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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6

    그로부터 며칠 뒤, 루크의 집을 찾아온 택배들.

     

    물론 그것들은 루크의 앞으로 온 택배들이었다.

     

     

    “여기, 사인이요.”

    “오, 예상보다 빨리 왔구나!”

     

    루크는 사인을 해 달라는 택배기사의 요구에 경쾌한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내리며 생각했다.

     

    ‘하루나 이틀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이번 택배는 정말 빠르구나. 이렇게 되면 일정을 더 앞당겨도 되겠어.’

     

    루크의 사인을 확인한 택배기사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모자를 고쳐쓰고는 몸을 돌렸다.

     

    “예, 확인 됐습니다. 안녕히 계십쇼.”

    “그래, 그대도 수고하게!”

     

    그렇게 택배기사를 돌려보낸 뒤, 루크가 희희낙락한 얼굴로 택배를 옮기는 모습을 본 다이튼은 궁금증을 담아 물었다.

     

    “야, 이건 다 뭐야? 또 뭘 샀어?”

     

    현관에 놓인 택배박스들을 가리키며 묻는 다이튼의 질문에, 루크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별 거 아닐세. 방송용으로 쓸 장비들이랄까?”

     

    그것은 방송 송출을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이번에 구매한 마이크와 카메라를 비롯한 장비들이었다.

    일단 방송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장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돈을 벌기도 전에 돈이 지출되기는 했지만, 이것도 다 돈을 벌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나쁘진 않다.

     

    어부가 낚시를 하려면 낚싯대가 필요한 법이고, 또 월척을 낚으려면 그만큼 질 좋은 낚싯대가 있어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본전은 금방 회수할 수 있으리라.

    루크에겐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다이튼으로서는 금시초문인 이야기였다.

     

    “방송?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게? 너 방송하게?”

     

    다이튼의 질문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 볼 생각이다. 집에 앉아서 돈을 벌수 있다고 하잖나.”

     

    최소한의 노동으로 최대한의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에게 내재된 욕망이며, 당연한 것. 

    오히려 눈앞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하지 말아야 하는 지 묻고 싶을 정도다.

    그토록 어설프게 방송하는 이들도 그렇게나 돈을 버는데, 자신이 하면 무조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또한 당연한 사실이다.

    이는 방송장비가 도착하기 전까지 지난 며칠간 여러가지 방송들을 더욱 깊이 탐구하며 스스로가 내린 결론.

     

    집에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일들 중, 기반이 되는 종자돈이 비교적 적으면서 동시에 현격히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오로지 방송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에는 방송장비 이외에 따로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선 그 물건의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들지만, 방송이라는 건 시간이라는 자원 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으니 말이다.

     

    심지어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숲의 마나가 흘러오는 집에서 나갈 이유가 없기에 거리공연보다 마나 노출에도 더 효율적인데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노출될 수 있다.

    거리공연은 아무리 잘 모여봤자 그 공간에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 100명도 채 모일 수 없지만, 네트워크에는 그런 제약이 일체 없으니까.

     

    그리고 마침 지금은 시간이 꽤 남고 있으니,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최고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단 하나, 단점을 꼽자면 방송을 한다면 유명해지고 만다는 것이었다.

     

    유명해지기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자신은 이미 꽤나 유명인사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동네를 돌아다녀봐도 벌써 아는 사람이 절반 아닌가.

     

    자주 가는 가게의 주인과 직원들, 거리에서 몇 번 마주쳐서 인사를 나눈 이웃들, 꾸준히 거리공연을 보러 와 준 사람들, 연구소와 발전소의 직원들…….

     

    일일이 세려고 나열하면 벌써부터 까마득하다.

     

    이 상황에서 네트워크에서 더 유명해진다고 해 봤자 삶에 큰 변화는 생기지 않으리라.

    방송으로 조금 유명해진다고해서 집에 공무원들이나 기자들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 아닌가.

     

    루크가 경계하는 종류의 관심은, 그런 광범위한 집단의 얕은 호감과 같은 관심이 아니었다.

    다시말해, 루크가 얻고 싶지 않은 것은 바로 자신을 귀찮게 만들 수 있는 종류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관심.

     

    예를 들자면, 라스 상이나 드랙 상을 수상하는 것과 같은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종류의 인기가 싫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방송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일반인 몇 만명이 지켜보는 정도가 끝 아닌가?

    이는 국민의 숫자로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수치고, 높으신 분들이 신경을 쓸 이유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건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다이튼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내며 목소릴 내었다.

     

    “아니, 그럼 지금 돈을 벌려고 방송을 한다는 거야?”

    “물론이지, 나라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 테니까.”

     

    취미나 뭐 그런 게 아니고, 정말로 돈을 벌 목적으로 방송을 한다는 건 여전히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루크는 똑똑하긴 해도 역시나 어느 부분에선 맹한 구석이 있는 10살짜리 여자애고, 그런 여자애가 방송을 해서 돈을 벌겠다고 하는 건 어른으로서 말려야 하는 행동에 속하는 것이었다.

