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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6

       *** ***

         

       벌써 호천안이 드러누운지도 며칠이 지났다.

         

       “여기다가 놓으면 되겠습니까?”

         

       “네. 부탁해요.”

         

       서문연은 자신을 쫓아다니며 이런저런 일을 돕는 혁기린을 바라보았다. 서문연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절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 그릇은 이쪽 맞지요?”

         

       안 알려줘도 척척 해낼 수 있다는 듯이 뿌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게 바라보던 서문연은 혁기린과 함께 집안일을 처리해 나갔다.

         

       역시 사람이 많아지니 이런저런 일이 많이 생겼다.

       

       혁기린에게 어제 썼던 넓은 그릇은 어디에 두었는지 물어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던 서문연은 호천안을 바라보는 혁기린을 보고 멈칫했다.

         

       누가 봐도 호천안에게 연심을 품은 눈.

         

       호천안을 바라보며 결의를 다지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본 서문연은 가슴이 무거워졌다.

       

       서문연은 혁기린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여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으니까.

         

       뇌검낭인 호천안의 무도한 짓에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혁기린을 생각하면 진법 충분히 내어 줄 수 있었다.

         

       뇌검낭인의 무도한 짓이야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보상을 아주 두둑하게 뜯어내면 못 넘길 수준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혁기린이 마음에 들었기에 서문연은 더더욱 진법을 내어 주지 않을 참이었다.

       

       일반적인 진법이라면 몇 개라도 넘겨줄 수 있지만 호천안 일행에게 필요한 진법은 절대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으니까.

         

       서문연은 독고이설과 붙어 있는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꼴도 보기 싫은 자였지만 집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으니 보고 싶지 않아도 집 안을 이동하다보면 볼 수밖에 없었다.

         

       “음.”

         

       “후후, 왜 그러시는지요?”

         

       호천안의 소매를 슬쩍 쥔 독고이설. 그리고 그런 독고이설의 행동에 난감한 표정을 짓는 호천안.

         

       “굳이 소매를 쥘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소?”

         

       “감시 업무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독고이설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마음 같아서는 어디도 가지 못하게 몸으로 눌러버리고 싶습니다만.”

         

       “…”

         

       서문연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지켜보았다.

         

       혁기린은 호천안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본인은 정작 그런 이를 앞에 두고 다른 여자랑 노닥거려?

         

       못 보일 꼴을 보인 자각은 있는지 슬쩍 서문연의 시선을 피하는 호천안과 태연하게 눈인사를 건네는 독고이설의 모습에 서문연은 팩 고개를 돌렸다.

         

       남의 집에 드러누운 뻔뻔한 자가 애정행각을 들켰다고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니 짜증이 팍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사람 복장 뒤집는데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자였다.

         

       치솟아오르는 분기에 서문연은 공방을 찾았다.

         

       쾅!

         

       공방의 화로에 불을 붙인 서문연은 쇠를 달구어 내리쳤다. 보통 서문연이 망치를 잡는 이유는 진법에 금(金)의 기운을 보충할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였지만 오늘은 그냥 화풀이였다.

         

       화가 난다고 사람을 망치로 찍어 버릴 수는 없으니까.

         

       ‘짜증나!’

         

       쾅! 쾅!

         

       호천안을 찍어버리는 대신 말뚝을 마구 찍어버린 서문연은 형상을 알아볼 수 없는 쇠말뚝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서문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한숨을 내쉬었다.

         

       진법 실력으로는 천하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든다 자부하고 있었건만 불청객 한 사람 몰아내지 못하는 무력한 여자에 불과했나.

         

       서문연은 호천안 일행을 이곳으로 보낸 제갈영명을 떠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한 사람.

         

       서문연은 가슴이 욱씬거렸다. 간신히 마음 속 한켠에 정리해 두었다 여겼던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나 서문연을 덮쳤다.

         

       그런 기억의 파도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서문연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뭐가 천하에 손꼽히는 진법사란 말인가.

         

       자신은 금기가 왜 금기인지조차 모른 채 나라면, 아니…둘이서라면 금기조차 극복해낼 수 있다고 여겼던 시건방진 애송이일 뿐이었고.

         

       그 상처조차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나약한 여자에 불과했다.

         

       “호오, 이곳이 그대의 공방인가.”

         

       그런 서문연을 수렁에서 건진 것은 바로 당소열이었다.

         

       아무런 망설임없이 타인의 공방에 침입하는 당소열. 그런 당소열을 서문연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런 것들을 쓰는가. 실력에 비해 장비가 영 별로로군.”

