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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6

       목령신공을 온전히 받아들임과 동시에 화경에 도달하는 설수연.

         

       이를 본 묘목의 나뭇가지 끝이 파르르 떨렸다.

         

       [음…, 화경 정도면 어디서 맞고 다니지는 않겠어.]

         

       지금까지 못마땅하게 여겼던 그녀의 경지가 마침내 볼 만한 수준까지 올라섰기 때문.

         

       여전히 시대의 강자들과 싸우기엔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밀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목행신주가 함께할 것이기에.

         

       목행신주에 담긴 기운은 자연 그 자체.

         

       현경 고수들이 투영한 심상 속에서도 목령신공과 신주만큼은 힘을 잃지 않기에.

         

       [이제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로군.]

         

       그녀는 약속을 훌륭히 이행했다.

         

       이론으로만 정립되어 있던 목령신공을 마침내 실체화하여 제 것으로 만들었으니.

         

       여전히 아쉽다.

         

       ‘적어도 초원의 후손이 목행신주를 물려받길 바랐거늘.’

         

       하지만 어쩌겠나.

         

       인연이 이렇게 이어졌는데.

         

       무겁게 자리 잡은 욕심을 내려두고서 이 또한 운명이니, 하고 마음을 다잡을 뿐.

         

       손 역할을 하는 묘목의 나뭇가지가 두 사람을 향해 오라고 손짓한다.

         

       [목행신주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묘목의 몸에서 은은한 녹색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운이 빽빽하게 둘러싼 수해에 닿자.

         

       꾸드드득!

         

       두꺼운 나무가 사정없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숨겨져 있던 길이 드러났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의 끝에는 두꺼운 나뭇가지가 칭칭 감겨 있는 낡은 상자가 놓여 있다.

         

       멍하니 그쪽을 쳐다보고 있던 설수연의 등을 떠미는 묘목.

         

       [자, 가거라.]

         

       떠밀린 힘 그대로 상자를 향해 걸어가는 설수연.

         

       그녀는 지금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마어마한 기운.’

         

       낡은 상자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푸르른 녹음의 기운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자꾸만 제 단전에 갈무리되어 있는 기운을 톡톡 건드려댄다.

         

       기분 좋은 싱그러움을 느끼며 도착한 상자의 앞.

         

       땅을 뚫고 올라온 두꺼운 뿌리에 칭칭 옭아매진 상자를 어찌 열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목령신공의 기운을 운용하여 뿌리를 조종해 보거라.]

         

       수해 전체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묘목의 목소리가 방법을 일러주었다.

         

       곧장 단전에 잠들어 있는 기운을 일깨우는 설수연.

         

       새하얀 성력에 은은한 연둣빛이 가미된 그녀만의 새로운 기운이 나무를 휘감은 뿌리 속으로 파고든다.

         

       ‘느껴져.’

         

       온몸으로 느껴지는 나무뿌리 전체.

         

       ‘떨어지렴.’

         

       이윽고 그녀가 속으로 명령을 내리자.

         

       뿌득!

         

       낡은 상자를 단단하게 옭아매고 있던 나무뿌리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땅속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나무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덩그러니 남은 낡아빠진 나무 상자.

         

       이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짙은 희열이 서려 있었다.

         

       “이런…, 기분이구나.”

         

       자연 그 자체나 다름없던 나무들이 제 말 한마디에 살아 움직인다.

         

       마치 제 몸의 일부분이 자연으로 화한 듯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차마 말로 담기 힘든 짙은 생명이 넘실거렸다.

         

       별안간 침을 꼴깍 삼키는 설수연.

         

       ‘목령신공 만으로도 이 정도라면…, 목행신주를 얻게 되면 대체…?’

         

       이 힘이라면.

         

       ‘용사님을 도울 수 있어.’

         

       단순히 뒤에서 다친 그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하아아….”

         

       작게 숨을 내쉬며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그녀.

         

       언제나 위기는 제 마음에서 비롯되는 법.

         

       하물며 목행신주와 같은 거대한 힘이 담긴 구슬을 손에 넣는 중요한 단계 아닌가.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은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마왕의 목을 베기 위해 여행하던 당시.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용사를 향한 마음을 하루에 몇 번이나 숨기고, 가라앉혀야 했으니.