     

    다이튼은 걱정을 담아 말했다.

     

    “……뭔가 불안한데. 그냥 이것들 환불하고 방송 안 하면 안되냐?”

     

    ‘이상한 물이 들어서 애를 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만 드는데.’

     

    그러나, 루크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미 산걸 환불하라니, 왜 그런 짓을 하지? 걱정 말게나, 그대가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나는 자극적인 건 일체 손대지 않고, 잔잔한 분위기의 방송을 추구할 거야.”

    “……벌써 방송 방향도 정했어?”

    다이튼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하게 묻자, 루크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계획이 없으면 내가 일을 추진할 리가 없잖나.”

    “어……, 네가 원래 그렇게 계획적이었나?”

     

    루크는 사실 계획이 없으면 일을 추진하지 않는 아이였나?

    옆에서 보면 루크는 뭔가 치밀한 계획을 짜고 사는 것 처럼은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다이튼의 그 천연덕스러운 모습은 루크에게는 얄밉게만 비쳤다.

     

    “너는 날 대체 뭘로 보고 있는 게야?”

     

    다이튼의 말에 루크는 살짝 발끈한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다이튼 주제에 자신의 계획성을 논하려는 건가?

    자신이 평소에 얼마나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사는데 말이다.

     

    “언제 네가 계획을 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야지. 나는 네가 방학 시간표 하나 짜는 걸 못 봤는 걸.”

    “……아니, 그.”

     

    가만 생각해보니 루크도 그 말에는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계획을 짜는 것도 스스로의 머릿속에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조정을 거칠 뿐, 남이 자신이 계획대로 행동한다는 걸 알아볼 수 있게 하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요즘은 전처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

     

    루크는 다이튼의 그 주장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그다지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는 편은 아니지.

    핑계를 대자면 이런저런 일들로 피곤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왠지 그것도 다 핑계를 대는 것 처럼만 느껴진다.

     

    뭐, 실제로 핑계가 맞기도 하다.

    피곤해도 어떻게든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인물상 아닌가.

     

    그리고, 왠지 최근엔 자신이 계획을 하면 제대로 된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일전에 카페의 일도 돌이켜보면 운 좋게 행운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 계획 때문에 그대로 망하고 말았을 테고…….

     

    그래서 그에 대해선 루크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

     

    그나저나, 또인가.

    자신의 말로 반박을 당하는 경험은 한번이면 족하다 생각했는데…….

    굉장히 부끄럽다.

     

    굳이 왜 그런 말을 했지?

    요즘 들어 말실수가 잦다.

    이러면 안 되는데.

     

    평소라면 뭐라고 반박을 했을 타이밍에서 입을 다물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루크의 모습을 바라보던 다이튼은 결국, 루크의 비계획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무슨 방송을 하려고 하는데? 들어는 보자.”

     

    “그게…….”

     

    루크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까까지 자신의 무계획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생각한 방송 주제가 일단은 뭐든 해보는 ‘종합방송’이라는 걸 말하면 그야말로 스스로가 계획이 없다 시인하는 꼴이다.

     

    사실 방송 초기상태인 지금 그런 형태의 방송을 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건 없다지만, 타이밍이 나쁘지 않나.

     

    결국, 루크는 이번에도 빽 소리를 질렀다.

     

    “비밀이네! 내가 왜 그대에게 그런 것까지 일일이 다 알려줘야 하나!”

     

    다이튼은 택배상자를 끌어안고 방으로 후다닥 올라가는 루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지만, 어찌나 날랜 몸놀림이었는지 벌써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철컥, 철컥.

    “어, 야! 너 임마, 걱정돼서 그러지! 지금은 내가 아빠니까!”

    그러자 문 너머로 들려오는 외침소리.

    “이런 걸로 아빠노릇 하려고 하지 마! 이건 내가 알아서 하니까!”

    “야! 갑자기 또 왜그래? 너 진짜 사춘기냐?”

    “그런 거 아닐세!”

    “그럼 대체 뭔데!!”

    더이상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여전히 열리지 않는 문을 몇 번 당겨본 다이튼은 헛웃음을 흘렸다.

    루크가 갑자기 방송이라니…….

     

    “허, 뭐 어린 놈이 벌써부터 돈에 맛이라도 들린 것 마냥…….”

     

    뭐, 루크가 돈에 집착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 과거가 있으면, 누구라도 그러겠지.

    그리고, 요즘은 애가 실제로 돈 맛을 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저러다 분명 한번 크게 데일 것 같은데…….

     

    “음…….”

     

    그 순간, 다이튼의 머리에서 한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한번 놀려줘 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체 뭘 하려는 거냐, 다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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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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