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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6

   신계에서 하루를 꼬박 새운 시점.

   아서가 나타나지 않는다.

     

   크라슈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었다.

   설마하니 아서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승계문을 타는 도중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건가?’

     

   승계문을 넘어설 때 크라슈도 압박감을 느꼈다.

   그 당시에도 아서를 걱정했던 만큼 크라슈는 이 점을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서다.

   크라슈가 아서를 마주한 시점에 그녀는 크라슈가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강자였다.

     

   그런 그녀가 아무리 그래도 승계문으로 인해 잘못됐다는 건 쉬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혹은.’

     

   아서가 승계문을 오르던 도중 사고가 생겨 무언가에 휘말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당장 아서를 찾아야만 한다.

     

   승계문 안, 어딘가에 아서가 있을 터.

     

   ‘승계문을 열 방법.’

     

   아까 전 하급 신들은 하계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라면 무언가 아는 게 있을 게 확실하다.

     

   혹은 도둑의 신이라면 알 것이다.

     

   둘을 찾기 위해 크라슈가 서둘러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 뭘 그리 당황하고 있느냐. ]

     

   크라슈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크림슨가든?”

     

   목소리의 정체는 다름아닌 크림슨가든 아우구스트.

   크라슈와 지난날 가장 오랜 기간을 함께 지내온 세계 침식자였다.

     

   설마하니 신계에서도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들릴 줄은 몰랐던 크라슈는 당황했다.

     

   [ 시체 쥐를 가져가지 않았더냐. ]

     

   그러다가 뒤늦게 크라슈는 주머니 속 시체 쥐의 존재를 떠올렸다.

   이미 한 번 죽어 버린 시체 쥐는 승계문을 통과하더라도 별문제 없었다.

     

   아무리 승계문의 압박을 받는다 한들 에벨아스크의 시체술 덕분에 변형된 몸이 결국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러니 승계문에서도 시체 쥐는 문제 없이 크라슈와 함께 신계로 넘어왔다.

     

   [ 신계인 만큼 연결이 조금 걸렸다. ]

     

   왜 하루 동안 아무런 말도 없나 했더니.

   아래쪽에서도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크림슨가든, 아서가 오지 않아.”

     

   크라슈는 서둘러 크림슨가든에게 이야기했다.

   그녀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 게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크라슈의 이야기를 들은 크림슨가든은 잠깐 침묵하더니 이내 마저 말을 이었다.

     

   [ 아무래도 승계문을 통해 다른 곳으로 날아간 것 같다. ]

   “다른 곳으로?”

   [ 승계문의 구조를 살펴보니 그 자체가 이미 불안정한 구조였다. 다른 곳으로 날려간다 한들 이상할 건 없겠지. ]

   “그렇다면 신계 어딘가에 떨어졌다는 소리인 거지?”

   [ 아무래도 그렇다. ]

     

   크라슈가 혀를 찼다.

   보아하니 도둑의 신도 크라슈를 따라 아서가 올 것까지는 가정 못 한 모양이다.

     

   ‘과연, 아서 녀석 무사할까.’

     

   신계는 중간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넓다.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분명 위험천만한 곳들도 더러 있을 터.

     

   “크림슨가든, 아서가 날아간 곳을 쫓을 수 있겠어?”

   [ 일단은 해보마. 어차피 승계문의 구조는 파악했으니까. ]

     

   역시 가장 믿음직한 것이 마법사답다.

   크라슈는 이쪽은 크림슨가든에게 맡겨 두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둑의 신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아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녀를 찾기 위해서 크라슈는 아까와 같이 하급 신들을 잡기로 했다.

     

   그들이라면 승계문에 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테니까.

     

   크라슈가 황색 들판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크라슈는 그동안 익혀왔던 제 육감을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성계의 영역과 합쳐진 제 육감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신들이 지닌 고유의 신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신들은 저마다 다른 신기를 몸에 내포하고 있다.

     

   덕분에 상급 신들 정도 되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하급 신들이 내뿜는 신기를 크라슈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곳에 있었던 하급 신들.

   그들의 신기를 크라슈는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더불어.

     

   ‘휴리스틱.’

     

   누군가를 쫓는 데 특화된 스킬.

   이 스킬을 통해 크라슈는 하급 신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아서는 이런 스킬을 통해서도 도무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만큼 먼 곳에 있다는 것이겠지.