         

       그녀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 지었다.

         

       떠올리면 고통으로 가득한 순간들이 도리어 지금은 도움이 되니 웃기지 않은가.

         

       긴장을 풀어내는 실없는 생각.

         

       그리고 이마저 덜어내어 안정을 되찾은 그녀가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손끝에 닿는 낡은 상자의 뚜껑을 조심스레 열어젖힌다.

         

       경직된 손을 따라 조금씩 넘어가며 열리는 틈.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진녹색 빛무리.

         

       “……!”

         

       점점 더 벌어지는 틈을 따라 쏟아지기 시작한 빛이 사방으로 퍼진다.

         

       그런데도 그녀의 눈은 또렷한 상태로 상자 안에서 빛을 뿜어내는 물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녹색 빛무리 속 진한 녹색을 띠고 있는 주먹만 한 크기의 구슬.

         

       꿀꺽!

         

       한 차례 마른침을 삼킨 그녀가 천천히 구슬을 향해 손을 뻗는다.

         

       

         

       가볍게 닿은 손끝에서부터 전해지는 푸르른 녹음.

         

       “아…!”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목행신주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음을.

         

       세상을 이루는 오행의 기운 중 목(木)의 기운을 담고 있는 구슬.

         

       그저 자연의 기운 일부를 눌러 담은 구슬 정도로 여겼건만.

         

       ‘아니야.’

         

       목행신주는 단순히 자연의 일부를 담아둔 구슬 따위가 아니었다.

         

       ‘세계를 구성하는 파편 중 하나.’

         

       구슬에 담긴 힘을 전부 끌어낼 수만 있다면 드넓은 세계의 뿌리마저 뒤흔들 가능성을 간직한, 그야말로 신(神)의 구슬이었던 것.

         

       그녀는 확신했다.

         

       ‘이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의 육신과 알량한 재주 따위로는 신주에 담긴 힘을 온전히 끌어낼 수 없다.

         

       그것은 신선 또한 마찬가지.

         

       인간보다 더 큰 힘을 쏟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나, 끝을 보기에 한참 모자란 것은 매한가지.

         

       그렇다면 이 구슬은 누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는가.

         

       이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었다.

         

       ‘신(神).’

         

       이것은 신을 기준으로 하여 만들어진 물건이 틀림없다.

         

       이런 터무니없는 힘은 그 정도 존재가 아니면 전부를 끌어내기란 불가능하리라.

         

       그녀는 두려워졌다.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과거 초원의 왕이었던 묘목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힘을 너무 사용한 탓에 몸이 망가져 버렸다는 말.

         

       이를 억제하기 위해 그는 목령신공을 창안했다고 했지만, 틀렸다.

         

       ‘목령신공으로도 그건 불가능해.’

         

       목령신공 정도로는 목행신주를 사용함에 따라 찾아올 과부하를 해결할 수 없다.

         

       물론 그 부하를 상당히 줄여주기는 할 테지만, 결국 몸이 망가지는 시간만 늦출 뿐.

         

       이 힘을 계속해서 사용하다간 늦든, 이르든 그녀의 몸은 파멸을 맞이하리라.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백우진에게 힘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간절하게 모든 일을 끝마치고 그와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원래 세상마저 등진 채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만약.

         

       ‘몸이 망가져서 함께할 수 없게 된다면….’

         

       그때 맞이하게 될 괴로움을, 자신은 버텨낼 수 있을까.

         

       구슬을 온전히 손에 쥐기를 망설이는 사이.

         

       손끝에 닿아 있던 구슬로부터 은은한 기운이 팔을 타고 심장에까지 닿았다.

         

       “아…….”

         

       짙은 녹음에 담긴 의지가 제게 뜻을 전했다.

         

       힘이라는 것은 쓰기 나름이라고.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자신을 손에 쥐라고.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달콤한 말.

         

       그러나 그 속에 악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제가 원하는 데까지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선한 의지가 전해진다.

         

       ‘그래, 맞아.’

