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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6

       

        

        

        

        

        

        

        

       -[경고 : 첫 번째 타워 파괴됨.]

        

       -[경고 : 아르테미스 네트워크 노드 가동률…기존의 75%로 저하. 나노머신 손실률이 현재 예상치의 15% 이상을 웃돌고 있습니다.]

        

       -[경고….]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챙겨라! 해당 시설을 버린다!”

        

       “새로운 시작을 캐나다에서 하게 생겼군. 이번에는 부디 들키지 않으면 좋겠는데….”

        

       “최저한의 기술력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서버실 소각해!”

        

        

        

        덜커덩!

        

        무척이나 견고하고 거대한 가방 내부에 수많은 USB와 단말기가 담기고, 천장에선 사이렌이 계속해서 회전하며, 시설 내부를 형상화한 홀로그램 지도는 눈으로 식별 가능할 정도의 속도로 빨간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 옆에 떠있는 몇 글자 – 섹터 소각 중. 요컨대 홀로그램 지도가 표기하고 있는 내용은 간단했다. 말 그대로 해당 HQ 안에 아무런 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실시간으로 교전이 발생하고 있는 나노머신 제어탑 등은 예외였지만, 좌우지간 그들조차 시간벌이의 용도였다.

        

        아르테미스에 몇 남지 않은 고위급 엔지니어와 이사들. 어울리지 않게 깔끔한 정장을 갖춰입은 이들 전원의 행동 강령은 간단했다.

        

        탈출, 그리고 생존이었다.

        

        

        

       “빌어먹을 이카루스, 아주 선량한 사람들 납셨군. 아르테미스를 지도와 역사 상에서 깡그리 지워버리려고 아주 칼을 갈고 나왔어!”

        

       “쓸데없는 푸념은 그쯤 하게! 이제 허드슨 만을 가로질러야만 하니!”

        

        

        

        뛴다.

        

        뛰고 또 뛰었다.

        

        불과 백수십 미터 뒤에서는 연이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아르테미스 HQ, 그 중에서도 지하 시설에 있는 수많은 기기들과 제철소 등이 뿜어내는 열기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내부로 돌려 모든 것을 파괴하는 화염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곧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대부분의 시설 자체가 파괴될 예정이었기에, 이들은 사원은커녕 어지간한 고위직에게조차 알려지지 않은 비밀 엘리베이터를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특정한 지점에서 멈춰선 뒤 벽면을 더듬으면 해당 지역이 통째로 회전하며 새 통로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얼마나 지났을까, 그 난리통 속에서도 무사히 작동한 비밀 엘리베이터는 여덟 명에 달하는 인원을 또다른 지하 시설로 안내했다 – 그러나 곧바로 불이 켜졌고, 이내 스텔스 기능이 장착된 대형 차량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운전수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스트메인으로 간 뒤 해당 지역에서 보트를 타고, 사우스 캠프에 있는 대형 고속정으로 갈아탄 뒤 1천 킬로미터를 가로지른다라, 끝내주는 계획이군.”

        

       “이 방법이 아니라면 살아날 길조차 없을 텐데, 그 정도는 감안하셔야지.”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차량에 8명 전원이 탑승을 끝마쳤다.

        

        탱크 주포도 막을 수 있는 실드를 장착한 차량에 시동이 걸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지하 통로 끝자락의 문이 열리며 흙이 우수수 떨어졌다.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 통로였다. 바깥은 어두웠고, 그 사이에 나있는 비포장도로는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졌다.

        

        저소음 엔진이 바퀴를 힘차게 회전시키며 질퍽질퍽한 땅을 계속해서 가로지른다. 그리하여 이들은 대략 5분 정도를 계속해서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캐나다의 109번 국도에 무사히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최소 300km 이상을 더 달려가야만 했고, 이는 최소 3시간 이상의 긴 여정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적이 찾아왔다.

        

        각자의 머릿속이 실로 바빴으나 그 방향성은 얼추 비슷했다. 어떻게 하면 아르테미스를 다시 원래 궤도로 최대한 빠르게 되돌릴 수 있는지였다. 일단 살아남기만 한다면 상관없었다. 이들은 현세에 도래한 하이드라였고, 결코 멀쩡히 죽어나갈 생각은 없었으므로.

