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27

    몇 시간이 지난 후, 마지막으로 세팅을 점검해본 루크는 스스로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좋아, 완벽하군.”

    화면에 자신의 얼굴도 잘 나오고 있고, 방송 화면이나 음질의 품질도 양호하다.

    이 정도면 적어도 방송을 보는 데에 불편함은 없으리라.

    이제 남은 건 하나, 사람이 오는 걸 기다리는 것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허공에 대고 떠드는 취미는 없으니 말이다.

    루크는 천천히 의자에 몸을 기대며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그동안 독서라도 하고 있을까.’

    그 편이 가만히 멀뚱멀뚱 사람이 오는 걸 기다리는 것 보다는 낫겠지.

    루크는 책꽂이에서 전에 읽던 책을 꺼내 펼쳤다.

    어디까지 읽었더라?

    아아, 그래. 

    변칙의 원리부터 읽으면 되었지.

    루크의 눈이 글자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텁.

    루크는 책을 덮었다.

    읽는 걸 그만두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다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책을 다 읽어냈을 정도로 꽤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들어오질 않았다는 점.

    이상한 일이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무관심할 수가 있나?

    방송이 아무리 첫날인데다 경력이나 기반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이상하지 않은가.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다만, 이토록이나 귀여운 소녀가 화면에 나오고 있는데 아무도 들어오질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뭔가 잘못되었어.”

    루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 읽은 책을 다시 책꽂이에 돌려놓고는 방을 천천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루크에겐 굉장히 낯선 상황이었다.

    루크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이토록 극심한 무관심 속에 놓여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생에는 천재 대마법사로 태어나 관심을 받았고, 지금도 나가면 자신을 흘끔거리는 시선이 자주 느껴지곤 하니까.

    그렇게 이미 자신을 향한 관심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 루크였다.

    허면, 이번엔 대체 어디가 잘못된 걸까? 

    분명히 성공할 자신이 있었는데…….

    방제목이 문제인가?

    역시나 루크 이루시라는 이름이 너무 촌스러워서?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한 명도 들어오지 않는 건 역시 이상하지 않나.

    아니면 설마, 자신이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 건가?

    물론 책을 읽는 장면에 자극이라고는 조금도 없다는 걸 알고는 있다.

    그렇지만, 책을 읽고 있는 다른 방송을 봐도 시청자가 아무도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자신의 방송에는 아무도 들어오질 않지?

    그것을 고민해본 루크는 이내 그 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방송이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거다.

    1인 방송이 편해진 만큼, 네트워크에는 이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방송인이 있었다.

    인기있는 방송이 있으면 당연히 인기가 없는 방송도 있는 법.

    루크는 인기가 있는 방송만 봤기 때문에 몰랐지만, 세상에는 꾸준히 방송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자가 여전히 한자리수로 나오는 방송인들도 허다했다.

    이는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텔레파시 네트워크의 파도에 탑승하지 못하고 그저 휩쓸리다 가라앉아 익사하는 이들 말이다.

    루크 역시, 오늘만큼은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명이었을 뿐이다.

    네트워크에는 지나가는 사람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소리내어 외칠 수도 없고, 예쁜 외모도 이미 각종 미인이 수두룩한 방송에선 큰 도움이 되질 않는 것이다.

    “허…….”

    루크는 당혹과 곤란이 섞인 감정을 느끼며 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럴 땐 대체 어떻게 해아 하지?’

    역시, 게임을 해야 하는 건가?

    인정하긴 싫지만, 게임은 확실히 자극적이기는 하니까.

    PC방에서 만난 이들이 말했던 것 처럼, ‘환혹의 초마법사’라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이용하면 대중들의 눈에 띄는 것도 손쉬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게임을 돌리면서, 방송중이니 보러 오라는 식으로, 일종의 광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유명 방송인과 매칭되어 채팅이 노출되는 것으로 엄청난 수의 유입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쉬운 길이다.

    그렇지만, 그걸로 정말 괜찮은 건가……?

    그게 정말로 정답이라고 볼 수 있나?

    지금은 자신이 없어졌다.

    그런다고 해서 누가 돈을 주려고 하기는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이튼의 말대로 나는 방송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나…….’

    그 순간이었다.

    -똑똑똑.

    “야, 밥 먹으러 나와라.”

    방문 너머에서 노크소리와 함께 들려온 것은 다이튼의 목소리였다.

    벌써 식사를 할 시간이 된 건가.

    “아, 알겠다. 지금 가지.”

    방문을 열고 나오자, 그 앞에는 다이튼이 식사 준비를 하고 왔는지 앞치마를 두른 채 미소짓고 있었다.

    “방송중에 방해해서 미안한데, 아무리 그래도 식사는 해야지?”

    다이튼의 걱정어린 말투에, 루크는 시무룩하게 대꾸했다.

    “아냐, 괜찮네. 아무도 안 들어와 있었어.”

    “뭐? 정말? 왜?”

    루크의 방송에 아무도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나 뭘 하든 자신있다고 하던 모습이 무색하게도, 루크는 처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너무 자만했던 모양이야……. 그대의 말이 맞았네. 역시 방송장비는 환불을 하는 편이 낫겠어.”

    “……그러냐.”

    그 모습에 다이튼은 뒷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뭐, 환불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은 밥부터 먹자. 그러면 기분도 지금보단 훨씬 나아지겠지! 어쩌면, 밥을 먹다가 다른 좋은 생각이 날 수도 있고. 하여튼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포기하진 말자고. 응?”

    다이튼의 말은 지금의 루크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다이튼은 자신이 방송을 하는 걸 못마땅해 하는 줄 알았는데…….

    “……응, 알겠네, 그러면 좋겠군.”