         

       대명제를 잊고 있었다.

         

       힘이란 것은 주어진 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것을.

         

       한낱 구슬이 품은 거대한 힘에 짓눌린 탓에 지레 포기할 뻔한 자신을 다잡는 설수연.

         

       ‘나는 할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을 믿기로 했다.

         

       힘든 여정을 끝마친 후에 펼쳐질, 그토록 바라왔던 그와의 평온한 일생.

         

       자신은 반드시 그 미래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고.

         

       아니, 거머쥐고 말겠노라고.

         

       그러니.

         

       ‘날 도와주겠니?’

         

       두려움과 망설임에 거부하고 있던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파앗!

         

       “아…!”

         

       손바닥만 한 크기의 구슬이 별안간 떠올르더니 그녀의 심장을 향해 달려든 것!

         

       단단한 구슬에 부딪혀 진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는 식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구슬이….”

         

       맹렬한 속도로 달려든 구슬은 그대로 그녀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음대로 자리 잡고, 뿌리내렸다.

         

       그 기묘하기 짝이 없는 감각에 제 가슴을 어루만지는 설수연.

         

       구슬이 자리 잡은 정확한 위치는 다름 아닌 그녀의 심장.

         

       두근!

         

       심장이 맥박치며 피를 내뿜을 때마다 그 속에 은은한 녹색 기운이 피를 타고 같이 흐른다.

         

       이를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밖으로 흐르게 하자.

         

       뿌드드득!

         

       기운이 닿은 땅 아래에서 뻗어 올라온 나뭇가지.

         

       뿌득!

         

       나뭇가지는 눈 깜빡할 사이에 자라나 두꺼운 나무가 되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꺄악-!”

         

       코앞에서 자라나는 거대한 나무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른 그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설수연이 복잡한 시선으로 하늘에 닿을 듯 뻗어 올라간 나무를 바라본다.

         

       ‘고작 한 줌의 기운만 내보냈을 뿐인데….’

         

       피를 타고 흐르던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기운치곤 너무나도 거대한 결과물.

         

       이 터무니없는 효율과 위력에 그녀는 생각했다.

         

       당분간 힘 조절 잘해야겠다고.

         

         

       * * *

         

         

       설수연이 자라나게 한 거대한 나무를 보며 백우진은 혀를 내둘렀다.

         

       “설마 저 정도일 줄이야.”

         

       움직이는 기운의 양은 무척이나 미미했다.

         

       분명 그랬는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무래도 목령신공과 목행신주의 궁합이 맞아도 너무 잘 맞아떨어진 모양.

         

       “하긴…, 당연한 건가.”

         

       무려 목행신주의 전 주인이 심혈을 기울여 창안한 무공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목행신주와의 궁합 하나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신경 썼을 테지.

         

       ‘그나저나 위험한데.’

         

       묘목, 그러니까 초원의 왕이 말했던 서사는 아무래도 모두 사실인 듯하다.

         

       그녀의 상태를 보건대, 화경으로 저 정도라면 현경에 올랐을 때는 과연 얼마나 더 큰 힘을 사용할 수 있을지.

         

       그리 생각하니 위기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천마의 손에 들어간 오행신주는 최소 두 개.’

         

       그 말인즉, 아직 찾아야 할 오행신주의 개수 또한 최대 두 개라는 뜻.

         

       백우진은 제 몸을 기분 좋게 흔들어대고 있는 묘목을 향해 물었다.

         

       “혹시 다른 오행신주가 잠들어 있을 만한 곳이 있을까?”

         

       [다른 오행신주라….]

         

       생각에 잠긴 듯, 나뭇가지를 배배 꼰 채로 움직임을 멈춘 묘목.

         

       [만약 네 말대로 오행신주에 걸려 있던 제약이 풀렸다면…, 한 가지 의심 가는 곳은 있다.]

         

       “거기가 어딘데?”

         

       [북해빙궁이다.]

         

       대답을 들은 백우진의 얼굴이 단숨에 일그러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야기가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하네요.

    어,,, 그렇다고 금방 끝나는 건 아니지만, 이제 막바지에 들어선 만큼 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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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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