        

        더군다나 이들 전원은 고도의 아르테미스 시술을 받았고, 여차하면 마주친 교통경찰 등을 파리처럼 눌러 죽이고 유유히 도망칠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언뜻 보았을 때, 이들의 탈출이 성공으로 끝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차량에 탑승한 여덟 명은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면서도 추후 어떤 식으로 아르테미스를 다시 부활시켜야만 하는지를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 상상이 현실에 도래할 기회는 영영 찾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섬광과 폭음이 이들을 덮쳤다.

        

        

        

       ───콰아앙!

        

        

        

        날아드는 전차 주포조차 막을 수 있는 차량이 한순간에 걸레짝으로 변했다.

        

        당연하겠지만 해당 공역에는 적잖아 다섯 대 가량의 미사일 장착 UAV가 부유 중이었고, 다시 말해 이들이 도망쳐봤자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그리하여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차량에서부터 몇 명의 사람이 힘겹게 빠져나왔다. 신체에 장착된 엑소스켈레톤이 삶을 연장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의 몰골을 전부 유지하기조차 벅찰 화력이 쏟아부어졌기에, 불타는 차량에서 기어나온 다섯 명 가량의 인원은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신체를 조금씩 재생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목표 발견. 사격하겠다.”

        

        

        

        뒤이어 날아든 고관통 탄환에 의해 하나둘씩 바닥에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섯은 넷, 그리고 셋이 되었고, 근방의 풀숲을 헤치고 나온 열 명의 인원들이 불타는 차량 가까이로 접근했을 때는 한 명으로 변했다. 손목에서부터 선명하게 빛나는 이카루스 기어가 고위 임원의 눈에 비춰진 것은 덤이었다.

        

        태스크포스 아리콘. 대거와 바이올렛, 레이저 등과 함께 대전쟁을 견뎌내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또 다른 킬 팀이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머리를 완전히 터뜨리는 잔혹하지만 확실한 확인 사살이 거침없이 이어진다.

        

        그 와중 정면에 서있던 인원이 안면마스크를 해제하였고, 이제 막 얼굴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몸을 재생한 임원의 미간에 총구를 겨누었다.

        

        

        

       “너희들이 틈만 나면 도망치려고 드는 건 알고 있어, 쥐새끼들.”

        

       “…이걸로, 정말, 끝일 것 같나…?”

        

       “물론 끝이지. 허세 부려봤자 소용없어. 미국 내 모든 지부가 싹 쓸려버린 건 너희가 제일 잘 알 거고, 이제 네가 마지막이다.”

        

        

        

        찰그랑.

        

        아리콘의 작전팀장은 그리 말한 뒤 장전손잡이를 잡아당겨 약실의 탄환을 회수했고, 비어버린 약실에 백색의 탄환을 장전했다. 초소형 백린탄이었다. 신체에 박히는 순간 내부에 감지된 센서가 백린을 터뜨려 주변 모든 것들을 전부 구워버릴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임원의 머리 내부는 노릇노릇하게 익을 예정이었다.

        

        그 사실을 직감한 그가 마지막 남은 여력을 짜내어 허벅지에서 칼날을 뽑아냈지만, 그에게는 안타깝게도, 너무 늦었다.

        

        

        

       “빌어먹을-!”

        

       “잘 가라. 영영 돌아오지 말고.”

        

        

        

        퉁!

        

        그리하여 어둠 속에서도 백색의 탄환이 환하게 빛났다.

        

        살점과 기계로 이루어진 그로테스크한 무드등 같다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접어넣은 작전팀장은 서늘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았고, 이내 인컴에 덧붙였다.

        

        

        

       “처리 완료. 시설 내부 침수 문제는 해결됐는지?”

        

       “아직이다. 접근법을 찾고 있다.”

        

       “빌어먹을.”

        

        

        

        끼기긱!

        

        불타는 차량을 발로 한 번 걷어찬 작전팀장이 쓸데없이 반짝거리는 하늘을 보며 덧붙였다.

        

        

        

       “빌어먹을. 하여튼 지들 목숨 귀한 줄을 몰라요, 망할 대거 새끼들….”

        

        

        

        그 말이 닿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브리핑을 시작하지요.”

        

        

        

        한편, 그로부터 한참 떨어진 아르테미스 HQ 지하.

        

        첫 번째 타워를 성공적으로 무력화한 유진 팀이 다음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두 번째랑 세 번째 타워 사이의 간격이 상당히 가깝다고?”

        

       “첫 번째 제어탑과 비교해봤을 때 그렇죠.”