         

       세 살배기 아이가 만든 엿가락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말뚝과 주변에 한켠에 쌓여 있는 진법 도구들을 바라보던 당소열이 망설임없이 말뚝을 화로에 집어넣고 풀무를 밟았다.

         

       화아아아악!!

         

       서문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지금까지 다루어 온 화로였지만 이런 화력을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순식간에 선홍색으로 달아오르는 말뚝. 그리고 자연스럽게 망치를 쥐며 그런 말뚝을 모루에 올리는 당소열.

         

       따앙! 따앙!

         

       순식간에 제 형상을 찾은 말뚝이 물동이에 들어가 식혀진다.

         

       치이이익!!

         

       서문연은 완성된 말뚝에 가볍게 손가락을 올렸다.

         

       마치 살아 숨쉬는 것처럼 풍부하게 맥이 열린 말뚝. 당장 당소열이 만들어낸 말뚝 하나가 대장간 한켠에 쌓인 말뚝 몇 개를 박는 것보다 효과가 좋으리라.

         

       “…당가의 사람인지라 당연히 손재주가 좋은 줄은 알았건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당가에서 태어난 이상 암기와 독을 잘 다루던가 아니면 쇠를 잘 다루던가 둘 중 하나는 잘 해야 했지. 뭐 무공은 영 취향이 아니었을 뿐이야.”

         

       당소열은 화롯불에 연초를 태우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꾸했다.

         

       당소열이 연초를 빨아들이며 말을 이었다.

         

       “이런저런 도구를 만들어 줄 테니 진법을 내어 주는 것이 어떤가?”

         

       “불가.”

         

       딱 잘라 말하는 서문연을 보며 당소열은 히죽 웃었다.

         

       “나 정도면 천하에서 손에 꼽히는 장인이고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하는데 그렇게까지 완고하게 거절하는 이유가 뭐지?”

         

       “….”

         

       서문연은 입을 딱 다물었고 당소열은 그 모습을 보며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고.”

         

       유유히 공방을 나서는 당소열을 바라보던 서문연은 당소열이 만든 말뚝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잘못된 것일까.

         

       서문연은 당소열이 대충 닫고 간 문틈 사이로 마당을 바라보았다. 혁기린이 재잘거리는 말을 묵묵히 들어 주고 있는 호천안의 모습이 보였다.

         

       “하아아…”

         

       어째서 진법을 전수해줄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면 저들은 순순히 물러나 줄까.

         

       서문연은 그 답을 짐작하고 있었다.

         

       아니겠지.

         

       자신들은 해낼 수 있다며 더욱더 달려들 터였다.

         

       마치 서문연과 제갈영명의 형, 제갈성찬이 그러했듯이.

         

       세상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고 겪어보기 전에는 그 무게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음에도 성공을 확신하며 달려들 것이다.

         

       서문연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저녁을 준비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재잘대던 혁기린이 몸을 일으켰다. 아쉬운 눈길로 호천안을 한 번 바라본 것은 덤이었다.

         

       그런 혁기린을 바라보던 서문연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이 그리 좋은가요.”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달아오르는 혁기린의 얼굴. 서문연은 그런 혁기린 뒤로 뒹굴거리는 호천안을 바라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합격방진이 필요한다는 것은 영물을 사냥하겠다는 뜻. 저런 작자를 위해 위험한 영물 사냥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까?”

         

       “앗, 이야기를 들어 주실 겁니까?”

         

       얼굴이 확 피는 혁기린을 보면서 서문연은 아차 싶었다. 지금까지 호천안 일행이 품은 사연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못 하도록 잘 막고 있었는데 마음이 흔들리는 바람에 빈틈을 드러내고 말았다.

         

       ‘내친 김이야.’

         

       서문연은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대치만 할 수는 없으니까.

         

       무엇보다 혁기린과 정이 쌓이면서 지금 상황이 점점 더 불편해지고 있었다. 호천안이라는 작자는 빈둥거리기만 할 뿐인데 정작 혁기린과 다른 소저들만 애가 닳아서 이러고 있는 꼴이라니.

         

       애가 닳아도 뇌검낭인 저 작자가 닳아야지 왜 다른 이들이 마음을 졸인단 말인가.

         

       “혈교에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꼭 진법이 필요합니다.”

         

       “…뭐라고요?”

         

       혁기린은 호천안의 출신성분이나 혈존의 전령에 대한 내용은 숨긴 채 모용세가의 일만을 언급했지만 그 정도로도 서문연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내용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뇌검낭인 호천안의 소문 중에서는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강해졌다는 의혹 역시 있었고 서문연 역시 그 소식을 들었다.