     

   ‘어디에 있는 건지.’

     

   그걸 알아내기 위해 하급 신들을 잡는다.

   크라슈의 속력이 점점 더 가속하기 시작했다.

     

   아서의 목숨이 걸린 만큼 크라슈도 서둘렀다.

   그리고 곧 크라슈는 가장 많은 하급 신들의 기척이 느껴진 장소에 도착했다.

     

   황색의 들판 위에 생뚱맞게도 연회장이 있었다.

   쌓아 올린 건물 안에 지어진 연회장에는 하급 신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거기에 크라슈가 난생처음 보는 존재들이 하급 신들을 보좌하고 있었다.

   그들은 귀대신 날개를 달고, 공중을 유유히 날아다니며 신들을 돕고 있었다.

     

   [ 천족이라는 것들이군. 신계에 신들보다 많은 종족이자 신들의 수발을 드는 종족이라 들었다. ]

     

   신계에는 신만 있는 게 아니었나.

   크림슨가든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크라슈는 건물 외벽에 붙었다.

     

   그러자 크라슈의 예민한 귀에 하급 신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둑의 신의 아이, 그 녀석 다행히 쫓아오지는 않는군.”

   “젠장, 쪽팔리게. 신이 돼서 이게 무슨 꼴인지. 다른 신들이 들었다면 필히 비웃었을 걸세.”

     

   신들 중에는 수치심을 느끼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비웃으라지. 우리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그놈을 누가 미쳤다고 상대한단 말인가.”

     

   하지만 크라슈의 강함은 진짜였다.

   한순간에 하급 신 하나를 순살 해버린 그와 그대로 싸웠다면 적어도 여기 있는 몇 명은 더는 볼 수 없게 됐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놈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나. 하계문의 경우에는 도둑의 신이 관여했다는 소식이 퍼져 상급 신들께서 책임을 물지 않으셨다지마는.

   도둑의 아이가 넘어왔다는 건 또 다른 문제로 남을 걸세.”

   “상급 신들께서 알게 되신다면 필히 징벌을 내릴 거야.”

     

   하급 신들은 상급 신들의 존재가 두려운지 몸을 파르르 떨었다.

   하급 신과 중급 신 사이에도 메꿀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

     

   그런데 상급 신이 직접 징벌을 내린다니.

   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소.”

     

   한 신의 말대로 여기 있는 하급 신들은 대부분 도망을 쳤다.

   오죽하면 괜히 크라슈에게 쫓기기 싫어 따로 도망쳐 연회장으로는 돌아오지 않은 하급 신들도 있었다.

     

   그만큼 그들은 크라슈에게서 격차를 느낀 것이다.

     

   “내가 해결하지. 마침 친하게 지내던 중급 신 선배님께 개인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놓았어.”

     

   그러는 순간 신 하나가 손을 들며 나섰다.

   다른 하급 신들이 그를 돌아보자 곧 그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파르테스 소속 쪽에서 나서주면 안심이지!”

   “암, 오대 신 소속이지 않나!”

     

   오대 신.

   크라슈는 일전에 자신이 맞섰던 괴존에게 빙의한 전쟁의 신을 떠올렸다.

     

   그는 중간계에서조차 괴존의 몸을 빌려 천상사강을 단신으로 두 명을 상대하는 위력을 보여줬다.

     

   지금은 그 힘을 마음껏 다룰 수 있는 신계라면.

     

   ‘다음에 만날 때까지 이 상태면 나는 죽임당하겠지.’

     

   무려, 최상위 신이다.

   신계에서 마주칠 일이 있다면 어떻게든 피하는 게 옳다.

     

   ‘파르테스라면.’

     

   또 다른 오대 신 중 하나이자 죽음의 신이라 불리는 이.

     

   이쪽도 엮이면 좋을 건 없겠지만.

   이놈들 대화를 들어보건대 승계문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크라슈는 망설일 것 없었다.

   당장, 아서를 찾아야 하니까.

     

   그렇게 크라슈가 검을 뽑아 드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크라슈의 귀에 대뜸 폭발음이 들려왔다.

   깜짝 놀란 크라슈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자신이 하기도 전에 무너진 반대쪽 벽이 보였다.

     

   “누구냐?!”

   “서, 설마 그놈인가!”

     

   그러자 하급 신들이 혼비백산해졌다.