        

        

        

        사주경계는 확실히,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다음 제어탑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런 와중 이어지는 아까의 브리핑 복기. 조금 타이밍이 안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막상 나중에 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좌우지간 그리하여 나 역시 아까 설명했던 내용들을 조금씩 되새기고 있었다 – 그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여 전부 일일이 떠올리기에는 그 전에 다음 교전 구역에 도착할 수도 있긴 했지만 – . 목차를 굳이 정리하자면 현재 HQ의 상태와 네트워크 노드의 특수성 정도였다.

        

        방금의 발언 역시도 그 일환이었고.

        

        

        

       “감마와 델타 간의 간격은 비교적 가깝지만, 네 번째인 엡실론 타워…그리고 네트워크 조정실은 완전히 동떨어진 구역에 있어요. 그마저도 격벽으로 닫히고 침수까지 되서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이번에도 발현자 세 분만 다녀오시겠네요. 그동안 저희는 뭘 하면 되려나요.”

        

       “글쎄요. 우회로가 있으려나…아마 찾는 게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겠죠.”

        

       “그래요, 뭐어.”

        

        

        

        조금 침울해진 다이스.

        

        그건 그렇고, 생각해보니 이 정도면 EU 모드가 아니라 일반 오퍼레이터로 왔어야 밸런스가 맞을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미친 난이도를 설정했는지를 모르겠다. 제대로 된 이카루스 기어가 있었더라면 물 속에서도 얼마든지 공기를 합성할 수 있으니 더더욱.

        

        하지만 이미 늦은 셈이었다. 게다가 아까 HQ 상태를 확인해본 결과 – 레인이 박살난 베타에 접속하여 직접 확인했다 – 우리가 들어온 길 대부분은 진즉 침수된 것도 모자라 격벽으로 막혀버렸다. 물은 당연하게도 근처 호수에서 끌어온 것이었고.

        

        세상 만사가 참으로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물론 매우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입맛이 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좌우지간, 첫 번째 제어탑이 부서졌으니…이제부터는 양상이 조금 바뀌겠죠. 그 점에 미리 유의해두세요. 베타랑 다르게 타워의 핵심이기도 한 감마와 델타 타입의 자의식이 강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교전 장소는 다름아닌 연구실 및 병기창.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그닥 느낌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까도 말했듯이 첫 번째 타워에서의 교전과는 다르게 둘째, 셋째 타워를 총괄하는 감마와 델타는 자의식이 강할 것이고, 교전이 더욱 힘들어질 확률이 높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어탑이 하나 부서지며 시설 관제 AI의 성능이 하락했고, 그리하여 관제 AI는 프로토타입을 직접 운용하는 데에 전념하는 한편, 감마와 델타에 자의식을 부여하여 자체적으로 싸울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타워를 부쉈다고 해서 총체적인 적 전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는 건 상당히 골치가 아픈 일이었다.

        

        

        좌우지간, 그리 생각하는 와중 어느덧 교전 장소가 코앞이었다.

        

        이번에는 문 앞에 청사진이 붙어있었기에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만, 어쨌든 병기창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진과 레인을 앞세워 재래식 병기들을 원거리에서 먼저 철거하고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리하여 레인의 지형 스캔이 시작되었고, 그녀는 이내 꼬리의 레일건에 전력을 끌어모았다. 그리하여 팀원 전체가 반격에 대비해 상당히 거리를 벌리고 나서야 교전의 준비가 완전히 끝났고, 레인은 벽 너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았다.

        

        복도 전체를 뒤덮는 푸르스름한 섬광과 함께 레일건 탄환이 벽을 관통했다.

        

        

        

       ───콰아앙!

        

        

        

        그 순간 어렴풋하게 들리는 다른 종류의 소음.

        

        벽이 부서지며 나는 소리와는 명백하게 달랐다. 당연하겠지만 레일건에 정면으로 얻어맞은 전차가 그 자리에서 고철이 되는 소리였다 – 그러나 저들에겐 아쉽게도, 레인은 무리를 조금 하게 되면 한 발 정도는 더 발사할 수 있었다.

        

        재차 발사된 탄자가 근방에 다른 기체를 꿰뚫었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2초가 되지 않았고, 레인은 공격의 반동으로 해당 지역에서 이미 후퇴한 지 오래였다 – 그리하여 강렬한 포격이 방금까지 우리가 있었던 지역을 덮쳤다.

        

        대략 2분 가량 정도가 지났을 즈음 다시 입구를 확인했다. 차량 하나가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던 문은 무슨…전차 두 대가 나란히 지나가도 옆에 차 한 대가 더 나다닐 정도의 넓이와 높이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과 레인의 포격이 멈추는 건 아니었다.