         

       호천안을 만난 뒤에 서문연은 호천안의 빠른 성장이 다른 소저들의 헌신 때문이라고 여겼다.

         

       별의 기운을 타고난 자가 둘. 거기에 당가와 점창파의 제자. 그리고 귀여운 것과 별개로 고절한 기운을 품은 혁기린까지. 이런 이들이 한데 모여 호천안을 돌봐 주고 있었으니 당연히 성취가 빠를 수밖에.

         

       그러니 서문연은 호천안 일행이 진법이 필요한 이유가 영물 사냥을 통해 호천안의 성취를 보조하기 위함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틀렸고.

         

       뇌검낭인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 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 역시 틀렸다.

         

       서문연의 머릿속에 섬서분타의 소문이 떠올랐다.

         

       모용세가의 사람이 혈교의 마공에 빠져 괴물이 되었다는 소문.

         

       그 소문을 들은 서문연은 혈교가 준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모용세가의 인물이 혈교에 마공에 빠졌다는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긴 하지만 이 무림에서 힘을 위해 마공을 익히는 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니까.

         

       사람이 괴물로 변했다는 대목은 소문 특유의 과장이 섞여 있다고 생각했다.

         

       마공을 익혀 신체가 변이되는 일은 드물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고 고수가 마공까지 익혀 폭주를 하면 당연히 위협적일 테니까.

       

       그런데 그 괴물이 사람을 영물로 바꾸려는 시도였다니.

         

       그리고 사람을 영물로 바꾸기 위한 시도를 벌인 이유가 혈교가 영물을 제어할 수 있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니.

         

       서문연은 얼굴을 굳힌 채 호천안에게 다가갔다.

         

       “혈교와 얽혔다는 게 사실인가?”

         

       “그렇소.”

         

       호천안이 몸을 일으키며 대답하자 서문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정신인가? 상대는 좌도방문의 끝이라 할 수 있는 혈교랑 대적할 생각을 하다니.”

         

       “…사정이 있소.”

         

       “하….그래. 사정이 있겠지.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고 그대들 역시 심사숙고해서 계획을 짰을 테지만 백번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구나.”

         

       서문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사정이 있으니 혈교랑 맞선다는 제정신이 아닌 선택을 내렸겠지.

         

       그러나 사정이라는 말 한마디로 끝낼 일이 아니었다.

         

       “고작해야 이 인원으로, 출신성분마저 전혀 다른 상황에서 방진을 이루어 혈교의 영물을 상대하겠다고? 혈교에게 노려지고 있다면 거대 방파에 몸이라도 의탁했어야지. 그대를 품고자 하는 문파는 지금 한둘이 아닐 터인데 어째서 이들을 데리고 맞설 생각을 하는가? 이들의 위험은 어찌하려고?”

         

       아무리 일행의 면면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혈교와 맞서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마찬가지였다.

         

       영물의 힘 뿐만이 아니라 혈교는 좌도방문으로서 그 저력이 대단했으니까.

         

       그런 일에 일행들을 모조리 끌어들일 생각을 하다니.

         

       서문연의 이유 있는 분노에 호천안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건.”

         

       일행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지만 혈교와 맞서는 일의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호천안.

         

       자신의 사정 때문에 일행을 말려들게 했다는 죄책감을 품고 있던 호천안은 서문연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호천안이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옆에 있던 여일예가 입을 열었다.

         

       “각오한 바입니다.”

         

       “….각오라.”

         

       서문연은 결의를 담아 빛나는 여일예의 독안을 보며 탄식을 흘렸다. 서문연도 저런 뜻을 품었을 때가 있었다. 연인과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난관이라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여겼던 때가.

         

       서문연은 혁기린을 바라보았다. 자신 때문에 말다툼이 일어났기에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동자로 엿볼 수 있는 내심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좋다.”

         

       서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입을 다물고 진법을 전해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에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고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모를 것들이 있으며 상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으면 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겠군.’

         

       진법이 없으면 일행은 혈교의 위험에 대책없이 노출된다.

         

       서문연은 혁기린을 돌아보고 일행을 쭉 돌아보았다.

         

       다들 저런 망나니 난봉꾼에게 잡혀 있다기에는 아까운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서문연은 마음을 바꾸어 진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이들에게 큰 아픔을 주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죽게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었으니까.

         

       “내일부터 그대들의 독특한 기운들을 온전히 하나로 만들 수 이는 진법을 알려주마.”

         

       서문연은 일행을 모두 살피고 호천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후회하지 말도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많이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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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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