    루크는 다이튼을 향해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런가, 철이 없었던 것은 다이튼이 아니라 이쪽이었던 건가……?

    과연, 그도 이제보니 참 듬직한 어른이었다.

    이래서야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지 않나.

    다이튼을 지나쳐 계단으로 향하던 루크는 문득, 다이튼이 자신을 따라오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물었다.

    “그런데 그대는 같이 안 가나?”

    그러자 다이튼은 디아나와 파이리스의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먼저 내려가 있어. 나는 다른 애들도 데리고 가려고.”

    그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 알겠네. 그럼, 애들을 부탁하지.”

    “그래! 내려가 있어!”

    다이튼은 루크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루크가 별다른 의심없이 계단을 내려가는 사이…….

    다이튼은 루크가 보지 않는 틈을 타 재빨리 루크의 방에 들어가 컴퓨터로 향했다.

    단 하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니, 얘는 도대체 방제목을 뭐로 해 둔 거야?”

    그렇다.

    다이튼은 사실 아까부터 루크의 방송을 찾아 계속 네트워크를 뒤져보고 있었다.

    몰래 시청자로 들어가서 장난이나 좀 쳐 볼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루크의 방송으로 보이는 것이 도통 나오질 않아서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다.

    어디 방송중인 사람이 한둘이라야지.

    얼굴만 나오면 다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신이 대륙에 존재하는 방송인의 숫자를 너무 얕봤던 모양이다.

    ‘루크’, ‘이루시’, ‘루크 이루시’ 등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수십페이지를 다 뒤졌는데 어떻게 나오질 않냐.

    그러다 문득, 어쩌면 루크가 방송에 쓰는 이름이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라 확인을 해 볼 요량으로 이렇게 손수 루크의 방에 잠입하게 된 것이다.

    다이튼은 앞치마를 벗어 어깨에 걸치곤 의자에 앉아 루크의 컴퓨터를 조심스럽게 조작했다.

    “어디보자-, 루크의 방송 닉네임이……. 아.”

    마침내 루크의 닉네임을 찾아낸 다이튼은 어째서 자신이 루크의 방송을 검색으로 찾을 수 없었는 지 깨달을 수 있었다.

    “뭐야 이거, 자기 닉네임을 특수문자로 썼어……?”

    루크의 닉네임은 참으로 놀랍게도,이제는 일상적으로는 사용되지도 않아서 특수문자로 분류되고 있는 옛 문자어로 쓰여져 있었던 것이다.

    이러니 검색에 잡힐 수가 없지.

    ‘허, 이런 건 대체 어떻게 찾아서 썼대?’

    방송으로 돈을 벌겠다는 녀석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최소한 자기 이름은 쉽게 검색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참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아니, 사실 그보다도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

    ‘방제목이, ‘미래의 대마법사가 현재에서 경쾌하게 내딛는 첫걸음과 소통’……? 무슨 생각으로 적은 말이지, 이건?’

    이 보기만 해도 쉰내가 나는 것 같은 끔찍한 방제목은, 지나가다가 보여도 절대 안 누를 것 같이 생겼다.

    제목만 보면 얘가 무슨 방송을 하려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는 사실 루크가 그동안 방송을 보며 연구를 하기는 했지만 그건 철저히 방송 그 자체에 대한 내용이었을 뿐, 방송 외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별로 연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방송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어떤 반응에는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열심히 봤어도, 방 제목을 어떻게 짓는 것이 유입에 좋은지, 계정은 어떻게 꾸미는 것이 좋은지, 방송의 컨셉은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은 지 등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루크는 ‘내용만 충실하다면 다른 건 모두 중요하지 않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루크가 ‘옛날 사람’의 인식이 여전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그렇게 글자로 남길만 한 제목을 지을 일은 책의 제목 정도밖에 없었는데, 당시에 인기있는 눈길을 끄는 제목이라고 해봐야 ‘흐레이야드의 초저녁에 나타난 강풍에 의해 날려간 한 사내가 겪은 놀랍고도 위대한 여정’ 따위로 장황한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에 ‘미래의 대마법사가 어쩌구 하는 둥의 제목의 루크의 기준으론 그래도 꽤나 간략화한 셈이었다.

    아무래도 고작 1년만에 그 감각이 변할 수는 없는 법.

    그래도 어떻게 눌러보려고 해도 무슨 꽃 사진이 프로필사진인 수상한 모습으로 그러고 있는데, 이런 걸 대체 누가 눌러보고 싶겠는가!

    적어도 프로필 사진은 자기 얼굴로 하던가!

    아무리 꽃이 좋아도 이건 아니지 않나.

    뭐, 시간이 지나면 한두명은 와서 눌러줄 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방송을 몇번 보지 않은 자신의 안목으로 봐도 거름망 투성이였다.

    얘는 왜 이렇게 어설프지.

    진짜 뭘 하려고 하긴 했던 걸까?

    다이튼은 결국 고개를 젓고 말았다.

    “이건 역시 안 되겠네.”

    그냥 하지 말라고 해야겠다, 방송.

    “아, 물론 장난은 친 후에.”

    그래도 이건 못 참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송시작하자마자 망했다!

    루크의 틀딱감성은 아직 다 못 버렸다고 합니다.

    일단은 다음편에 끝낼 생각으로 쓰고 있긴 한데, 막상 또 인방이라는 주제에 필 꽂혀서 떠오르는 장면들 삽화로 먼저 그려 쟁겨둔 게 어쩌다보니 좀 많아져서 한 편으로 끝내긴 아쉬울 것 같기도 하구요……. 모르겠습니다. 다 쓸 수 있나?
    안 끝나면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한편 더 쓰죠 머…….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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