        

        

        

       “와, 진짜 저 두 명 없었으면 입구에서 증발했을지도….”

        

       “감마와 델타의 자의식이 있는 거랑은 별개로, 아르테미스 친구들의 전력 배치는 여전히 형편없네요. 그 점은 오히려 다행이긴 한데.”

        

       “반물질탄은 좀 아낀다. 느긋하게 들어가자고.”

        

        

        

        그렇게 2분 가량 반쯤 일방적인 펀치가 이어졌다.

        

        문이었던 지역은 이제는 회랑이라고 불리는 게 더 맞을 정도의 넓은 크기가 되었지만, 당연하게도 저쪽으로 정면으로 들어가는 건 말 그대로 자살 행위였다. 그리하여 우리가 선택한 방안은 사방팔방에 뚫린 구멍 중 하나를 선택해 해당 방면으로 진입하는 것이었다.

        

        물론 혼동을 주기 위해 회랑 정면에 연막탄을 세네 개 정도 까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막탄이 터지며 입구를 연기가 뒤덮는 순간 아르테미스 친구들의 수많은 공격이 이어졌지만 우리도 애초에 처음부터 진입할 생각은 없었다.

        

        힐끔 시선을 나눈 뒤 덧붙였다.

        

        

        

       “두 번째 타워는 속전속결로 끝내죠. 로렌티나와 로건은 저희가 시선을 끄는 동안 옆으로 우회, 남은 반물질탄으로 타워를 바로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면 될 거예요.”

        

       “그리 어렵지 않군요. 대신 확실하게 이목을 끌어야 할 거예요.”

        

       “그게 저희들 전문이죠.”

        

        

        

        그리고 아홉 명의 인원이 축차로 쏟아졌다.

        

        아까 까던지지 못했던 연막탄을 내부 깊숙히 던진 뒤, 틀림없이 감마의 것으로 보이는 미니건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내부로 돌입. 이미 박살나 불타오르고 있는 전차의 잔해에 엄폐함과 동시에 레인과 진이 꼬리에 달린 고화력 무기들을 마구잡이로 쏘아대었다.

        

        내부는 상당히 넓었다. 여기 역시도 일종의 교전 실험실이었는지 – 아까와는 다르게 상당히 노후화된 도시를 바탕으로 한 – 곳곳에 적들이 넘쳐났다.

        

        지역 전부를 소탕하는 건 불가능할 확률이 높았지만 이목을 끌면서 상어와 북극곰이 안쪽으로 침투하기까지의 시간을 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왁, 탱크 온다! 마킹할테니 쟤만 좀 잡아줘요!”

        

       “확인. 어드밴스드 플라즈마 캐논 가동….”

        

        

        

        피잉!

        

        눈부신 섬광이 터져나왔다. 한 발은 버티나 했지만 두 발째에 실드가 깨졌고, 세 발째에 겉면이 검게 탄화되었으며, 포탑과 동체 사이를 정확하게 찌른 네 번째 플라즈마 탄이 격발하는 순간 포신에서부터 불꽃이 튀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따였다.

        

        상당히 무리했는지 빨갛게 달궈진 진의 꼬리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래도 정면에서 실드까지 달린 아르테미스 탱크를 따버릴 수 있는 건 역시나 굉장하다고밖엔 할 수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채팅창 역시도 난리였고.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았기에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정면, 정면! UGV 달려와요!”

        

       “수류탄 깝니다. 머리 숙여요. 밖으로 내밀면 머리에 구멍 뚫릴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연막탄 하나, 수류탄 하나.

        

        그리고 연막탄이 푸슉 하고 터지는 순간 수류탄이 그 옆에서 터졌고, 달려오던 적 두 명 가량이 그대로 자리에서 나자빠진다 – 그리고 그 즈음이 타이밍이었다. 대략적으로 위치를 어림짐작한 뒤 총만을 엄폐물에 거치해 방아쇠를 당겼다. 진동이 곧 위치였다.

        

        라푸아 탄환이 무인기의 동체를, 적의 머리를, 가슴을 사정없이 꿰뚫는다. 조준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사격치고는 상당한 정확성이었다.

        

        

        슬슬 아르테미스 측 역시도 무지성으로 달려들지 않는다.

        

        교전은 크게 보았을 때 화력과 화력 간의 싸움이었고, 내 팀은 진과 레인의 존재로 인해 그 상한이 크게 올라간 상태였다. 아마 일방적으로 패는 위치였더라면 전차대대와 교전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확률이 높을 터. 적 역시 그 점을 알았는지 주춤거린다.

