도 다양한 이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지의 복구 자체는 가능하단 소리냐?”

       “으음. 글쎄다. 일단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긴 할 게다.”

       “그래. 가능하다는 말이지.”

       

       그것이면 충분하다.

       

       바루에게 감사를 전한 나는 차원을 넘기 위한 균열을 만들어 냈다.

       

       “어디로 가려는 게냐?”

       “바루. 그대가 있던 세상으로.”

       “백주를 데리러 가는 것이야?”

       “아니. 그대가 이야기하지 않았나. 백주만으로는 모자라다고.”

       

       한 두 사람으로는 안 되는 일이라면 수십 수백의 인원을 기용하는 되는 것 아니겠는가.

       

       “본인의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내 함께 가도록 하마.”

       

       바루를 데리고서 화룡무인의 세상에 발을 디딘 나는 한치 망설임 없이 허공을 밟아가며 한 장소로 향했다.

       

       본인이 찾고자 하는 이들이 있을 장소야 한 곳으로 정해져 있었으니까.

       

       신선산.

       

       인간의 육신에서 벗어나 하늘로 오른 이들.

       

       도술을 다루는 실력에 있어서는 바루조차도 존경을 표하는 신선들이 기거하는 장소.

       

       그 곳에 존재하는 결계를 가뿐히 넘어선 나는 신선문 앞을 지키고 있는 그리운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오랜만이군. 검선.”

       

       검선. 본인이 화룡무인의 세상에 발을 들였을 때 처음으로 맞이를 해주었던 이.

       

       그는 내 인사말에 멍하니 내 얼굴을 살피다가 내 옆에 있는 바루를 보고서야 입을 열었다.

       

       “…자네는 민가인가?”

       “그래.”

       “하. 하하하하! 그래! 어쩐지 육신에 비하여 닿은 경지가 드높다 싶었어! 자네의 본신이 달한 경지는 이미 인간의 격을 초월한 상태였던 게로군!”

       

       검선은 목소리를 드높이면서 눈에 열정을 담았다.

       

       손가락을 움찔거리는 것이 당장에라도 본인과 무를 맞대고 싶은 듯 하구나.

       

       확실히 이 녀석은 신선이기 이전에 무인인 작자다.

       

       본인의 경지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하며 물러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야.

       

       “내 그대와 놀아주고 싶기는 하다만. 안타깝게도 당장은 용무가 있어서 말이다.”

       “용무라 함은?”

       “혈교주를 알 것이다. 그대들의 영역을 집어 삼킨 후 무림으로 발을 옮긴 녀석이니까.”

       

       혈교주의 이름을 입에 담기 무섭게 검선의 표정이 찌푸려진다.

       

       “본래라면 무림을 집어 삼키고서 돌이킬 수 없을 재앙이 되었을 자를 본인이 막아내었음은 물론이요. 그대들의 복수까지도 본인이 수행했으니 그 값을 받고자 한다.”

       

       네 녀석들이 해야 할 일을 본인이 대신하였으니 그대들도 본인에게 도움을 주어야하지 않겠나.

       

       그리 이야기를 하였더니 검선이 눈을 살짝 치켜 들었다가 이내 가벼이 웃음을 흘렸다.

       

       “그런가. 그 정체 모를 고수가 누군가 하였더니 그대였군.”

       “증거가 필요한가?”

       “아니. 민가 그대가 이런 일로 거짓을 고할 리 없으니 괜찮다.”

       

       손을 휘휘 내저은 검선은 자신의 갓을 벗고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우선 감사를 표하겠네. 우리가 막아야 했으나 막지 못한 것을 처리해 준 것에. 그리고 우리들의 복수를 대행해준 것에.”

       “그래.”

       “그대가 그 보답으로 무엇을 바라는지는 모르겠다만 지금은 도움을 주기 어려울 듯 하구나. 우리 신선들의 상황이 결코 좋다 할 수 없어서 말이야.”

       

       혈교주에 의해 많은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 예상한 본인이었지만 신선들의 피해는 본인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 넘은 상태였다.

       

       가벼이 발을 들인 선계는 과거의 생기를 모두 다 잃어버린 채였으니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