   크라슈가 자신들을 벌써 찾아왔나 싶어 저러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기대와 달리 크라슈는 연회장 바깥에 있었다.

   크라슈의 눈이 의문을 담아 창문 너머로 무너진 벽 쪽을 보았다.

     

   그러자 무너진 벽 틈으로 무언가 인영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런 인영의 귀에는 날개 같은 것이 하나 달려 있었다.

     

   천족이다.

     

   ‘빠르다.’

     

   기다란 장도 하나를 쥔 인영은 순식간에 하급 신들에게 도달했다.

   그러고는 품 안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엇!?”

     

   하급 신들의 앞에 떨어진 구체가 빛을 받으며 일제히 폭발했다.

   당황한 하급 신들이 급히 신기를 두르며 폭발을 막아냈다.

     

   하지만 미처 막지 못한 하급 신들이 휘말려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광경을 보며 크라슈는 확신했다.

   다른 신들은 몰라도 지금 여기 있는 신들은 하나같이 무위 실력이 모자랐다.

     

   아무래도 평생을 자신의 힘만 믿고 휘둘러 오며 살았던 탓인 것 같았다.

     

   천족이 폭발에 휘말린 하급 신 하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크라슈는 머리에 천을 휘감은 천족의 눈에 깃든 분노를 느꼈다.

     

   아무래도 하급 신에게 무언가 일을 당한 모양이었다.

     

   천족의 장도가 하급 신의 목에 틀어박히기 직전.

     

   카앙!

     

   무언가에 막혀 들었다.

     

   거기에는 아까 전 파르테스 소속이라던 신이 한 명 있었다.

   무형의 바람을 일으킨 신은 언짢은 눈으로 천족을 바라보았다.

     

   “그놈인 줄 알았더니. 감히, 노예 따위가 주인들에게 칼을 들이밀어?”

     

   장도를 휘두른 천족이 그 신을 보자마자 눈을 부릅떴다.

   그 순간 천족의 장도에서 거센 별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장도는 그런 별빛과 함께 무형의 바람을 갈라 버렸고, 이를 본 신은 눈을 크게 떴다.

     

   “그건 설마.”

     

   틈이 생기자마자 천족이 바로 신을 급습했다.

   상대 신 쪽도 천족의 장도가 보통 무기가 아님을 깨닫고, 급히 몸을 뺏다.

     

   천족은 그대로 쫓아가 신을 죽이려 들었으나.

   다른 하급 신들도 가만있지 않고, 달려들었다.

     

   “노예 따위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크라슈 때와 달리 그들은 무척이나 호전적이었다.

   자신들의 수발이나 들던 노예에게 한 방 먹은 것이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었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하급 신 탓에 천족도 점차 방법이 없어졌다.

   수가 없어진 천족이 도망치려 했지만, 어느새 하급 신들이 천족을 둘러싼다.

     

   “이놈.”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구나.”

     

   하급 신들이 천족을 죽이기 위해 저마다 신기를 꺼내 드는 순간.

   천족은 눈을 질끈 감더니 죽음을 불사하고 장도에서 별빛을 끌어 올렸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아까 전 천족이 일으켰던 폭발이 똑같이 일어나며 연회장 외벽이 무너졌다.

   연이은 폭발에 하급 신들이 분노를 표하며 고개를 돌렸다.

     

   “또냐!”

   “노예가 또 연거푸!”

     

   이 천족의 동료가 나타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고개를 돌린 채로 서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연기 사이로 잿빛으로 물들어 간 머리카락이 천천히 흩날리기 시작했다.

     

   “미안하네.”

     

   잿빛 아래, 천살성을 담아낸 붉은 눈동자가 스산히 빛났다.

     

   “다른 놈이라서.”

     

   그리고 크라슈가 씩하니 웃은 순간 하급 신들이 일제히 소스라치게 놀라며 혼비백산했다.

     

   쿵!

     

   그러나 크라슈에게서 흘러나온 재룡의 기류가 휘몰아치며 연회장 공간을 가두었다.

   꼼짝없이 갇힌 신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천족은 이 상황이 무엇인지 몰라 얼빵한 눈으로 크라슈를 보았다.

     

   크라슈는 천족의 시선을 외면한 채 신들과 아이컨택했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자, 나랑 진득하게 이야기 좀 하자.”

     

   면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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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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