        

        대략 5분 가량의 교전이 서서히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적들은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이 자신에게 독이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여긴 로건. 목적지에 도달했다. 감마 타입은 보이지 않음.”

        

       “사격 후 최대한 빠르게 빠져나가도록 하죠.”

        

       “발사 신호 주면 약진하죠.”

        

        

        

        그리하여 떠오르는 타이머.

        

       5초의 시간. 바람은 구현하지 않은 교전 실험실이었기에 연막은 엷게 퍼질지언정 시야를 충분히 가렸고, 자의적 판단에 의한 약진 명령은 이미 팀원 모두에게 전송된 상태. 다들 어디로 엄폐해야하는지도 전부 확인했을 터.

        

        그리하여 타이머가 제로로 수렴했다.

        

        건너편에서 화염을 동반한 폭풍이 세 번 일었다.

        

        

        

       ───쿠우웅!

        

        

        

       “전진.”

        

        

        

        일곱 명이 앞으로 전진했다.

        

        그러나 그 여파는 그것만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참혹했다. 아르테미스 보병들은 타워가 터져버린 순간 마치 신경삭이 잘린 것마냥 반쯤 무용지물이 되었다. 명령을 내려줄 인컴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냥이 시작되었다.

        

        황급히 후퇴하던 적들은 대개 머리에 구멍이 하나씩 뚫린 채 엎어졌으며, 탱크와 장갑차 등등은 시가전을 모티브로 한 교전 실험실에 보병의 엄호 없이 들어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교훈을 조종수의 목숨과 맞바꿔 얻게 되었다.

        

        

        전선은 빠르게 밀렸다. 그 와중 타워를 부순 뒤 옆구리를 헤집고 다니던 로건과 로렌티나마자 합류하자마자 천칭은 아군의 승리라는 방향을 향해 빠르게 기울었다.

        

        그렇게 대략 20% 가량의 적군만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여 다른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나머지 80%는 해당 교전 실험실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아마 누군가가 찾으러 오지 않으면 영원히 이들의 행방을 찾을 수 없겠지.

        

        그리 생각하는 한편, 어느새 합류한 로건과 로렌티나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덧붙였다.

        

        

        

       “이번에도 어찌저찌…참수 작전이 통하긴 했네요. 어떻게든 사기를 친 건 좋은데 아직도 절반이라는 점은 좀 걸리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교전지속력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지. 아마 다음 교전에서는 땅바닥에 떨어진 무기에도 욕심을 내야할 걸.”

        

        

        

        그 말대로.

        

        지상에서 벌인 전투와 두 번의 제어탑 파괴 작전. 일반적으로 생각해본다면 탄환을 진작 전부 소모했을 확률이 컸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아르테미스 보병들의 장구류가 상당한 수준이었기에 들고 온 총이 무용지물이 되도 교전은 계속 할 수 있단 점일까.

        

        문제는 그 다음인데….

        

        왠지 불안감이 가시지를 않는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아키타입.”

        

       “무슨 일인가요?”

        

       “분명 타워를 파괴했는데…왜 감마의 소체가 없어?”

        

        

        

        뭐?

        

        그 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몇 가지 생각들 – 타워를 방어하는 개체는 제어탑과 반쯤 종속되어있다는 첫 번째 대전제, 그리고 두 번째 타워는 세 번째 타워와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다는 두 번째 대전제.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맹점.

        

        

        

       “…만약 하나의 타워에 두 기 전부가 연결되어있다면…?”

        

       “아니, 잠깐. 뭐라고요?”

        

       “이런 빌어먹을.”

        

        

        

        그러나 한 발자국 늦었다.

        

        갑작스럽게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막대한 진동과 함께 뒤쪽의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척 봐도 두께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벽이 양쪽으로 갈라졌고, 그 건너편에는 방금 로건과 로렌티나가 부쉈던 것과 동일하게 생긴 불길한 묵빛 제어탑이 서있었다.

        

        물론, 여기서 부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적 전력이 건너편에 도열해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후-”

        

        

        

        후퇴.

        

        그 단어를 끝까지 말하기도 전 포격이 쏟아졌다. 적은 두 번째 타워를 제물로 역습의 기회를 잡았고, 우리는 꼼짝없이 말려들었다. 레인과 진이 순식간에 절반 이상을 요격했지만 지대한 피해를 입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공수가 뒤바뀌었다.

        

        천칭이 다시 기울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은 연참이 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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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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